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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225157
    작성자 : ㅇㅈㅇㅇㅈㅇ
    추천 : 413
    조회수 : 79186
    IP : 27.35.***.63
    댓글 : 13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5/12/11 12:12:44
    원글작성시간 : 2015/12/11 06:51:51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25157 모바일
    친형한테 이상한 감정을 느낍니다

     제 나이는 올해로 스물 둘입니다. 아무한테도 커밍아웃 안한 클로짓 게이고요. 친형은 저보다 3살 많습니다. 보통의 형제들과는 달리 형이랑 전 허물없이 가까운 사이는 아닙니다. 왜 보통 형제나 자매가 있으면 장난치고 대들고 하는 게 일상이라는데 저랑 형은 둘만 같이 남아있으면 괜히 어색한 느낌이랄까요. 서로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형이랑 제가 어릴 때부터 떨어져 지내는 일이 많았거든요. 형은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한지 한 학기쯤 지나 미국에 있는 친척 집으로 갔습니다. 일종의 조기유학이죠. 전 형이 미국 갈 때 따라가기 너무 어린 나이라 쭉 한국에 남아 학교를 다녔습니다. 저도 몇 년 후 같이 딸려서 미국에 갈 뻔 했는데 아무리 친척이라지만 두 명이나 남의 자식을 떠맡기엔 그쪽도 부담스러웠는지 그냥 무산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 형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어쩌다 명절이나 되면 와서 며칠 놀고 가고, 가끔 부모님이랑 같이 미국에 가서 친척들이랑 형 보고오고. 꼭 사촌형이나 작은삼촌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 동안은 거의 외동아들처럼 지냈죠.

     

    그러다 한 중2쯤 돼서 형이 돌아오더군요. 그래도 얼굴 보기는 그렇게 쉽지 않았습니다. 한 일 년 반쯤 꼬박 고등학교 입시준비 한다고 부산하더니 특목고랍시고 멀리 기숙학교를 들어가 버렸거든요. 그 땐 초등학생이라 저도 형의 존재를 의식하긴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때 형이란 존재는 제게 집에 있으면 조심해야하는 사람에 불과했습니다. 주말이며 저녁에도 학원에 있거나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일이 많았고 집에 와선 잠만 자고 가는 터라 얘기를 한다든지 그런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형만 신경 쓰는 집안 분위기에 기가 눌려 형 방 앞에선 발걸음도 조심하고 티비도 함부로 못 틀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형이 고등학교에 진학한다고 다시 사라져버릴 때 쯤에 저한테도 사춘기가 왔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반항한 번 안한 착한 자식으로만 알고 있지만 속으로도 아무 혼란 없이 지내온 건 아닙니다. 그 때부터 제가 동성애자라는 걸 실감해야만 했으니까요. 제가 동성애자라는 건 아주 어릴 때부터 인지는 하고 있었습니다. 7살 때 좋아했던 친구 사진도 유치원 앨범에 남아있을 정도지만 그 땐 그냥 직감적인 거였지 진지하게 생각하진 않았죠. 어린애였으니까요. 다만 열 한 두살 먹어선 아무도 안 가르쳐줘도 대충 이게 연애감정이고 사랑이라는 거라는 걸 알겠더라고요. 그래도 그땐 나중이 되면 여자도 좋아하게 될 거라고, 일단 다 크기 전까지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그저 안일하게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변성기가오고 수염도 거뭇거뭇 나기 시작하면서 뭔가모를 두려움이 일었습니다. 더 이상 어린애로 남아있을 수 없다는 두려움? 성애라는 맥락에서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는 그런 두려움이 확 덮쳐오더군요. 딱히 교회를 다니는 건 아니지만 부모님은 동성애자나 트랜스 젠더를 싫어하십니다. 전형적인 호모포비아세요. 한참 하리수씨가 방송에 자주 나올 때, 정신병자가 티비에 나오는 거 기분 나쁘다며 채널을 바꾸실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니 커밍아웃은 꿈도 못꾸고 괜히 불안함만 늘어갔습니다.

