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와이프가 삼삼이를 임신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애가 태어나면 유아용품을 사러 다니기 힘드니 미리 사야 된다는 조언에 서울, 경기 지역의 </div> <div>베이비 페어를 휩쓸고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다니면서 여러 가지 용품들을 충동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구매했다. 지름신이 강림하셔서 효자손으로 가려운 곳을 박박 긁듯이 카드를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긁고 다녔을 때는 좋았는데 훗날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것들이 삶의 짐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span></div> <div><br></div> <div>아이의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구매한 원목 아기 침대 > 삼삼이는 산후 조리원에서 2주간의 기초 베이비 훈련을 당당히 마치고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퇴소한 후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정확히 3일 동안만 잤다. 그리고 엄마 품이 그리웠는지 아니 정확히는 찌찌가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리웠는지 엄마 옆에서 자는 것을 고집해 내가 1시간 동안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끙끙대고 조립한 원목 침대는 훗날 기저귀 보관함이 되고 말았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산후 조리원에서 배운 건 은애 은애 밖에 없었다. 다른 집 아이들은 응애 응애 우는 데, 녀석은 아무래도 전생에 은애라는 여자를 사랑했던 것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닐까... 나중에 삼삼이가 더 커서 의사소통이 가능하면 은애가 누군지 꼭 물어보고 싶다.)</span></div> <div><br></div> <div>거대한 유모차 > 7년 만에 집안에 새로운 식구가 합류한다는 사실에 흥분한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시골에서 직접 구매한 거대한 유모차를</div> <div>직접 용달차에 싣고 우리 집으로 오셨다. 삼삼이를 태우고 다닐 때 마치 이앙기를 끌고 서울 시내를 다니는 느낌이었다. </div> <div><br></div> <div>매트 > 층간 소음과 아이의 부상을 염려한 우리 부부는 집도 작은데 쓸데없이 매트를 2장이나 그것도 가장 큰 사이즈로 구매했다.</div> <div>그리고 생각보다 딱딱해서 어른인 내가 자고 일어나면 허리가 아플 정도였다. (뭐... 워낙 내가 연약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결국 지금은 </div> <div>소파에 걸쳐 아이 미끄럼틀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 그리고 가끔 내가 술 먹고 반인반견 상태로 귀가할 때 분노한 와이프가 나 대신 두들겨 패는 </div> <div>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사용되고 있다.</div> <div><br></div> <div>결국, 집안의 짐으로 전락한 위 세 가지 유아용품을 팔아 여름 휴가비에 보태기 위해 우리는 중고매매라는 것을 처음으로 시도하기로 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지만 인터넷에서 본 국내 최고의 중고 매매 사이트(?)인 중고나라는 주로 사기꾼 아니면 같은 한국인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말이 통하지 않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사람과의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사연이 많이 검색되어, 소심한 우리 부부는 안전한 거래를 위해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와이프가 소속된 자랑스러운 중랑맘과 지역 커뮤니티에 중고 매매 글을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애절하게 올렸다. 게다가 '안 팔리면 어떻게 하지.' 하는 소심한 마음에 판매 가격도 저렴하게 올렸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글을 올리자마자 반응이 가장 빠르게 온 상품은 바로 매트였다. 그것도 걸어서 10분 거리의 구매자가 가장 먼저 댓글을 남겼다. </div> <div>바로 통화를 시도하고 매트를 들고 달려나갔다. 매트를 들고 가는 데 첫 중고거래라 떨렸다. </div> <div>'사기꾼이면 어떻게 하지. 매트에 하자가 있다고 깎아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매트보다 내가 마음에 든다고 나를 사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div> <div>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약속한 장소에서 매트를 들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약간 귀찮고 퉁명스러운 말투로 내게 말을 걸었다. 아마도 댓글은 와이프가</span></div> <div>남긴 것 같고, 자신은 주말이라 쉬고 있었는데 와이프의 성화에 못 이겨 마지못해 나온 것 같았다. </div> <div><br></div> <div>"저기 매트 파시는 분이죠?" </div> <div><br></div> <div>"보면 모르시겠습니까? "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친절하게 웃으면서 "네 맞습니다! 매트 파는 분 입니다." 라고 말했고, 우리는 거래를 시작했다.</div> <div>그리고 정확히 20초 만에 거래는 끝났다. 그 20초 동안 남자는 매트는 이리저리 살펴봤고, 나는 돈을 셌다. 그리고 서로 어색하게 인사했다.</div> <div><br></div> <div>"저.. 살펴 가세요."</div> <div><br></div> <div>"아.. 네 감사합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카페에 올린 글 중 유모차를 사겠다는 사람이 또 나타났다고 했다. 와이프는 흥분해서 내게 "오빠, 빨리 전화해 봐! 전화해!" 