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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필름이 다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시간이 걸렸고 의식이 드니 김처럼 깜깜한 어둠뿐이었다. 허걱! 내 눈과 몸이 왜 묶여있지? 게다가 자루 속에 갇혀 꼼짝달싹 못하는 상황이다. 잠깐, 아까 그녀가 바위로 계란 깼던 것 같은데, 그 다음부턴 기억이 안 난다. 우라질, 아부지가 날린 골프 공 맞고 세 번이나 기절했었는데, 이번에도 기절했었나보다. 난 왜 이렇게 기절을 잘 할까. 그나저나 여긴 어디냐. 촌닭 관청에 잡혀 온 것처럼 어리둥절하다. 앗, 바깥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까 그 깍두기 목소리 같다. 『나가 말여, 건달이다 본께 시상 겁나능 것도 엄꼬해서 그 쌍칼 넘 배때지에 사시미를 푹 박아 뿌렸는디, 아뿔사, 이 눔으 피가 확 터져뿌려 나으 몸에 쫙 묻어버렸당깨. 순간 뒷꼴이 팍 땡겨불드라고.』 오잉? 이게 무슨 사운드냣! 『그래서?』 으미~ 기왕 묻은그 사시미를 요리저리 쑤셔대며 콩팥을 끄내부렸제. 근디 아따 이넘의 콩 팥이 허벌나게 망가져서 파닥파닥 띠드라고. 그걸 본께 내도 쪼까 껄쩍찌근 허드구만. 근디 어찐다냐? 벌써 일 내부렀는디. 기왕 시작한그 기냥 심장까지 꺼내부리러 했재. 근디 이 눔이 꿈틀꿈틀 거리드니, "성님예, 십 만원 여기 있슘다. 지가 억찌로 잘못했구마이"하믄스 돈을 갚아 부리는 거 아니긋냐.』 『그래서? 그냥 봐줬어?』 『어찐다냐. 내도 인간인지라 그냥 십만 원 원금만 받고 겜 오버했제. 하여튼 돈 띠어먹는 눔 들 봤다하믄 피가 거꾸로 솟아부린당께.』 『호호! 재밌다. 참, 저 씨퐁 어떻게 할까?』 『우짜긴, 돈 띠어 묵고 도망치는 눔인디, 깨어나뿔믄 바로 사시미로 요리 해뿌러야제. 슥 슥~~』 허걱~! 칼 가는 소리! 잠깐, 상황을 정리해보니 아까 그 깍두기한테 납치 당했나보다. 쪼잔한 넘, 겨우 100만원 가지고 사람을 납치해? 근데, 저 여자는 아까 그 여자 맞아? 『보니까 백수 같은데 집에서 돈 뜯어내기도 힘들겠지?』 『작두한티 땅 파고있으라 말혔으니 기냥 묻어버리장깨. 기고 건달은 하는 일이라도 있제. 저 른 백수눔들은 우리 구역 와서 매상 올리는 것도 엄꼬 기냥 한 명씩 줄여나가는기 이 세계 를 위하는거랑깨.』 허걱~! 저 넘들 전문 납치범들이다. 한 대수, 오늘 이대로 인생 마감하고 마는구나. 아~, 사나이로 태어나 이렇게 백수로 죽는다면 그 얼마나 쪽 팔린 일이냐. 허둥지둥 발버둥을 쳐봐도 몸이 움직여지질 않는다. 꼬리라도 자르고 도마뱀처럼 도망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된장, 백수주제에 괜한 나이트 가서 이게 모냐! 앗! 이번에는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빠, 사투리 좀 제대로 써. 경상도랑 전라도랑 짬뽕시키면 어떡해. 그러다 걸릴까봐 조마조마 한다.』 『대본이 없어 연습도 못하는데 어떡하냐. 즉흥적으로 하는 거 치고 이 정도면 잘하는 거지.』 『근데 말야, 자꾸 머리 내려찍어도 괜찮을까? 이러다가 정말 사고라도 날까봐 무서워죽겠 어.』 『배구공 맞고도 기절하는 인간이라던데. 그냥 살살 찍어.』 『도대체 감독님은 이런 영화를 왜 찍는지, 사실 이해가 안가. 물론 캐릭터들이 재미있어 코믹적인 면들은 나오겠지만, 사건전개나 결말이 어떻게 날지도 모르는 스토리 없는 영화가 과연 빛을 볼 수 있을까?』 