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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213529
    작성자 : 소울메이커
    추천 : 193
    조회수 : 24602
    IP : 211.217.***.1
    댓글 : 4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5/07/11 08:30:56
    원글작성시간 : 2015/07/09 10:18:38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13529 모바일
    오빠 둘, 남동생 하나 4- 가스요금
    옵션
    • 창작글
    <div>이 모든 일은 큰오빠가 없을때 벌어진 일이다.</div> <div> </div> <div> </div> <div>작년 겨울, 큰오빠가 하던 일을 그만두고 훌쩍 유럽으로 떠났다.</div> <div>기약도 없이, 보일러 안 터지게 잘 봐라, 술 마시고 늦게 다니지 마라, 청소 미루지 마라, 수도세 내라 정도의 잔소리만 하고 가버렸다.</div> <div>집안의 온화한 콘트롤러였던 큰오빠가 당장 자리를 비우자, 하지 말라는 것은 다했던 것 같다.</div> <div>집에서 맥주마시고, 다음날까지 안 치우고 설거지도 쌓이게 두고, 빨래감은 산을 이뤘다.</div> <div> </div> <div>그렇게 한 일주일 정도는 즐거웠다. 일주일 후 슬슬 아 어쩌지, 하는 막연한 걱정이 들었지만,</div> <div>우리는 모처럼의 자유를 포기할 생각도 없었다.</div> <div>집안일은 분담을 해서 하는 편인데, 독일 베를린 장벽 무너지듯 경계가 모호해졌으며</div> <div>당장 신을 양말이 없어서 막내는 양말트럭을 찾으러 다니기도 했다. (그 시간에 세탁기를 돌려야했는데)</div> <div>아무튼 자유를 만끽했다.</div> <div> </div> <div>그게 문제였을까. 큰오빠의 부재일까, 우리의 게으름이였을까. 어디가 시발점인지 도통 모르겠다.</div> <div>보통 우리 남매간의 싸움은 나VS작은오빠/ 나VS막내 정도인데 가장 치열한 싸움은 역시 작은오빠와의 싸움이다.</div> <div>평소 온화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비둘기 같은 큰오빠가 있을 때는 투닥거리다가도 금방 풀린다.</div> <div>강제 풀림이라고 해서, 화를 풀지 않으면 일정시간동안 싸운 상대랑 둘이 시간을 보낸다거나 하는 규칙이 </div> <div>자취하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주로 카페나 좋은 식당같은 데에 둘만 보낸다던지, </div> <div>시간을 못채우고 돌아오면 그다음날까지 미션 수행을 해야하기 때문에 내 마음의 응어리와는 상관없이 조급한 강제 화해가 이뤄진다.</div> <div> </div> <div>작년 겨울 가장 춥다고 한 날 중 하루였을 것이다.</div> <div>저녁에 집에 귀가를 했을때, 거실에 앉아 있는 막내는 외출복 차림으로 목도리까지 하고 앉아 있었다.</div> <div>어쩐지 집안이 냉하다 하는 생각은 했는데 신발벗고 들어가니까 바닥이 확실히 차가웠다.</div> <div> </div> <div>막내: 나나! 옷 벗지마! </div> <div>나: (겉옷 벗으며) 왜? </div> <div>막내: 집 이상해.</div> <div> </div> <div>막내가 말을 하는데 어쩐지 입김이 나오는 거 같은 느낌? 추웠다.</div> <div> </div> <div>나: 보일러 틀어봤어? 가스에 전화 해봤어? 집주인은?</div> <div>막내: 보일러는 틀었는데 안나오고, 가스는 전화 안받고, 밤이라서 집주인한테 전화하긴 좀 그랬고.</div> <div>나: (보일러 보며) 왜 그러지?</div> <div> </div> <div>잠시 후, 큰오빠 대리인 작은 오빠한테 전화를 걸어서 여차저차 사정을 말했고 작은오빠 말하길,</div> <div> </div> <div>작은오빠: 아 맞다, 나 가스비 안낸거 같다. </div> <div>나: 야 이 씨...</div> <div>작은오빠: 일단 너네 찜질방이라도 가 있을래?</div> <div> </div> <div>...찜질방 가서 잠을 자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집에 있겠다고 했더니 막내도 찜질방에서 자기 싫다고 했다.</div> <div>집에 있는 온갖 이불을 꺼내서 그날 하루를 버틴 것 같다. </div> <div> </div> <div>문제는 다음날 아침이었다. 씻고 나가야하는데 가뜩이나 찬 바닥에서 자서 감기기운이 있는 몸뚱이에 얼음장같은 찬 물을 끼얹으려고 하니</div> <div>너무 서러운 것이었다. 막내는 물을 전자렌지에 여러번 돌려서 찬물과 섞어주며 머리만 감고 나가라고 나름의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고</div> <div>나 역시 화장실에 쪼그려앉아서 섞어주는 물을 보고 한탄하고 있을 무렵, 작은오빠가 귀가했다.</div> <div>미안함에 건치를 자랑하며 미소를 보이는 작은 오빠의 얼굴을 보자마자 </div> <div>서러움이 터져서 싸움이 붙었는데, 평소 짜증을 잘 부리지 않던 막내까지 짜증을 부려서 셋의 싸움이 됐다.</div> <div> </div> <div>나: 너무한 거 아니야? </div> <div>작은오빠: 미안, 오늘 처리할게.</div> <div>막내: 작은 형, 내 말좀 들어봐. 진짜 너무 추웠어.</div> <div>나: 넌 빠져봐. 나 말하는거 안보여?</div> <div>막내: 내가 왜빠져? 어디로 빠져?</div> <div>나: 지금 너 대들어?</div> <div>작은오빠: 왜 니들끼리 싸워.</div> <div> </div> <div>대충 이런 식의 말싸움. (그러나 욕설은 적지 않았다.)</div> <div>물론 나중에 작은 오빠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충분한 사과와 보상을 했다.</div> <div>후일, 큰오빠가 돌아왔을 때 막내의 입방정으로 우리 셋은 반성의 시간을 갖고 돼지우리같은 집을 치웠다,</div> <div>그 이후부터 온화한 콘트롤러의 주최아래 한달에 한번 쯤은 모두 (강제적으로) 모여 외식을 하면서 평화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div> <div> </div> <div> </div>
    출처 마음 깊이 묻어놨던 지난겨울
    소울메이커의 꼬릿말입니다
    큰오빠: 싸우지들 좀 마.
    작은오빠: 쟤들이 대들잖아.
    큰오빠: 넌 나한테 안 대드냐.
    작은오빠: 그거랑은 다르지.
    큰오빠: 똑같으니까 입다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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