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무지개






 
 왜 갑자기 뚱딴지같이 무지개 타령일까?

지하에서 일하면서 무지개를 볼 수 있을리는 없고,

설마하니 무지개색 차량을 봤다고 이런 제목을 썼을리도 없고.

아니,혹 있을 지도 모르겠군.-_-b

때는 어느 주말의 느즈막한 저녁시간이었다.

이 시간이면 낮에 쇼핑하러 왔던 차량들이 물밀듯이 빠져나가는 때이다.

물론 주말에는 입차만큼 출차도 많아 

빈 공간은 백화점 마감시간이 가까워져야 생기기 시작하지만 

저녁시간에는 우리끼리 말하는 마트,검품장,출구 포스트(근무구역)가 바빠진다.

왜냐하면 출차들이 올 때 안내 수신호와 인사,멘트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계던가.-_-?

차들이 줄지어 나오므로 모든 차에게 안내 서비스를 하는 것이란 솔직히 무리다.

내가 갓 입사했을 병아리 시절에는 

이런 자잘한 것들까지 빼먹으면 잘리는 줄 알았다.-_-;;

그런데 입사하고 한두달 지나다보니 

동료들 사이에서도 몸 추려가면서 하라는 소리가 나온다.

가뜩이나 방학시즌이 끝나면 알바생들도 많이 빠져나가 

점차적으로 인원이 많이 줄어든 상태였는데

나오는 차량들에게 모두 인사,멘트,수신호까지 완벽히 하라는 것은

우리를 두 번 죽이는 일이 아니고 뭐겠는가.

주임들 또한 이런 사실을 알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런 이야기도 했더랬다.

"물론 너희들이 모든 차들한테 인사하고,수신호하고,멘트까지 크게 할 수는 없을거야.

그래도 우리가 하는 일이 이건데 8-90%의 차량에게는 완벽히 해야 하지 않겠냐."

하지만...

8-90%라기 보다는 실상은 70%정도 될까?

차가 10대 지나가면 7대 정도한테만 정해진 규율대로 맞이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제대로 하는 비율은 신입 때에는 무척 높지만 

날이 갈수록 급속도로 줄어든다.

그만큼 목 아프고,팔 아프고,다리 아프고.

어랏,이야기가 딴 곳으로 새고 있었나?-_-?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야지!

아무튼 내가 출차들이 많은 시간대에 마트 빽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여기서 잠깐!

마트 빽이라 함은 마트라 부르는 골목의 안에서 근무 서는 것을 말한다.

나오는 출차들을 맞이하며 

"휙,휘익,휙!<(-_-)/"

수신호한 뒤에

"고맙습니다.안녕히 가십시오!"

라고 외치며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있었다.

한참을 그것만 하다보니 나의 정신과 몸 상태는 그야말로 지겨워 쓰러지기 직전.

그렇게 온몸을 비비꼬며 대기자세를 하고 있던 찰나였다.

저 쪽에서 다가오는 귀염둥이 차량~

여기서 잠깐!

귀염둥이라 함은 마티즈,티코,아토즈 등 길이가 짧은 경차들을 말한다.

이들 차량은 우리가 매번 세우는 일렬주차를 할 때 가장 유용하고,

기둥 사이에 주차시킬 때도 안으로 쏙 들어가 참 반가우며,

웬만한 주차박스 안에 아무렇게나 대더라도 

다른 차에 방해를 주지 않아 우리가 몹시 반긴다.-_-b

저 앞에서 처음 오는 차량을 보니 금색 마티즈.

'귀염둥이 오는구나.수신호를 해야...오잉?-_-?'

그런데 그 뒤를 따라오는 파란색 마티즈.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오는 연두색 마티즈,

그 뒤를 잇는 노란색 마티즈,

그 뒤로 오는 빨간색 아토즈,

그리고 검은색 마티즈,

마지막으로 오는 흰색 티코.-_-;;

'푸훗!저게 뭐야!무슨 이벤트라도 하는 건가!-_-;;'

그랬다.

저 차량들은 무슨 퍼레이드라도 하듯이 나란히 마트 골목을 나오고 있었는데

재밌었던 것은 모두 다 다른 색깔에 

모두 귀염둥이 차량이었고,

개수를 세어보니 신기하게도 딱 7개였다는 것이었다.-_-b

나는 순간 멍해진 나머지 수신호도 까먹고,

지나가는 차량들을 보며 입안 가득 웃음을 참지 못해 구를 지경이었다.

