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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185517
    작성자 : 노랑꼬망
    추천 : 356
    조회수 : 51590
    IP : 58.141.***.54
    댓글 : 29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4/11/09 22:49:05
    원글작성시간 : 2014/11/09 19:23:21
    http://todayhumor.com/?bestofbest_185517 모바일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div>여동생과는 분기에 한번 형식적인 문자를 주고 받을 정도로 어색한 사이었기 때문에,</div> <div> </div> <div>오랜만의 전화가 반갑기보다는 불쾌했다.</div> <div> </div> <div>아마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무언가를 요구하리라.</div> <div> </div> <div>나는 한숨을 푸욱 쉬면서 폴더 폰을 열어 전화를 받았다.</div> <div> </div> <div>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동생은 꺽꺽 목이 메는 소리로 울고 있었다.</div> <div> </div> <div>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div> <div> </div> <div>동생의 울음 소리가 들리던 몇초동안 나의 머리 속에는 온갖 종류의 질병, 재해, 사고 등이 떠올랐다.</div> <div> </div> <div>그러던 와중 여동생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div> <div> </div> <div>"언니, 엄마가 죽었데."</div> <div> </div> <div>뒷통수를 갈기는 충격적인 내용에, 나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두서없는 동생의 말을 요약하자면 이러했다.</div> <div> </div> <div>동생은 엄마의 사망소식을 외할아버지로부터 접했으며,</div> <div> </div> <div>엄마의 시체를 담은 관을 외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div> <div> </div> <div>동생은 깜짝 놀라 외할아버지에게 당장 그 집에 가겠노라고 말했다고 한다.</div> <div> </div> <div>하지만 외할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며 너 따위에게 네 엄마의 시체를 보여줄 수 없다고 말하셨다고 한다.</div> <div> </div> <div>외할아버지의 이해할 수 없는 처사에 동생은 울면서 매달렸다고 한다. </div> <div> </div> <div>그 와중에 할아버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겼다 한다.</div> <div> </div> <div>동생은 몇 번 더 외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보려 하다가 받지 않아 포기하고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엉엉 우는 동생의 말을 들으며, 쿵쿵 거리던 심장이 점차 진정되기 시작하며 현실적인 문제가 떠오르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엄마가 죽었으면 사망신고를 해야할텐데, 의사한테 엄마를 보여야 하나? 장례식은 어쩌지? </div> <div> </div> <div>외할아버지가 저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나랑 동생이랑 둘이서 장례를 치뤄야 하나?</div> <div> </div> <div>그러기 전에 먼저 엄마의 시체를 가져와야 할텐데?...</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머릿속을 뱅뱅 도는 여러가지 생각에 머리가 아파왔다.</div> <div> </div> <div>하지만 엉엉 우는 동생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엄마의 사망 이후에 이어질 여러 현실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라도</div> <div> </div> <div>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일은 우선 외할아버지네 집에서 엄마의 시체를 인수하는 것이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거의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동생과 만났다.</div> <div> </div> <div>할아버지의 집은 시내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었지만, 나름 외진 곳에  있었다.</div> <div> </div> <div>컴컴한 논밭 사이를 지나, 오래전에 버려져 폐허가 된 교회를 지나 한참을 걸어가야 외할아버지네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div> <div> </div> <div>길 양쪽에 있던 가로등은 중간을 넘어서자 완전히 사라졌고,</div> <div> </div> <div>나와 동생은 거의 삼십분 동안이나 불이 없는 시골길을 걸어갔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멀리서 외할아버지네 집이 보였다. 집안에서 누가 TV를 보고 있는지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다.</div> <div> </div> <div>동생과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외할아버지네 집에 몰래 들어가기로 마음 먹었다.</div> <div> </div> <div>엄마의 시체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늦었으니 집을 조용히 뒤지면 되리라고 생각했다.</div> <div> </div> <div>살금살금 몰래 집안으로 침입했다.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은채로, 미닫이 문으로 된 껌껌한 방문을 하나하나씩 열었다.</div> <div> </div> <div>하지만 엄마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고,</div> <div> </div> <div>그렇게 불같이 화를 냈다던 외할아버지의 모습도, 외삼촌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div> <div> </div> <div>다만 복도 중간에 있던 가장 큰 방에서</div> <div> </div> <div>초등학생이었던 외삼촌의 작은 딸과 막내 딸이 TV를 보고 있었다.</div> <div> </div> <div>동생과 나는 사촌들에게 아는 척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div> <div> </div> <div>하지만 동생은 외삼촌과 외할아버지의 위치를 알기 위하여 사촌들에게 아는 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div> <div> </div> <div>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때에, 우리의 말소리를 들은건지 막내 사촌동생이 엉금엉금 기어 미닫이문 바깥으로 우리를 보며 활짝 웃었다.