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카레 해놨어. 오빠 그래도 카레는 덮힐 줄 알잖아. 냉동실에도 있으니까 전자렌지에 해서 먹어. <div>반찬들 다 큰 통에 넣어놨는데, 또 다 꺼내서 먹지말고, 조금씩 꺼내먹어. 알았지? 통째로 먹음 상한단 말야. 조금씩. 먹을만큼만?</div> <div>양말이랑 속옷도 서랍에 보면 있어. 세탁소에 오빠 겨울옷 다 맡겨놨으니까, 찾아가 알았지?</div> <div>술 너무 많이 먹지 말구..."</div> <div><span style="font-size:9pt;">"...울지 말고 말해. 하나도 못 알아먹겄어-_-"</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냥 저렇게 썻다만, D는 출국 전 날 밤. 저 말들을 엉엉 울면서 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일본여행다녀오고, 1주 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나는 D를 혼자 중국으로 보내보았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재단에서 장학증서 수여식 뭐 그런게 있어서 행사에 참여해야해서.</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오빠는 왜 안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내가 유학가냐?</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내심 보내놓고 엄청 불안하긴 했지만, 22년 살며 거의 혼자 인생을 헤쳐온 애답게 이번엔 여유롭게 다녀왔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회사사람들 나눠주게 면세점에서 사오라고 한 담배까지 제대로 사온거 보면, 일본에서 선보인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였음이리라...</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전에는 길막힐까봐 일찍 나가고, 야근하느라 늦는 일이 잦았는데, </div> <div>일본에서 돌아오고 3주. 나는 매일 칼퇴근을 했다.</div> <div>아니면 D가 회사 근처로 나오던가.</div> <div><br></div> <div>일단 D는 나랑 떨어지려고 들지를 않았고, </div> <div>참으로 희한한 인연으로 만났고, 불쌍해서 한 1주일 데리고 있으려던 그 아이는 어느새 여자가 되어 애써 태연한 척 하려던 나를 자꾸 뒤흔들어댔다.</div> <div><br></div> <div>진짜...진지하게...너 지금이라도 유학 포기할래?라는 말이 몇번씩 나왔지만, 꾹꾹 참아넘겼다.</div> <div><br></div> <div>D는 나만 보면 눈물을 주르륵 흘렸고,</div> <div>나는 야야. 너 유럽입국심사 장난아녀. 그렇게 울다가 눈 팅팅 부어서 다른 사람처럼 보이면 입국거부될수도 있어. 라고 나름 웃기려 들었는데, 씨알도 안 먹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내 예전 노트북을 회수하고, 새걸로 하나 사줬다. </div> <div>당연히 질색을 하고 안받으려고 들었지만, </div> <div>누가 거저 준대? 쓰고 반납해. 그리고 내 노트북 카메라 고장나서 스카이프 안된단 말이다.</div> <div>스카이프?</div> <div>아이고오...그리고 반납할 일을 만들어야 다시 만나고 그럴거 아녀.</div> <div>아...아!!!! 그렇네?</div> <div>...헛똑똑이야. 헛똑똑...</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또 휴가?"</div> <div>"네. 연차라고. 노동법에도 나와있는겁니다. 거부할 시, 팀장님 철컹철컹. 회사는 과징금 철렁철렁."</div> <div>"나도 아는데, 요즘 바빠..."</div> <div>"이 날은 무조건 쉬어야 됩니다."</div> <div>"-_-+ 여자때문이면 인정. 아니면 불인정."</div> <div>"오. 제대로 무셨네요."</div> <div>"...어?"</div> <div>"자세한건 다음에 말씀드릴께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퇴근하고 들어온 나를 보고 저녁 내내 우는 D를 어르고 달래, 침대에 눕혔다.</div> <div><br></div> <div>"어디 전쟁터 나가는것도 아니고, 항상 씩씩하기 그지없던 우리 D양이 오늘 왜 이래. 