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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41384
    작성자 : 이대리
    추천 : 16
    조회수 : 2344
    IP : 61.84.***.211
    댓글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5/22 05:02:45
    원글작성시간 : 2004/05/20 11:38:23
    http://todayhumor.com/?humorbest_41384 모바일
    ε★ 백마 탄 백수 [01]




       
      제목 : 백마 탄 백수


      작가 : 이대리


      메일 : [email protected]


      팬카페 : 클릭!!

      불펌해 가시는 분은 이쁘게 반죽을 해서 튀김기름에 튀겨드리겠습니다.











      나에겐 친구관이 있다.


      초등학교 때 - 간식 있는 넘, 간식 없는 넘 분류.


      중학교 때 - 재수 있는 넘, 재수 없는 넘 분류.


      고등학교 때 - 여자친구 많은 넘, 여자친구 없는 넘 분류.


      백수 (현재) - 돈 빌려주는 넘, 돈 안 빌려주는 넘 분류.


      그런 차원에서, 엄마 가게인 비디오방에서 가끔 알바를 하며 생존전략을 짜내는 동이는

      나에게 있어 훌륭한 친구이다.



      의리 없고, 재수 없고, 여자친구 없고, 소꿉장난하는 애들한테도 삼육구게임에서 지는 수준

      낮은 넘이지만, 돈 빌려주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동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특유의 어리버리함 때문에 외딴 백사장에 혼자 처박힌 빈 콜라

      병처럼 친구가 없는 왕따같은 존재고, 나도 많은 친구들이 있었지만 모두 돈 빌린 다음

      연락 끊어버린 후로 친구가 동이밖에 없어 서로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동고동락하며 지내는

      사이다.


      그리고 우린 백수의 고수로서 서로 조금씩은 존경하는 사이기도 하다.


      동이와 신촌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이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았다.


      배가 고파 영등포역에 있는 헌혈 차에 가서 피의 노동으로 빵 한 개와 음료수 하나의 값진

      생산물을 얻어냈다.


      비록 일은 안 하지만 이렇게 몸을 때워 배를 불릴 수 있다는 것이 나인 투 파이브(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 봉급쟁이의 월급봉투 두께만큼이나 기쁘고, 헌혈을 많이 한 탓에

      머리가 띵하고 피가 역류하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백수도 사회에 봉사할 수 있다는

      뿌듯함으로 참을 만 하다.


      2호선을 타고서 북쪽으로 여섯 정거장만 가면 되는 거리를 남쪽으로 해서 다시 동쪽

      방향으로 39정거장을 돌아 도착하니 약속시간이 대충 맞아 떨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약속장소에 시간 맞춰나가는 우매한 짓은 하지 않는다.


      우리도 이 세계에서 백수의 고수로 인정받으려면 몇 가지 철칙을 꼭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1. 백수는 계산대 앞에 갈 때는 반드시 다른 사람 뒤에 선다.


      2. 백수는 남의 집에 갈 때 식사시간에 맞춰간다.


      3. 백수는 다른 백수가 식사시간에 찾아오면 굶는다.


      4. 백수는 직업 가진 자보다 더욱 바쁜 척 한다.


      이번에는 4번을 적용할 때다!


      그 녀석도 1년 차 백수이기 때문에 30분 정도 늦게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난?


      동네 놀이터에서 꼬마 애들이랑 짤짤이 하며 빈둥빈둥 놀다가 한시간 후에 현대백화점

      앞으로 왔다.


      근데, 그 녀석 그림자도 안 보인다. 우라질레이션!
      담배 한 개피 물고 필터까지 빡빡 빨고 있는데 동이녀석 바쁘게 통화하는 척 하며

      등장한다.


      분명 숨어서 날 지켜보고 있다가 등장 한 것이다. 노련한 넘!


      꼭 약속이나 하고 온 것처럼 우린 검정색 정장에 선글라스를 머리에 끼우고 신촌에서 꽤나

      잘 나간다는 B나이트에 입장했다.


