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노잼글인데도 불구하고 베오베에 올려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div> <div><br></div> <div>오늘은 일찍출근했으나 포상휴가로 회사가 텅텅비어서 사람이 없음으로 음슴체!</div> <div><br></div> <div><br></div> <div>복지관에 대해 먼저 설명하면, 부지가 얼마나 큰지 운동장이 2~3개정도 되고, 배추 3천포기정도 나올 규모의 밭이 약 4개정도 되는 곳임.</div> <div><br></div> <div>본관은 산 중턱에 있고 그 위로 시설들이 있는... 어마어마한 곳임. 근데 놀랍게도 나름 수도권에 위치한 종합복지관인데 사실 이름을 알거나, 자원봉사자가 많거나 한 곳은 아님.</div> <div><br></div> <div>직접 언급은 어려운게, 나름 잘 돌아가고 있는 시설이고 수녀님들에게 폐를끼치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근무한지 벌써 6년이 흘러 함께일했던 수녀님들이 계시지 않을테지만 유무형의 피해는 주고싶지않음. 양해부탁바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본원에서 2~3년정도 임기로 파견근무를 오시는 수녀님들은 각 부서의 장이거나, 사회복지교사로 요직에 배치되어 근무하심.</div> <div><br></div> <div>사회복무요원들과 교류가 가장 잦은 수녀님들은 슈스케수녀님(재활팀 복지사), 총무수녀님(운영총괄), 지역복지수녀님(지역복지 및 기부금 관리) 이렇게 세 분이 계셨고</div> <div><br></div> <div>나는 업무배치를 국장실에 받아서 수녀님들과 왕래가 잦고, 복지관에 마련된 수녀원의 수녀님들(업무 안하심)의 지원업무때문에도 마주칠 일이 잦았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본론으로 돌아와서, 오늘은 총무수녀님이 시켰던 일 중에 가장 큰 배추밭 성전 썰을 얘기해볼까 함.</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주로 총무수녀님이 사복요원들을 관내방송으로 호출하시면, 오로지 하나 뿐임</div> <div><br></div> <div>'힘 쓸 일이 있다!'</div> <div><br></div> <div>신체상태가 좋지 않은 사복요원들임으로 뭐 하나 들어도 건장한 동년배 혼자서 들것을 두세명이 함께드는경우가 잦은데 관이 오지에있어서 그런지 시에서 요원들을 열댓명정도 항상 배치해줘서 노동력(?)은 풍부했음.</div> <div><br></div> <div><br></div> <div>늦여름에서 초가을정도 되면 사복 요원들은 2년 근무하는 동안 가장 큰 노동업무에 투입됨. 배추 3천포기 심기.</div> <div><br></div> <div>겨울이되면 직접 김장담구기 행사를 하시는데 직원들이나 자봉, 인근 수녀원이나 지역복지에 사용될 배추를 직접 재배한것으로 사용함.</div> <div>수녀님들 성향이 직접재배를 상당히 좋아하셔서...</div> <div><br></div> <div>한 몇일 땀흘려 일하는데 사복요원들은 불만이 없음. 대게 착한친구들이기도 했지만 수녀님들이 워낙 잘챙겨주셔서 육체노동 시키지 말라는 병무청 공문이와도 사복요원들이 나서서 밥값하겠다고 일하는 그런 곳이었음. 물론 중간중간에 병원가는 인원들도 속출(...)했지만.</div> <div><br></div> <div>수녀님들의 아우라로(보통 총무수녀님) 사회에서 사고치고 온 친구들도 대게 개심해서 천주교신자가 되거나, 방탕한 생활을 정리하고 의욕적으로 살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음.</div> <div><br></div> <div>여튼 어느 날, 총무수녀님께 말년 3인이 호출됨. 나와 같이 첫 출근한 두명과 나는 총무수녀님께 갔음. 총무수녀님의 브리핑이 시작됬음.</div> <div><br></div> <div><br></div> <div>복지관이 산 중턱에 있다. > 매년 운영하는 밭은 야생동물 습격의 매우 좋은 타겟 > 야생 + 인근 농장에서 탈주한 토끼 4마리가 배추밭을 유린하고있다!</div> <div><br></div> <div><br></div> <div>할일없는 말년들이 총대매고 토끼를 잡아오라는 명령이었음(...)</div> <div><br></div> <div>'총무수녀님. 방콕 덕후질하는 놈들이 어케 잡아여... 쟤는 비만에 간염이고 쟤는 십자인대... 저는 아시잖아요. 첫날 와서 이용자들하고 놀다가 햄스트링이 나가서...'</div> <div><br></div> <div>'걍 널널하게 해. 기한은 안줄테니까. 다만 배추 많이 상하면 내가 좀 많이 슬플거야 쌤'</div> <div><br></div> <div>이건 분명... 말년들 놀고먹는걸 좌시하지않겠다는 총무수녀님의 배려임이 분명했음. 복지관생활 말년쯤되면 다들 정떼기나 업무의존도를 낮추기 시작해서 할일이 상당히 없어지기때문.</div> <div><br></div> <div><br></div> <div>총무수녀님이 직접 과거를 이야기하시는 적은 없음. 