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다니던 회사의 사장님은 "훗날 내가 나이가 든다면 저분처럼 나이 들어야지." 하는 인생의 롤모델이었다. 직원뿐만 아니라 업계에서 <div>존경을 받는 진정한 어른,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연륜과 지혜, 자신보다 훨씬 나이 어린 사람에게도 항상 공손한 매너, 특히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칠순을 바라보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이에도 여전한 머리숱의 풍성함 등은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내 인생의 롤모델로 전혀 손색이 없었다. </span></div> <div>하지만 그런 완벽한 사장님에게도 한 가지 단점이 있었는데 가끔 영어단어 (특히 신조어) 사용을 하실 때 실수를 하신다는 점이었다.</div> <div>(물론 사장님의 또 다른 단점 중에 회식 자리 분위기를 엄숙하게 하는 그랜드파 개그도 있었지만...)</div> <div><br></div> <div>기억나는 사장님의 실수는</div> <div><br></div> <div>"우리 직원들 지금 공유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뭐지.. 뭐였더라.. 아 맞다.. 구글 스프레이 시트.. 그거 나도 좀 볼 수 있게 해줘요.."</div> <div><br></div> <div>전체 회의 자리에서 구글 스프레이 시트라는 사장님의 말씀에 누구 하나 스프레이가 아닌 스프레드라고 토를 달지 못했다. 나를 포함한 직원들은 </div> <div>아마도 사장님의 실수를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지적질 한다면 다음에 사직서를 펼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을 것이다.</span></div> <div><br></div> <div>"이봐 성대리 스마트폰 잘하지? 내 전화기에 애비 좀 깔아줘 봐. 그것으로 이것저것 할 수 있다는데.." </div> <div><br></div> <div>순간 고민했다. 애비라는 어플리케이션이 있었나? 뭐지.. 불효자 감식 어플인가.. 설마 다운튼 애비? </div> <div><br></div> <div>"사장님 그런데 애비가 어떤..?"</div> <div><br></div> <div>"아.. 젊은 녀석이... 그런 거 있잖아. 버튼만 누르면 문자도 하고 인터넷도 보고 할 수 있는 핸드폰에 까는 애비..애비 말이야.."</div> <div><br></div> <div>사장님께서 말씀하신 건 '앱' 이었다. </div> <div><br></div> <div>"아.. 애비요!!" </div> <div><br></div> <div>비굴한 나는 차마 애비를 앱이라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사장님이 원하시는 카톡 등의 몇 가지를 깔아 드렸다.</div> <div><br></div> <div>그런 생활이 지속하던 중 회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그녀가 입사했다. 그녀는 아쉽게 우리 부서는 아니었지만 나를 포함한 직원들은</div> <div>평소 그녀가 입고 다니는 치마 길이에 한 번 놀라고, 도도하고 차가운 외모와 다르게 모든 사람에게 상냥한 그녀의 성격에 또 한 번 놀랐다.</div> <div>그리고 회사의 유일한 20대였던 그녀는 남성직원은 물론 회사 모든 직원에게 새로운 활력소였다. 부장님은 매일 오후 3시만 되면 만성피로로 인해 </div> <div>다크서클이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코까지 내려와 다크서클 콧수염을 만들었는데 오후 3시만 되면 김흥국을 연상시키는 외모를 가진 부장님께 먼저 다가가 웃으며 커피 </span></div> <div>한 잔을 갖다 줬고, 내게는 그녀의 아버지도 대머리<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셔서 나를 보면 아빠 같은 푸근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리고 브루스 윌리스, 빈 디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제이슨 스테뎀 등을 이야기하며 대머리 중에도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멋진 사람이 많다며 위로해주고는 했다. (그들은 다 잘 생겼잖아!!!)</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물론 여직원들에게는 마치 친동생처럼 살갑게 굴었다.</span></div> <div><br></div> <div>그러던 중 사장님과 그녀의 그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div> <div><br></div> <div>그녀의 부서와 우리 부서가 함께 야근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장님이 그 현장을 급습하셨다. </div> <div><br></div> <div>"아니! 이 시간까지 왜 일을 하고 있는 겁니까? 저녁들은 먹었어요?"</div> <div><br></div> <div>야근하던 사람 중 가장 직급이 높았던 부장님께서 "아.. 다들 일이 있어서.." 라며 말을 얼버무리고 있는데 당당한 그녀가 사장님을 보며</div> <div><br></div> <div>"다들 아직 저녁은 못 먹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식스 센스의 브루스 윌리스 아저씨가 우리 근처에 있는 것도 아닌데 입김이 나올 정도로 싸늘한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분위기를 느껴졌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 그래요? 그럼 뭣 좀 시켜 먹어요. 시간이 늦어서 부담되는 음식을 먹기 그러면 햄버거 같은 거 간단하게 시켜 먹으면 되잖아. 그거 있잖아.</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롯데리아 룸서비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롯데리아 룸서비스... 하아.. 사장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웃음을 참느라 온몸을 순간적으로 경직시켰더니 눈에서는 눈물이, 코에서는 콧물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입에서는 침이 심지어 아랫도리는 따쓰한 그것으로 바지까지 적실 뻔 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사장님 룸서비스가 아니고 홈서비스입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우리는 순간 그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냈고, 바로 신입사원 그녀였다. 그녀가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친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 사람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몇 년 간 묵힌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사장님은 잠시 당황하신 표정으로 "아.. 룸이 아니고 홈이었나? 이거 나이 드니까 실수를 하네 허허허허..." 라고 말씀하신 뒤 그럼 홈서비스 시켜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먹어요.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라고 하신 뒤 황급히 사무실 밖으로 나가셨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날 우리는 그녀의 앞날을 걱정하며 롯데리아 룸서비스를 사무실에서 즐겼고, 대인배 사장님은 그녀에게 아무런 보복을 하지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않으셨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만일 내가 그랬다면 "당장 나가 이 대머리 태국놈아!!" 이러면서 짤렸겠지만...</span></div> <div><br></div>
출처
지금은 그만둔 회사 사장님과 여직원 이야기입니다. 가끔 그 회사 놀러 가는데 그녀는 여전히 저를 보면 "대리님 머리 때문에 고민하지 마세요~
대머리도 얼마나 멋있는데요~" 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대머리가 좋으면 너나 대머리 되든지! 라고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