      "백수 주제에 웬 나이트?"라며 손가락 치켜들고 삿대질하는 백성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같은 백수도 가끔 사치스럽고 부르주아적인 향락을 즐길 필요가 있으니 그 손가락은

      잠시 접길 바란다.


      『오늘 룸에서 한번 뽀다구나게 놀아볼까? 내가 쏠게!』



      이 녀석 첫 대사를 정말 뽀다구나게 하는구나.


      근데, 오늘 가게에서 삥땅이라도 치고 나왔는지 "권상우"란 명찰을 달고있는 웨이터에게

      룸으로 안내해달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나야 뭐 별수 있나, 웬일로 한 턱 쏜다는데, 쫄레쫄레 따라가야지.


      원래 백수는 의존적이고 기생충 같은 존재다.


      오늘 첨으로 고급부르주아나 놀 수 있는 룸에 들어왔는데, 영화에서 보던 룸 조명보다 훨씬

      밝고 산뜻한 느낌이다.


      근데, 천장에 웬 cctv가 매달려 있는 게 보인다.


      아, 룸에서 여자 약 먹이고 낼룸낼룸 하는 넘들 때문에 달아놨다 보다.


      하핫! 이거 보는 넘들은 얼마나 황홀할까?


      웨이터에게 주문을 마치고 우린 서로 마주보며 푹신한 소파에 몸을 푹~ 던졌다.


      저 녀석 목에서 나랑 같은 타원형의 목걸이가 찰랑하고 춤을 춘다.


      『야, 너 그 목걸이 어디서 났어?』


      『웅? 아~, 이, 이거 요즘 유행하는 거야. 몰랐구나?』



      훔. 말 더듬는 걸 보니 뭔가 안 좋은 낌새가 넘친다. 뭘까? 울 아부지가 동이한테도 선물해

      주신 건가?


      목걸이를 자세히 보니까, 꼭 연예인들이 방송출현 할 때 몸에다가 거는 마이크처럼 생겼다.


      참 특이한 목걸이군. 훔!


      웨이터의 화려한 셋팅이 끝나자 우린 본격적으로 협상에 들어갔다.


      그 내용은 바로, 오늘 부킹 오는 여자에게 한 명을 비행기 붕붕 띄어 금성까지 찍고 오게끔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야 작업할 때 반은 먹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백수라는 공통점 아래 끈끈한 심적 유대를 쌓았고, 그 행운의 주인공은 바로 내가

      됐다. 푸하합!


      이 녀석, 분위기 파악도 느리고 멍청한 면이 있어 제대로 띄울지 불안하긴 하지만, 한번의

      화끈한 작업으로 몇 달 동안 배불리 살 수 있다는 꿈틀대는 희망이, 엄습해 오는 불안을

      창으로 물리친다.


      앗싸! 글래머 입장!


      『안녕하세요?』


      뽀송뽀송한 피부를 가진 여자가 쑥스럽다는 표정으로 웨이터에게 끌려 들어와 내 옆자리에

      슬그머니 착륙한다.


      고급 부르주아처럼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하루 한끼정도는 얻어먹을 수 있을 여자인 것

      같다.


      『안녕하십니까? 겨울에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난로 같은 남자, 한 대수입니다.』


      특별 서비스로 퍼펙트한 살인미소를 선사하고 슬슬 동이에게 작전개시라는 제스츄어를 취했

      다.


      『풋! 말투가 재밌네요.』


      『앗! 혹시 도둑인가요?』


      『예? 그게 무슨 말이죠?』


      『어떻게 하늘의 별을 훔쳐 눈에 넣었죠?』


      『풋~!』


      『천국에서 인원점검 하느라 난리 났겠군요.』


      『그건 또 왜요?』


      『천사가 한 명 사라졌으니까요.』


      『히히, 외모도 멋지신 분이 유머감각까지 있어서 정말 좋으시겠어요.』


      『오~ 눈 높이가 무려 해발 1000m는 되겠군요.』



      내 말이 끝나자, 손바닥으로 입술을 가리며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그녀.
      나의 신들린 노가리와 고화질 모니터에 걸려들었다.


