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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38603
    작성자 : 선희남친
    추천 : 19
    조회수 : 1372
    IP : 211.206.***.238
    댓글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5/01 18:35:35
    원글작성시간 : 2004/04/26 09:50:12
    http://todayhumor.com/?humorbest_38603 모바일
    역경속에서 피어나는 미소 (꽁트입니다.)
    좋은글 모음 사이트 말방 http://www.malbang.com

    예전에 쓴 꽁트인데, 올립니다. 오늘하루도 좋은일로 시작하시길...



    “아저씨, 오늘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응, 너두 고생 많았다. 그리고 이거 이번 달 월급이야. 네덕분에 장사가 잘돼서 저번보다 2만원 더 넣었으니까 잘쓰라구.”

    “아저씨……, 고맙습니다!”

    “고맙긴, 너 덕분에 장사가 더 잘됐는데 내가 오히려 고맙지.”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오냐, 조심히 들어가……. 쯧쯧, 그놈의 IMF가 뭔지. 한참 부모 밑에서 행복해야 할 나이인데 말이야.”

    현민이 이곳에서 일한 지도 벌써 3달째가 다 되어 갔다. 한참 IMF로 인해 전체적으로 경기가 어려울 때, 어느 날 갑자기 막무가내로 찾아와서 무엇이든지 열심히 할 테니깐 일자리를 달라고 때 쓰듯이 부탁하던 3달 전의 현민의 모습이 떠올랐다. 직장인이던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던 현민은, 어느 날 아버지가 갑작스런 명예퇴직과, 그 얼마안되는 퇴직금을 노린 사기를 당해, 그 충격으로 술에 취해서 귀가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까지 당해 집에서 누워 계셔서, 어쩔 수 없이 집안의 가장이 되어 버렸다. 물론 사정이야 딱했지만 이곳도 IMF이후로 그리 넉넉한 편이 되지 못했기에, 일손이 필요하긴 했지만 거절할 수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일단 작은보수로라도 일하게 해 달라고 자꾸만 간청하던 현민의 눈빛이 너무도 간절하고 애처로워, 비록 적은 보수로나마 일단 일을 하라고 허락했었다. 그게 바로 석달전의 현민과의 첫만남이었다. 말이 유통업이지 실은 노가대나 같은 일이어서, 처음에는 18세란 어린 나이에 일을 잘할수 있을까란 걱정이 앞섰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고 또한 항상 힘든 일도 즐겁게 일해 나가는 현민이를 볼 때마다 자꾸만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일 끝나면 언제나 곧장 집으로 가서 아픈 아버지를 돌바드리고, 사춘기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쓰고 싶은 것, 갖고싶은것도 하나 사지 않고 어렵게 번 돈을 아버지 약값과 생활비로 다쓰는 현민을 볼 때마다, 그리 넉넉하게 주지 못해서 안타깝기도 했다. 그래도 고맙게도 현민은 싫은 기색 한번 없이 언제나 열심히였다. 그런 현민이었기에 더욱더 안쓰러운지도 몰랐다.


    하루의 시작은 언제나 찬란한 햇빛과 함께 현민의 밝은 인사로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벌써 나오셨네요.”

    “응, 너두 일찍 나왔구나. 그래, 아버님은 좀 어떠시냐?”

    “아저씨께서 걱정해주셔서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어요.”

    “그래 곧 완쾌되실 거다. 네가 그렇게 지극정성이니까 당연히 금방 좋아지실 꺼야.

    현민은 언제나처럼 자신의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창고로 갔다. 현민의 일이란 건 다름 아닌 바로 창고에서 하루 납품해야 할 물품을 꺼내서 차에 싣는 것을 도와주고, 또한 받아 온 물품을 다시 창고에 정리하는 일 이였다. 하루종일 계속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물품이 나가거나 들어올 때 한번에 많은 양이 오고가기에 제법 힘든 일이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서 납품냥이 조금 더 많았다. 그렇지만 현민은 조금도 힘든기색 하나 없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였다. 그런 현민을 보면 꼭 일이 좋아서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난 현민이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 누구보다도 더욱더 성실하고 즐거운 모습으로 일하고 늦은 저녁에서야 돌아가는 현민의 어깨는, 누적된 피곤이 무겁게 싸여 있어서 늘 축 처져 있었다. 간혹 그런 모습이 안쓰러워서 안타까운 듯 뒷모습을 바라보면, 내가 보고 있는걸 눈치챘는지 금방이라도 휘파람이라도 불것처럼 씩씩하게 달려가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습도 얼마보지 못할 것 같았다. IMF여파로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하여 직원을 두지 못할 형편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이 사실을 현민에게 말해야 할지……. 미안함 때문에 즐겁게 일하는 현민의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어려울 때는 다 돕고 살아야 하는 것인데……. IMF가 돈뿐만 아니라, 우리 맘속의 마지막 남아있던 정까지 빼앗아 가 버린 것이었다. 현민에게 말할 기회를 노렸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사실 내가 현민이를 쫓아낸다면 현민이는 아버지 치료비와 생활비를 벌 방법이 전혀 없어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처럼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는 현민의 모습을 보면서 독하게 해고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냥 조금은 어렵겠지만 지금까지 잘해왔던것처럼 앞으로도 버텨 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몇 일정도 생각을 더 해봐야 될 문제였다.

    “응?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현민아 밥먹고 와서 하자.”

    “예. 식사 맛있게 드십시요.”

