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br></div> <div>신입사원 때의 일이다. </div> <div>연수를 가서 제일 처음 한 일이 조 이름을 짓고 포스터를 만드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왠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패기와 열정 창의력 이런 것에 목숨을 걸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아직은 자대배치 받기 전의 훈련소라고 생각을 하니</div> <div>나는 일단 적당히 때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열띤 토론에서 반걸음 정도 물러나 있었다.</div> <div><br></div> <div>역시나 나서길 좋아하는 녀석들이 앞다투어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우리는 육조였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육회 육사시미 사육사 육군 같은 몹쓸 아이디어밖에</div> <div>없었다.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우황청심환을 어디서 샀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div> <div><br></div> <div>결국, 최종 조 이름은 식스 센스가 되었다. </div> <div>지금 생각해보니 썩스 센스였던것 같다.</div> <div><br></div> <div>제한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조들도 포스터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div> <div>주변의 조들이 어떤가 궁금해져 어깨너머로 슬쩍슬쩍 엿보니</div> <div><br></div> <div>바로 옆의 칠조는 칠면조였다. </div> <div>포스터 그림을 보니 지금 추수감사절인가 착각을 할 정도로 쓸데없이 그림이 리얼했다.</div> <div><br></div> <div>그 옆의 팔조를 보니 칠조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 조명은 팔색조였다. </div> <div>팔색조가 공작이 날개를 펼친 것처럼 생겼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런 그림이었다.</div> <div> </div> <div>구조를 보니 조명이 구관조였다. </div> <div>포스터에 슬로건 비슷하게 써놓은 문구는 구관이 명관이다였다.</div> <div>애초에 신입사원들이 쓸 문구가 아닌데 왜 쓴 건지 모르겠다.</div> <div><br></div> <div>십조의 이름은 텐버드였다. 조 이름 짓기 참 쉽죠 이런 십... 욕이 나오는 작명센스다.</div> <div>포스터의 열 마리의 새들도 대형을 갖추는 게 아니라 제각각의 방향으로 흩어져</div> <div>마치 이 총체적 난국을 표현하는 추상화 같았다.</div> <div><br></div> <div>누가 보면 조류연구원 신입사원 연수로 착각할 정도였다.</div> <div><br></div> <div>이 녀석들도 나랑 비슷하게 얼렁뚱땅 넘길 모양이구나 생각이 드니 </div> <div>이 회사의 미래가 시작도 전에 불투명하게 느껴졌다.</div> <div><br></div> <div>어서오조와 사조참치를 지나 삼조에 다다랐을 때는 다른 조와는 다른 독특함이 있었다.</div> <div>보통은 조명을 포스터 제일 위에 으레 써놓는데 여긴 그런게 없었다.</div> <div><br></div> <div>언덕 위의 길이 3자 모양인 건 알겠는데 </div> <div>그 3자 모양의 길에 자동차가 달리는 그림이었다.</div> <div><br></div> <div>강한 호기심이 생겨 그 조원에게 혹시 조명이 뭐냐고 물어보았다.</div> <div><br></div> <div>그 조이름은 뜬금없게도 쓰리랑카였다.</div> <div>3 이랑 카의 의미란다.</div> <div><br></div> <div>심지어 이 회사는 자동차와 일절 관련이 없었다.</div> <div><br></div> <div>발표 시간에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을 부르던 그 조원들의 </div> <div>의욕없는 동태 눈깔은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퇴사를 한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span></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