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치과예약이 예약되어 있어서 평소보다 일찍 나가게 되었다. <div><br></div> <div>아침이라 그런지 사람도 많이 없었고, 날씨도 제법 쌀쌀하게 눈이 내려 나의 기운을 더 맑게 해주었을 것이다.</div> <div><br></div> <div>귀에는 이어폰을 꽃은채 플로리다의 휘슬을 들으며 "예예 캔유 블뤼마 휘슬 붸뷔"하며 </div> <div><br></div> <div>양손은 말년병장처럼 주머니에 넣고 어깨는 바운스에 따라 흔들흔들.</div> <div><br></div> <div>흡사 뒤에서 보면 두툼한 패딩 하나를 입은 떡대 하나가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븅쉰처럼 보였을 것이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이런 나의 병신력에도 불구하고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그것도 아녀자가 나타났다.</div> <div><br></div> <div>"기운이 넘치시네요. 직장인이세요?"</div> <div><br></div> <div>아... 딱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읍..읍..)</div> <div><br></div> <div>비록 넘치는 병신력이 항상 준비되어 있었지만 진정한 고수는 함부로 힘을 내뿜지 않는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무시하고 그냥 가려 했으나, 자꾸 옆에서 따라오니 어쩔 수 없이 나의 병신력을 조금 쓰기로 했다.</div> <div><br></div> <div>"아뇨!! 백순데요!!!"</div> <div><br></div> <div>라고 당당하게 여성분에게 외쳤다.</div> <div><br></div> <div>그러자 당황했는지 어.. 어... 를 하며 뭔가 나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껀덕지를 찾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아.. 그러시면 전역하신지 얼마 안되셨나봐요"</div> <div><br></div> <div>"아뇨!! 4년 넘었는데요!!!"</div> <div><br></div> <div>"아.. 그럼.. 저.. 아하하 취업준비 하시느라 많이 힘드시죠?"</div> <div><br></div> <div>"아뇨!! 아부지 가게 물려받을껀데요!!"</div> <div><br></div> <div><br></div> <div>아뿔사.. 그만 신나게 이힣이힣 대답하느라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그냥 입밖으로 튀어나왔다.</div> <div><br></div> <div>그녀의 눈에는 금요일 밤부터 친구들과 술퍼먹고 놀다가 다음날 아침 집에 들어가는</div> <div><br></div> <div>어떤 가게 사장님의 한심하고 멍청한 아들로 보였을것이다.</div> <div><br></div> <div>(하지만 현실은 그런거 없고 흙수저다.)</div> <div><br></div> <div>그러자 그녀는 본격적으로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이런 나의 패배라니.. 크윽..</div> <div><br></div> <div>그녀는 기운이 맑지만 아직 탁하다. 제사를 지내면 된다.</div> <div><br></div> <div>제사를 지내면 앞길이 평탄하게 뚫릴것이고 복이 많이 올것이다.</div> <div><br></div> <div>라는 기분좋은 덕담을 말했지만...</div> <div><br></div> <div>패자는 말이 없는법.. 그냥 난 묵묵부답으로 나의 패배를 시인하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그녀도 자신의 승리를 인정하고 더이상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div> <div><br></div> <div>그녀는 다시 주변에 새로운 배틀상대를 찾는듯 두리번두리번하며 움직이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아.. 이대로 끝인건가.. 아쉬움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었다.</div> <div><br></div> <div>결국 난 토요일 아침에 희대의 병크를 저지르자 생각했고</div> <div><br></div> <div>근처 편의점에 가서 따듯한 캔커피를 구입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다시 그녀에게 가서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캔커피를 건내주었다.</div> <div><br></div> <div>"취직해도 일하시느라 힘드시죠.. 힘내세요..."</div> <div><br></div> <div>라고 부끄러움은 너의 몫이다 하며 멋지게 도망갔고</div> <div><br></div> <div>그녀와의 이별에 눈물이 나올것같아 꾹 참았지만</div> <div><br></div> <div>결국 치과선생님의 드릴 한방에 나의 눈물샘은 터지고 말았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