</div> <div> </div> <div>해맑은 웃음이 검은 공기를 갈랐고, 동생과 나는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div> <div> </div> <div>본인의 동생이 갑자기 미닫이 문 바깥을 쳐다보자 의아했는지 외삼촌의 둘째딸이 복도 쪽으로 걸어나왔고,</div> <div> </div> <div>그 아이는 나와 동생을 발견하고 굉장히 반갑다는 듯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div> <div> </div> <div>"언니들, 고모 시체는 저어기 닭장에 있어."</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나와 동생은 서로의 얼굴을 한번씩 쳐다보고 침을 꿀꺽 삼킨 후에 </div> <div> </div> <div>사촌동생이 가르쳐준 방향으로 뛰어갔다.</div> <div> </div> <div>그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div> <div> </div> <div>닭장이 점점 가까워 졌을 때,</div> <div> </div> <div>닭장 바깥으로 닭들이 꼬꼬댁 거리며 우는 소리, 푸드득 거리며 날갯짓 하는 소리가 분주하게 들렸다.</div> <div> </div> <div>그 사이를 가르는 꽥, 끅, 윽 하는 신음 소리에 나와 동생은 온 몸에 닭살이 돋았다.</div> <div> </div> <div>이건 누군가가 닭의 목을 비틀며 따고 있을 때 나는 소리였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닭을 죽이고 있는 건 외삼촌일까, 아니면 외할아버지일까.</div> <div> </div> <div>만약에 우리가 외할아버지네 집에 몰래 침입한걸 알았다면, 저 사람은 우리마저 죽이지 않을까.</div> <div> </div> <div>나와 동생은 다리를 벌벌 떨며 저 닭장 속에 들어가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고민했다.</div> <div> </div> <div>동생은 되돌아 가자고 했다. 다음날 아침에 오는게 어떻겠냐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설득했다.</div> <div> </div> <div>하지만 나는, 엄마가 여기에 있다며 여기에서 포기할 순 없다고 말했다.</div> <div> </div> <div>그런데 그때 닭들이 지랄 하는 소리가 뚝, 하고 그치더니, 닭장의 철문이 끼익 하고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 </div> <div>근처에 있던 풀 숲에 숨어있던 나와 동생은, 닭장의 빛을 등지고 나온 문을 연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div> <div> </div> <div>외삼촌이었다.</div> <div> </div> <div>퀘퀘한 피비린내를 풀풀 풍기며, 사람 피인지 닭 피인지 알수 없는 빨간 액체를 몸 전체에 뒤집어 쓴 외삼촌은</div> <div> </div> <div>의외로 쿨하게 웃으며 '네 엄마는 저기 닭장 속에 있다'라고 말했다.</div> <div> </div> <div>나와 동생은 아무 말도 못하고 외삼촌이 가르치는 닭장 안으로 들어갔다.</div> <div> </div> <div>외삼촌의 곁을 지날 때 삼촌이 쿡,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 </div> <div>그게 너무 무서웠기에, 나와 동생은 다리를 벌벌 떨며 닭장 구석에 있는 철망으로 다가갔다.</div> <div> </div> <div>사방에 닭피가 널려있었고, 삼촌이 목을 딴 것으로 추정되는 닭의 시체가 잔뜩 쌓여있었다.이 </div> <div> </div> <div>하지만 우리에겐 그것을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div> <div> </div> <div>닭이 알을 낳는 철장 중간쯤에 검은 나무로 짠 관이 보였다.</div> <div> </div> <div>나와 동생은 무슨 힘이 생겼는지, 그 관을 철장 구멍에서 빼서 엄마의 얼굴을 확인했다.</div> <div> </div> <div>사후 경직이 시작되어 이미 파랗게 질린 엄마의 얼굴은 의외로 평안해 보였다.</div> <div> </div> <div>특별히 큰 사고를 당한 건 아닌지, 사지가 멀쩡한 엄마의 모습을 확인 한 후,</div> <div> </div> <div>나와 동생은 홀린듯 관 뚜껑을 닫고 양쪽으로 관을 들쳐 맨 후 닭장을 빠져나왔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오줌을 지리며 도망치는 나와 동생을 보며 외삼촌은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div> <div> </div> <div>엄마의 시체를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겠다던 외할아버지를 만나지 않은게 다행이라며,</div> <div> </div> <div>나와 동생은 길 중간에 버려진 교회 앞에 엄마의 시체를 놓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div> <div> </div> <div>밝은 달이 밤의 공기를 붉게 만들었기 때문에,</div> <div> </div> <div>고딕 양식으로 쭉 뻗은 교회의 모습이 더욱 위협적으로 보였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리고 그 때, 나는 아침 6시쯤 잠에서 깼다.</div> <div> </div> <div>몇 년에 한 번이나 꿈을 꿀 정도로 꿈을 꾸지 않는 나는</div> <div> </div> <div>오랜만에 신기한 꿈을 꿨다며 들떠 엄마에게 이야기를 했다.</div> <div> </div> <div>아침밥으로 계란후라이를 먹고 있던 엄마는 '내가 죽는 꿈이라니 무슨 개꿈이야'라고 별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div> <div> </div> <div>동생은 엄마의 뱃살을 주물럭 거리며 </div> <div> </div> <div>'언니랑 나 힘도 좋다ㅋㅋㅋ 언니랑 나 둘이서만 엄마 못 이고 올텐데?'라며 피식거리며 웃었다.</div> <div> </div> <div>그렇게 별거 아닌 개꿈으로 끝날 줄 알았다.</div> <div> </div> <div> </div> <div>다음 날, 외할아버지에게서 외삼촌이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까지.</div> <div> </div> <div>이미 절도 등등으로 전과 5범이었던 외삼촌은, 이번에도 또 절도로 잡혔다고 했다.</div> <div> </div> <div> </div> <div>하지만 이후 들리는 소리로, </div> <div> </div> <div>술집을 운영하는 줄 알았던 삼촌이 알고보니 룸싸롱의 바지 사장이었으며,</div> <div> </div> <div>그 룸싸롱의 아가씨 몇명을 성폭행 한 나머지 고소를 당했다고 한다.</div> <div> </div> <div>이미 전과 5범이었기에, 이후 외삼촌은 거의 30년이 되는 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이후, 엄마가 흘러가듯 그런 말을 했다.</div> <div> </div> <div>꿈에서 닭장이라는게 감옥이라고.</div> <div> </div> <div>이게 10여년 전,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에 유일하게 꾸었던 예지몽이다.</div> <div> </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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