『나야 뭐, 영화 출연시켜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 지만, 넌 그래도 앞날이 창창한 신인 배우 인데 걱정되겠다.』 『흑, 내가 왜 이 영화에 참여했을까. 근데, 저런 인간이 정말 개과천선 할 수 있을까?』 『각본대로만 잘 진행되면 별 문제없겠지만, 이게 어디 각본대로 될 영화인가. 내 생각엔 10 년 정도는 촬영해야할 것 같다.』 『으휴~ 기왕 시작한 거, 끝까지 밀어 부쳐봐야지. 다시 촬영 들어가니까 파이팅 한번 하자.』 『파이팅!』 허걱~! 파이팅? 어떤 역적모의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지막에 파이팅을 외치는 소리는 분명하게 들었다. 아무래도 날 토막내기로 합의한다는 내용에서 서로 쿵짝쿵 한 것 같다. 으아, 정말로 이렇게 인생 마감하는구나. 제발, 현실이 아닌 드라마이기를, 그것도 연속극이 아닌 단막극이기를. 어둠 속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씨퐁아~, 일어났냐? 너 백수주제에 사람 아주 우습게 봤는데, 오늘 한번 당해봐라!』 『저, 돈이 급하신가본데 나중에 꼭 갚아드리면 안될..』 순간, 둔탁한 물건이 내 머리통을 강타했다. 큰북이 머리 속에서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바로 쓰러졌다. 이번에 눈을 떴을 땐, 창가에 부서지는 눈부신 햇살과 함께 볼품없는 가구들이 무질서하게 배치되어 있는 게 보였다. 비록 몸은 묶여있지만, 자루에서도 풀려났고 눈에 감긴 수건도 벗겨졌다. 앗! 날 향해 고정되어있는 저 비디오카메라는 뭐냐! 설마, 실험용 쥐 다루듯이 잔인하게 마루타처럼 생체실험 하는 모습을 찍으려는 건가! 으앗! 얼마 전에 바퀴벌레 잔혹하게 죽이는 방법을 알아내려고 네이버 검색에서 마루타 생체실험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리플 달린 답변이 생각난다. 한대수님 답변 드립니다. 마루타 생체실험의 내용으로는 급속 냉동실에 넣은 동상실험과, 사람을 탈수기 안에 집어넣고 30분간 돌려 혈액의 양을 측정하는 헌혈실험, 원숭이와 사람의 혈액을 바꿔서 몇 일이나 생존할 수 있는지에 관한 바야바실험, 인간을 원심분리기에 넣고 기계를 돌려버리는 믹서기실험, 인간 상처부위가 외부압력을 견디는 한계를 알아보는 진공실험, 두개골을 노출시킨 후 신경을 건드려 움직임을 알아보는 신경실험 등 정말 잔인하고 파렴치한 실험들이 많았죠. 또 이런 실험에 희생된 마루타들은 모두 해부실험 자료로 사용되었답니다. 정말 잔인하고 파렴치한 쪽빠리놈들이죠? 그러나 요즘 우리 나라에서 하루가 멀게 터져 나오는 흉악한 사건들도 이에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참, 그거 아세요? 요즘 납치됐다하면 최소한 8토막은 나서 깊은 산 속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을. 언제 토막날지 모르는 이 무시무시한 사회 속에서 한대수님은 나중에 이런 실험 안 당하시 길 간절히 바랍니다. 으아, 이런 생각하고 나니까 공포감이 무한대로 상승한다. 신발! 그 땐 심심했던 나에게 꼼꼼하고 성실하게 답변해준 그 넘이 눈물나게 고마웠는데, 지금 그 신발넘 내 눈에 띄면 죽는다. 앗! 그 여자가 들어온다. 『씨퐁~ 너 기절 끝내주게 잘하네.』 『저.., 아까 그 나이트에서 봤던 보라가 맞나요?』 『쓰댕아! 넌 금세 얼굴도 까먹었냐?』 우와~, 순도 100% 이중 인격자다.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 표정과 말투가 바뀔 수 있는 거냐! 내가 미쳤지, 이런 여자한테 꿀꺽하다니! 