뭐가 그렇게 웃겼냐고?

그걸 몰라서 묻는단 말인가!

"출차가 나오는 이른 저녁에

경차 일곱 나란히 내려옵니다~♪

빨간 경차,

노란 경차,

검둥이 경차~

좁다란~

마트길에~

경차 일곱 나란히 지나갑니다~♬"

뭐,이런 노래를 내가 그 상황에 불렀다는 것은 아니고.-_-;;

그 일은 지겨워 죽으려는 나의 지친 몸에 일순간 활력소가 되어준

고마운 에피소드였다.

아참,이 글을 보게 될지 모르는 경차 운전자분들에게...

우리 주차요원들은 작은 차를 모는 당신들을 사랑합니다.-_-*

큰 차가 무슨 소용이냐!

기름도 안 나는 나라에서!

주차장에서 일하면서 보기에는

경차 운전자가 주차도 더 잘 하고,

하나같이 다들 친절하더만~^^







15 일렬주차




 주말의 주차장은 그야말로 차량들로 북새통이다.

그래서 우리가 그 해결방안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일.렬.주.차!

혹 일렬주차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시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일렬주차는 주차공간이 부족할 때 다른 차를 가로막거나 

귀퉁이에 세우는 주차방법을 말한다.

그래서 일렬주차에 적용되는 차량에는 제한이 있다.

보통 평일에는 근무인원이 적어 기둥일렬이라는 것을 받는다.

기둥과 기둥 사이의 공간으로 차 한 대가 들어가는데

옆에서 차가 나오기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다.

주차하는 사람도 비교적 안심하고 주차할 수 있고,

차량제한도 반대편에 차가 나오는 곳이 없다면 승합차까지도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이 공간을 박스(주차공간을 말하는 용어)로 포함시키기도 한다.

문제는 미는 일렬이다.

모든 차량에는 사이드 브레이크라는 제동장치가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차를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겠지만 혹시 모르시는 사람을 위해...

기다리셨습니까~♪

여기서 잠깐!-_-!

뭐,안 기다렸어도 설명은 들어가려고했다.-_-;;

음흠...!

사이드 브레이크는 기어조작장치 뒤에 있는 일자모양의 장치를 말한다.

운전을 안 하는 사람이라도 이는 많이 알고 있을 정도로 기본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차를 주차하고나서 차량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보통 사이드를 채운다라고 하는데

반대로 지금 말하려고 하는 미는 일렬을 받는 경우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미는 일렬의 경우 막혀있는 차가 나올 때를 위해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어놔야한다.

하지만 많은 운전자들이 버릇대로 사이드를 채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입버릇처럼 미는 일렬을 안내하고나서는 

꼭 사이드 풀어주세요~라고 알려주는데 

잘 못알아듣는 고객이 많아서 아예 손짓으로도 사이드를 내리는 제스쳐를 취한다.-_-;;

제스쳐의 힘이 커서일까?

이렇게까지하면 대부분 알아듣는다.

물론 못 알아들었다면 이동주차를 해달라는 차량번호 방송을 하고,

고객에게 전화를 걸며,

미는 일렬은 작은 차량뿐이므로 차량이동도구를 써서 움직이기도 한다.

사이드만 풀면 미는 일렬이 되느냐고?

물론 아니다!-_-

일단 주차시에 주차선에 맞게 수평으로 주차해야하고,

사이드를 풀면서 기어를 중립으로 해야한다.

기어를 중립으로 하지 않으면 차를 밀어도 꼼짝도 안 하기 때문에~

실제 우리의 일렬주차하는 상황을 보면 이렇다.

포스트 근무자가 센터 근무자에게 일렬을 달라고 

양손으로 빗금을 긋는 제스쳐를 한다.

그럼 조그만 차량이 저 쪽에서 온다.

(이 조그만 차량이란 보통 아반떼 이하 크기의 차량들이다.) 

주차안내원은 그럼 재빨리 일렬주차를 해달라는 몸짓을 하고,

대부분의 고객들은 신기하게 이건 알아듣고 일렬주차를 한다.

흐흐흐~못 알아듣는 게 이상한건가?^^;

그럼 우리가 수평으로 되도록 안내하고,

손짓으로 사이드 내리면서 기어 중립으로 하라는 제스쳐를 한다.

물론 멘트도 잊지 않는다.

