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창밖으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이제 막 물오르기 시작한 4월의 나무들이 너무나 예쁜 연두색 이파리들을 돋아 올리고 있다.
온통 산은 연두색으로 물들었다.
아직 채 이슬기가 가시지 않은 촉촉한 나무들이 숨 막히게 달려온 일(日)의 온 몸과 마음에 생명을 불어넣는 듯했다.
‘좋은 생각만 하자. 좋은 생각만 하자. 좋은 생각만….’
주문을 외우듯 그렇게 스스로를 추스르고 있었다.
먼데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는 뒤로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는 더 먼데 있는 나무가 이내 다가온다.
길을 따라 난 가로수가 한 그루 한그루씩 꼬리를 물고 다가온다.
한참을 그렇게 마음을 추스르며 지나가는 가로수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햇볕이 따사로워 조금씩 나른해진다.
의자를 조금 뒤로 눕히고는 서서히 잠이 들고 있었다.
“어머니?”
어머니가 앞 칸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신다. 왠지 시무룩한 얼굴로 서서히 다가오신다.
한 손에는 오래된 성경책이 들려져 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실 때, 함께 화장했던 그 성경책이다. 어머니는 평생 저 한 권의 책을 보물처럼 여기며 사셨다.
“태일아, 안 된다.”
“뭐가요? 뭐가 안 된다는 거예요?”
“안 된다.”
조금씩 일(日) 가까이로 오던 어머니는 일(日)이 앉아있는 정면에 서셨다.
마치 앞좌석과 오버랩이 된 듯, 아니 앞좌석과 일체가 되었다고 해야 더 맞을까?
이윽고 여러 사람의 목소리 같기도 하고 짐승의 울부짖음 같기도 한 비명이 어머니의 목구멍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년을 만나면 안 돼!! 그년은 널 죽게 만들 거야!! 널 죽게 만들 거야!!”
엄청난 비명소리에 귀가 찢어질 지경이다.
소리뿐만 아니라 그 목구멍에서 나는 악취라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것이었다.
저절로 고개가 돌려졌다.
갑자기 어머니의 모습이 무시무시한 괴물, 짐승의 모습으로 변했다.
두 눈은 끔찍한 빨간 빛으로 빛났다.
그 짐승은 두 손으로 일(日)의 머리를 움켜쥐며 외쳤다.
“안 돼!! 안 돼!! 죽여 버릴 거야!!”
“으-헉!!”
꿈이다. 하지만 너무나 생생했다. 너무나 끔찍했다.
일(日)의 몸은 두려움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온 몸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그 때, 이상한 물체가 휙 하고 창밖에서 날았다.
“뭐- 뭐지?”
그 물체는 꿈에서 보았던 기묘한 괴물의 모습과 비슷했다.
그 괴물은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가로수중 하나의 꼭대기에 올라섰다.
그리고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일(日)의 시선을 지나쳐 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다음에 오는 가로수 위에도 똑같은 모습으로 앉아서 섬뜩한 웃음을 웃으며 그의 시선을 지나는 것이었다.
그 다음 가로수에도…. 그 다음 가로수에도….
그가 웃으며 섬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목숨을 걸어보겠나? 크크크크크….”
그런데 이상한 것은 창밖에 있는 그 물체의 속삭임과 비웃음이 귀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정확하게 들렸다는 것이었다.
“으-헉!”
일은 얼른 커튼을 닫았다.
‘꿈의 잔상일 뿐이야. 꿈의 잔상일 뿐……. 하지만, 아니라면? 내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파멸이다! 죽음이다!”
갑자기 눈앞의 의자에서 검은 물체가 솟구치더니 그의 목을 움켜잡고 소리쳤다. 그 짐승이었다.
“으악! 으악!!! 으악!”
꿈이었다.
‘이번엔 진짜로 깨어난 건가?’
일(日)은 자신의 뺨을 힘껏 때려보았다. 아프다. 정말 꿈에서 깨어났다.
주변의 사람들이 그를 안쓰러운 듯 쳐다보았다.
어떤 여자는 그의 고함에 놀라 마시던 음료를 얼굴에 다 쏟아버렸다.
“죄-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악몽을 꾸어서 그만….”
씁쓸한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창밖은 아름답다.
다만 검은 새 한 마리가 산위를 날고 있을 뿐이었다.
검은 새의 눈이 섬뜩한 빨간 색으로 빛났다.
“목숨을 걸 수 있겠나, 인간이여. 크크크크크.”
          <img src=http://www.dreamplus.net/home_wizard/taebarii/image/산토리니마을.jpg>
<br>친구홈페이지에서 퍼온 산토리니 마을입니다.<br> 장난감도, 이미지작업한 것도 아닌,<br> 그리스의 산토리니 마을 저녁풍경을 그대로 찍은 것이지요.<br>
아! 가고싶다 산토리니!!<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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