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내 나이 스물 하고도 둘, 한참 피가 끓어오를 나이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오유인인걸로 알겠지만 당연히 여자친구는 없고, 병무청의 농간인지 군대에 못가고 복학. 한참 학교를 다니고 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덕분에 노답이라던가, 정부에 저항하며 꿋꿋히 군대를 안가는 아나키스트, 동기들이 다 군대에 가 친구가 없어서 아무무 등으로 불리고 있다.</span></div> <div><br></div> <div>친구도 여자친구도 없이 외롭게 지내다보니 애꿎은 졸업한 선배들만 줄창 불러냈다.</div> <div><br></div> <div>선배를 붙잡고 '전 왜 군대를 못갈까요 엉엉 우웩' 따위의 말만하는 후배가 안쓰러웠는지,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오늘은 같이 술을 마시던 여자선배가 소개팅을 해준다고 했다.</span></div> <div><br></div> <div>"야 너 소개팅 해볼래?"</div> <div><br></div> <div>"누나, 저 돈 없어요, 계산 못함."</div> <div><br></div> <div>"누가 너한테 계산 하래? 너 보니까 떠오르는 여자애가 있어서 그래, 스물 한 살인데 애 괜찮아."</div> <div><br></div> <div>"무슨 배 타거나, 배 따서 뭐 빼가고 그런건 아니지? 아니면 옥장판 사라거나..."</div> <div><br></div> <div>"미X놈, 해주지마?"</div> <div><br></div> <div>"사진 좀 보여주시죠..."</div> <div><br></div> <div>기다리라면서 휴대폰을 두드리는 선배를 보며 내 앞에 있는 소맥을 한잔 벌컥 들이켰다.</div> <div><br></div> <div>나는 평소 알콜의 힘 없이는 친하지 않은 여자에게 말도 못 붙인다. 소개팅은 해본 적도 없고 여자만 만나면 속이 쓰리니...</div> <div><br></div> <div>이에 관련해서도 수많은 별명이 있다.</div> <div><br></div> <div>썸이 생겨도 눈치 없이 철벽을 친다하여 '포항 제철'.</div> <div><br></div> <div>그린 라이트도 못보고 레드 라이트때 길을 건너다 몇번 사고가 나서 '적녹색맹'.</div> <div><br></div> <div>이라는 별로 명예스럽지 않은 별명이 있다. 상담을 해주던 친구들은 흔히 '병X새끼, 고자X끼, 연애고자놈' 등등으로 부르곤 했다.</div> <div><br></div> <div>사진을 찾는 속도가 왜 이리도 느리며, 내 심장은 왜 이리도 빨리 뛰는가.</div> <div><br></div> <div>아니 근데 스물 한 살이면 한참 대학에서 CC하고 있을때 아닌가? 근데 왜 군대도 못 간 나한테 소개팅을 해주지? 장래희망이 고무신인가?</div> <div><br></div> <div>와 같은 생각을 하던 중 내 눈 앞에 휴대폰 액정이 들어왔다.</div> <div><br></div> <div>"예쁘다."</div> <div><br></div> <div>다른 말은 필요가 없었다. 휴대폰 속에는 아리따운 여성분이 있었다.</div> <div><br></div> <div>"그치? 얘 진짜 애 괜찮아. 얘가 어떻냐면..."</div> <div><br></div> <div>그 이후의 말은 기억이 안난다. 내 머릿속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이 여성이 평생 함께라면 얼마나 즐거울까?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 유전자라면 내 면상도 흐려질거야, 음음. 아들 하나, 딸 하나. 아냐, 요즘 같은 시대에 둘은 너무 많아. 그리고 아들놈이 나랑 똑같이 자라면 국가적 재앙이야.'</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등의 생각을 하다가 무언가 내 머릿속을 강타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렇게 예쁜 여자를 내가 군대간 사이 가만히 놔둘리가 없잖아?'</span></div> <div><br></div> <div>그렇다. 군대... 내 행복한 가정을 가로막는 군대...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을 바에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게 낫다는 결론에 도착했다.</div> <div><br></div> <div>"어... 누나, 괜히 고무신 만들 일 있어? 됐어 그냥..."</div> <div><br></div> <div>"그래? 얘가 너 마음에 든다고 그러던데. 알았어, 그렇게 연애할 마음 없다고 전할게."</div> <div><br></div> <div>가슴은 아프지만 나는 그녀를 떠나보냈고, 집에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한강의 수온이 체크하고 싶어졌다.</div> <div><br></div> <div>병X새끼.....</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