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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106849
    작성자 : 김짜롱
    추천 : 22
    조회수 : 1622
    IP : 198.246.***.254
    댓글 : 1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8/12 11:48:36
    원글작성시간 : 2015/08/11 10:37:44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06849 모바일
    [등신백일장] 평범한 남자가 연애고자가 되어가는 과정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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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책 게시판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그런 의미로 나랑 책 게시판 놀러갈래요?

     

    조금 글이 길어요. 생각보다 읽기 힘들 수 도 있지만, 그래도 시간 조금 내서 읽어주시면 제가 애정해드릴게요.

    제목을 보면 아시겠지만 첫 번째 이야기일 뿐이에요.. 그리고 소설입니다 아마도..

     

      분명 나에게도 연애를 했던 경험이 있었다. 지금이야 여기저기 치이고 지쳐서 연애 그딴 것 개나 줘버려, 혼자가 편해. 진짜야 나 좀 내버려둬. 라고 외치고 있는 솔로부대의 일원일 뿐이지만, 정말 나도 여자 좋아한다. 아니, 여자를 좋아한다기 보다 애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성과 달달한 상태의 그 복잡 미묘한 현대인들이 썸이라고 부르는 그 상태도 좋아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그 썸 이라는 것이 지나치게 감정을 소모시킨 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고, 한 번 두 번 썸으로 인해 상처를 조금이라도 입기 시작한다면 그 썸마저도 두려워 진다는 것이 두 번째 문제다. 대부분 몇 번 썸이라는 이름 아래 한껏 마음을 줬다가 상대가 손바닥 뒤집듯 연락을 끊는 등의 몇 번 데어본 사람들은 대게 나 같은 상태가 된다. 다 필요 없어, 쓸모 없는 것들아 나 좀 내버려둬. 라고.

      본인은 20대 중반의 남성이다. 물론 나보다도 나이가 많은 분들이 차고 넘치는 것이 세상이지만은, 전역 이후에 훅 가버린 1년이라는 시간은 내가 겪었던 그 어떤 시간보다 빨랐다. 심지어 점점 가속도가 붙는 모양인지 앞으로의 시간도 주체할 수 없이 흘러가고 있다. 신입생으로 나름 파릇파릇했던 나는 전역 이후에 복학생 오빠가 되어 화석을 담당하고 있으며, 복학생오빠 중에서도 위험등급이 12등급 사이오닉 에너지를 발산한다는 솔로인 복학생 오빠가 되었다.

      신은 어찌하여 인간 하나를 완전한 존재로 만들지 아니하였나? 어째서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어 서로에게 평생을 구애하게 하여야 하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는가? 왜 누군가에겐 매력을 주고 누군가에겐 매력을 주지 않는가? 심지어 왜 매력을 줘놓고서도 연애를 못하는 연애 고자들은 왜 만드셨는가? 키는 조금 크지만 그것 말고는 딱히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남자, 본인은 지금 연애를 못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비롯된 지독한 자아성찰의 필요성과 더불어 내 현재 상태를 진단해보자는 나름 의미 있는 기치 아래 랩탑을 펼쳐 글을 적고 있다만, 아직도 지금 이 글이 무슨 가치를 지니게 될지는 전혀 모르겠다.

      만약 지금 내가 적을 것도 연애라고 부를 수 있다면, 첫 연애는 놀랍게도 초등학생 시절이었다. 사실 연애라고 하기도 뭐한 그냥 단순히 세이클럽 타키 (이걸 안다면 내 또래임이 분명하다. 이외에 버디버디, MSN 등이 있다.)에 상태말에 하루하루 날짜를 늘려 가는 것이 연애의 전부였으니까. [ID : 햇님반일진 / 상태말 : 누구랑 연애중 XX]

      하지만 그렇게 설렜던 연애가 또 있었나 싶다. 단순히 옆자리에 앉았다는 사실만으로, 어제보다 한 뼘 정도 가까이 걸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렇게 심장이 요동치던 연애가 있었나? 쉽고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만큼,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이른바 인스턴트 러브가 판을 치는 이 세상에 그토록 순수하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로 설렌 적이 있던가? 아직도 날카롭게 그리고 부드럽게 유려하게 곡선을 그리던 그 아이의 턱 선은 사진기로 찍은 듯 눈앞에 가끔 재생이 된다.