경직된 얼굴에서 황급히 능글맞은 웃음기를 머금으며 말했다. 『보라야~ 지금 장난치는 거지? 너처럼 예쁜 애는 이런 장난이 안 어울려. 하핫!』 살포시 아양을 떨어봤지만, 그녀의 오른 발이 나의 날렵한 턱 선을 지나친다. 허걱! 무서운 뇬! 입이 얼어붙었다. 『빨랑 집 전화번호 불러!』 『왜, 왜요? 누, 누님..』 『이 씨퐁은 정말 분위기 파악 못하네. 야! 지금 너 납치 당한 거야! 그럼 협상을 해야 할거 아냐!』 『저, 정말 잘 생각하셨습니다.』 냅따 아부지 핸드폰 번호를 불러줬다. 스피커를 온 시켰는지 전화벨 소리가 방을 울린다. 때르르릉! 때르르릉! 『네. 한길숩니다.』 『아부지! 저, 대수예요! 엉엉~~』 『넌 조용해! 지금 당신의 아들을 가두고 있다. 1000만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 다.』 『아부지~~, 저 좀 살려주세..』 앗! 깍두기가 사시미 구두의 뾰족한 모서리로 내 턱을 치켜들며 "쉬잇"이라고, 제스츄어를 취한다. 『아이고, 이 쉐리가 드디어 효도를 하는구나! 훌륭한 쉐리~, 선생님 고맙습니다. 꼭 생매장 시켜부러요. 보험금이라도 좀 타묵게.』 허걱! 『아부지! 지금 장난치는 거 아녜요! 실화란 말예요!』 『허허, 요즘 니 애비가 영화 때문에 자금이 딸리는걸 알고 있었구나. 기특한 쉐리~』 그러시면서 전화를 뚝, 끊어버리신다. 으악! 방금 통화했던 분이 진정 나의 아부지란 말인가! 아부지라는 사람이 이렇게 잔인하고 냉혹할 수 있냐! 이 넘들보다 더 잔인하다! 납치범들에게 사정사정해서 아부지, 엄마순대로 다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이번엔 모두 전원이 꺼져있다. 돌겠다. 돌겠어. 난 이제 어떡하냐! 무덤으로 다이빙하게 되는 거냐! 나의 괄약근이 초긴장 상태로 돌입한다. 『분이기를 봉깨 집에서두 포기한눔 같은디 그냥 빨리 묻어뿌리고 이 눔 아부지랑 보험금이 나 협상해 보장깨.』 그러면서 내 200만불짜리 눈을 다시 수건으로 쥥쥥 감으려고 한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어제 저랑 같이 있던 친구, 그 친구가 돈 많으니까 제가 한번 꼬셔볼 게요. 기회를 한번만 주세요.』 『이번엔 확실한 거야?』 『네. 백프로 확실해요. 정말이에요. 엉엉~』 『씨퐁, 한번 믿어보지.』 『아그야. 이번에도 장난질이믄 알제?』 반짝 반짝 빛나는 사시미 칼을 번쩍 치켜든다. 겁에 질려 얼굴은 노래지고 몸은 시멘트처럼 굳어버렸다 『그, 그, 그럼요.』 얼른 동이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화투판 벌어졌다고 뻥치고는 집 주소를 친절히 가르쳐주 었다. 워낙 멍청한 녀석이라 어저께의 일도 잊은 채 금세 오겠다고 한다. 양보다 순진한 녀석! 니가 날 버리고 도망갔지? 어디 같이 함 죽어보자! 20분 정도 지났을까, "딩동"하는 벨소리가 들려온다. 인터컴 모니터를 살펴보던 그녀가 나를 째려본다. 『혹시 짭새 따라온 건 아니겠지?』 『짭새건 씹새건, 이 사시미가 있는디 무슨 걱정이다냐~』 그녀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고 꽁꽁 묶여있는 나랑 눈이 마주친 동이는 놀랠 새도 없이 깍 두기의 사시미 칼로 인질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금세 밧줄로 꽁꽁 묶여 내 옆으로 던져졌다. 『띵기리! 설사 나게 반갑다.』 『한대수~! 이 비겁한 놈!』 『뭐! 누가 더 비겁한데!』 『조용히 안 해! 지금 니들 장난 칠 분위기야? 양동이! 너 100만원 있어! 없어!』 오잉? 『저, 동이의 성이 양인지 어떻게 아셨죠?』 『뭐! 