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뒤늦게 사춘기를 고2때 맞이한 삶에 대한 고민을 하며 논두렁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는 등 당시 나는 방황의 길을 걸었다. <div>그때 나를 잡아준 은인이 바로 담임 선생님이셨다. 선생님께서는 잠시 비뚤어지려는 내게 때로는 사랑의 매를 그리고 때로는 힘이 되어준 한마디를</div> <div>던져 주시며 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셨다.</div> <div>특히 대학을 가서 뭐하나 하는 생각을 할 때 선생님께서는 서울의 지하철 2호선 노선도를 보여주시며 </div> <div><br></div> <div>"성성아 봐라.. 서울에 대학 많지? 그리고 예쁜 여자도 여기랑 비교되지도 않게 억수로 많다. 공부해서 대학가면 다 사귈 수 있어."</div> <div><br></div> <div>"선생님 저 같이 생긴 촌놈도 좋아해주는 여자가 생길까요?"</div> <div><br></div> <div>"그럼! 서울에 남자 애들이 희멀건하게 생겨서 너 같이 까무잡잡한 애들이 인기가 많아. 일단 서울 가 봐라. 내 말이 맞는 지 틀리는지."</div> <div><br></div> <div>"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 열심히 할게요."</div> <div><br></div> <div>"그래. 그런데 그냥 들어가려고? 그냥 들어가면 서운하잖아. 한 스무대만 맞고 힘내자 우리!"</div> <div><br></div> <div>선생님은 동기부여와 채찍질을 동시에 하시며 방황하는 제자의 학구열을 불태워주셨다. 그렇게 나는 서울의 여자를 구경하기 위해 아니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공부를 했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지만 막상 대학에 입학했지만 모든 것은 내 생각과 반대로 움직였다. 오리엔테이션 때는 "한국 분 이세요?", "혹시 재수 아니 삼수 하셨어요?"</span></div> <div>라는 등 조카 대신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한 열혈 삼촌 취급을 받았다.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신입생들을 모집하는 동아리 홍보 기간에 아무도 나를 잡지 않아 내 발로 먼저 찾아간 동아리의 한 여자 선배는 내게 "죄송하지만 저희는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예비역은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받지 않거든요. 선배님 정말 죄송합니다.." 라는 냉혹한 세월의 풍파를 얼굴로만 맞은 듯한 외모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span></div> <div><br></div> <div>그렇게 입학 후 2개월을 보냈을 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마음을 비운 채 무념무상무녀의 정신상태로 수업을 받으러 가고 있을때 누군가 내게 </div> <div>말을 걸었다. </div> <div><br></div> <div>"저기 혹시 신입생 이세요?"</div> <div><br></div> <div>"뭐야.." 하며 돌아서는 데 단정하게 검은 정장을 입은 한 여성분이 내게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네 신입생인데요. 재수 삼수 안했고, 군대 가야하는 스무살입니다."</div> <div><br></div> <div>"하핫.. 스무살 처럼 보이는데요." </div> <div><br></div> <div>처음이다. 내 얼굴을 보고 #외국인 #예비역 #싸와디캅 #삼수생 이 아닌 풋풋한 신입생으로 봐준 최초의 사람이다. </div> <div><br></div> <div>"어라.. 감사합니다."</div> <div><br></div> <div>"혹시 전공 좀 물어봐도 되요?"</div> <div><br></div> <div>"네. ** 과인데요."</div> <div><br></div> <div>"아 **과구나! 저는 **과는 아닌데 같은 단대를 졸업한 선배야!"</div> <div><br></div> <div>우리과 아니 우리 단과대는 강의실이든 과방이든 지겹게 밤꽃냄새만 항상 물씬 풍겨 산적들 같은 남정네 소굴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div> <div>여신이 있었다니 그리고 이런 여신같은 선배 아니 여성분이 내게 말을 걸어주다니 대학 입학 후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div> <div><br></div> <div>"선배님 안녕하세요!"</div> <div><br></div> <div>"응.. 그런데 시간 있으면 잠시 우리 잠깐 편하게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div> <div><br></div> <div>편하게 이야기 하자 = 나에 대해 좀 알고 싶다 = 나한테 관심이 있다 = 말로만 듣던 '헌팅!!!' 이라 생각한 나는 나를 헌팅해주신 용감한 선배님의</div> <div>호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잠시 내게 출신성분 (고등학교, 고향 등)을 묻더니 "너 그런데 영어 공부는 준비하고 있니?" 로 시작해서</div> <div>1학년때부터 왜 토플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지 토플의 중요성에 대해 약 10분간 설명했다. 