     
      첫사랑이냐고? Fuck, no! 아쉽게도 첫사랑은 아니다. 첫 호감이 생겼던 상대였을 뿐. 처음으로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을 느꼈을 뿐.

     
      그 아이 이후로 나는 평범하게 중학교로 진학해 방송부에서 부장을 맡았었는데, 사실 기계 좀 좋아하는 애들 중 튀고 싶은 애들이라면 한번쯤은 방송부에 기웃거리곤 했었다. 난 기계를 다루고 싶어서 라기 보다 선배들이 예뻐서 들어간 거지만. 중학생 수준의 방송부가 뭐 그리 대단할 것이 있겠냐 만은, 이름만큼은 굉장히 그럴싸하게 아나운서, 작가, 그리고 엔지니어라고 굉장히 멋있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 이름은 거창하게 아나운서라고 하지만 사실상 놀고 먹다가 작가들이 심심할 때 인터넷에서 퍼온 글귀를 적어오면 점심시간에 음악 몇 곡 틀고 그걸 읽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나 같은 엔지니어들은 학교 종치는 시간 설정 아니면 교장선생님 훈화말씀에 카메라랑 삼각대 들고 삼발이를 질질 끌어 화면 전송을 준비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매일 훈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보통 점심시간에 잠깐 방송을 틀고 마니깐, 끼리끼리 쉬는 시간에 점심 시간에 모여 노닥거리는 것이 주 목표였다.

      아무튼 그 방송부에는 S양 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나와 같이 입부를 했던 친구인데, 14살에 수습으로 입부하여 같이 16살까지 지낸 친구였다. 그 친구는 아주 피부가 하얗고 작은 귀여운 친구였는데, 목소리마저 나름 귀엽고 앙증 맞아서, 나름 인기가 많은 친구였다. 그래서 인지, 그 친구가 방송을 하는 날엔 놀랍게도 중학교 방송 주제에 청취자가 생겨날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랑 둘이 방송실에 남게 되었는데, 나는 꽤 높은 위치에 있는 기계를 만지고 있었다.

      나는 꽤 키가 컸기 때문에 팔을 들어올려 기계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는데, S양은 정말 키가 작았기 때문에 밑에서 올려다 볼 수 밖에 없었다.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알아서 뭐하게.”

      S모양이 내심 부담스러웠던 나는 일부로 퉁명스럽게 답했었다. 내 어깨 정도에 키가 오던 그 친구는 갑자기 내 뒤에 의자를 끌어오더니 그 위에 올라섰다. 당황하기도 잠시, 그 친구는 내 얼굴 양쪽으로 손을 뻗어 이렇게? 이렇게? 라며 등뒤에서부터 기계를 만지려 했다. 당연히 사춘기 소년에게 소녀라는 존재에 대한 항마력이 존재할 리가 없었다. 모래성처럼 스르르 무너져 내린 나란 존재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방송실에서 도망치듯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S모양이 나에게 했던 그 백허그 같지 않던 백허그는 그 친구 나름 굉장히 용기를 낸 마음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때 당시에 그런 표현을 받아들이기엔 나는 너무 멍청했고 등신 같았다. 그 날 기억나는 장면은, 그렇게 도망치듯 나온 후 1층 입구에서 하늘을 바라보니, 이상하게 맑은 하늘이 더 날 설레게 했다는 것이었다. 순진한 소년의 마음에 소녀의 행동이 녹아 내려 설레게 하였다.

      그 날 이후로 S모양과 나의 사이는 뭔가 어색어색 해졌다. 그 여자애는 나와 단 둘이 남는걸 꺼려하게 됐고, 나는 S양이 말을 걸면 항상 귀까지 붉게 물들이곤 했으니까. 평소에 잘하던 대화도 자꾸 백허그를 하며 귓가에 닿던 목소리와 숨소리, 그리고 그 거부 못할 체향이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안타깝게도 S양과는 아무 일도 없이 졸업을 하게 됐다. 중학교 졸업 이후로 나는 부모님의 강력한 주장아래 할 수 없이 남고를 가야 했고, 내가 다니던 남고는 그때 당시 두발규제가 내가 살던 도시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심한 학교 중 하나였다. 2000년대 초반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삼손도 아니고, 머리카락의 길이가 외모의 척도가 되는 굉장히 이상한 시절이었다. 그때 당시 투블럭 컷이 유행했다면, 아마 전국 고등학생들의 시름이 덜어졌을 텐데.