     

    주위 친구들은 매일 같이 여자친구며 여자 연예인 얘기를 입에 달고 사는 데 전 그들의 세계에서 항상 소외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친한 친구를 짝사랑 할 땐 진짜 죽고 싶더군요. 어린 나이였지만 제 자신에 대한 피해의식이 정말 커서 동성친구를 사랑하는 제 자신이 혐오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괜히 좋아하는 마음이 들킬까봐 좋아하는 동성친구와 일부러 멀어지려고 애썼고요. 그러다 일이 잘못 풀려서 친구들과 트러블이 생겨서 중학교 졸업 할 때까지 왕따로 지냈습니다.

     

    제 딴엔 짝사랑을 피한다고 한 건데, 갑자기 자기들을 무시하고 찐따나 여자들이랑만 어울려 놀고 있으니 저들 눈엔 곱게 보이지 않았겠죠. 돈을 뺏거나 물리적 폭력을 당하진 않았지만 늘 폭언과 집적거림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나마 그런 건 견딜 만 했습니다. 정말 힘든 건 그 때 제가 좋아했던 아이도 제가 괴롭힘 당하는 걸 외면했다는 거죠. 반장이었으니 좀 말려줄 수도 있었을 텐데. 다 어릴 때 얘기고, 왕따를 도와주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해는 갑니다만 그래도 원망스러운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하여튼 그 와중에 제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공부밖에 없었습니다. 나름 준수한 성적을 냈다고 생각했지만 어릴 때부터 수재소리 들으며 뭐든 척척 잘해내던 형보다는 한참 모자랐습니다. 부모님의 투자며 관심에서 좀 멀어질 땐 원망스러웠습니다. 나도 힘든데. 괜히 얼굴도 잘 못보는 형한테 질투만 나고, 그런 제가 참 못났다고 생각해서 많이 우울했었어요. 형이랑 한번만 인생을 바꿔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두 번 한 게 아니에요. 집에는 없었지만, 형이 외국에 있을 때랑은 달리 부모님이 늘 형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고 모든 게 형 위주로 돌아갔습니다. 그럴 시기는 한참 지났는데 꼭 외동아들이었다가 늦둥이 동생이 태어나 소외당하는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했고 친구관계 때문에 속앓이하던 때여서 더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부터 형은 제게 질투의 대상이자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다 형이 명문대에 합격하니 삽시간에 온 집안이 축제분위기가 되더라고요. 형은 어디서 알아왔는지 사립재단 장학금도 신청해 받아서 학교를 거의 공짜로 다니다시피 했습니다. 당연히 부모 눈에는 그렇게 예쁜 자식이 없었겠죠. 저도 저 나름 고등학교에 왔으니 왕따 생활도 청산하랴 공부하느랴 힘든데 부모님은 저한테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형은 군대 간다고 사라지고 다시 집안엔 저 밖에 없는데 제가 고3이 됐을 땐 형이 수험생활 하던 때랑 집안 분위기가 아주 다르더라고요. 마치 자식 다 키운 양, 전 여분으로 남겨둔 자식인양 대하는 게 기분 나빠 수능 치기 한달 전 쯤에 한마디 빽 질렀습니다. 형만 자식이냐고, 난 아들로도 안보이냐고 바락바락 대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디서 그런 강단이 나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네요. 사춘기 때도 반항한번 안하다 다 커서 패악 부리는데 놀라셨는지 괜히 부모님이 제 눈치 보는 것 같아 미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괜히 죄송스러워서 그 이후엔 제 내적인 갈등 은 다 덮어두고 공부에만 전념했습니다.

