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부터 영화와 기타를 좋아하던 나는 대학 시절 영화동아리 생활을 했다. 내가 있던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동아리는 크게 세 파로 나뉘어 있었다. </span><div>영화를 보고 비평하는 평론가파, 그리고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 연기 등을 하는 제작파, 마지막으로 9살 때 슈퍼맨을 본 뒤 등에 </div><div>빨간 보자기를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걸치고 다녔던 동심을 잃지 않은 철부지파. 물론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와 내 친구는 철부지파 였다. </span></div><div><br></div><div>신입생 시절 동방에 모여 다 함께 레옹을 봤을 때, 로리타 콤플렉스 이야기와 게리 올드만의 신들린 연기에 대해 이야기 할 때 </div><div>영화 소감을 묻는 선배의 질문에 나는 "레옹 내용 뭔 내용?" 이런 쓰레기 같은 말을 날렸고, 친구는 "선글라스를 사야겠어요."라고</div><div>짧게 말했다. 그 뒤 녀석은 여름이 다가오는데 검은색 비니를 쓰고 알이 동그란 선글라스를 끼며 어디선가 구한 검은색 롱코트를</div><div>입고 다녔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우유를 마셨으나 다행히 화분은 들고 다니지 않았다.</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런 녀석은 자신이 레옹처럼 보이길 원했으나, 80년대 가요톱텐 5주 연속 1위를 했던 전설의 댄스가수 나미와 붐붐의 오른쪽에 </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계시던 분으로밖에 보이질 않았다.</span></div><div><br></div><div>그리고 술자리에서 소주 병뚜껑을 내게 건네주며 </div><div><br></div><div>"마틸다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div><div><br></div><div>"그래서 뭐 어쩌라고?"</div><div><br></div><div>"버려."</div><div><br></div><div>나이가 들어도 녀석의 영화를 보면 한동안 그 영화의 등장인물에 빠져 사는 건 변하지 않았다. </div><div>007의 화려한 부활을 알린 카지노 로얄을 본 뒤 녀석은 갑자기 술을 먹다 말고 "마이 네임 이즈 본드, 제임스 본드"라고 한 뒤 </div><div><br></div><div>"아랫도리가 간지러운 데, 좀 긁어줘."</div><div><br></div><div>이 자식이 도대체 뭐하는 거야. 녀석은 의자에 앉아 제임스 본드가 고문당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던 것이었다.</div><div>그리고 얼굴에 핏줄을 잔뜩 세우며, 나를 향해</div><div><br></div><div>"아악! 거기 말고 오른쪽, 그래 거기 예스! 예스!"</div><div><br></div><div>녀석을 제임스 본드가 아닌 병상에 누워 계신 심영 선생님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었다. 아니면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라는 시를 떠올리며,</div><div>마초적인 제임스 본드를 서정적이고 가슴저린 '외부랄 물고기'로 만들어 버리고 싶었다. </div><div><br></div><div>그리고 2012년 절대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될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그리고 전화를 받자마자 이미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span></div><div><br></div><div>"어이 씹뽜뽜 부라더~ 우리 소주나 한 잔 빨아야지~"</div><div><br></div><div>"안돼. 오늘 나 야근이야.."</div><div><br></div><div>"나랑 술 먹지 말라고 너희 사장이 시키드냐?"</div><div><br></div><div>"닥쳐. 죽기 딱 좋은 날로 만들어버리기 전에."</div><div><br></div><div>"알았어요~ 부라더는 이 형만 믿고 술 마시러 오면 되는거야~"</div><div><br></div><div>그리고 녀석이 있는 술집으로 갔을 때 나를 보자마자 큰 소리로 </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드루와 드루와"</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거 나가리네.."를 외치며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span></div><div><br></div><div>'내가 왜 니 부라더인데' 하는 생각과 내 옆에 부라더 미싱이 있다면 녀석의 입을 밥 먹을 때만 쓸 수 있게 반 박음질해버리고 싶었다. </div><div>녀석은 그동안 본 영화 중 최고이며, 명대사 퍼레이드와 같은 영화라며 <신세계>를 찬사를 보냈고, 지금까지도 신세계 대사를 읊고 다닌다. </div><div>그리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녀석은 담배만 피웠으면 더 많은 명대사를 날릴 수 있는데 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div><div><br></div><div>심지어 접촉사고나 입원한 녀석을 병문안 갔을 때, 아픈척하며 손으로 나를 오라 한 뒤 녀석이 처음 한 말은 </div><div><br></div><div>"독하게 굴어...그래야 니가 살아...." 였다. </div><div><br></div><div>내가 만일 지금 영화 속 누군가가 될 수 있다면 <미저리>의 그녀가 되어 아주 독하게 머저리 같은 녀석의 성한 나머지 발 하나도 </div><div>부러뜨리고 싶었다. </div><div><br></div><div>그리고 녀석은 감귤 주스를 쪽쪽 빨아 먹으며 내게 주스 한 병을 건네며 말했다.</div><div><br></div><div>"먹어.. 먹어.. 이 주스 시원하고 좋아. 게다가 제주산이야.."</div><div><br></div><div>미저리로는 부족할 거 같다. 지구 아니 최소 서울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뻐꾸기 둥지로 날아간 새>의 잭 니컬슨 처럼 평생 병원에 </div><div>가둬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div><div><br></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의리의 정청, 카리스마의 이중구, 반전의 인물 이자성, 치밀한 두뇌의 강과장??"</span></div><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div>녀석은 내게 자신이 <신세계>의 어떤 캐릭터와 비슷하냐고 물었다. 1+1이 2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듯이 답은 정해져 있는데 저런 쓸데없는</div><div>질문을 하다니...</div><div><br></div><div>"연변 거지. 넌 그냥 거지 같아."</div><div><br></div><div>그 뒤 연변 거지 같은 녀석은 <매드맥스>를 봤는데, 남들이 하도 많이 하길래 자신만의 독창성이 떨어진다고 흉내 내지 않는다면서</div><div>데오드란트를 얼굴에 왜 뿌려대는 지 모르겠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지만 <스파이>를 본 뒤 내가 술자리에 나가지 않겠다고 하면 </span></div><div><br></div><div>"술먹으러 오지 않으면 거시기를 떼서 이마에 붙인 뒤 유니콘으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협박한다. </div><div><br></div><div>르 치프레에게 고문당해 고자가 된 주제에..</div>
출처
자신이 정청, 강과장, 이중구, 이자성을 혼합한 인물이라 착각하고 있는 연변거지
하지만 열받으면 거시기를 떼서 이마에 붙힌 뒤 유니콘으로 변신 할 수 있는 능력자이기 때문에
조심해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