      그렇게 고등학교 2학년까지 공부만 하고 지냈다. 사실, 친구들과도 조금 어울려 다녔고, 그러면 안됐지만 담배도 배웠었다. 그렇다고 함부로 누굴 때리고 다니진 않았다. 하루하루 야자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담임에게 걸리지 않고 도망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살던 나는, 어느 날 갑자기 S양에게 온 문자에 동공지진을 일으켰다.

      여자소개를 받으란다. S양의 부모님이 학원을 하시는데, 거기에 다니는 아는 동생이라고 한다. 별 생각 없이 전화번호를 받았다. 사실 나는 S양과 연락이 다시 됐다는 것이 더 중요 했었으니까. 그러나 내 바램과는 다르게 S양은 나에게 시큰둥했고 오히려 S양에게서 소개받은 K양이 오히려 나에게 호감이 가득한 듯 했다.

      상황이 그렇게 되다 보니, S양과K양과 나는 자주 어울리게 됐다. K양은 아마 내 환심을 사기 위해서였을 테고, S양은 K양과 나를 어떻게든 잘 이어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셋이 함께 오묘하게 얽힌 관계를 이어가는 도중에, 3 수학여행이었다. 뜬금없이 S양은 나에게 뭐하냐고 물었고, 나는 수학여행을 왔다고 답했었다. 그때는 늦은 밤이었다. 고등학생의 수학여행이 그렇듯, 여기저기 숨겨뒀던 소주와 담배가 마구마구 나오기 시작했을 무렵.

    [야 너 나랑 사귈래?]

      나의 멘탈은 그 방에 쏟아져 나온 담배와 소주를 모두 혼자 마신 것처럼 몽롱해졌다. 근데 이상하게 기쁘기 보단 갑자기 왜? 라는 생각이 먼저 앞섰다. 어째서? 그렇게 K양과 나를 엮어주기 위해서 온몸을 바치던 너인데, 어떤 심경변화 때문에 갑자기?

    [왜 답장이 없어?]

      답장이 없을 수 밖에 없었다. K양과 S양 그리고 나라는 그 오묘한 삼각 관계의 붕괴를 원하지는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보니 나도 참 이기적인 놈이었지. 나는 그 날 S양에게 생각해 보겠다는 답만 남겼다. 때마침 K양에게도 연락이 왔다. S양이 나에게 고백했다.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K양에게 상처가 될 것을 알았기에 나는 말하지 못했다.

      수학여행이 다 끝나고 나서, K양을 따로 보게 됐다. 그때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약속 장소로 가는 도중 길에서 딱 마주쳤는데, K양의 눈을 보는 순간 느꼈다. , 넌 이미 다 알고 있구나. K양의 집과 우리 집의 거리는 불과 걸어서 5분이었고, 우리는 괜히 집 옆에 공원을 걸었다. 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냥 어색해진 기류만이 오빠, 나는 알고 있어요. 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약 2일쯤 뒤, 나는 S양과 사귀게 되었다. K양과의 연락은 당연히 뜸해졌다. 그에 대한 반대급부라고 하긴 뭐하지만, 관계의 진전을 통해 S양과의 연락은 당연히 더 잦아졌고, 그에 반해, 고등학생이었던 우리였기에,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었다. 더군다나, S양의 집은 꽤 멀었다. 다만 우리 동네는 S양이 집에 가기 위해서 거쳐가는 동네였기 때문에, 우리 동네에서 자주 만나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만날 때 그녀는 항상 공개된 곳을 좋아하지 않았다. 뒷골목, 놀이터,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 위주로 다녔다.