     

    그렇게 악착같이 해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학에 입학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형처럼 손꼽히는 명문대를 다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노력한 만큼 대가는 받았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여전히 제 고민들은 해결되진 않았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대학 생활에 아무래도 적응하기 힘들었고 동기들은 자기 일 하느라 바쁘거나 저마다 짝찾아서 교정을 거니는 데 전 여전히 피해의식에 잠겨 있어 아무것도 못하고 있더라고요.

     

    대학와서 처음으로 주류 게이사회에 발들여보려고도 생각했지만 그것도 힘들었습니다. 학교에 성소수자 동아리가 있지만 사람들 지나다니는데 따로 사람이 와서 면접보는 것도 감당 못할 거 같고, 동아리방 문 열고 들어가는 것조차 무서워서 감히 시도도 못해봤고요. 용기내서 게이 어플도 깔아봤는데 외모가 모자라서 그런지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번개하자고 치근대기만 하고 남자친구는커녕 인맥 구하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친근하게 말 걸다가도 사진만 줬다 하면 그냥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안 그래도 낮은 제 자존감에 더 상처만 입게 되더군요. 제 사진을 거기 걸어놓고 있자니 꼭 결함 있는 상품을 진열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냥 앱을 삭제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저의 박탈감은 더 심해만 졌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힘들었습니다. 그저 무기력해졌어요. 그렇게 죽자 살자하던 공부도 손 놓게 되더라고요.

     

    하루 종일 누워만 있고 밖에도 잘 안나가니 학점도 당연히 기대하기 힘들었고요. 감정 상태가 둔해진다고 할까요. 한없이 침울해지는 느낌에 온 몸이 압도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누가 재밌는 말을 해도 웃음도 안나고, 가슴도 멍울이 진 것처럼 답답하고 귀도 살짝 멍한 느낌이들었습니다. 힘이 다 소진되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짧게 준비하던 공인어학자격증도 다 손놓아버렸고요. 그렇게 공부하지도, 놀지도 못하고 신입생으로 들어간 첫 학기랑 방학을 그냥 보냈습니다. 그러다 진짜 어렵게 부모님한테 정신과 상담좀 받아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노발대발하시더라고요 정신력이 그렇게 모자라서 어떻게 살겠냐고. 어디 모자란 것도 아닌데 니가 왜 정신과를 가야하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길래 다시는 얘기도 못 꺼냈습니다. 부모님 몰래 병원 다니고 싶어도 그 때 정신 상태로는 과외나 알바자리를 구하는 건 도저히 못하겠고, 휴학도 하고 싶고 어디 한 십년은 쉬어야 원상복귀를 할 수 있을 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형이 군대에서 나오면서 처음으로 형 얼굴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부모님한테 들었는지 제가 형한테 그닥 감정이 안 좋다는 것도, 무기력하게 지내는 것도 알고 있더라고요. 어느 날 느닷없이 저한테 미안하다고 그래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정신없고 우울한 와중에도 당황스러워 움찔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말이나 몇 마디 나눴을까, 쭉 남 같았던 형을 그렇게 싫어할 이유도 없는 데 말이죠. 오히려 어릴 때부터 밖으로 겉돌던 형이 더 힘들 법도 한데 제가 오히려 예민하게 구는 게 웃긴 일이었습니다. 사실 그 땐 더 이상 애인이니 가족으로부터 느끼는 소외감이니 이런 것들을 고민할 만한 정신적 여력조차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그저 우울한 감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스스로 약점을 찾아내고 들추는 데 골몰했던 거였죠.

     

    아무튼 그 이후 형이 그 동안 못했던 형 노릇을 하려는지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려 그러는 지 저를 자꾸 의식하고 잘해주려고 하는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디 여행 갔다 오면 여친 꺼 사는 김에 작은 기념품이라도 하나 사주고, 힘들어 보이면 웃으면서 힘내라고 말해주기도 하고요. 가끔 술도 마시자고 불러내는 데 부담스러워서 그건 미루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여전히 소원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형한테 갖고 있던 피해의식은 지워낼 수 있었어요.

