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u>** 주의 : 쥐새끼라는 저속한 표현이 있습니다. 읽으시고 본인이 쥐새끼 같은 짓을 했다 싶어 이 글을 읽고 분노하시는 분은 </u></b></div> <div><b><u>비공감 주셔도 상관없습니다. </u></b></div> <div><br></div>입대 전 라면과 3분 요리 그리고 고추장 비빔밥이 해 본 요리의 전부였던, 나는 나의 능력치와는 전혀 상관없이 취사병이 되었다. <div>취사병은 야간 근무를 서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으나, 매일 다른 전우들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고 주부습진과 같은 </div> <div>일반 사병들에게 생기지 않는 병들이 생기는 고충이 있었지만 사실 소위 말하는 땡 보직이다. </div> <div><br></div> <div>그래도 취사병의 장점은 잘 먹을 수 있다는 것과 (물론, 계급이 상승하면서 맛없는 짬밥을 먹는 양은 현저하게 줄어들기는 했다.) </div> <div>짬 타이거 (군대에 서식하는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들고양이)와 짬 견 (군대에 서식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똥개 무리)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었다. </span></div> <div>내가 병장이 되었을 때는 나를 호위하는 좌 짬 견, 우 짬 타이거가 있었을 정도였다.</div> <div><br></div> <div>이등병 때부터 밥하는 시간을 제외한 휴식 시간이 되면 가끔 계급장에 쇳덩이를 달고 있는 나보다 나이 든 사람들이 와서 쌀은 물론 각종 식자재 </div> <div>들을 자신들의 차에 싣게 하거나, 심지어 가끔 외부에서 트럭을 몰고 온 아저씨가 창고에 있는 쌀을 비롯한 식자재들을 실어 가고는 했다.</div> <div>아무것도 모르는 이등병 시절에는 고참이나 간부들이 시키니까 했고, 외부에서 오는 아저씨가 올 때마다 군대에서 먹을 수 없던</div> <div>순대나 떡볶이, 그리고 음료수와 간식들을 사다 주는 것이 그저 좋았을 뿐이었다. </div> <div>하지만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취사장의 고참들은 "개새끼들... 또 저 지랄이네.. 훔쳐 먹을 게 없어서 월급 만원도 못 받는 것들 밥을 훔쳐가냐.."면서 </div> <div>씁쓸하게 담배를 피우며, 막내인 내게 실어 주라고 지시했다. </div> <div><br></div> <div>계급이 오르면서 어느덧 나도 취사장의 셰프가 되었다. 하지만 셰프가 되면 뭐하나, 각종 계급의 쥐새끼들은 자기 차에 군대에 보낸</div> <div>아들을 위해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부모님이 피땀 흘려 고생하며 번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돈으로 낸 세금으로 구입한 식자재를 여전히 실어나르고 있었고, 여전히 트럭을 몰고 오는 아저씨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마치 납품</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받는 거래처의 직원처럼 꾸준히 방문했다. 차라리 전투 체육이나 작업을 한 뒤 조선 시대 의적이 된 기분으로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맛스타(군대에서 보급되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주스,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가련한 사병들의 주요 비타민 보충액</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 컵라면을 주는 것은 아깝지 않았지만, 쥐새끼들이 몰래 빼돌릴 때는 마치 고비 사막에서 3일간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물을 못 마시다가 오아시스를 발견하고, 함께 고비 사막을 여행하던 노엘 갤러거와 물을 나눠마시려는 찰나 황건적이 나타나 물을 강탈당할 때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기분이 들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정도로 기분이 더러웠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힘없는 일개 사병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쥐새끼들이 실으라면 싣고, 심지어 그들이 가져가는 수량 때문에 일반 사병들에게 배급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재료가 부족하게 되면 "없으면 없는대로 만들어서 먹여." 라는 쥐새끼 입에서 나오는 개소리를 들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헌병대나 기무사에 투서를 넣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괜히 "나 때문에" 부대가 시끄러워질 거 같아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지만 드디어 기회가 왔다. 상급부대인 군단에서 재물조사를 나온다는 소식이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떻게 비리를 폭로할까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모든 식자재를 장부와 다르게 모두 큰 차이로 '빵구를 내버리자.' 였다.</span></div> <div>취사장의 전우들은 나의 의견에 동조하며 도와줄 것을 약속했으며, 물론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내가 지기로 했다.</div> <div>지금은 그런 용기를 못 냈을 거 같은데, 그 당시 나는 겁도 없었고 불의를 보면 못참는 성격이기도 했던 것 같다. </div> <div>물론 그런 모든 용기의 원천은 얼마 남지 않은 제대와 함께 동조해준 전우들 덕분이었다. </div> <div><br></div> <div>나의 오른팔이었던 김 상병은 </div> <div><br></div> <div>"성 병장님, 까짓거 우리 다 먹어버리죠. 뱃속에 넣어버려서 증거인멸하면 되잖아요." </div> <div><br></div> <div>녀석... 열의는 좋았다. </div> <div><br></div> <div>"너 생쌀도 다 씹어 먹을래? 현실적으로 아이디어를 내 봐."</div> <div><br></div> <div>가장 큰 부피를 차지해 숨기기에 곤란한 쌀 처리에 고심하고 있는<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우리의 의견을 듣던 막내가 말했다.