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size="3">나는 고구려의<span lang="en-us"> 9</span>대왕인 고국천왕의 왕비인 우씨 왕후야<span lang="en-us">. </span>평강공주는 많이 들어봤지만 내 이름이 낯설다고<span lang="en-us">? </span>간단히 내 어필을 하자면 난 <span lang="en-us">55</span>년 동안 궁궐 내 최고위층으로 있었어<span lang="en-us">. </span>삼국사기에는 내 이야기가 광개토대왕 보다 할당 된 페이지가 많아<span lang="en-us">. </span>그런데 왜 이렇게 내 이름이 낯서냐고<span lang="en-us">? </span>아마도 내 인생에서 몇 번의 선택이 교육상 좋지 않다고 자기들 마음대로 판단하여<span lang="en-us">, </span>교과서에 실리지 않았기 때문 일 꺼야<span lang="en-us">. </span>자 그럼 이제부터 내 인생 스토리를 들어보고 판단은 각자 알아서 하길 바래<span lang="en-us">. </span>한 가지 말 할 수 있는 건 난 내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았다는 거야<span lang="en-us">.</span><br><span lang="en-us"> </span><br>내가 고국천왕의 왕비로 화려한 궁정라이프를 시작한 것은 서기<span lang="en-us"> 180</span>년이야<span lang="en-us">. </span>내가 지성과 미모를 겸비해서 왕비가 된 거냐고<span lang="en-us">? </span>순진한 소리 하지마<span lang="en-us">, </span>물론 그 부분도 없다고 말 할 순 없겠지만<span lang="en-us">- </span>내 입으로 말하려니 쑥스럽군<span lang="en-us">-, </span>왕비가 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은 가문의 힘 이야<span lang="en-us">.</span><br>고구려에는<span lang="en-us"> 5</span>개의 정치 세력이 있는데 그 중에서 으뜸이 연나부 이고<span lang="en-us">, </span>우리 아버지가 연나부의 리더 우소야<span lang="en-us">. </span>연나부는 왕 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정치파워를 가지고 있어<span lang="en-us">. </span>맞아 나의 첫 번째 결혼은 정략 결혼이야<span lang="en-us">.</span><br>하지만 난 정략 결혼의 부속품으로 살지 않기로 결심했어<span lang="en-us">. </span>내가 왕후가 된 이상 화려한 궁중 생활은 기본이고 권력도 놓치고 싶지 않아<span lang="en-us">. </span>나를 조선시대의 소극적이고 힘 없는 액세서리 같은 왕후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 하지 말아줘<span lang="en-us">.</span><br><span lang="en-us"> </span><br>그런데<span lang="en-us">, </span>요즘 난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어<span lang="en-us">. </span>결혼 생활<span lang="en-us"> 10</span>년 차인데 왕자는 고사하고<span lang="en-us">, </span>공주 조차 슬하에 없어<span lang="en-us">. </span>성질 같아서는 내가 문제인지 왕이 문제 인지 알 수 없다고 대신들에게 일갈 하고 싶지만<span lang="en-us">, </span>그 정도 사회 분위기는 아니야<span lang="en-us">. </span>후궁을 들이라는 각계 각층의 상소가 끓이질 않아<span lang="en-us">.</span><br>여기에다 우리 친척인 좌가려와 어비류가 나를 믿고 너무 해 먹어서 여론이 더욱 악화 되고 있어<span lang="en-us">.</span><br><span lang="en-us"> </span><br><span lang="en-us">“ </span>무엇이라<span lang="en-us">? </span>왕이 우리 가문의 횡포를 더 이상 못 참고 공격을 하기로 했다고<span lang="en-us">? </span>내 언제가 이런 사단이 날 줄 알았다<span lang="en-us">. </span>일단은 어느 쪽이 이길 지 모르니 상황을 지켜보자 꾸나<span lang="en-us">. </span>그 다음 남편의 편에 설지<span lang="en-us">, </span>가문의 편에 설지 결정해도 늦지 않아<span lang="en-us">……”</span><br><span lang="en-us">“ </span>왕후마마 방금 고구려 정규군이 연나부군을 완전히 진압하였다고 하옵니다<span lang="en-us">. </span>왕께서는 내일 농부출신 을파소를 국상으로 하는 파격적인 새 내각을 발표 하신다고 하옵니다<span lang="en-us">”</span><br><span lang="en-us">“</span>더 이상 외척에 시달리지 않고<span lang="en-us">, </span>자기만의 왕국을 만드시겠다<span lang="en-us">?!. </span>하하하하하하<span lang="en-us">. </span>그래 내 남편이 될 자격이 충분 하시구나<span lang="en-us">”</span><br><span lang="en-us">“</span>마마 이런 상황이면 옥체를 보존 하기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span lang="en-us">.. </span>저희 측 에서도 방비가 필요한 줄로 아뢰오<span lang="en-us">”</span><br><span lang="en-us"> </span><br>내 남편인 왕은 나를 차마 폐위까지 시키진 못했어<span lang="en-us">. </span>난 이 후 <span lang="en-us">7</span>년의 시간 동안 그 야 말로 쥐 죽은 듯이 지냈어<span lang="en-us">. </span>왕이 달라고 하는 모든 것을 주었고 오직 하나 후궁을 들이는 일만 사력을 다해서 막아냈어<span lang="en-us">. </span>권력의 최 정점에서 비켜난<span lang="en-us"> 7</span>년의 세월은 끔찍했지만 언제가 기회가 다시 올 꺼 라는 희망을 가지고 버텨냈어<span lang="en-us">.