보통 수녀님들이 수녀되기 전에 사회에서 하셨던일은 말씀을 아예 안하고, 묻지도 않는 편인데</div> <div><br></div> <div>소문에 총무수녀님은 전에 군에 몸을 담으셨다는 이야기가 있었음(...) 삼남매인데 장남이 군장교이고, 둘째오빠가 신부님이라는 풍문을 들은적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div> <div><br></div> <div>군대식임. 물론 우리는 군이라고는 4주 맛배기밖에 못해봤지만 철저한 정리정돈과 물자파악, 그리고 개관이례로 몸담고계시는 국장님도 한수 접고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카리스마와 지휘능력.</div> <div><br></div> <div>개차반 신입 사복요원들도 총무팀에서 1주일만 일하면 순한양이되는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수녀님이심.</div> <div><br></div> <div><br></div> <div>여튼 우리는 농담조차 불가능한 총무수녀님 한마디에 꼬리를 내리고 셋이서 짱구를 맞대고 논의함.</div> <div>토끼는 유치원시절 동물원가서 본게 전부인 세놈이 어케 토끼를 잡느냐...</div> <div><br></div> <div>지나가던 동갑내기 지적장애인 친구(사복요원들은 한 3달정도 지나면 복지관 이용자들하고 격이 없어짐. 근데 2년가까이 근무했으니...)가 왜그러냐고 물어봐서 털어놓음.</div> <div><br></div> <div>그는 씨익 웃으면서</div> <div><br></div> <div>동화책에서 보면 토끼사냥을 할때 내리막길로 몰아간다는걸 봤다는 제보를 해줌.</div> <div><br></div> <div>옳다! 저 말이 옳다! 내 토끼를 꼭 잡으면 주방어머님께 말씀드려서 토끼탕을하여 너와 함게 먹겠노라! 넷이서 굳은 결의를 하고 우리는 목장갑을 꼈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성지사수를 위한 성전을 위해 잠복근무를 시작했는데... 잠입할것도 없이 이 미친 토끼 네마리가 배추밭을 한가로이 뛰어다니면서 배추잎을 뜯어먹는게 아니겠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비만, 간염환자 동생이 우르크하이처럼 소리를 꽥 지르면서 뛰어나감. 십자인대와 위장장애 및 햄스트링(나)는 만류했으나 마치 자기가 신체1급 군인받은사람인것으로 착각한것같았음.</div> <div><br></div> <div>토끼는 비웃듯이 밭 아래로 내달리기 시작함! 아 그래! 지금이다! 아까 친구가 이야기해준 그 작전을 펼칠때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나 우리는 토끼의 방향전환능력을 우습게보았고</div> <div><br></div> <div>간염환자는 비료더미에 넘어지고, 십자인대는 조금뛰다가 헉헉, 나는 종이장같은 몸으로 열심히 토끼를 몰았으나 중력과 바람에 밀려 밭에 쓰러지기 일쑤였음.</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하루 종일 토끼와 씨름하고 우리는 안되겠다 싶어 말년의 권위를 세움. 버스터콜이다!</div> <div><br></div> <div>물론, 총무수녀님 비호아래 우리는 짬적용을 업무내용 외에는 할 수가 없으나, 일하기 싫은 사복요원들이 모두 소집됨.</div> <div><br></div> <div>배추밭 성전 이틀째, 열한명의 토끼몰이가 시작되었음.</div> <div><br></div> <div><br></div> <div>근데 사복요원이란게, 신체등급이 4급이 나와야 할 수 있으니 다들 전과만 없으면 어디 맛이 간 친구들임. 정신적으로 불안한 친구도 있음.</div> <div><br></div> <div>거대한 포위망을 만들어 언덕아래로 몰기 시작했으나... 결과는 처참했음.</div> <div><br></div> <div>복지관 기사님들의 비웃음이 아직도 떠오름. ㅋㅋㅋ 븅x들ㅋㅋㅋ 진짜 븅x들이네ㅋㅋㅋㅋㅋㅋㅋㅋ</div> <div><br></div> <div>기사님들은 현역, 특전사 출신들이셔서 군대얘기만 나오면 우리를 병x취급하며 놀려댔기때문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사실이었음.</div> <div><br></div> <div>정말 반박 불가였음. 그래서 기사님들 자존심을 긁어보았음.</div> <div><br></div> <div><br></div> <div>셋째 날. 기사님 두분이 참전함. 어렸을 때 시골에서 살아서 토끼잡이는 취미였다는 그 말에 우리는 든든한 성전기사단을 얻은 듯 했음.</div> <div><br></div> <div>두 분은 다음 날, 파스를 붙이고 참전거부를 하심.</div> <div><br></div> <div><br></div> <div>대망의 넷째 날. 우리는 네 마리 중 한 마리도 검거하지 못했고, 이제는 두 마리만 한가로이 복지관 밭을 유린하고 있었음.