스카이프 하는거 알려줬잖아. 보고싶음 미리 까똟남겨. 스탠바이할께...가서 밥 꼭 챙겨먹어. 생활비 나오는거 아끼지말고 쓰고, 부족하면 나한테 말해. 많이는 못 줘도 보태줄께. 거기 주인아줌마 예전 직업이 간호사인데, 같이 일한 사람 중에 한국에서 온 간호사들 많아서 김치냄새 이런거 신경 안쓴대. 팍팍 먹어. 자기도 좋아한다고 그랬다드라...</div> <div>좀 급하게 되긴했지만, 드디어 너 하고 싶은 공부. 돈걱정없이 할 수 있게 됐잖아. 열심히 해."</div> <div>"..."</div> <div>"...뭐야. 그 불만 가득 섞인 눈빛은???"</div> <div>"왜 바람피지말란 말 안하는거야???"</div> <div>"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div> <div>까불지마.라고 D의 그 작은 코에 딱콩을 콩.하고 때려주었다.</div> <div>D는 아퍼.라며 내 가슴팍에 얼굴을 뭍는다. </div> <div>어어어어엌ㅋㅋㅋㅋㅋ 악력 봐ㅋㅋㅋㅋㅋㅋㅋ...</div> <div>내 가슴 팍이 축축해지고 척추가 먼저냐 늑골이 먼저 부러지냐 할 정도로 D의 악력은 점점 더 조여오더니...갑자기 힘이 쭈욱 풀리면서 D는 이번엔 엉엉이 아니라, 끄윽끄윽 하면서 울었다.</div> <div><br></div> <div>"...침대시트도 다 빨아놓고 간다더니 나 내일 시트 빨아놓으라고?"</div> <div>"...고마워....나 오빠 만나고...나서...이렇게 좋은데서 살고...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여기저기 많이 다녀보고...맛있는것도 많이 먹고...근데 난 오빠한테 하나도 해준게 없어..."</div> <div>"집에 총각냄새 빼주고, 밥해줘 청소해줘 빨래해줘 식욕다음에 그것도...엌ㅋㅋㅋㅋㅋ"</div> <div>"응큼하긴!!!!"</div> <div>"언니가 가끔 깜빡하는데, 먼저 들이댄건 그 쪽 이세요ㅋㅋㅋㅋㅋ"</div> <div>"얼른 공부마치고 돌아올께."</div> <div>"독일 대학 졸업하기 힘들다더라. 너 너무 빨리하려다가 또 건강 한방에 훅가니까 느긋하게 해."</div> <div>"응..."</div> <div>"그랴그랴."</div> <div>"나 가서 한눈 안팔테니까. 오빠도 바람피고 그러지마."</div> <div>"...너는 애가 내 직장생활도 지근거리에서 본 애가 그래. 내가 어디 여자있을 팔자야?"</div> <div>"난 아냐?"</div> <div>"...어째 요즘 로또를 사면 5천원도 안되더라. 내 복을 여기다가 다 써버렸어ㅋㅋㅋㅋ"</div> <div><br></div> <div>그리고 우리는 그렇고 그런거...없이, 맞춰놓은 알람이 울릴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안녕하십니까. 김과장님."</div> <div>"어???"</div> <div>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떼어, 인천공항에 가서 짐을 내려놓고 시간이 넘나 남네. 갈땐 가더라고 커피 한잔 정도는 괜찮잖아?하고 커피집에 가려는데, 나도 아는 얼굴. </div> <div>그 중국 회장네 회사 한국법인 여직원이 내 눈 앞에 나타났다.</div> <div><br></div> <div>내가 그때 무슨 생각을 했냐면...</div> <div><br></div> <div>사정이 생겨서 장학금과 유학이 취소가 되었다. 그래서 그 말씀 전하려고 회장님이 저를 급히 한국에 보내셨다.</div> <div>아이고오~저런~ 문자로 알려주셔도 되는데, 회장님 성격에 또 여기까지 사람을 보내시고...가자!!! D!!!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나 김치찌개에 참치 넣는걸 더 좋아해!!!라고 할뻔했다.</div> <div><br></div> <div>"회장님께서 D양을 독일까지 모셔다 드리라고 저를 오늘 급히 보내셨습니다. 좌석도 비지니스석으로 변경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나도 모르게 잡고있던 D손을 꽉 잡았다. D의 입에서 아!!! 소리 나올 정도로.</div> <div>그냥 중국본사 지시나와서 뜬금없이 출장나온 사람인데, 나한테서 D를 뺏아가려고 온 악마같이 보여서, 냉큼 손잡고 도망갈뻔했다.</div> <div><br></div> <div>"...티켓팅하고 아직 시간있으니까...우리 둘이 잠시 있을께요. 여기 이거 제 명함..."</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이스카페라떼 샷 두개 추가해서...