      심성이 비뚤어진 남성이 본다면 뭐해 이 바보야! 당장! 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나름 그래도 오랫동안 호감을 갖고 있던 여자였다.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는 S양이 원하는 것은 다 해줬고, S양은 조금 미심쩍긴 했지만, 그래도 나에게 잘 하는 편이었다. 그래도 뭔가 나의 머릿속 한 켠을 자꾸 툭툭 건드리는 미묘하고 불쾌한 느낌을 나는 설명을 할 수 없었다. 분명 S양과 잘 지내고 있는데도, 다른 한 쪽이 뭔가 어울리지 않는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S양은 종종 어머니 핸드폰으로 나에게 문자를 보내곤 했다. 자신의 핸드폰의 알(또는 별)을 다 사용했다는 이유였다. 그럴 때 마다 나는 S양에게 매번 신신당부 했다. 나하고 어머니 핸드폰으로 문자 하는 것은 좋은데, , 문자 내역을 모두 지우라고 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S양은 걱정 말라고 했었지.

      내 기억에 중간고사 기간이었던 것 같다. 친구와 함께 근처 대학교 도서관에 시험 공부를 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이었는데, 저물어가는 해를 보며, , 시험칠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구나, 내일 지구가 망했으면 좋겠다. 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버스에서 창 밖을 내다 보는데 갑자기 온 문자에 나는 핸드폰을 들었다.

      번호가 S양의 어머니의 번호였다. 그런데 온 문자가 제법 매서웠다.

    [누구세요?]

      S양이 분명히 문자를 지우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그 순간 나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나 굉장히 고민했다. 안녕하세요 S양 남자친구 입니다? 반대로 누구시죠? 그러다 거짓말을 해서 뭐하냐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최대한 정중하게 MMS 라인에 턱걸이 하듯 문자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S양 남자친구 XXX라고 합니다.]

      대충 이런 느낌의 문자였다. 보내놓고 굉장히 두근거리며 답장을 기다렸던 것 같다.

    [남자친구요?]

      이런 답장 말고.

    [, 남자친구요.]

    [~ 남자친구요?]

      여기부터 싸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 나는, 뭔가 잘못됐음을 본능적으로 감지했고, 맨날 머릿속 한 구석을 쿡쿡 건드리던 그 부분이 미친 듯이 그래 이거야! 라고 외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손 끝이 점점 떨려왔다.

    [아뇨, 애인인데요.]

      선언하듯 보낸 나는 옆자리의 친구가 나의 이상함을 눈치챌 정도로 불안해 했다. 무심하게 핸드폰은 진동했고, 나는 결국 진실을 마주했다.

    [애인은 전데요 ㅋ]

      누군가 놀랄만한 일을 겪으면 하늘이 주저앉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는데, 나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화도 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앞서 떨던 그 모습이 무색하게 내 머릿속 한 쪽 구석에서 그래, 이럴 줄 알았어. 라며 덤덤하게 받아 넘겨버린 것이었다. 놀랍도록 침착하게.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거기에서 내 사고는 멈춰 버렸다.

    [얼마나 만나셨어요?]

    [200일 넘었어요.]

      심지어 내가 세컨드라니. 본인은 이제 막 100일 가까이 됐었을 뿐이었다.

    [몇살이세요?]

    [XX살요.]

      심지어 나보다 어리다. 내 동생과 동갑이라니.

    [이름이?]

    [LXX]

    [너랑 나랑 양다리 당한 것 같은데요?]

      이미 목적 대학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린 나는 친구를 먼저 보내고 벤치에 앉아서 멍하니 하늘만 봤다. 완전히 저물어버린 해는 검은 밤을 불러오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검은 밤을 할 수 있는 최대치로 내 가슴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 형 어떡해요?]

      L군의 문자에 난 화를 낼 힘조차 잃어버렸다.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쩌자는 건지. S양은 L군과 내 사이에서 바람을 핀 건데, 화를 내도 모자랄 망정 나한테 어떻게 하냐고 묻는다. 나야말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나는L군이 사는 곳을 물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내가 온 곳 매우 근처였다. 나는 L군을 불러냈다.

      L군은 놀랍도록 빠른 시간에 내 앞에 나타났고, 그 왜소하고 유약한 모습에 나는 한번 더 진이 빠졌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퍼스트가 세컨드에게 야 이 개잡놈아 건들 여자가 없어서 애인이 있는 여자를 건드려! 라거나, 죄송한데 정말 제가 너무 좋아하거든요 사라져주세요.. 라거나.. 뭐 그런 비슷한 전개라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L군은 너무 연약한 모습으로 내 앞에 처벌을 기다리는 피의자 마냥 바들바들 떨며 있었다.