</span><br><span lang="en-us">“</span>마마<span lang="en-us">….</span>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왕 께서는 한 달을 넘기기 힘드실 거라는 주치의의 전언 이옵니다<span lang="en-us">”</span><br><span lang="en-us">“</span>왕의 건강 상태가 절대 외부로 빠져 나가지 못하게 입 단속들 철저히 시키고<span lang="en-us">, </span>넌 내가 시킨 일들에 한 치의 빈 틈도 없어야 함을 유념 또 유념 하도록 하여라<span lang="en-us">”</span><br>왕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span lang="en-us">, </span>무슨 일을 꾸미냐고<span lang="en-us">? </span>우리 한 번 툭 까놓고 이야기를 해 보자고<span lang="en-us">.</span><br>왕과 나 사이에는 왕자는 고사 하고 공주도 아직 까지 없어<span lang="en-us">. </span>남편 고국천왕 밑으로는 둘째 동생 발기<span lang="en-us">, </span>셋째 연우<span lang="en-us">, </span>넷째 계수가 있어<span lang="en-us">. </span>왕이 후사없이 돌아 가시게 되면<span lang="en-us">, </span>이 장성한 동생들이 가만히 있을 거 같아<span lang="en-us">? </span>그래<span lang="en-us">. </span>솔직히 내 안위도 생각 안 한 건 아니야<span lang="en-us">. </span>나라를 위한 가장 현명한 선택을 난 왕후로서 해야 만 해<span lang="en-us">. </span>사리사욕으로 가득 찬 여자라고 욕 만 하지 말고 한 번쯤 내 입장도 생각을 해봐<span lang="en-us">.</span><br><span lang="en-us"> </span><br><span lang="en-us">“</span>마마 고국천왕 주치의 아뢰옵니다<span lang="en-us">. </span>서기<span lang="en-us"> 197</span>년<span lang="en-us">, </span>고국천왕<span lang="en-us"> 19</span>년<span lang="en-us"> 5</span>월<span lang="en-us"> 21</span>일 밤<span lang="en-us"> 11</span>시<span lang="en-us"> 23</span>분<span lang="en-us">. </span>왕께서 승하 하셨습니다<span lang="en-us">”</span><br><span lang="en-us">“ </span>입 단속은 철저히 했겠지<span lang="en-us">? </span>지금 바로 의전을 준비 하여 발기네 집으로 간다<span lang="en-us">”</span><br>맞아<span lang="en-us">. </span>난 왕이 죽은 날 밤 아니 남편이 죽자 마자 시동생의 집으로 향했어<span lang="en-us">. </span>몰론 아직 왕의 죽음은 나의 최 측근들만 알고 있지<span lang="en-us">. </span>사실 난 발기 시 동생이 나의 안전을 보장 해 줄 거 같지 않아<span lang="en-us">. </span>왕의 죽음은 언제간 알려 질 테고<span lang="en-us">, </span>자기가 정통성을 가진 유일한 계승자인데<span lang="en-us">, </span>굳이 나의 신변을 보장할 이유가 없자나<span lang="en-us">? </span>그래도 내가 발기네 집으로 향하는 것은 내 자신의 알리바이를 완성하기 위함이야<span lang="en-us">. </span>아 그리고 난 무엇보다 이 자식 이름부터 마음에 안 들어<span lang="en-us">. </span>그럼<span lang="en-us"> 15</span>분 후 다시 보자고<span lang="en-us">.</span><br><span lang="en-us"> </span><br>역시나 발기는 나의 제안을 거절했어<span lang="en-us">. </span>덤으로 야밤에 형수가 시동생을 찾아왔다며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span lang="en-us">. </span>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 줄 꺼야<span lang="en-us">. </span>내가 왕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지만 이 녀석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챘을 테니<span lang="en-us">, </span>나도 빨리 움직여야겠어<span lang="en-us">.</span><br>둘째 연우 시동생 집으로 향하고 있는 현재 시각은 새벽<span lang="en-us"> 1</span>시야<span lang="en-us">. </span>내가 실질적으로 정한 타켓 이고<span lang="en-us">, </span>내 목표를 이룰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봐<span lang="en-us">. </span>그래도 형식이란 걸 갖춰야 하잖아<span lang="en-us">. </span>막내인 계수는 나중에 알겠지만 의협심이 너무나 강하고 융통성이 없어<span lang="en-us">. </span>만약 둘째 연우가 내 제안을 거절한다면 바로 플랜<span lang="en-us">B</span>를 실행 해야 해<span lang="en-us">. </span><br><span lang="en-us"> </span><br>발기는 결혼하여 아들까지 있는데<span lang="en-us">, </span>연우는 싱글남이라 그런지 집 안 인테리어도 로맨틱해<span lang="en-us">.