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아이들에게, 이제서야 염치없이 한줄 글을 쓰는 관계로 편하게 쓰겠습니다. 불편하신 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div><br></div> <div>2014년 4월 16일, 나는 제주도에 있었다. 너희의 도착지였던, 그 아름다운 섬에.</div> <div>애인과 여행중이었지, 난 행복에 빠져 있었어. 그래도 그 날, 아침 일찍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에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div> <div><br></div> <div>"제주도로 오던 배가 침몰했대. ...근데 나라 안이고, 제주도 근처면 다 구하겠지?" 라고, 나는 대화를 나눴었다.</div> <div>그리고 점심을 먹던 식당에서 난 너희가 다 구조되었다는 오보를 봤어. 기뻤다. 그리고 안도했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어떤 나란데.</div> <div>즐겁게 관광을 마치고 저녁에 다시 숙소로 돌아온 순간, 난 할 말을 잃었다. 전부 오보였다, 사실이 아니었다. 내 안도감은 거짓이었어.</div> <div>그 뒤로도 이어진 제주도 관광동안, 계속 너희의 소식은 특보였다. 나도 봤다. 그리고 가슴을 졸이고, 부디 무사히 구조되기를 기도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그러지 못했다.</div> <div>난 그 뒤로 2년동안, 내 행복에 눈이 계속 멀어있던 동안에. 너희의 소식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div> <div>어설픈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진지하지 않았다. 너희의 불행을 아는 순간, 내 행복이 한풀 꺾일 것 같았기에. </div> <div>아니, 솔직히 말하면 아예 신경조차 쓰지 못했다. 그냥 내가 행복했으니까.</div> <div>그리고 그 일들은 후에 나를 아주 깊게 찔렀다. 아주 깊게.</div> <div><br></div> <div>문제는 내가 너희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던 2년간 너무 많은 것들이 그냥 흘러가버렸단 거였다. 나는 할 수 있는게 없었어.</div> <div>그런데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그 여자가. 그 여자가 저지른 거대한 실책이 우리 앞에 드러났고. 나는 광장으로 나갔다.</div> <div>처음으로, 처음으로 너희에게 인사할 수 있었다. 너희의 숫자도 그 날 처음 알았다. 정말 수치스러웠다. 부끄러웠어.</div> <div>그 뒤로 광장에 나갈때면 늘 너희와 함께 하리라 맹세했다. 시작도 너희와, 끝도 너희와. 기도도 너희와. 그리고...</div> <div>그제서야, 내가 지난 2년, 3년간 미뤄온 것들이 눈에 밟혔다. 마음에 시렸다. 아, 내가 얼마나 무심했던가.</div> <div><br></div> <div>그리고 나는 최선을 다해, 아니 솔직히 최선보다는 조금 더 못하게 너희를 추모하고, 기억하고, 부르짖었다.</div> <div>광장에서 너희의 이름 하나하나를 부르다, 진행자에게 쫓기듯 내려오면서도 부끄러움보다 다 부르지 못했다는 슬픔이 더 진했을만큼.</div> <div>왜냐면 나는 이미 죄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죄인이었다. 내 행복을 위해 너희를 눈감듯 보지 않았던.</div> <div><br></div> <div>아이들아, 그리고 미귀환자 여러분. 정말 미안하고, 더없이 죄송하고. 그 날, 당신들이 오지 못한 그 섬에 있었다는 사실이 나는 너무나 송구... 아니, 죄송하고 슬프고 그렇다. 특히 미귀환자 여러분, 이제는 돌아오시라. 돌아오셔서, 가족들 품에 안기시라. 그리고 당신들이 겪은 고통을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보이시라. 그래서 그 고통만큼 단죄하게 하시라.</div> <div><br></div> <div>지난 날, 그 여자가 권한을 박탈당하고 자리에서 내쫓긴 그 날, 그 날도 난 너희에게 사죄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기도는 했지만, 사죄는 못했다.</div> <div>그래도 오늘, 난 내 가슴 속 응어리의 첫번째 자리에 너희를 두었다. 그래서 사죄하러 왔다.</div> <div>나는 죄인이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죄인일거다. 사형수가, 무기수가 감형을 원해 발버둥치듯 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죄로부터 난 발버둥치고 계속 행동할거다. 그래도 아마, 계속 죄인일거다.</div> <div><br></div> <div>그래도 얘들아, 세월호야. 그 가족분들. 이제는 조금은, 편해지길 기도한다.</div> <div>아주 조금은, 내가 한 행동들이 나를 용서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div> <div>그리고 누군가가 억지로 감춰둔 많은 것들이, 이제는 밝은 세상에서. 미수습자를 비롯한 모든 희생자가 편히 모셔진 그 자리에서.</div> <div>당신들에게 전해지길 기도한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