      옆에 앉혀놓고 커피를 한 캔 마시는데 도무지 할 말이 없었다. 생면부지의 남을 만났는데 그 둘이 같은 여자의 남자친구란다. Jesus Christ. 정말 세상에 사랑이 넘침이 분명하다. S양은 필시 아가페를 가진 순수한 여성이었으리라. 잠깐 고민하다 S양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 몇 번이 울리고 S양은 당연히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 세요?]

    “S양아 나 지금 누구랑 같이 있게?”

    [왜에~? 누구랑 있는데~?]

    너 남자친구랑.”

    [~? 뭔소리야~?]

    인사해 내 여자친구야.”

      L군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자, L군은 잔뜩 겁먹은 눈으로 나를 한번 보더니 핸드폰을 집고 말했다.

    , 누나…”

      그러더니 뚝 끊긴 전화에 놀란 듯 나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끊었어요 라고 눈으로 말하는 L군에게 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어떡하죠, 저 누나 진짜 좋아 하는 데요…”

      그 말은 무슨 나는 S양을 안 좋아하는 것처럼 이야기 하는 듯 들렸다. 사실 L군의 정체를 알자마자 정이 뚝 떨어진 건 사실이고, S양에게 받은 배신은 점점 분노화 되어 내 안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눈 앞에 연적마저 걱정 해야 하는건 아니지 않은가? 도대체 내가 왜?

    미안한데, 나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니까, 집에 가라...”

      먼저 들어가서 공부중인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연락을 하고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처음에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던 내 마음은 이내 배신과 분노로 점철되어 갔고, 그 뜨겁고 날카로운 감정은 내 가슴을 상처 내고 할퀴고 있었다. 후에 들었는데, 우리 동네에서 그렇게 숨어서 나랑 다니던 이유도, L군의 친구들이 우리 동네에 워낙 많이 살고 있어서 라고 한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S양에게서 문자가 왔다 엄청 긴 문자였는데. 대충 요약하자면,

    [너도 좋고, L군도 좋아. 근데 L군이 더 좋아. 미안해 안녕.]

      빌어먹을 년.

    [내 눈 앞에 나타나지 마라.]

      빌어먹을 년그렇게 관계가 정리 되었다. L군도 S양을 좋아한다는데 뭐, 바람 피웠어도 용서 해준다는데 뭐나만 빼고 해피 엔딩이 되어버렸다. 거기서 흙탕물을 뿌리자면 얼마든지 뿌릴 수 있었지만, 나는 그냥 혼자 쓴 웃음을 삼키고 돌아섰다. 물론, 그 때 그 시험은 당연히 망쳤다. 그럼 이게 내 첫사랑 이었냐고? Fuck, NO! 이딴 기억에 첫사랑이라는 수식어를 주기도 아깝다.

      이때 충격은 솔직히 조금 컸다. 그러다 며칠 폐인처럼 지내다가 (그래 봤자 고등학생에게 폐인 생활이라고는 학교, , 학교, 집이 전부다.) 문득 엄청난 생각이 들었다. K. 얘는 처음부터 알고 있지 않았을까? 갑자기 분노가 치솟았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그 어색했던 공원 산책에 다 알고 있다는 눈빛은 S양이 이미 남자친구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눈빛 이었으리라.

    [야 너 알고 있었지.]

      K양에게 대뜸 보낸 문자는 예상했던 답으로 돌아왔다.

    […]

    [너도 연락하지 마]

      그렇게 나의 고등학생 시절의 들뜬 연애의 마침표가 찍혔다. S양도 K양도 의도했던 아니던 나에게 굉장한 량의 충격 에너지를 남긴채 사라졌다.

     성인 군자라도 된 마냥 혼자서 똥물 뒤집어쓰고 나온 격인데, 어쩌겠는가. 저 상황에서 나는 저게 최선이었다. 그렇게 나는 한 발자국씩 지금의 완성체에 다가가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소설입니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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