     

    결국 저도 일 년은 무던히 노력해서 겨우겨우 제 주변일은 갈무리하면서 살 정도까진 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어차피 평생 혼자 사는 사람도 많은데 고작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우울할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괜히 게이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게 제 영혼을 깎아먹는 것 같아 그냥 벽장 인 채로 평생 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문제가 터졌습니다. 형만 보면 이상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 겁니다. 친구하나 없이 아싸로 지내는 데다 부모님이랑도 더 이상 정서적인 교류가 안 되고 있고, 어디 하나 의존할 데가 없으니 살갑게 대해주는 형이 고맙고 편안했던 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마음 한 켠에 없잖아 미안한 마음이 있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게 어느 순간 연애감정 같은 걸로 바뀌기 시작했던 겁니다. 처음엔 저 스스로도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형한테 품기엔 너무 낯선 감정이라서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엔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단순히 형제한테 느끼는 우애를 넘어서 형만 보면 설레고 두근거리는 게 이건 아니다 싶었죠.

     

    그런데 이게 또 일 년이 지나다보니 점점 더 심해지는 겁니다. 형만 보면 울고 싶고, 나 혼자서만 꼭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 것 마냥 심각한 게 더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당연히 형도 자기 일로 바쁘고, 여자친구랑 교제도 하고 있으니 시간이 없는 게 뻔한데 집에 있을 때 만큼이라도 몰래 조금 더 보고 싶고, 같이 영화도 보고 싶고 어디 나가서 데이트라도 하고 싶다는 망상을 합니다. 지금까지도요. 멀리서 형체만 보여도 가슴이 뛰고, 같이 있을 때 슬며시 다가오거나 아침에 잠긴 목소리로 말이라도 걸어주면 그게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전에 한참 우울할 때 느꼈던 그런 우울감은 아니지만 꼭 상사병 걸린 것처럼 안타까운 마음이 매일 매일을 이어지니 또 다른 의미에서 미칠 것 같았습니다. 아무 의미 없는 걸 알면서도 형이 눈웃음 짓는 게 머릿속에 맴돌고 형 여자 친구한테 질투까지 느낄 정도니 이런 기분을 그냥 억누르고 살기도 너무 힘이 듭니다.

     