"고객님,사이드 채우지 마시구요.

기어는 반드시 중립으로 해주세요~^^"

그럼 7-80%는 시키는 대로 잘 한다.

가끔 드물게 자신의 차량이 작아서 여기에 주차를 시키는 거냐고 하는 고객들은 

기다려서라도 제대로 된 공간을 마련해 주긴 하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빨리 물건을 사고,나오고 싶어하기 때문에

아무 불만없이 주차하고는 한다.

특히 차량이 많은 주말이라면 말이다.

만약 주차공간이 빤히 보이는 데도 일렬주차를 시키려고 하면

우리 양심에도 찔리거니와

고객이 먼저 보고 저쪽으로 가겠다는 말을 한다.

우리야 다른 큰 차를 받을 수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고객입장에서는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꿔서 생각해보면 내가 경차를 몰다가 그런 일을 당해도 불쾌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실제 컴플레인이 걸린 사례도 있고.

그래서 주말에는 제발...

백화점은 차량이 북적대는 것을 숙지하고 있도록 하자!(-_-)>







16 방전




 배터리 방전이란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주로 오래된 차량에서 발생하는 일인데

차량을 주차시켜놓고,

쇼핑을 하고와서는 시동을 걸었는데

배터리 용량이 없어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경우이다.

근무서다보면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보게 되는데

그래서 주차장 창고에는 항상 비상용 배터리가 마련되어있다.

내가 야간근무를 서고 있을 때였다.

시간상으로 9시 반이 넘었을 때이고,

S백화점의 영업시간은 10시.(백화점-8시,마트-10시)

즉 폐점시간이 가까워졌을 때였다.

어디선가 아주머니 고객 한 분이 걸어온다.

"제 차가 배터리가 방전된 것 같은데요.

이거 어떻게 해야 하죠?"

차량을 보니 적어도 5-6년은 된 차량이다.

아니,자세히 보니 7-8년 정도 된 것 같기도...-_-

그래서 무전기로 상황을 알렸다.

"제로,제로 송신해주세요!"

여기서 잠깐!

제로라 함은 주차상황실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예,말씀하세요."

다행스럽게도 바로 주임 목소리가 들려온다.

"네,여기 지하1층인데 고객분 차량 하나가 방전이 되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 빨리 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

"네,바로 가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고객에게 지금 관리자가 오고 있으니 좀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고객 왈,

"저 로우카 서비스 불렀는데 오긴 올까요?"

'로,로우카?-_-;;'

다들 아시다시피 영화배우 차태현이 광고에서 선전하는 로우카 서비스.

(광고가 될 수 있어 이름을 바꿨다.이해 바란다.으흠...-_-;;)

물론 이런 보험회사 서비스는 대부분 이런 경우 직접 와서 해결해주고는 한다.

'그럼 주임이 올 필요가 있나?'

그리고 시계를 보니 마감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와야겠구만...-_-;'

이윽고 한 손에는 배터리를 끈 채 지하 1층으로 허겁지겁 올라오는 주임이 보였다.

"주임님,여기에요~"

그리고 주임은 곧 차량에 달라붙어 배터리 선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그 때 홀연히 나타나는 로우카 차량.

절묘하구만...-_-

조그만 다마스에서 내린 로우카 직원은 역시나 그 광고답게도 재빨리 일을 해결하더라.

그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주임을 보고 있노라니 괜히 내가 미안한 마음이...-_-;;;

아무튼 로우카 직원은 일을 해결하고,

잽싸게 백화점을 빠져나갔다.

혹시 저 고객 나중에 다른 사람들한테 이런 얘기나 하지 않았을까?

"야,내가 전번에 S백화점 갔다가 배터리 방전되서 고생했잖아~

백화점 끝나가는데!

아,문을 닫겠더라구~"

"니 차가 좀 낡긴 했지.-_-

그래서 어떻게 했어?"

"나야 모르지~

로우카가 알아서 해줬거든~"

이렇게 말했을 지도...-_-^

어쨌거나 많은 차량이 항상 드나드는 곳이다보니 

일상처럼 별의별 상황들을 겪게 되는 곳이 이 곳인 듯도 싶다.










p.s 아,연재글 쓰는 건 정말 자신과의 싸움 같아요.

헥,헥...-_-;;







↓주차권을 나눠주는 동료의 모습-_-b

↓↓5월 맞이 봄 사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