그, 그니까 양동이처럼 생겼잖아! 지금 그딴 거나 질문 할 때야! 돈 있어! 없어! 지갑 까봐!』 동이의 지갑을 하나씩 털어 보더니 코방귀를 낀다. 『허! 카드라고는 교통카드가 전부잖아! 이것들이 지금 장난치나! 씨퐁, 열받네~』 『동상아, 후딱 해치워뿔자~』 그러면서 사시미에 침을 쫘아악~ 뿌린다. 으앗! 이젠 정말 죽는 일만 남았구나. 온 몸의 세포들이 제멋대로 꿈틀대며 요동을 친다. 안되겠다. 어차피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이니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불완전 연소된 분노의 힘으로 용수철처럼 벌떡 팅겨올라 대굴빡으로 깍두기의 면상을 힘차 게 박아버렸다. 『이얏! 동이야! 빨리 덤벼!』 같은 백수의 동지애를 기대했지만 녀석은 불난 집 구경하듯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있다. 『쾅!』 또 다시 둔탁한 물건이 내 머리를 강타했고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져버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온 몸이 꽁꽁 묶인 채로 베란다에 갇혀 있었다. 아, 아직까지 살아있구나. 아이고 머리야. 근데 동이는 어디 있지? 먼저 끌려갔나? 『동이야~! 어디 있어~! 들려~?!』 『나 옆 베란다에 갇혀 있어~!』 『칭구야~ 살아있었구나~ 미안하다~ 너무 절박해서 너가 보고싶었어~』 『나두 미안해~ 어제 약 사오다가 길을 잃어버렸어~』 『근데, 그 분들은 어디 계시냐~?』 『완전범죄를 해야한다며 휘발유 사러 가셨어~』 으악! 휘발유~? 나의 얼굴은 노란색을 뛰어넘어 주황색으로 내달리기 시작했고, 온몸은 사시나무 떨 듯 떨리며 백혈구는 과민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네이버 지식인새끼 말대로 요즘엔 납치 당했다 하면 무조건 생매장 당한 채로 발견되던데, 아부지, 엄마, 미래가 왜 이리도 보고싶을까? 만약 여기서 살아나간다면 부모님께 효도하고 일도 열심히 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타임머신 타고 하루 전으로 숑~ 날아가 버리고 싶다. 소금물 속에 미꾸라지처럼 격렬하게 계속 몸부림을 쳐봤지만 몸에 묶인 밧줄은 꼼짝하지도 않는다. 인간 한대수, 결국 100만원에 목숨을 잃는구나! 엉엉~ 엄마아아아~~~~ 『대수야~ 난 밧줄 다 풀었다~』 『저, 정말이야~? 그럼 어서 나 좀 풀어 줘~』 『여긴 문이 잠겨서 그리로 갈 수가 없어. 일단 나부터 나갈게~』 『어떻게! 여긴 3층이잖아!』 『먼저 간다~~ 슝~』 베란다 창 밖으로 우산 세 개를 들고 뛰어내리는 동이가 보인다. 저 미칠넘! 영화를 많이 봤구나! 우산이 모두 뒤집혀 땅바닥에 나뒹굴렀지만 그래도 탈출에는 성공했다. 근데, 이 녀석,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날 한번 쳐다보더니, 깡충깡충 도약하며 금세 사라져버 린다. 『동이야! 동이야!』 미꾸라지 같은 넘! 또 혼자 도망치는구나. 제발, 바쁘게 뛰어다니는 현대인의 구둣발에 밟혀 죽거나, 순식간에 무너지는 백화점에 깔려 죽어버려라. 저 넘이 경찰에 신고해 줄 일은 만무하고 언제 들이닥칠지도 모르는데, 나도 어서 도망가야 겠다. 저 멍청한 넘도 하는데 내가 못할 것 없지. 앗! 베란다 구석에 낡은 톱이 보인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몸을 때굴때굴 굴러서 칼이 있는 곳까지 굴러가 허리 뒤로 묶인 손으로 칼을 잡고 줄을 빡 빡 긁어서 모든 줄을 끊어버렸다. 