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어머니.</div> <div><br></div>저 처음만나셨을때 뭐라 하셨는지 기억 나세요? <div><br></div> <div>'눈에 서린 저 악귀좀 봐라. 저런 년은 집에 들이면 안됀다.'</div> <div><br></div> <div>흐흐.. 어머님 그때 저 정말 놀랐어요.</div> <div><br></div> <div>제가 통찰당했다고 생각해서? </div> <div><br></div> <div>전혀 아니에요.</div> <div><br></div> <div>시어머니가 대체 왜 저러시는걸까. 결혼하면 더 이상해지는건 아닐까. 그런 생각했어요.</div> <div><br></div> <div>근데 예상이 적중하더라고요.</div> <div><br></div> <div>진짜 당신은 상상 이상으로 또라이였어요.</div> <div><br></div> <div>저 임신중에 짐날라라 밥해라 청소해라 뭐좀 사와라</div> <div><br></div> <div>그건 그럴 수도 있죠. </div> <div><br></div> <div>아들말고 딸을 낳으면 바로 집에서 쫒아낼거라고 호통을 하시길래</div> <div><br></div> <div>무당한테도 가보고, 교회에서 기도도 해보고.</div> <div>제가 아는 아들 낳은 언니들한텐 평소에 뭐 먹었냐고 물어보고는, 똑같이 따라먹기도 했어요.</div> <div><br></div> <div>당연히 아들을 낳았더니 하시던 말이.</div> <div><br></div> <div>'미친년, 지 꼭 닮은 아들을 내놨네. 딸이랑 뭐가 달라?'</div> <div><br></div> <div>진짜 무슨 개소리에요. 그게?</div> <div>저랑 닮으면 딸인가요? 남편 닮으면 아들이고? 성별은 왜 있나 모르겠네요.</div> <div><br></div> <div>애 4살 될쯤엔 갑자기 빈집에 찾아오셔서는 우리애 데려가셨죠?</div> <div>'니 밑에 있으면 애가 똑바로 크겠어? 내가 데려갈테니까 그렇게 알아둬. 달마다 돈 꼬박꼬박 보내고.'</div> <div>어이없었지만 남편이 지켜보자 해서 가만히 있었어요.</div> <div><br></div> <div>그리고는 몇주도 안돼서 우리 성현이 사고로 죽었죠. </div> <div>동네 어르신들이랑 같이 노시느라 냇가에 빠진것도 모르고 있었다고.</div> <div><br></div> <div>진짜 돌아버리는줄 알았어요. 그 겨울에 성현이가 얼마나 추웠을지..</div> <div>그때 당신 안죽인 제가 참 신기하다고 생각할정도네요.</div> <div><br></div> <div>그래도 어머니도 사람이라고, 미안한건 아셨는지 몇년은 조용히 있으셨죠.</div> <div>그래도 명절땐 꼬박꼬박 부르셨었죠. 일하라고.</div> <div><br></div> <div>그러고보니, 성현이 가고 몇년 지나서 명절때 또 뭐라 하셨었죠?</div> <div>'다음 애는 아직이냐? 그런일로 침울해 하지말고 대를 이어야 할거 아니냐.'</div> <div>어머니. 어머니가 들어도 솔직히 또라이 같지 않아요?</div> <div>우리 성현이 누구때문에 죽었는데? 아...성현아..</div> <div><br></div> <div>그래서 전 절대 애 안만들기로 했어요.</div> <div>남편도 저 이해해주는 눈치였고, 가끔 남편 성욕해소 할때는 꼭 피임도구하고 했어요.</div> <div>당신 밑에서 자랄 애가 불쌍했거든요. 혹시 또 저 없을때 데려가면 어쩌지 싶었고요.</div> <div><br></div> <div>그래도 남편이 있었다면 아직 나았을지도 몰라요.</div> <div>우리가 이렇게 됄일은 없었을지도 모르죠.</div> <div><br></div> <div>근데 어머니가 부추기신거잖아요?</div> <div>남편 운전 서툰거 알면서, 괜히 이유도 없이 심심하니까 내려오라고.</div> <div>저도 남편 운전 서툰거 아니까, 운전할일 있으면 제가 해줬어요.</div> <div>아니면 대중교통 이용하던지. 둘중 하나였는데.</div> <div><br></div> <div>어머니도 저 교통사고나셨던거 알죠?</div> <div>음주운전한 미친놈한테 치여서, 팔 부러지고 다리 부러지고.</div> <div>제가 그런 상태니까 일부로 남편 부른거잖아요.</div> <div>간병 해줄 인간 하나 없이 불편하게 있으라고.</div> <div><br></div> <div>남편도 처음엔 나중에 KTX 같은 대중교통으로 나중에 일정 잡고 가겠다.</div> <div>돌려서 거절한거. 저도 알고 있어요.</div> <div>그런데 어머님은 굳이 자가용으로도 괜찮으니까 바로 내려오라고.</div> <div><br></div> <div>그래서 죽었어요. 당신 아들.</div> <div>내 남편.</div> <div>겨울이라 길이 미끄러워서, 절벽으로 꽝.</div> <div>꽝.</div> <div>꽝.꽝.</div> <div><br></div> <div>그래도 성현이보다는 낫네요. 차안이라 덜 추웠을거라 생각해요.</div> <div><br></div> <div>근데 어머니, 남편 장례식장에서 또..</div> <div>'자동차 조사해봐라, 저년이 브레이크를 고장냈을거다! 보험금 노리고 저지른 계획살인이다! 저년은 악귀가 들린 살인마다!'</div> <div>또라이년.. 진짜 씨발 또라이년 ..</div> <div><br></div> <div>적당히 해야지. 나이쳐먹고 할 짓이 그렇게 없으신건지. 유독 내가 만만해보였는지. 난 잘모르겠어요.</div> <div>근데 후자였던거 같네요.</div> <div><br></div> <div>저보고 보험금 노리고 저지른 살인마.</div> <div>라고 하셨으면서 제가 선물한 꿀물은 잘도 드시는거 같던데.</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자기 몸은 진짜 잘 챙기려하시네요.</span></div> <div><br></div> <div>근데 제가 거기다가 아무짓도 안했을거 같아요?</div> <div>어떤가요, 슬슬?</div> <div>걱정마세요, 어머니. 시아버지 묻힌곳 바로 옆에 묻어드릴게요.</div> <div><br></div> <div>안녕히 죽으세요. 또라이년아.</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