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첫날 (정확히 말하면 전날 심야 상영으로 봤다.) 곡성을 본 뒤 이 영화를 반드시 3명에게 보게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div><br></div> <div>첫 번째 인물은 외모와 다르게 겁이 많은 작은 형</div> <div><br></div> <div><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245876"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bestofbest_245876</a></div> <div><br></div> <div>성공했다. </div> <div><br></div> <div>두 번째 인물은 영화 동아리 출신에 영화에 대한 편견은 없지만 공포영화를 못 보는 친구</div> <div><br></div> <div><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246660"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bestofbest_246660</a></div> <div><br></div> <div>역시 성공했다.</div> <div><br></div> <div>마지막으로 앞선 두 남자와 같이 영화는 좋아하지만 공포영화를 싫어하는 와이프다. 나는 와이프에게 공포영화로 2번 사기를 친 전적이 있는데</div> <div>첫 번째는 연애할 때 "드래그 미 투 헬" 이라는 영화였다. 와이프는 영화 포스터와 카피를 보고 "이 영화 공포영화 아니야?" 라고 의심을 했지만</div> <div>"이 영화감독이 스파이더맨의 샘 레이미 감독이야! 그리고 포스터의 여주인공이 지옥에 가서 악마들과 싸우는 다크 히어로물이야.." 라고 속였다.</div> <div>물론 샘 레이미가 "이블 데드" 시리즈의 감독이라는 것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와이프는 영화를 보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사람처럼 </div> <div>깜짝 놀라며 소리치다 웃다가를 반복하다 극장에 무섭긴 했지만 재미는 있었다며 하지만 한 번만 더 사기를 치면 영화 속 할머니처럼 내게 저주를</div> <div>내려주겠다고 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두 번째 사기는 "케빈 인 더 우즈"라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드래그 미 투 헬" 보다 와이프를 속이기 더 쉬웠다. 일단 영화 포스터 자체에</div> <div>크게 쓰여있는 <어벤저스> 제작 군단 이라는 문구와 와이프가 그 당시 좋아하던 토르(크리스 헴스워스)가 이 영화에 나오기 때문이었다. </div> <div>와이프는 어벤저스를 참 좋아했는데 온갖 크리처들이 등장하는 공포영화계의 어벤저스는 싫었나 보다.. 극장에서 나왔을 때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div> <div>나온 인상적인 큰 손처럼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와이프는 "토르가 망치들고 괴물들하고 싸우는 영화라면서 이 자식아!!" 라며 그 큰 손으로 내 등짝을 무자비하게 구타했다. </span></div> <div><br></div> <div>그때 등짝을 제대로 맞은 충격과 이번에 한 번 더 낚시질하면 아마 죽을 수 도 있다는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생각에 한동안 와이프에게 공포영화를 보자는 말을</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지 못했다. 그러나 곡성을 본 뒤 이 영화는 와이프에게 꼭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공포영화를 못 보는 와이프를 놀리고 싶어서</span></div> <div>가 아닌 영화의 완성도 때문이라 할까..</div> <div><br></div> <div>귀가 슬라이스 치즈처럼 얇은 작은 형과 경쟁심만 부추기면 저절로 낚이는 친구 녀석과 다르게 맞아 죽을 수도 있으므로 인생의 최악의 영화가</div> <div>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와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인 와이프에게 미끼를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던지고 기다릴 때 신중함과 미끼를 덥석 물게 만드는 데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시간이 필요했다.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와이프는 곡성을 보러 가기 전 내게 "오빠 그런데 이 영화에 서영희 나와?" 라고 물었다. 만일 박복한 캐릭터를 전문으로 연기하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서영희 씨가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왔다면 와이프는 아마도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곡성 관람을 더 심각하게 고민했을 것이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곡성을 보고 온 뒤 "영화 어땠어?" 라고 묻는 와이프에게 담담하게 "한 번 봐서는 잘 모르겠어. 조만간 다시 한 번 봐야겠어.." 라고 했다.</span></div> <div>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 나를 본 와이프는 곡성이라는 영화가 뭔지 몰라도 대단한 영화구나라는 것을 느낀 표정이었다.</div> <div>성공적인 낚시를 위해 와이프 앞에서 곡성에 대해 호들갑 떨지 않았다. </div> <div><br></div> <div>그 뒤 굳이 내가 미끼를 던지지 않아도 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인터넷 뉴스와 곡성과 나홍진 감독에 대해 깊이있게 다루는 TV 방송들은<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와이프에게 강력한 미끼 같았다. 그리고 어젯밤까지 볼까 말까 입질만 하던 와이프가 드디어 미끼를 덥석 물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오빠 나 오늘 저녁에 **이랑 곡성 보고 와도 될까? 하도 곡성 곡성 하니까 나도 보고 싶어서..."</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삼삼이랑 놀아주고 있을 테니까 보고 싶으면 보고 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런데 곡성 많이 무서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말해도 믿지 않을 거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무슨 소리야? 무섭냐고 안 무섭냐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뭣이 중한디? 무서운 게 뭣이 중한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결국 난 붉은 눈의 외지인보다 더 강렬하게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와이프에게 헛소리 좀 그만 하라며 등짝 세 대를 맞은 뒤 무섭다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고백했다. 사실..나는 곡성보다 니가 더 무서워.. 라는 말은 차마 못 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삼삼이와 폭군 도마뱀 공룡 놀이를 하고 재웠을 때 곡성을 보고 온 와이프가 돌아왔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괜찮았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와.. 마지막 20분 동안 심장 떨려서 죽는 줄 알았어. 영화 끝나고 일어서는데 다리가 후들거렸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찬송가 불러줄까? 아니면 반야심경 읊어줄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닥쳐.. 그 정도까지는 아니야. 그나저나 마지막에 그 아이 어떡해.. 너무 가여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와이프는 엄마라서 그런지 영화 속 효진이 걱정과 현실의 아역 배우가 심리적인 충격을 받았을 거 같다며 걱정했다. 그런 와이프에게 </div> <div><br></div> <div>"그런데 그 효진이 연기한 아역배우 걔 욕 진짜 찰지게 하지? 누구한테 배웠을까? 나도 좀 배우고 싶던데..."</div> <div><br></div> <div>"이 모질이 새끼야.. 그런 것만 귀에 들어오냐.." </div> <div><br></div> <div>그날 밤... 오랜만에 곡성을 포함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와이프가 먼저 살짝 잠이 들었다. 순간 장난기가 발동해 와이프가 입고 있는 </div> <div>반바지를 살짝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걷어올렸다. 잠시 후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뭔가 느낀 와이프는 살짝 눈을 뜨더니</span></div> <div><br></div> <div>"오빠가 나한테 이 말이 듣고 싶은 거구나.."</div> <div><br></div> <div>"뭐? 무슨 말?"</div> <div><br></div> <div>옆에 곤히 잠든 삼삼이가 듣지 못하게 와이프는 내 귀를 잡고 소곤거렸다.</div> <div><br></div> <div>"지금 뭐혀? 왜 마누라 바짓속을 들여다보는데... 말을 허라고 이 시벌놈아.."</div> <div><br></div> <div>'고향이 시골이라 그런지..얘도 욕을 참 찰지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와이프는 무서운지 나를 꼭 안고 있다 잠들었다.</div> <div>그나저나 삼삼이 자식은 곡성도 안봤는데 왜 내 배위에서 자는지 모르겠다. 무겁다.. 이게 바로 가장의 무게인가..</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