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가족이라고 해서 잘 안다고 말하는 것 만큼 경솔한 말이 있을까?</div> <div>우리 엄마는 자식 넷을 낳았어도, 아직 자식들을 잘 모른다고 말하신다.</div> <div>아빠는 자식 넷의 속이 다 달라서 가끔은 '이런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 하고 속으로 삼키신다고 한다.</div> <div>부모님도 그러하신데, 형제들은 오죽할까. 우리는 서로를 모른다.</div> <div> </div> <div>큰오빠는 속에 있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그래도 큰오빠 표정이나 말투에서 지금 어떻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div> <div>근데 큰오빠처럼 온순한 사람이 계속 표정으로 기분을 창고대방출 하듯 뿌려주고 있는데,</div> <div>우리는 늘 분노게이지가 끝까지 갈때까지 모르는 척하다가 혼이 난다.</div> <div> </div> <div>큰오빠는 주로 혼내는 입장이라 잘 싸우지 않기도 하고 나이터울이 있는 나와 막내한테는</div> <div>오빠로써, 형으로써 보호자라는 느낌인데... 연년생인 작은오빠랑은 거의 친구나 다름없다.</div> <div>그런 두 사람이 싸우면 집안 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된다.</div> <div>둘이 뭘로 싸우느냐. 진짜 유치하기는 한데, 큰오빠가 고집을 부릴 때 둘이 싸운다...</div> <div> </div> <div>고집을 부리는 건 주로 나와 작은오빠의 몫이다. 막내는 어지간하면 형들이 나나가 하는대로 할게! 하는 타입이고</div> <div>큰오빠 역시 엥간하면 동생들이 편한대로 하자 주의이다.</div> <div>이 모든 것은 엄마한테 선물을 해주자... 하는 것에서 시작.</div> <div> </div> <div>본가에 갔을때 엄마가 작은 앉은 뱅이 탁자가 갖고 싶다고 했고, 큰오빠와 작은오빠는 흔쾌히 "사줄게!" 라고 했다.</div> <div>작은오빠는 인터넷으로 몇가지를 큰오빠에게 보냈지만 큰오빠 눈에는 별로 차지 않았다고.</div> <div> </div> <div>작은오빠: 싸잖아.</div> <div>큰오빠: 중국 산이잖아.</div> <div>작은오빠: 싸잖아.</div> <div>큰오빠: 돈 내가 내잖아, 이 자식아.</div> <div> </div> <div>라고 투덜거리다가 저저번 주말에 오빠 둘과, 내가 함께 가구 매장에 들렀다.</div> <div>여러가지 모델을 꼼꼼히 보다가, 큰오빠는 뭔가 결심한 듯 집에 가자고 했다. 그래서 난 탕수육을 먹자고 했고.</div> <div>그리고 그 다음날 큰오빠는 작은오빠에게 그림을 그린 종이를 보여줬다.</div> <div> </div> <div>작은오빠: 뭐야. 이게?</div> <div>큰오빠: 탁자, 만들게.</div> <div>작은오빠: 뭐?</div> <div>큰오빠: 내가 만들수 있을 거 같아.</div> <div>작은오빠: 야 이 또라이야. 그걸 어떻게 만들어?</div> <div>큰오빠: 못질하고... 자르고..</div> <div>작은식빵: (분노폭발)</div> <div> </div> <div>전직 미대생과 이과생의 치열한 탁상공론이 이어졌다. 큰오빠의 논지는 그린걸 보고 만들면 된다 이거였고</div> <div>작은오빠는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 우리가 기술도 없는데! 이거 였다.</div> <div>큰오빠가 고집을 부리기 (만들수 있을 거 같은데!!! 왜?!!!) 시작하자 작은오빠는 조용히 겉옷을 챙겨 나갔다.</div> <div> </div> <div>나: 오빠, 그림은 좋은데...</div> <div>큰오빠: 어려우려나.</div> <div>나: 뭐, 좀? 기분도 그러니까 탕수육 시킬까?</div> <div>큰오빠: (그림을 심각하게 보고) 안 어려울 거 같은데. </div> <div> </div> <div>잠시후, 작은오빠가 작은 탁자를 들고 들어왔다.</div> <div> </div> <div>작은오빠: 내가 샀으니까, 아무말 마. 나나 너, 그거 아주 찢어버려!!!</div> <div> </div> <div>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사건이 일단락 됐고, 작은오빠는 엄마에게 "큰식빵이 미쳤다"며 하소연을 했다.</div> <div>큰오빠가 놓고 간 종이를 발견한 막내는 </div> <div> </div> <div>막내: 우와, 이거 뭐야? 큰형 이거 되게 좋다! </div> <div> </div> <div>라고 말했다가 작은오빠한테 닥치라는 소리를 듣고 입다물었다. 눈치 좀 보지...ㅉㅉ</div> <div>사실 큰오빠는 특별하고 예쁜 탁자를 선물하고 싶었다고 한다. 자식들 다 내보내고 침대에서 책을 읽거나,</div> <div>고지서들 볼 때 필요한 작은 탁자를 만들어 드리려고 했는데, 그 표현 방식이 잘 못 됐는지 동생들이 하나도 이해를 못했다고.</div> <div> </div> <div>이렇게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매번 투덜거린다.</div> <div>안다고 생각하면서, 어쩌면 알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div> <div>우리는 넷이고, 식빵이 셋이다.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