뭐? 너도? 아서라. 너 독일가서 시차적응하려면 처음 기내식 먹고 바로 자야돼. 까불지마. 이거 핫쵸코나 먹어."</div> <div><br></div> <div>대개 공항 까페는 낯선 곳으로 떠나는 사람들의 기대와 흥분이 떠도는 그런 분위기인데,</div> <div>우리는 나온 커피와 핫쵸코를 말없이 마시기만 했다.</div> <div><br></div> <div>"...가자. 시간됐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는 그렇게 독일로 떠났다. </div> <div>마지막엔 손만 잡고 있다가 헤여졌다.</div> <div>안아준다거나 뽀뽀한다거나 그런거 없었다.</div> <div>부끄러워서 그런게 아니고, 또 볼건데 뭐하러 그런거 해ㅋㅋㅋㅋㅋ 그치? 쫌만 참으면 또 볼건데ㅋㅋㅋㅋㅋ하고 헤어졌다.</div> <div><br></div> <div>우리는 애써 서로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었고, D는 그렇게 출국장 게이트 너머로 사라졌다.</div> <div>유비가 서서 떠나보낼때(사실 서서가 아니라, 유비가 하북에 있을때 전해를 떠나보낼때 이야기였다 한다.) 둘 사이를 가로막은 저 갈대들을 모조리 베어버리라고 했던 심정이 이해가 됐다. </div> <div>물론 지금 그랬다간 최소 시설물파괴, 생긴 와꾸로 견주어보아 공항테러범으로 몰릴게 뻔하지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뭔 비행기인지도 모르면서 주차장에 가서 뜨고내리는 비행기들 하염없이 보고있다가 차에 탔다.</div> <div><br></div> <div>"...어? 어? 어?"</div> <div>눈 앞이 흐릿해지면서 앞이 잘 안보여 그 큼지막한 시동버튼을 얼른 누르지를 못했다.</div> <div>군대에서 마지막 화생방 할때 이후로 처음으로. 10년 사귄 예전 여자친구랑 헤어졌을때도 그런 적 없었는데,</div> <div>눈 앞이 시큰해지나 싶더니,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div> <div>십수년만에 흘리는 눈물이라 그런지 엄청 짜고 눈이 너무 아팠다.</div> <div><br></div> <div>평소에는 구간단속구간 빼고 우와와왕~하며 가던 그 길을...</div> <div>가다가 눈물때문에 세우고 하다가 거의 서울에서 부산가는 시간이 지나고서야 겨우 영종도가 아니라 인천을 빠져나올수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오빠 왔다. 아. 너 지금 비행기에 있지 참ㅋㅋㅋㅋㅋㅋ"</div> <div>미친X마냥 그러고 집에 들어온건 밤 늦은 시간이었다.</div> <div>주차장에 도착하고도 한참을 차 안에 있었다.</div> <div>D없는 집에 들어가기가 너무나 망설여졌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 집이 이렇게 휑했나. 싶었다. </div> <div>아침에 나올때 그렇게 챙겨놨어도 또 깜빡한게 생각나서 한바탕 집을 헤집었는데도, 집은 말끔히 정리가 되어있었다.</div> <div><br></div> <div>D가 쓰던 수저 젓가락 밥그릇 국그릇은 모두 찬장에 들어가있고,</div> <div>먹지말랬지만, 일단 먹어야겠어. 라고 술을 꺼내려고 연 냉장고에는 반찬뚜껑마다 이건 무슨 반찬. 언제 만들었으니까 언제까지는 꼭 먹고 남으면 버리라고 쓰여있었다. </div> <div>아침에는 몰랐는데, 맥주캔 위에...</div> <div>- 우리 오빠 나랑 약속 했지만, 결국 마실거죠? 과일칸에 과일 잘라놓은거랑 육포있으니까 그것만 먹고 얼른 주무세요.</div> <div>라고 적힌 쪽지가 붙어있었다.</div> <div><br></div> <div>"...아닌데? 나 소주마실건데?"</div> <div><br></div> <div>눈물 뚝뚝 흘리면서 잘라놓은 수박, 씻어놓은 포도 딸기에 육포를 차마 먹지 못하고, 깡소주를 글라스에 따라마셨더니, 기분이 얹짢아지면서 구역질이 올라와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다 토해버렸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침대에 누워 핸드폰에 저장된 D사진을 보다가 또 그렇게 밤을 새버렸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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