</span></div> <div><br></div> <div>"그냥 새벽에 취사장 뒤 야산에다 죄다 묻어버리면 되잖아요." </div> <div><br></div> <div>국자보다 쓸모없어 보이던 녀석이 갑자기 제갈량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div> <div><br></div> <div>그 의견을 들은 김 상병은 진지하게</div> <div><br></div> <div>"성 병장님, 땅에다 묻었다가 싹 트면 어떻게 하죠?" </div> <div><br></div> <div>쌀을 묻을 때 녀석도 함께 묻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면 녀석의 생각도 벼와 함께 땅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겠지.</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결국 우리는 쌀과 유통기한이 긴 편인 식자재는 야산에 묻고, 맛스타와 컵라면, 건빵 등은 전우들에게 몰래 아낌없이 나눠주기로 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리고 쥐새끼들의 비리에 항상 욕을 하던 군수과 1종 계원(식자재 서류 작업 등을 담당하는 행정병)도 함께 이번 거사에 동참하기로 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재물조사 한 달 전부터 우리는 매일 새벽 30분 일찍 일어나 삽질을 했다. 삽질하면서 공병대 애들이 고기반찬이 나올 때 왜 그리 </div> <div>한 점만 더 달라고 처절하게 응석을 부렸는지 알 수 있었다. 햇볕이 들지 않는 취사장에서 보호받고, 아침 구보도 하지 않던 연약한 </div> <div>취사병들에게 삽질은 고통 그 자체였다. </div> <div><br></div> <div>얼마 뒤, 재물조사를 앞두고 취사반장은 자신이 1차 검열을 하겠다며, 장부를 들고 창고와 취사장을 왔다 갔다 했다. </div> <div>당연히 재고와 장부가 맞을 리가 없었다. 취사반장은 내게 진노하며 말했다. </div> <div><br></div> <div>"야 성 병장아! 왜 하나도 맞는 게 없어? 왜?"</div> <div><br></div> <div>나는 더운 여름날, 더위에 지쳐 졸린 짬견이 하품하듯 귀찮다는 투로 말했다. </div> <div><br></div> <div>"아니, 이분 저분이 하도 가져가시는데, 뭐가 남아납니까. 애들 먹일 것도 부족하다고, 몇 번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리고 얼마 전에 반장님도 실어가셨지 않습니까."</span></div> <div><br></div> <div>"뭐? 이분, 저분?" </div> <div><br></div> <div>"야. 김 상병! 장부 가져와."</div> <div><br></div> <div>"장부?"</div> <div><br></div> <div>"아니 우리가 쌀을 퍼먹은 것도 아니고, 빵구난 걸 우리가 덤탱이 쓸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만들었습니다."</div> <div><br></div> <div>나는 최근 몇 개월간 쇳덩이 계급장을 단 쥐새끼들이 빼간 품목을 적은 수양록을 가져오라고 했다.</div> <div>계급별로 품목별로 참 다양하게도 빼갔다. 쌀은 기본이고, 소고기, 돼지고기, 고춧가루, 참기름까지...</div> <div>장부를 본 취사반장은 식은땀을 흘리는 동시에 "이거 어떡하지. 헉 내 이름도 있네." 하는 표정이었다. </div> <div>'정계 유착 비리를 폭로한 사람이 이런 후련한 기분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문제는 행정작업을 하는 군수과까지 커졌지만,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군수과를 책임지는 군수과장을 비롯한 많은 간부가 나의 장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span></div> <div>결국 군수과장과 장부에 적힌 당사자들이 모여있는 자리에 불려갔다. </div> <div><br></div> <div>"이렇게 다들 가져가시는데, 어떻게 재고가 맞겠습니까." </div> <div><br></div> <div>하면서 쥐새끼들의 그동안 행적을 말했고, 만일 재물조사 때 문제가 된다면 공개하려고 했다고 말하는 순간 그들의 표정은 싸늘하게 식었고</div> <div>(아마 없었던 요실금이 생길 뻔한 쥐새끼도 있었을 것이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들은 모두 한통속이었지만, 난감해 하며 '저 새끼한테 뒤통수 맞았네.' 하는 </span></div> <div>표정에서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div> <div><br></div> <div>결국 타 부대에서 부족한 품목을 빌려오는 상황이 발생했고, 간신히 숫자를 마친 우리 부대는 재물조사를 마칠 수 있었다. </div> <div><br></div> <div>그 뒤 내가 제대할 때까지 쥐새끼들의 도둑질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크게 줄어들었고, 나는 장부 속의 간부들에게 제대로 찍혀서 복장 불량으로 </div> <div>한 번, 취사장 청소상태 불량으로 한 번 이렇게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2번 군기교육대에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가긴 했지만,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와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날의 똥 씹은 표정의 쥐새끼들 생각에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뿌듯했다. </span></div> <div><br></div> <div>아.. 뒷산에 묻은 쌀은 내가 제대하고도 계속 파묻혀 있는 상태라고 들었다. 훗날 인디아나 존스 박사가 발굴해주겠지.</div>
출처 |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던 어린 시절의 나
그리고 생각만해도 욕 나오는 쥐새끼들
죄송하지만, 군대 이야기라서 여성분들과 미필이신 분들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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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리 폭로사건을 전해 들은 동기인 군수과 3종 계원(휘발유, 경유 등 유류를 담당하는 군수과 행정병)이 와서 내게 물었다.
"야. 너 다른 거는 그렇다 치고 쌀은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아무도 모르는 곳에 파묻어 버렸어."
며칠 뒤 등에 삽을 메고 드럼통을 굴리며 야산으로 향하던 녀석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쇠똥구리가 정성스럽게 쇠똥을 굴리는 것 같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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