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독서지.. 독서.." <div><br></div> <div>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어머니께 취미가 뭐예요? 라고 여쭐 때마다 항상 독서라고 답하신다. 어린 시절에는 정말 독서인줄 알았는데</div> <div>나이가 들면서 어머니의 진정한 취미는 막장 아침드라마를 보면서 "저런 썩을 년... 저런 오라질 놈.." 이라고 욕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div> <div>그래도 아침 드라마는 다채로운 막장으로 꾸준히 어머니를 유혹하지만 어머니는 비교적 책을 많이 읽으시는 편이다. </div> <div><br></div> <div>우리 형제가 어렸을 때 간혹 주말이면 삼 형제를 데리고 지금 생각하면 아주 작지만 어린 시절에는 크고 넓은 세상의 모든 책이 죄다 있다고 </div> <div>믿고 있던 읍내 서점으로 데리고 가셨다. </div> <div><br></div> <div>"우리 아들들 읽고 싶은 책 마음껏 고르렴.." </div> <div><br></div> <div>입장하실 때 우리 형제를 지식의 창고! 교양의 홍수에 풀어 놓으면서 분명히 저렇게 말씀하셨는데 정작 우리가 고른 책을 한 권씩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머니께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들고 가면 </span></div> <div><br></div> <div>"이거는 집에 있는 책하고 비슷한 내용이라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안 돼!..",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린놈이 벌써 무슨 추리소설이야? 사람 죽이고 물건 훔치는 거 배울래? 절대 안 돼!",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뭐야? 보물섬?? 이거 사줄 테니 넌 집까지 걸어서 가." 라고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시며 항상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머니 취향에 맞는 위인전, 전래동화, 명심보감 부류의 어린이를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위한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인문고전 류의 책을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사주시곤 하셨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항상 집에 있는 책과 유사한 책을 고르는 건 큰 형, 추리소설만 골랐던 것은 나, 그리고 가장 두꺼운 보물섬을 들고 히죽거리고 있던 건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작은 형</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그렇게 우리 형제가 책을 한 권씩 들고 집에 오면 어머니는 나란히 형제를 앉혀 놓고 비닐로 책을 정성껏 포장해주셨다. 그때마다 어머니께서는</div> <div>지식을 전달해주는 책은 소중한 것이고, 글 쓴 사람의 정성이 있는데 책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고 하셨지만,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큰 형이 읽던 책은 작은 형이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물려 받고,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작은 형이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침을 흘려놓은 책은 내가 물려 받으며 느낀 것은 아마도 형제간 대물림이 목적이 아니었나 싶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머니께서 좋아하는 작가는 법정 스님과 최인호 씨, 그리고 박완서 씨였는데 그분들이 한 분 한 분 우리 곁을 떠날 때마다 그분들의 글을 더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읽을 수</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셨고, 어머니는 자신도 이제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느끼신다고 한다. 얼마 전 큰형에게 이제는 작은 글씨가 보기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힘들다며 돋보기안경 하나를 사달라고 하셨다고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한다. 그리고 오늘 내게 전화하셔서는 한강이라는 작가가 세계적인 상을 받았다면서 그 책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한 번 사서 보내라고 하셨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엄마.. 채식주의자 그 책은 어머니께서 보시기에 내용이 좀 센 편이에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내용이 세? 야해? 무슨 사람이 채소만 먹는 게 내용이 세? 나도 채소 잘 먹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나는 어머니께 간략하게 채식주의자 내용을 설명해 드렸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div> <div><br></div> <div>"뭐여.. 그거 내 사위의 여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구만... 돈이 없냐? 돈 부쳐줄게.."</div> <div><br></div> <div>결국 나는 어머니께 채식주의자를 사서 보내드리고 했다. 하긴 뭐.. 각종 막장 드라마에 단련된 분이라 이 정도는 견뎌내실거라 기대한다.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