      계속해서 분위기가 상승곡선을 타며 기분 좋게 무르익어 가는 순간, 동이의 말 한마디가 내

      염통을 압축시켜온다.


      『변호사님, 어딜 가나 역시 멋지십니다.』



      아후~ 저 빙닭! 내 나이 스물 여섯에 무슨 변호사야!


      『어머, 변호사님이셨어요? 굉장히 젊어 보이는데요?』


      『음하하하!』


      어떻게 위기를 모면해야 할지 몰라 웃음으로 무마하려했다.


      『부모 품에서 백수로 지내는 "캥거루족"이 태반이라고 하던데 정말 대단하시네요.』


      백수 얘기가 요즘 인터넷 유머란을 도배하는 것도 열 받는데, 이젠 술자리에서까지 안줏거

      리로 올라오는구나.


      『우리 변호사님은 스스로 자수하신 분입니다.』


      『예? 자수요?』

      아후~ 우라질 넘! 주둥아리 좀 닫고 있지.


      『후후, 자네도 참, 자수성가를 재미있게 표현하는군.』


      『호호, 두 분 다 정말 재미있네요. 근데, 제가 법대생인데 변호사님께 궁금한 거 하나 물어

      봐도 될까요?』


      웁스!


      그녀의 기습적인 질문에 말을 풍선처럼 부풀려서 세 바퀴나 빙빙 돌려봤지만, 결국 3분만에

      모든 작전이 미수로 그치고 밖으로 나가려는 그녀의 팔목을 붙잡고 매달리는 신세가 되었

      다.


      『혹시 연락처라도..』


      『전화번호부에 있어요!』


      『이름이라도..』


      『그것도 전화번호부에 있어요!』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빙닭아! 분위기 좋았는데 깽판 놓으면 어떡해!』


      『한 우물만 파지 말고 여러 우물을 파야지.』


      『대박 엎을 넘아! 기회가 계속 오는지 알아?!』


      『쉬이잇! 낮말은 쥐가 듣고 밤 말은 새가 들어.』


      『우라질! 속담을 쓰려면 제대로 알고 써! 너 때문에 나도 헷갈리잖아! 그리고 요즘엔 도청

      장치하면 밤이고 낮이고 다 들어! 아후~ 화딱지 나게 할 넘!』


      한번의 교전으로 좀 나은 기대심리를 가져봤지만, 잠시 후 섹시걸이 들어오자 나를 의사라

      고 소개하며 재방송으로 엿을 먹였다.


      나는 버퍼링 완료된 분노의 힘을 네발에 실어 힘껏 땅을 박차고 붕 날라 놈의 모가지에
      일격을 가했다.


      한·미 SOFA 개정될 때까지 패도 시원찮을 넘! 아무리 똥은 똥끼리 뭉친다지만 정말 레벨

      안 맞아서 못 놀겠다.


      이 넘은 분명 조물주의 실수로 인간의 언어를 습득하게된 한 마리의 반달곰일 것이다.


      결국 몇 번이나 작업에 실패하고서 무안타 무득점으로 룸에서 나와버렸다.


      그러자, 현란한 사이키 조명에 뒤엉켜, 적나라하게 드러난 육감적인 몸매를 섹쉬하게 샬랑샬

      랑 흔들어대는 쭉쭉빵빵 걸들의 요염한 눈빛들이 내 망막에 싱싱하게 감겨들어 왔다.








      파릇파릇 보송보송, 돋아난 지 얼마 안된 살 껍닥들을 바라보다 아쉬운 마음을 떨친 채, 출

      구 쪽으로 걸어나가려고 하는 순간,


      『자, 지금부터 오늘의 스페셜 이벤트인 노예팅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예쁜

      여성을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원색적인 말투로 사회자가 야릇한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와~~~』



      어느새 룸에서 나와 스테이지 외곽을 둘러싼 남녀들이 환호성을 질러댄다.


      『대수야~ 우리 저것 좀 보다 가자.』


      『띵기리~ 보면 뭐해! 그림의 떡인걸!』


      『그러니까 난 대충 굿이나 보고 빵이나 먹자는 거지.』



      미칠넘! 속담을 제대로 말하는걸 못 봐요!