하지만 곧 수업시간이 다가와 나는 그녀에게 정중하게 </div> <div>"제가 수업시간이 되서 그런데.." 라고 했을 때 그녀는 그럼 약속 시간을 정하고 다시 만나자고 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다시 만나자 = 애프터 신청 = 나의 외모를 확인하고 대화를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또 보고 싶다는 것은 관심이 있다 = 연하남인 나랑 사귀고 싶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라고 생각한 나는 흥분해서 수업만 끝나면 달려나오겠다고 그녀에게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다짐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그거 교재 팔려고 하는 속셈이다. 절대 가지 마라!" 라는 친구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나는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수업이 끝나자마자</span></div> <div>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런 막무같은 내가 걱정되는 친구들은 내 뒤를 조용히 따르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그녀는 약속한 장소에 다소곳하게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내가 비지땀을 흘리고 달려 갔을 때 "왔구나!" 하며 마치 기다리던 남자친구가</div> <div>온 것처럼 나를 반겨줬다. 오랜 시간 나를 기다려주고 웃으면서 나를 반겨주는 그녀를 나도 모르게 포옹할뻔 했지만 처음부터 진도가 너무 빠르면 </div> <div>안될 거 같아 참았다.</div> <div>그리고 우리는 벤치에 앉아 그녀의 영어 공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듣고 있었다. 그녀가 계속 말을 하지만 그녀의 말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div> <div>"지금 다른 사람들과 친구 녀석들 눈에는 예쁜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는 것처럼 보이겠지.."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그런데 성성아 목 마르지 않아? 누나랑 시원한 데서 음료수 마시면서 우리 더 이야기 할까?"</div> <div><br></div> <div>"그럼요! 가요! 가요! 저 목말라요.." </div> <div><br></div> <div>그녀는 나를 이끌고 학교 밖 카페로 데려갔다. 지금 생각하니 그 카페에는 나처럼 순진하게 따라온 딱 봐도 신입생으로 보이는 풋풋한 외모의</div> <div>아이들이 우리보다 서너살 정도 나이가 들어보이는 남자, 여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우리는 카페의 구석진 곳에 같이 앉았다. 그녀의 옆에 앉고 싶었지만 첫날부터 스킨십은 부담을 줄거 같아 그녀의 맞은 편에 앉았다.</div> <div>그리고 그녀는 가방에서 교재 같은 것을 꺼내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역시 그녀의 말을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내 마음을 </div> <div>더 이상 참을 수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없었다. </span></div> <div><br></div> <div>나는 용기를 내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div> <div><br></div> <div>"누나! 이 교재 내가 다 살테니까 나랑 사겨요!"</div> <div><br></div> <div>"아아악!!! 뭐야!! 왜 이러세요!!"</div> <div><br></div> <div>"누나랑 열심히 토플 공부할테니까 나랑 만나요!! <strike>물론 가끔 딴 짓은 하겠지만..</strike>"</div> <div><br></div> <div>"아악!! 놔! 놔!!" 그녀는 마치 뱀을 잡은 것처럼 내 손을 뿌리치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나는 꽉 잡은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div> <div><br></div> <div>소곤소곤 대화가 오가던 카페가 그녀의 비명으로 가득찼다. 그리고 남자 세 명이 우리 테이블로 오더니 "뭐 하시는 겁니까!" 이러며 내 어깨를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비롯한 신체 부위를 잡았다.</span></div> <div><br></div> <div>"아 씨! 당사자 아니면 놓으라고! 왜 남의 연애사에 관여해!" 사랑에 빠진 자는 용감하다! 나는 그 순간 두려움이라는 것이 없었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리고 나는 그 세 명의 남정네들에 의해 카페 밖으로 끌려 나갔다. 끌려 나가며 나는 "누나!! 우리 만나요!! 토플 교재 살게요!!"를 외쳤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카페 밖에는 친구 두 놈이 그런 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그날 그녀는 나를 헌팅하려다 오히려 먹잇감에 헌팅당할뻔한 굴욕을 겪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