베란다 위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주위를 살펴보니 산밖에 안 보인다. 그렇다면 도움을 요 청할 수도 없고 혼자서 해결해야만 한다. 내 몸을 둘둘 말고 있었던 새끼줄을 재빠르게 연결 시켰더니 길이가 10m가량은 된다. 밧줄로 둥그렇게 고리를 만든 다음 서부영화에서 나오는 멋진 주인공처럼 맞은편에 있는 전 봇대에다가 휙~! 던졌다. 빗나갔다. 신발! 영화랑 현실은 이렇게 다르구나! 다시 힘껏 던져봤다. 아싸~!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전봇대 꼭대기에 살짝 걸렸다. 살아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에 담배꽁초처럼 꺼져가던 기운이 성화불처럼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재빨리 끈을 팽팽하게 땡겨서 베란다 기둥에 묶은 다음 구름타기를 시도했다. 두 팔로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밑을 내려보니 엄청나게 높다. 눈을 감고 부랴부랴 한 칸씩 전진했다. 꼭 칼날 위를 걷는 것처럼 공포감이 밀려왔다. 악을 써가며 밧줄에 중간쯤 매달리고 있을 때, 저 멀리에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날 촬영하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아싸! 소재거리다!" 하면서 찍고 있 는 것 같았다. 성대에 힘을 주고 그 사람을 향해 7옥타브로 "살려주세요~"라는 생명구호의 외침을 해댔다. 그러자, 저쪽에서 소프라노의 생명묵살 발언이 들려온다. 『뭐라고요~~?』 이번엔 목젖을 울리며 16화음으로 크게 외쳐댔다. 『살~려~달~라~고~요~!』 『뭐~라~고~요~~~?』 『살~려~달~라~고~요~~~!!』 『뭐~라~고~요~~~??』 『신발~! 그냥 가~~! 개자식아~~~!』 띵기리!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외치면 당근 살려달라는 말이지! 사오정 할아버지의 증조 뻘 될 넘! 영차~! 영차~! 온 힘을 다해 막판 벼락치기로 전진하고있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야~! 씨퐁아! 이리 안 와~!』 앗! 뒤를 돌아보니 베란다에서 깍두기랑 그녀가 줄을 흔들어대고 있다. 으아앗! 줄이 휘청휘청 거린다. 『신발~! 흔들지마!』 『기냥 줄 끊어 부러! 지가 날라가거쓰?』 허걱~! 정말 끊을 듯한 분위기다. 줄에 매달린 채로 고개를 뒤로 돌려 애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강력한 삶의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가위 손잡이를 쫘아악~ 벌린다. 허걱~! 『다시 후진할게요~ 살려주세요~~!』 애절한 목소리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해봤지만 그녀가 세계최고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폭탄주보다 더 쓴웃음을 짓더니 가위를 오므린다. 싹둑!! 나누어 줄수록 더욱 풍요로운 마음밭 따뜻한 말 한마디가 용기를 주고 사랑을 전하게 됩니다. 추천 많이 해주시고 꼬리말도 많이 남겨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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