      잠시 후, 환상적인 몸매의 선녀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무대 위로 올라왔고 한 명씩

      장기자랑을 시작했다.


      각자 자신의 장기를 선보인 뒤 경매에 나서는 방식이었다.




      첫 번째로 머리에 빨간색 물감을 바른 여성이 밋밋한 춤으로 자신을

      알리고 9만원에 낙찰되었다.

      이번엔 빨간 원피스의 여성이 익숙한 솜씨로 음악에 맞춰 블라우스를

      벗기 시작하자, 주황색 브래지어가 나이트클럽 조명을 받아 반짝였다.

      환호소리와 함께, 14만원 낙찰!


      다음 여성은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더듬다가 분위기에 도취되자, 섹시한 뒷모습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아슬한 똥꼬치마의 살랑거리는 모습을 담아, 앵콜송과 함께,


      22만원 낙찰!


      끝으로 짧은 분홍색 원피스에 청순해 보이는 여자가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음악소리에 맞춰

      격렬하게 몸을 흔들어댄다.


      허걱! 가뭄에 콩 같은 미녀! 내 모든 감각과 세포의 이상형이다!


      이런 여왕님이 이런 보잘것없는 곳에 행차하시다니.


      아~, 집에 가서 집문서라도 들고 오고 싶은 심정이다. 입에 고여있던 침이 꼴깍꼴깍 목구멍

      으로 넘어간다.


      『자, 마지막 경매입니다. 이번 분은 호응이 좋아 특별히 10만원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순식간에 17만원까지 올라간 나의 이상형.


      역시 인테리어 값하는구나. 나도 저런 여자와 하루동안 꼼지락거려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

      을까.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


      『대수야~ 우리 쟤 만땅 채워주고 갈까?』


      『만땅?』


      그래, 어차피 내가 먹지도 못할 떡, 남들도 쉽게 먹으면 안되지.


      짜식! 같은 백수라 그런지 뭔가 통하는 구석은 있구나.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


      어느새 20만원까지 몸값이 치솟은 그녀에게 무대 한복판을 향해 크게 외쳤다.


      『23만원!』


      그러자 한쪽에서 그녀를 찜해 둔 넘이 우릴 야리며 크게 외친다.


      『25만원!』



      그래! 여긴 좀 있는 넘들이 오는 곳이지?


      호주머니에 꽂은 손으로 백 원 짜리 몇 개를 꼼지락거리면서 크게 외쳤다.


      『30만원!』


      가진 건 쥐뿔도 없지만 절대 지고서는 못사는 성미다. 나도 악바리 근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자, 그 녀석 광분했는지 광란의 레이스를 펼친다.


      『40만원!』



      그래 마구 질러라, 니 돈 나가지 내 돈 나가냐.


      이번엔 50만원을 외쳤더니 저 녀석 65만원으로 껑충 도망간다.


      다시 한번 75만원으로 뒤를 쫓았더니 90만원으로 가속도를 낸다.


      대박 터질 넘. 비싸게 먹어봐라.


      마지막으로 크게 "100만원"을 외치고 동이와 난 아쉬움을 감춘 채, 뒤를 돌아 다시 출구 쪽

      으로 향했다.


      그런데, 어두운 조명에 웬 날벼락!


      사회자의 시큼한 멘트가 내 고막을 강타한다.


      『자, 100만원! 더 이상 없습니까? 축하드립니다~ 100만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을 무대로 모시겠습니다~』



      허걱! 무릎이 푹~ 꺾이면서, 코에서 바람이 슝~ 새어나오는 이 기분.


      돗땠다!









      컷~!





    이대리입니다. ^^

    재미있게 읽으신 분~ 손~!

    두리번~ 두리번~ (-.,-) -)

    아무도 없네~~~ ^.,^

    갈수록 더 재밌어질 백마 탄 백수 많은 사랑바랍니다~~

    총총..






    나누어 줄수록 더욱 풍요로운 마음밭 따뜻한 말 한마디가 용기를 주고 사랑을 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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