</div> <div><br></div> <div>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드래곤이나 와이번이 저정도는 될거라고 생각했음. 저건 토끼가 아니고 분명 폴리모프한 드래곤임이 분명했음.</div> <div><br></div> <div>우리는 드디어 머리라는걸 쓰기 시작함.</div> <div><br></div> <div>몇몇 사복요원들은 그물이나 진로를 차단할 판자를 챙겨들었고, 우리는 부지가 뒷산 하나에 가까운 복지관을 전장으로 선택하는 것 보다, 적을 몰거나 유인하기로 다짐함.</div> <div><br></div> <div>장소는 식당 뒷편의 ㄷ자형 공터. 몰아넣고, ㅁ자를 만들어 가둔 후 4일간 우리를 유린한 토끼들에게 지엄한 주님의 영광을 보이기로 하였음.</div> <div><br></div> <div>작전은 점심 이후에 시작하여...</div> <div><br></div> <div><br></div> <div>드디어 신체등급 4급 역사에 한 획을 그을 토끼 두마리 체포에 성공하였음! 역시 인간은 머리를 써야하는거야! 근데 이 생각을 왜 못했지... 머리도 4급인가...</div> <div><br></div> <div>체포된 토끼들은 주방어머님들이 제공하는 철장에 갇혔고, 주방 어머님들이 수녀님께 얘기해서 토끼탕을 해먹자고 하셨음.</div> <div><br></div> <div>성전이 종료된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수녀가 아니었다면 분명 별을 다셨을 포스의 총무수녀님이 근엄한 표정으로 전쟁범죄자들의 수용소로 방문하였음.</div> <div><br></div> <div>우리 사복요원들은 고개를 치켜들고 성전에 대한 치하를 기대하였으나</div> <div><br></div> <div><br></div> <div>'아이구~ 얘들 불쌍해서 어쩌누ㅠㅠ 기사님들 먹으라고 주든가 딴데 주던가 하려고했는데ㅠㅠ 씩씩거리면서 저 바닥차는거 봐라ㅠㅠ'</div> <div><br></div> <div>(난 이때 토끼가 심기불편할때 하는 행동을 처음봤음)</div> <div><br></div> <div>'쌤들아ㅠㅠ 토끼 풀어주자ㅠㅠ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총무팀 탕비실에 과자 한두개 꺼내먹으면 그렇게 불호령을 내리시던 총무수녀님이</div> <div><br></div> <div>밭을 망친 전쟁범죄자들을 석방하자는 모처럼 수녀님다운 멘트를 내뱉자 우리는 멘탈 붕괴에 빠짐.... 수녀님을 군장교로 보고있던 우리는 수녀님도 수녀님이셨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함.</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야들이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어ㅠㅠ 근데 어케 진짜잡았대?..... 그냥 해본말이었는데... 진짜 잡아왔네... 쌤들 공익 맞어?'</div> <div><br></div> <div>ㅠㅠ....</div> <div><br></div> <div>수녀님은 사람하고 동물하고 똑같냐며(?) 혼내도 모를 애들을 차마 죽이기 어렵다고 하셨음.</div> <div><br></div> <div>막 석방위기에 빠진 찰나, 복지관 밭의 실질적인 주인인 이장님이 강림하셨음. 이장님은 딸기체험밭조차 망칠 위험이 큰 전쟁범죄자들에 대한 석방불가를 천명했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우리는 삼일간의 추가 노동을 끝으로</div> <div><br></div> <div>복지관에 토끼사육장을 마련 할 수 있었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말년을 마치고 봉사활동을 좀 하다가 소집해제하고 대학으로 돌아간 나는 어느 여름날, 오랫만에 걸려온 복무중인 후임전화를 받았음.</div> <div><br></div> <div><br></div> <div>'형. 그때 토끼 네마리였자나여.'</div> <div><br></div> <div>'ㅇㅇ 왜?'</div> <div><br></div> <div>'근데 잡은게 두마리잖아여'</div> <div><br></div> <div>'ㅇㅇ'</div> <div><br></div> <div>'놓쳤던 두마리가 암수였나봐여'</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겨울지나고 봄지나서 새끼쳤나봐여... 한두마리가 아니에여.. 토끼 어케잡았어여? 와서 한번 더 잡으실래여?'</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장님은 항상 산토끼 척살을 외치셨는데 그때 놓친 두마리의 토끼가 눈덩이가 되어 돌아올 줄이야...</div> <div><br></div> <div>여담으로 사육장의 토끼들은 어느 날, 약간의 털 흔적을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오늘도 노잼글 끝...ㅠ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