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고의 추억
주)제목의 인고라 함은 忍苦 또는 仁川高等學校를 말함.
1 연못에 붕어 한 마리~♬
고3은 하루하루가 같은 날의 연속이다.
그래서 고3의 행동들을 찬찬히 살펴보노라면
흔히 말하는 정신분열증세 위험이 보이기도 한다.-_-
물론 위험에 그치지 못하면 미치는 케이스도 있긴 하지만...
그만큼 고되고 지루한게 수험생의 일상 아니던가.
하지만!
상당수 학생들은 이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고는 하였으니...
검사Kei가 다닌 학교가 공학이 아닌 남고라 잘 모르겠으나
남학교에서는 이를 격투기,
복도에서 죽어라 달리기 또는 추격 놀이,
쭈쭈바 입에 물고 거리 활보하기,
막대사탕 입에 물고 공상에 빠지기 등등...
생긴 것은 다 큰 어른인데 하는 짓은 초등학생이니
이것이 우리 고3 스트레스의 폐해라 하겠다.-_-;;
나 또한 이것들로 스트레스를 곧잘 풀곤 하였는데
나와 같이 다니던 용식이(실명이다.어차피 지금 군대가서 없다!-_-b)란
과격한 녀석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모교인 인천고등학교(이하 인고)에는 구석에 흰수염고래 눈알만한 연못이 하나 있다.
뭐라고?
얼마나 큰 크기인지 감이 안 온다고?
음...
그럼 다 큰 아프리카 코끼리 머리 크기 정도 될까?
더 자세히 말하자면...
아나콘다 서너마리 펴놓은 크기?
이것도 알기 힘들면 메뚜기 4-5000마리 정도 모아놓은 크기?
이 정도로도 추측하기 힘들다면...
직접 가보도록 하자.-_-b
뭐,내가 엉터리 비교를 해서 그렇다고?
인정!!
...이라고 해도 달라질 건 없다.
아무튼 작은 연못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연못에는 나무도 뜯어먹는다는 식인금붕어와
한가로이 일광욕을 즐기는 거북이가 살고 있었는데
지금 내가 할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 먹보 금붕어에 관한 일화이다.
이 금붕어들은 학교에서 누군가 풀어 놓은 것인데
주기적으로 먹이를 주는 사람이 없어서
우리 재학생들이 먹다남은 과자같은 것을 던져주고는 했다.
일부 몰상식한 놈들은 붕어낚시를 계획하기도 했지만
그 붕어들은 화학실 오수를 먹고 자라서 아마 그걸 먹으면...
돌연변이 닌자고딩이 될지도!-_-
하루하루가 지겹게 흐르던 어느 여름날의 오후였다.
고3들은 야자(야간 자율학습)때문에 청소 시간에는 각자 쉬거나
밖에서 농구,축구같은 운동을 하고는 했었는데
나와 용식이 외 서너명은 이 날 아이스크림콘을 들고 운동장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러다 당도한 곳이 바로...
타조알 200개 크기의 이 연못이었다.
(훗...포기한 줄 알았지?-_-b)
우리는 그 연못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용식이가 입으로 오물대던 것을 연못에 툭 뱉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그것에 경악하는 찰나
수면에 떨어지는 조각을 잽싸게 뜯어먹는 이 먹탱이들...-_-;;
"이야~이것들 아주 배고픔에 굶주렸구나~!"
나와 아이들은 저들의 식성과 속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연못에 금붕어 한 마리~
꾸물꾸물 먹어대다~♪
뒷똥배가 쑤욱~
앞똥배가 쑤욱~
꾸물꾸물 잉어가 됐네~♬"
그래서 너도나도 입으로 오물대다가 떨어뜨려주었다.
잘도 먹는 이 먹보 금붕어들은 더이상 금붕어가 아니었다.
'오늘부로 너희는 수중돼지다.-_-'
그렇게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모두 소비한 우리는
청소시간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리자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던가!
저녁식사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일제히 "연못 오케이?"를 외쳤고,
너도나도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든 채로 연못으로 향했다.
그리고 우리의 체액이 가득 묻은 것들을 먹탱이들에게 나눠주었다.-_-*
그 때였다!
"휘익!"
"첨벙~!"
뭐,뭐야?-_-?
놀라서 옆을 보니 그 곳에는 용식이가 방금 투구를 마친 후의 모습.-_-;;
"아니,한 번 맞나 해봤어~"
이런 잔인하기 짝이 없는 인간...-_-;;
용식이란 놈이 먹이(?) 먹으러 올라온 녀석들에게 돌멩이를 던져버린 것이다.
이윽고 우린 또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했으니...!
그것은 바로 수면 위로 살포시 떠있는 먹탱이 한 마리!
...가 아니라 굶주린 붕어 한 마리!
일순간 우리는 용식이에게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일관했고,
그 후로 누군가가 또 그 짓을 시도했다는 이야기는 있으나
붕어를 맞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다만 떨칠 수 없는 의혹이 하나 있었으니...
먹탱이가 혹시...?
용식이가 던진 돌이 아니라
오염된 체액이 묻은 아이스크림을 먹어 숨진 게 아닐까하는 의문만 무성했을 뿐.
아참,
그후로 다른 붕어들은 어떻게 되었냐고?
멀쩡했다.
아마 요전에 죽은 금붕어는 먹탱이일 뿐만 아니라 둔탱이었나보다.-_-;;
2 중요체크
대다수의 학생들은 중요한 곳에 자기 방식대로의 표시를 해둔다.
