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br></div> <div>백수임다.</div> <div>여 28.</div> <div><br></div> <div>공부를 재작년에 마쳤구요. </div> <div>운이 좋아 학교지원 2/3와 부모님 지원 1/3로 2년 동안 해외유학 했어요</div> <div>특별하게 공부를 잘 해서 그런게 아니라 걍 운이 좋았어요. 그저 운.</div> <div>그래서 해외 석사학위 소지잔데</div> <div><br></div> <div>백ㅋ 수ㅋ</div> <div><br></div> <div>영국에서 돌아와서 저도 우리 부모님도 </div> <div>제게 남은 건 멋있는 커리어우먼같은 비단길을 밟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더랬죠</div> <div><br></div> <div>그런데 웬걸</div> <div>이력서 광.속.탈.락</div> <div><br></div> <div>ㅋㅋㅋ</div> <div><br></div> <div>많이 좌절했어요</div> <div>불안감에 몇달 간 제대로 잠도 못잤었구요</div> <div><br></div> <div>가고싶은 데는 넣으면 서류부터 떨어지고</div> <div>연락 오는 데는 진짜... 사장이 그저 사원들 등처먹는 코딱지만한 회사..</div> <div>넣다넣다 부산에 있는 곳까지 넣어서 면접을 보고</div> <div>면접비로 3만원.. 거의 편도버스비인 그 3만원을 들고 집에 돌아오는데</div> <div>얼마나 심란하던지.. 왕복 10시간 넘게 왔다갔다 해놓고 그마저도 탈락했네요.</div> <div><br></div> <div>제가 하는 일이 아트 관련된 일인데</div> <div>일을 만들어서라도 해야겠다 싶어, 관련 커뮤니티에 프리랜서 일 하겠다고도 글을 올렸어요</div> <div>연락이 온건 순 사기꾼이나, 열정페이(노페이) 원하는 사람들..</div> <div><br></div> <div>그렇게 몇 달 간의 취업활동을 거치고 접었어요</div> <div>그리고 지금까지 제 나름대로 포트폴리오를 쌓으며 준비중입니다.</div> <div><br></div> <div>제 이런 모습과 과정을 옆에서 부모님께서 모두 지켜보셨어요</div> <div>엄마는 제가 겪었던 일들 거의 다 말씀을 드려서 알고 계시구요</div> <div><br></div> <div><br></div> <div>아, 자랑하려는 건 별건 아니에요</div> <div><br></div> <div>저희 부모님은 이런 저에게 아무런 코멘트를 달지 않으세요</div> <div><br></div> <div>요즘 뭐하냐-는 걱정도,</div> <div>직장은 알아보고 있냐-는 질문도,</div> <div>네가 왜 안 되는거냐-는 핀잔도,</div> <div>우리 딸 조금만 열심히 더 하면 된다-는 응원도</div> <div><br></div> <div>그 ~~~ 어떤, 일에 관련된 코멘트를 일체 안 하세요.</div> <div><br></div> <div>저한테 관심이 없으신거 아니냐구요?</div> <div><br></div> <div>아뇨,</div> <div>유학하는 내내, 어머니께 거의 매일 전화가 왔었어요.</div> <div>공부 잘하고 있냐는 그런 류의 전화가 아니라, '그냥'이요</div> <div>밥 묵었냐, 별일 없느냐, 우리 집은 지금 이렇다, 강아지들이 이렇다, 아빠가 또~ 블라블라</div> <div>그냥 수다요</div> <div><br></div> <div>우리 가족은 모이면 진로나 미래, 취업, 직장 그런 류의 얘기는 일체 안 합니다.</div> <div>그저 사회활동 왕성하신 아부지 얘기 들어드리기,</div> <div>우리집 강아지 얘기,</div> <div>가족 일상 얘기 등등</div> <div><br></div> <div><br></div> <div>이게 뭐 자랑이냐구요</div> <div><br></div> <div>엄청 자랑이에요</div> <div>저를 무지막지하게 사랑하시는 우리 엄마아빠, </div> <div>저 자신보다도 제 현실과 미래에 대해 궁금하고 불안해하고 계실텐데도</div> <div>그 어떤 말도 지금의 제게 부담이 될까봐 걱정이 되셔서 제게 아-무 말씀도 안 하시는 거거든요.</div> <div>전 알아요.. 느낄 수가 있어요.</div> <div><br></div> <div>매일 오는 전화, 집에 가끔 가면 그때마다 잔치난 듯 나가먹는 외식,</div> <div>아무 날도 아닌데 밤에 아부지 술 당기시면 가족끼리 작게 한 상 차려서 술 돌려가며 마시는 자리,</div> <div>다혈질인 가족들 땜에 늘 우당탕탕하면서 싸우기도 하지만 저희 가족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늘 가족이 먼저예요.</div> <div><br></div> <div>하루는, 엄마랑 같이 있다가 제가 말했어요</div> <div>"엄마 미안. 밖에 나가서 사람들이 딸내미 뭐하냐고 물어보면 할 말 없어서 좀 그렇지?"</div> <div>"할 말 없긴. 걍 백수예요 하지 ㅋㅋ"</div> <div>"헐 ㅋㅋ 백수 아니고 취업준비생"</div> <div>"그거나 그거나"</div> <div>"좀 그렇지. 창피하지..?"</div> <div>"창피하긴. 그런게 중요한 게 아니야. 지금 너는 분명히 뭔가를 하고 있으니까. 그게 중요하지"</div> <div>"에에.. 그래도.."</div> <div>"아니야. 절대 아니야"</div> <div><br></div> <div>단호박같았던 어머니가 제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시더라구요.</div> <div>천군만마가 그런걸까요.</div> <div><br></div> <div>우리 부모님, 멋지죠?</div> <div><br></div> <div>보고싶어요..</div> <div><br></div> <div>저는 우리 부모님만큼 멋진 사람들을 어디서도 본적이 없어요</div> <div><br></div> <div>히히</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올해는 꼭 취업에 성공하고 싶어요</div> <div><br></div> <div>빨리, 빨리, 빨리 효도하고 싶어요</div> <div>용돈도 쥐어드리고</div> <div>맨날 고생만 하는 우리 엄마, 성당에 늘 럭셔리하게 차려입고 오는 사모님들처럼 그렇게 입혀주고 싶어요</div> <div>다리 수술하신 우리 아부지, 최고급 기능성 신발도 맞춰드리고 싶고</div> <div>가능하다면 우리 엄마 차도 뽑아드리고 싶어요</div> <div>몇년 후에 시골에 집 짓고 싶으시다는데, 그것도 지어드려야죠</div> <div><br></div> <div>그러려면 빨리 취업해서 돈 벌어야 하는데</div> <div><br></div> <div>올해는 되겠죠?</div> <div><br></div> <div>되면 그때 또 자랑게에 올게요 푸헤헤</div> <div><br></div> <div><br></div>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