    “오냐, 너두 맛있게 먹어라.”

    현민은 집이 얼마 멀지 않아서, 매일 점심을 아버지 식사차릴겸해서 집에 가서 먹었다. 그러다 보니 1시간밖에 안 되는 점심시간이 현민에는 늘 빠듯한 시간이곤 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식사 시간을 늘려 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늘려 주었지만 번번히 형민이 그렇게 하는걸 극구 사양하고, 언제나 제시간에 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을 웬일인지 식사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현민은 오지를 않고 있었다. 혹시 무슨 일이라고 생긴 걸까? 좀처럼 늦는 일이 없는 현민이기 때문에 걱정이 들어왔다.

    “뜨르르릉, 뜨르르릉!”

    “감사합니다. 현대유통입니다. 예, 맞는데요. 뭐요? 현민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요? 거기 지금 어디 병원입니까? 해상병원이라구요. 예,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현민이가 교통사고라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렇게 열심인 애를……. 방금전까지 그렇게 즐겁게 일하던 아이인데. 그래도 그리 큰 사고가 아니라고 하니 일단은 안심이 되었다. 자통차가 아닌 오토바이에 부딪친 모양이었다. 이곳에서 해상병원은 그리 멀지 않았다. 전화받은후 10분 후에 병원에 도착했다. 현민은 그때까지 응급실에 누워 있었다, 다행히 의식은 있었다.

    “현민아, 어떻게 된 거야?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라니. 그래 몸은 괜찮은 거야?”

    “아저씨……. 죄송해요.”

    “죄송은 무슨, 그래 몸은 괜찮아?”

    “예, 괜찮아요, 당장 일해도 끄떡없어요. 봐요, 아무렇지도 안잖아요.”

    현민은 괜찮다는 듯 몸을 반쯤 일으켜 팔을 휘둘러 보였다. 하지만 고통을 참는 표정이 역력했다. 자신의 몸이 다쳤으면서도, 무엇보다도 먼저 일자리가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그래, 그래, 괜찮구나. 당장 일해도 되겠어. 그래, 검사 결과는 나왔니?”

    “검사는 뭘요. 괜찮다니깐요.”

    “그럼, 검사도 안한거야?”

    “엑스레이만 찍었어요. 검사 결과는 아직 안나왔구요,. 하지만 하나도 안아프다니깐요. 저기 의사 선생님 오시네요.”

    “이현민씨 보호자 되십니까?”

    “예? 예. 그래, 검사 결과는 어떻습니까? 크게 다친 데는 없습니까?”

    “우측 팔에 골절입니다. 넘어지면서 몸으로 팔 관절을 누른 모양입니다. 한 4주정도 기부스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팔 외에는 다른곳은 모두 괜찮습니다. 가벼운 찰과상 정도 이니깐요.”

    “아니에요, 선생님, 괜찮아요. 봐요! 아무렇지도 안잖아요? 아저씨, 전 정말 괜찮다니깐요.”

    “현민아, 선생님 말씀 들었잖아. 넌 괜찮지 않다고. 팔에 기부스를 해야 한다고 하잖아.”

    “아저씨, 정말 전 괜찮아요. 정말이에요……. 제가 일을 못하면 안된단 말이에요. 아저씨.”

    “현민아, 넌 먼저 치료를 받아야 해. 일보다는 네 몸이 우선이라구. 선생님 기부스를 해주십시오.”

    “아저씨…….”


    기부스를 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아무리 IMF가 일어났다고 하지만, 이 땅에는 아직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돈을 펑펑 스는 사람이 많다. 반면에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하고, 고통스런 현실에서 발버둥치려고 노력해도, 오히려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기만 하는 불행한 사람도 많았다. 서로 조금만 관심을 갖고 도와주면서 살아가면 될 것인데. 그렇다면 IMF도 우리에게 이처럼 절망으로 다가오지도 않았을 테고, 결코 끊을 수 없는 쇠사슬이 아닌, 우리가 정으로 하나 되고 다함께 단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우리들은 너무도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닳았다.

    기부스를 하고 나오는 현민은 의기소침해 있었다. 일할 때 아무리 힘들어도 미소짓던 현민의 얼굴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현민은 나를 보고는 애써 미소지으려 했다.

    “아저씨, 그 동안 고마웠습니다. 아저씨도 뻔히 어려운걸 잘 알면서도……. 그 동안 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민은 날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힘없이 접수실로 걸어갔다. 아마도 계산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손님, 계산은 이미 끝났는데요.”

    “예? 누가……? 설마, 아저씨께서?”

    “현민아. 공짜는 아니야. 단지 가불해주는거야.”

    “아저씨…….”

    “그리고 그 쪼금 아프다고 해서, 핑계로 일을 안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물품일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할일은 많단 말이야. 네가 날 도와주어야지. 나 혼자서는 힘들단 말야. 다른 사람 구하려고 해도 너만큼 열심히 하는 일꾼도 없으니깐.”

    “아저씨……,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현민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오후의 햇살에 더없이 반짝였다. 그리고 현민의 행복한 미소가 아침 햇살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세상을 밝게 빛내는 보이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세상을 다시 일으키려는 성실한 일꾼들이 있습니다.

    IMF는 봄에 내리는 잠깐 동안의 단비였습니다.

    비온 뒤의 하늘이 더욱 청명해지고, 땅이 더욱 굳어지듯, IMF로 인해서 우리의 미래는 더욱 밝게 빛날 것입니다
    선희남친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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