</span><br>요리 하는 매너남이라는 소문답게<span lang="en-us">, </span>야심한 밤 형수의 방문에도 웃는 얼굴로 대해<span lang="en-us">. </span><br><span lang="en-us">“</span>아이고 형수님 이런 시각에 저희 집을 찾으신 건 분명히 곡절이 있으실 테지만<span lang="en-us">, </span>일단 이야기는 천천히 하시고 제가 직접 고기를 잘라 주안상을 좀 올리겠습니다<span lang="en-us">. </span>얼굴에 화가 가득 하신데 제 요리를 드시고<span lang="en-us">, </span>이야기는 천천히 하시지요<span lang="en-us">”</span><br>됐어<span lang="en-us">! </span>이 느닷없는 방문에도 싫어하는 내색 없이<span lang="en-us">, </span>시종들 시키지 않고 직접 요리를 하겠다는 건 내 의중을 받아 들이겠다는 이야기지<span lang="en-us">. </span>역시 내 선택이 옳았어<span lang="en-us">.</span><br><span lang="en-us">“ </span>아악<span lang="en-us">! </span>이런 경거망동을 용서 하십시오<span lang="en-us">. </span>마마<span lang="en-us">. </span>제가 칼질을 하다 그만 손가락을 크게 베었사옵니다<span lang="en-us">. </span>잠시 조치 후 바로 돌아오겠습니다<span lang="en-us">”</span><br>연우의 이런 퍼포먼스는 귀엽기 까지 하더라고<span lang="en-us">. </span>이제 더 이상 시동생이 아니니 나도 퍼포먼스로 보답을 해줘야겠지<span lang="en-us">?</span><br><span lang="en-us">“ </span>어디 보세요<span lang="en-us">? </span>저런 빨리 치료 하지 않으면 큰일 나겠어요<span lang="en-us">? </span>우선 급한 데로 제 옷고름으로 지혈을 하세요<span lang="en-us">”</span><br>내가 옷고름을 풀어 피가 나는 손가락을 지혈 해주니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 하자나<span lang="en-us">.</span><br>연우와 난 바로 궁궐로 들어가서 비상각료 회의를 소집했어<span lang="en-us">.</span><br><span lang="en-us">“ </span>국상 이하 대신 각료 들은 들으세요<span lang="en-us">! </span>지금은 국가 비상 사태입니다<span lang="en-us">. </span>고국천왕께서 어제 밤 승하 하셨어요<span lang="en-us">, </span>후사가 없는 고구려에 대한 걱정으로 제대로 눈도 감지 못 하셨습니다<span lang="en-us">. </span>워낙 갑작스런 승하로 인하여 유언장도 없지만<span lang="en-us">, </span>둘째 동생 연우 왕자가 왕으로써 가장 적합 하다는 하교를 내리셨어요<span lang="en-us">”</span><br><span lang="en-us">“</span>경들도 경황이 없을 줄 아오<span lang="en-us">. </span>나 또한 발기형님이 있는데<span lang="en-us">, </span>선왕께서 나를 후계자로 지목 하셨다니 당황스럽기 그지 없소만<span lang="en-us">, </span>선왕의 간곡한 뜻이니 내 어찌 거절 한단 말이오<span lang="en-us">. </span>그리고 우리 북방민족의 고유한 전통인 형사취수혼에 따라 형수를 나의 왕후로 받아 들이겠소<span lang="en-us">”</span><br><span lang="en-us"> </span><br>최선의 방어는 공격이고<span lang="en-us">, </span>공격 중에 으뜸은 기습공격이자나<span lang="en-us">. </span>난 왕의 동생을 왕으로 만들고 왕후 자리를 보장 받게 되었어<span lang="en-us">. </span>새 왕과의 물밑 교섭으로 국무총리는 우리 연나부의 떠오르는 별 명립어수로 지명 하였고<span lang="en-us">, </span>난 모든 걸 잃었던 연나부의 새로운 수장으로 등극했어<span lang="en-us">. </span><br>어때 이 정도면 위기가 찬스란 말이 실감나지 않아<span lang="en-us">? </span><br>하지만<span lang="en-us">, </span>발기가 이대로 가만히 있진 않을 테고<span lang="en-us">, </span>세력을 규합하여 언제 궐기 할지 모르지만 오늘 만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 하고 싶어<span lang="en-us">.</span><br>나머지 이야기는 내일 다시 하자고 오늘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어<span lang="en-us">. </span>너무나 긴박한 하룻밤이었잖아<span lang="en-us">. </span>조금은 로맨틱 하기도 하지 않았나<span lang="en-us">? </span><br><span lang="en-us"> </span><br><span lang="en-us"> </span><br></font>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font size="3"></font></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