    형은 확실히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저보다 훨씬 근사한 사람이긴 합니다. 키도 저 보다 한 뼘은 크고, 외모도 엄청 잘생겼다고 하기는 무색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눈에 금방 띌 정도로 훈훈한 편입니다. 얼핏 보면 저랑 비슷한가 싶어도 이목구비도 제대로 잡혀있고 훤칠해서 다른 사람들이 형제지간 같지 않다고 할 정도로 다르고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주변에 인기도 많고 영어며 스페인어도 유창하게 하고. 하여튼 저보다 한참 나은 사람이었죠. 그래서 알게 모르게 부러워하고 닮고 싶어 했던 거 였을 테지만요.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고, 내가 워낙 열패감에 찌들어 있다 보니 일시적으로 드는 감정이지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되뇌는 것 밖에 제겐 별 도리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유를 찾아가면서 까지 제 감정을 포장하고 있자니 저 스스로가 너무 혐오스러운 겁니다. 짝사랑할 때마다 늘 혼자 앓던 성격이긴 했지만 이건 진짜 밑바닥까지 추락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무너지는 생활을 기껏 바로 세우는가 싶었는데 다시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형이 있으면 방 밖으로 안 나오고, 괜히 틱틱댔습니다. 좋아하는 티 낼 수가 없어서요. 자꾸 이런 식으로 구니까 형은 겉으로는 별로 티 안내면서도 괜히 제가 불편한 것 같더라고요. 제 딴에는 할 만큼 했는데 다 큰 놈이 별 것 아닌 일로 꽁해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 불편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더 제 자신이 징그러웠던 부분은 형한테 연애감정만 느끼는 게 아니라 성욕까지 느낀다는 점입니다. 한 번도 남자를 안아본 적이 없어서였을지도 모릅니다. 뭔가 제 삶에 결핍된 부분을 채우고 싶었던 것 일수도 있겠죠. 어쩌다 거실에서 흐트러져 자고 있는 걸 보면 괜히 이마도 쓰다듬어보고 싶고 미친 척하고 옆에 누워보고 싶고 온갖 이상한 생각들을 합니다. 심지어는 밤에 잠 설치다 열려진 문 틈 사이로 형 방에 몰래 들어가기 보기도 했습니다.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비몽사몽간에 형 얼굴을 몰래 보고 있자니 갑자기 소름이 쫙 돋더라고요. 서둘러 나와서 그날은 하루 종일 침대에 박혀 있엇습니다. 혹시나 내가 물끄러미 쳐다보는 걸 잠결에 눈치 챈 건 아닐까 싶고 부끄럽고 또 수치스러워서 침대 밖으로 나갈 수가 없더라고요. 이렇게 친형한테까지 성욕을 느끼는 게 너무 역겨워서 더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갖은 찌질한 짓은 다하는 데도 형은 여전히 자상하게 대해주는데 오히려 그게 저한텐 더 짐처럼 다가옵니다. 차라리 아예 소 닭 보듯 서로 모른 척하고 살면 마음 삭일 때 까지 좀 참을 만 할 텐데 제가 불편한 티를 내면 낼수록 더 제 눈치를 살피니까요. 성격이 좋아서 그런지 아직도 우리 사이가 어색해서 그런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지나치게 군다 싶을 때조차 형은 제게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몇 년만 참으면 형 결혼해서 분가하겠지, 그렇게 멀어지면 이런 비정상적인 감정도 사라지겠지 싶어 참으려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어릴 때 가까웠던 형제들도 나이 들고 따로 살면 멀어지니까 이렇게 애매한 상태로 남아있으면 되겠다 싶다가도 그 몇 년을 참는 게 아뜩해 보이는 데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30분 거리를 통학하면서 형 피하자고 자취하는 것도 이상해 보일 테고, 제 상태가 요새 심상치 않은 걸 잘 아는 부모님이 따로 나가서 사는 걸 허락해 줄 리도 만무하고요.

     

    아직 이런 감정까지 감당할 정도로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도 아닌데 곧 미뤄왔던 군대도 가야되고, 주변에선 빨리 가라고 성화라 요새는 더 힘겹습니다. 그런데 군대 가면 당장 다른 무엇보다 형을 못 본다는 사실이 그렇게 억울할 수 없는 게 제가 생각해도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엔 너무 힘들어서 군대 가기 싫다는 핑계로 펑펑 울면서 눈 딱감고 형한테 와락 달려들었는데 등 토닥이며 안아주더라고요. 자기도 갔다 왔는데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남자답게 갔다 오라고 말해주는 데, 너무 그 품이 편하고 시간이 그렇게 멈췄으면 좋겠는 겁니다. 형이라면 왠지 이해해 줄 것 같아서 좀 도와달라고 속마음이라도 털어놓아볼까 싶었는데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관뒀습니다. 커밍아웃도 무서워서 못했는데 하물며 이런 더러운 속마음까지 다 털어놓으면 의절하겠다 해도 더 할 말 없을 것 같아서요. 결국 형이랑 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냥 저 혼자 일 년째 속앓이 하고 있어요. 오유는 한참 빈둥댈때 눈팅만 하다 이제서야 처음 글 써보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쓰다보니 하소연이 되어버렸네요. 어디서 상담 받기도 난감한 문제고 다른 사이트에도 고민글 짧게 써봤는데 지어낸 얘기 취급해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다 써버렸습니다. 저 나름은 아직도 너무 혼란스럽고 진지한 상황인데 답이 없다는 건 알지만 뭔가 해답이 있었으면 좋겠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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