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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174582
    작성자 : 폴크레인
    추천 : 35
    조회수 : 2851
    IP : 211.40.***.84
    댓글 : 1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12/25 22:49:07
    원글작성시간 : 2015/12/25 02:52:04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74582 모바일
    우리의 슬픈 크리스마스
    나는 지금 친구랑 아파트 독서실에 앉아 있다. 독서실에는 아무도 없다.
     
    크리스마스인 탓에 다들 내일 하루는 가족과 보내기 위해, 혹은 그저 공부가 하기 싫어서일 터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독서실에서 밤을 새는 이유는 친구의 말 때문이다
     
    우리는 평소 새벽 한 시면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오늘 친구가 갑자기 내게
     
    "야 내가 햄버거 쏠게" 라더니 롯데리아 홈써비쓰를 배달시키는 것이었다
     
    녀석이 무언가를 쏘는 것은 처음이었으나 잠자코 얻어먹기로 했다.
     
    우리는 아파트 놀이터 정자에서 햄버거를 나눠먹었다. 다 식어빠진 감자튀김을 먹으며 친구가 말했다
     
    "오늘은 이거 먹고 밤 새는 거다"
     
    어이가 없었다. 친구는 늘 잠이 많아 열두 시만 넘으면 꾸벅꾸벅 조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궁금해서 "왜 새야 하는데?" 라고 따지듯 물었다. 하지만 친구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합격 달라고 하자.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공부하는 거 보면 줄거야."
     
    웃음이 나왔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친구와 내가 처해 있는 상황 때문이었다.
     
    수시를 다 떨어지고 이곳에서 정시 실기 연습을 하고 있는 문예창작과 입시생인 나와
     
    평소 늘 1등급이 나왔지만 실수로 등급이 한두 개씩 떨어져 재수를 준비하고 있는 내 친구.
     
    우리는 산타할아버지를 믿을 만큼 간절하다. 그리고 절박하다.
     
    우리는 지금 밤을 샌다. 다행히도 눈은 내리지 않는다.
     
    친구가 한국사 인강을 듣는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더 처량해 보인다.
     
    커피라도 한 캔 사다 줘야겠다.
    폴크레인의 꼬릿말입니다
    콘서트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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