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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350751
    작성자 : 띵커밧츄
    추천 : 209
    조회수 : 24535
    IP : 162.158.***.47
    댓글 : 33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7/07/16 10:15:43
    원글작성시간 : 2017/07/16 02:15:12
    http://todayhumor.com/?bestofbest_350751 모바일
    30대의 짝사랑 (영원한 친구는없다)
    해외에서 외노자 생활을 하고 있는 30대중반의 여자사람입니다.

    나이드니 어디다 하소연 할때도 없고 이런 게시판에 주저리주저리 글이라도 써 봅니다.
    태어나 처음하는 짝사랑이 이렇게 답답하고 괴롭다는걸 경험하는 중입니다.

    어릴때부터 성격탓에 여자친구 보다는 남자친구들이 더 많았고
    단 한번도 그들과 썸(?)을 탄다거나 딴생각을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결혼을 함과 동시에 우리의 우정도 끝을 내야 하긴 했지만..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와이프에게 눈치가 보여 연락을 하기가 좀 그렇더라구요..

    어느덧 내나이 30대 중반.
    대부분의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주변에 남아있는 처녀 총각 이혼남,이혼녀 (으응?) 들은 서너명 남짓.

    이 이야기는 그중 한친구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10여년전 알게된 이 친구는 제게는 무척 군대동기 같은 친구입니다.
    단 한번도 이 친구를 남자로 대하거나 이 친구도 저를 여자로 대하거나 한적이 없습니다.

    2년전.. 이 친구가 제가 살고 있는 나라로 휴가를 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굳이 날 보러 오는건 아니지만 한국에서 오는 친구가 참 반갑고
    엄마가 싸준 반찬을 배달해주는 친구가 무척이나 고마웠습니다.

    저는 일을 해야 했기에 그 친구는 혼자 여행을 했고
    돌아가기 전 주말에 같이 하루정도 관광을 같이 할 기회가 있어 함께 다니는데
    이 친구 무척이나 든든하더군요.
    한국에서는 못보던 모습과 남을 많이 배려하는 모습, 그리고 당당한 모습이 인상적이였습니다.

    그렇게 그 친구는 한국에 돌아가고.
    이상하게 자꾸만 그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그냥 외국에 오래 있어 외로워서 그런가보다. 연애를 오래 안해서 그런가보다. 주변에 남아있는 인간이 이인간밖에 없어서 그런가보다.
    라며 생각하지 않으려 일에도 매달려 보고 다른것에 몰두도 해봤습니다.

    몇달뒤 한국에 다녀올일이 있어 출장차 갔다가
    이 친구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인정해야 했습니다. 이친구가 남자로 좋다는것을.

    하지만 혼란스러웠습니다.
    저는 결혼생각은 전혀 없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도 없고. 이 친구와 연애를 하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었거든요.

    혼란스러운 마음만 잔뜩 가진채 다시 돌아온뒤.
    30대의 사랑은 그렇더라구요. 
    사랑이 전부가 아니라 그런지 일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며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갔습니다.
    그냥 내 마음에 그사람만 넣어둔채..

    1년뒤. 
    휴가를 가기위해 이곳저곳 알아보던 중.
    그 친구가 선택한 휴가지와 제가 선택한 휴가지가 무척이나 가깝더라구요.
    이틀정도는 얼굴을 볼수 있을것 같아 중간쯤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두근두근. 
    이나이에도 두근거릴수가 있네요.

    설레임이 잠못 이루며 휴가날짜만을 기다렸습니다.
    고백이라는걸 해볼 생각이었습니다. 
    오랜 고민끝에 내린 짝사랑을 끝내는 방법은 "고백한다" vs "포기한다" 인데
    우리의 사이가 끝나더라도 내마음이라도 전해보려고 했습니다.

    휴가지에서의 첫날.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중.
    그 친구가 말하더군요.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아.
    여자친구.

    심장이 차갑게 식는걸 느꼈습니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눈으로 들어가는지 
    입에서는 아무말대잔치가 나오고 있고 
    이틀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밖에 나지 않네요.

    이정도 되면 포기가 될법도 한데.
    그친구를 생각하는게 습관이라도 되어버린걸까요.

    매일매일 그친구만 떠올리며 시간은 또 흘러갑니다.

    다시 1년이 지나고. 
    이번에는 휴가를 한국으로 다녀왔습니다.
    그친구를 포함해 친구 몇명과 가까운 곳에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그 친구는 여자친구랑 헤어졌다고 하더라구요.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걸 보니 나는 참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 더이상 다가갈수는 없었습니다.
    그친구의 눈빛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너는 여자가 아니라 친구아" 라고 선을 그어주고 있었거든요.

    - friends zone - 

    그인간은 나의 이런 마음을 알런지.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짝사랑이 왜 하필 그인간인지 
    짝사랑이 이렇게 아프고 괴롭다는것을 왜 친구들은 말해주지 않은건지

    이제는 정리 라는걸 해보려고 합니다.
    시작도 안한 관계에 정리라는게 있을리가 있겠냐만은
    불확실한 나의 미래에 그사람을 넣고 싶지 않고
    이기적인 나의 마음을 그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고
    우정을 빙자한 우리 관계를 깨고싶지 않습니다.

    짝사랑은 참 편하네요.
    혼자 시작하고 혼자 끝내고.

    마지막 바램이 있다면
    그 친구가 빨리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바램인가 싶지만
    내가 가질수 없다면 빨리 다른사람이 가져가버려야 깨끗이 정리할수 있을것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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