그것이 별이든 형광펜 밑줄이든간에
그런 식으로 표시를 해두어야 시험 치기도 편하고,
나중에 요점 잡기도 수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많은 학생들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동그라미를 칠 것이다.
나또한 낭비하는 시간이 없기 위해서 중요체크는 동그라미로 했었는데
이제 할 이야기는 이 중요체크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느 날의 점심시간이었다.
우리는 서둘러 점심식사를 마친 뒤 소화도 시킬 겸 모여서 잡담을 하고 있었는데
반에서 공부 꽤 한다는 녀석이 뭔가 얘기해 줄 것이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야,내가 오늘 어이없는 일을 겪었거든."
"뭔데 그래?-_-?"
"그게 말야.국어시간이었는데 난 수업을 잘 듣고 있었거든?"
"어.그래서?"
"어,난 분명 수업을 들으면서 딴 생각한 적이 없는데 옆을 보고 놀랐거든."
"왜?니 옆에 우현(가명)이잖아."
"그래.그 놈 문제집(당시 우린 국어시간에 문제집풀이를 했다.)을 보니까
내가 중요체크 안 한 곳에 체크가 되어있더라구!"
"그래?니가 빼먹은 거 아니고?-_-?"
"자리가 먼 것도 아니고,분명 내가 잘 듣고 있었단 말야."
당시 그 녀석의 자리는 가운데 두번째 줄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상해서 걔꺼 문제집을 잘 봤더니말야."
"봤더니?-_-?"
"이 자식이 졸다가 펜으로 동그라미를 쳐놨더라고~!
아주 모양도 그럴싸해요.단어에만 동그라미를 쳐놨어.
아주 깜빡 속았지,뭐야~!"
"푸하하하하~그 잠보가 일 냈구나~크크큭~"
그랬다.
당시 우현이란 놈은 반에서 알아주는 잠보였는데
쉬는 시간엔 말짱하다가
수업시간만 되면 잠자기 시작하는 녀석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녀석의 자리가 두번째 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의 적발율이 10%수준에 그쳤다는 점이다.
일반 학생들의 적발율이 50%는 됐다고 볼 때 이 놈은 가히 잠의 신이라 할만했다.
이 날의 에피소드는 이 녀석이 졸면서 책에 대고 있던 펜을
자신도 모르게 동그라미로 표시해버린
그야말로 농구하면서 단어 외우는 그런 수준의 행동을 해버린 것이다.
이 일화로 인해 그 놈은 다시 한 번 우리 반의 잠신으로 등극했으며
그 후로도 이 놈의 그 가공할만한 적발 기록은 계속 이어져갔다.
이 녀석이 나중에 대학은 잘 갔냐고?
다행히도 졸업 후 재수는 하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3 거래
나의 고3시절 꿈은 유전공학자였다.
물론 지금 다니는 학과도 분자생물학과이고.
이번 이야기는 당시 나와 선호(이 놈도 군대 있을 것이므로 실명이다.-_-b)라는
절친한 친구 사이에 있었던 짧은 거래 이야기이다.
혹시 위험한 거래였냐고?-_-?
글쎄...
자세히 파고들면 꽤나 위험할지도!-_-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말려들지 모르니 겁나면 글을 그만 읽고,
두 눈을 살포시 감아도 좋다.-_-*
하핫~농담이다~!^^;
아무튼 그 녀석 선호의 꿈은 건축업자였다.
우리는 고3 수험생활이 지칠 때면 서로 커서 뭐할 것인지 물어가며
우리가 왜 공부하는 것인지에 대해 당위성을 부여하려 노력하고는 했었는데
이 날도 그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더랬다.
"선호야.넌 커서 건축할 거라 그랬지?"
"어.진성이 넌 뭐 할거냐?"
"아...난 생명공학 공부하려고.내가 이과 온 이유가 생물이 좋아서잖아."
"그래.니가 수학을 쪼오금 못하긴 하지.-_-"
"그래.아마 이과에서 나처럼 수학 싫어하는 놈도 드물거야.-_-;;"
그렇게 잡담을 나누고 있다가 문득 우리가 커서 성공하면?이란 화제가 떠올랐다.
그래서 내가 말을 꺼냈다.
"야,우리가 커서 성공하면 말야.네가 빌딩 몇 개 짓고 그럼말야."
"그래~계속 말해봐라,진성아우."
"(퍽!)그럼말야.-_-^너랑 나랑 거래를 하는 게 어떻겠냐?"
"으윽...그거 좋은 생각인데~!그럼 넌 유전공학자 한댔으니까 음~"
"전지현을 복제해줄까?-_-?"
당시 그 녀석의 책상은 전지현 사진으로 도배가 될 정도로 선호는 전지현팬이었다.
"그래!그거 좋겠다!그럼 난 너한테 뭘 해줄까?"
"100층짜리 빌딩 하나만 지어주면 돼.-_-b"
"그래!그러자.우리 나중에 성공하면 꼭 넌 전지현 복제해줘!"
"그래!넌 빌딩 꼭 지어줘라!"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그 거래는 어느 한 순간 두 사나이에 의해 약속되었고.
아직도 우리의 거래는 그 꿈을 위해 진행 중이다.^^
p.s 올해는 대부분이 군대를 가서 동창회를 하지 못했답니다.ㅠ.ㅠ
↓날 찾아 BoA요~*(Hint-자켓까지 갖춰 입고 있음.)
↓↓4월의 막바지에 찍은 봄사진입니다!-_-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