하면서 <br></div> <div>구매자와의 통화를 재촉했다. 여성분이었다. 구매를 원하시는 분이 사는 동네는 신내동.... 집에서 도보로 이앙기 아니 유모차를 끌고 가기에는</div> <div>벅찬 거리였다. 그 여성분은 남편이 주말에 일하고, 자신은 임산부여서 거동이 불편해 정말 죄송하지만 내게 직접 와줄 수 있느냐고 </div> <div>부탁을 했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옆에서 통화내용을 듣던 와이프는 임신하셨다는데 직접 가져다 주라며 나를 부추겼다. 힘도 나보다 천하장사면서 자기가 가지..</span></div> <div>결국, 나는 이앙기 아니 유모차를 분해해서 차에 실은 뒤 나를 따라간다고 울부짖는 삼삼이를 데리고 구매자분이 거주하는 곳으로 갔다.</div> <div>약속한 그곳에는 구매자로 보이는 임산부 한 분과 인상 좋은 할머니 한 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안녕하세요. 저 이앙기 아니 유모차 구매하신다고 하신 분이죠?"</div> <div><br></div> <div>"네.. 맞아요. 더운데 여기까지 오라고 해서 죄송해요." </div> <div><br></div> <div>"아닙니다. 저도 애 데리고 바람도 쐴 겸 나온 거에요." </div> <div><br></div> <div>"아~ 아기도 데리고 오셨어요?" </div> <div><br></div> <div>삼삼이는 느긋하게 에어컨 바람을 쐬며 자신의 유아용 시트에 앉아 뽀로로와 노래해요 3기에서 가장 격렬한 율동을 요구하는 뽀롱뽀롱 체조를 </div> <div>보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이앙기 아니 유모차를 꺼내 조립을 하려는 데 녀석은 뽀롱뽀롱 체조나 보면서 리듬에 몸을 맡길 것이지 아빠의 거래에</div> <div>참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자 내 어깨를 물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저,. 저기 죄송한데, 얘 좀 잠시만 봐 주실래요? 제가 이거 조립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아서.."</div> <div><br></div> <div>와이프는 뚝딱뚝딱하면 조립 하던 데, 나는 바퀴를 끼운 이후로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었다. 인상 좋은 할머니는 나를 안쓰럽게 지켜보시더니</div> <div><br></div> <div>"애기 아빠. 거기 그걸 여기다 한 번 끼워봐요." </div> <div><br></div> <div>"아.. 네 네.." </div> <div><br></div> <div>할머니 말씀대로 하니 제대로 조립이 되어가고 있었다. 삼삼이는 낯선 임산부 아주머니에게 "엄마, 엄마~" 이러며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div> <div>'저 자식은 여자만 보면 다 제 엄마야..그리고 누구 닮아서 저렇게 여자를 좋아해..' 라는 생각이 들었다. </div> <div>'아차... 나 닮았지..' 내 얼굴에 침 뱉는 격이었다.</div> <div><br></div> <div>할머니의 도움으로 유모차 조립을 마쳤을 때 삼삼이는 임산부 아주머니에게 윙크도 하고 손을 들어 하트를 표현하고 있었다. 나한테는 </div> <div>항상 근엄한 표정으로 '까까' 만 하는 녀석인데...</div> <div><br></div> <div>"어머 아기가 정말 귀여워요! 저도 아들이라고 하는데, 나중에 우리 아기도 아드님처럼 귀엽고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div> <div>그리고 웃는 모습 아주 귀엽다."</div> <div><br></div> <div>"하핫.. 첫 아이인가 봐요? 예쁘고 건강한 아이 낳으실 겁니다. 그리고 얘가 어렸을 때 제 모습하고 똑같아서 귀엽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div> <div><br></div> <div>순간 할머니와 임산부 아주머니는 나와 삼삼이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보시더니 '역변의 잘못된 예를 여기서 보는구나' 또는 '애 아버지가 </div> <div>세월의 풍파를 집중적으로 얼굴로만 맞았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말실수했다는 느낌이 들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할머니께서는 더운데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면서, 집에 갈 때 아이 먹을 거라도 사주라며 약속한 금액보다 만원을 더 주시려 하셨다. </span></div> <div><br></div> <div>"아닙니다. 괜찮아요. 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인데요." </div> <div><br></div> <div>나는 할머니에게 사양했다. 하지만 할머니도 물러서지 않으셨다.</div> <div><br></div> <div>"그럼 아기가 잘 먹는 거 뭐 있어요? 제가 저기 마트에서 사 올게요."</div> <div><br></div> <div>한우 암소 갈비, 다금바리가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나의 입은 "정말 괜찮은데, 정 그러시면 아들 마실 뽀로로 보리차 하나면 돼요."</div> <div>라고 말씀드렸다. 할머니께서는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하신 뒤 마트에서 삼삼이에게는 뽀로로 보리차를 내게는 자몽주스를 가져다주셨다.</div> <div><br></div> <div>"아.. 저는 괜찮은데, 할머니 드세요. 저는 괜찮아요."</div> <div><br></div> <div>"아이고. 저도 괜찮아요. 아이 아빠가 마셔요." </div> <div><br></div> <div>결국 나는 자몽쥬스, 삼삼이는 뽀로로 보리차를 들고 차에 탔다. 삼삼이는 뽀로로 보리차를 능숙하게 쪽쪽 빨아 먹으며 뽀로로와 노래해요</div> <div>재감상에 들어갔고, 나는 인자하신 표정의 할머니께서 주신 자몽 주스를 흐뭇하게 웃으며 바라봤다.</div> <div><br></div> <div>"에이.. 나 자몽 못 먹는데...."</div>
가장 먼저 해치우고 싶었던 원목 침대는 아직 댓글이 없다.
"집에 자리 차지만 하고, 애도 안 자려고 하고, 우리는 기저귀 보관함으로 쓰고 있어요." 라고 너무 정직하게 글을 쓴 게 원인인 듯싶다.
오늘 저녁 삼삼이를 강제로 재운 뒤 인증 사진을 올려서 팔아야겠다.
훔.. 이렇게 나는 중고매매 사기꾼이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