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당신이 자고 있는 이 밤, </div> <div>갑자기 그리운 마음에 예전 사진들을 보다가 이 글을 써요.</div> <div>임신+출산+육아라는 크고 어렵지만 기쁜 일을 경험하면서 </div> <div>현재의 어려움에 지쳐 지나온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내가 잊고 있었어요.</div> <div><br></div> <div>비록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도 없고, </div> <div>지금이 행복하다 해서 시간을 잡을 수도 없지만</div> <div>다행스럽게 사진과 영상 속에 그날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네요.</div> <div><br></div> <div>그대가 처음 사준 선물,</div> <div>여름날 걷던 도서관과 </div> <div>웨딩촬영을 끝낸 뒤 하루 종일 굶은 상태로 찾아갔던 밥집,</div> <div>부부가 되던 날은 푸르른 산책길에 분홍색 꽃비가 내렸죠.</div> <div>당신과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떠났던 여행은 어제 일처럼 생생해요.</div> <div><br></div> <div>푸르른 여름에 햇살같던 청춘으로 만나 이제 엄마와 아빠로 살아가는 우리.</div> <div>세월은 어느새 우리를 어른으로 살아가라 하지만</div> <div>여전히 마음 속에는 어린아이가 살아 있어 때로는 장난을 치며</div> <div>언제는 세상 가장 친한 친구처럼 신나게 쇼핑을 하고 </div> <div>가끔씩은 술잔 기울이며 속내를 털어놓는 오래된 벗처럼</div> <div>때로는 존경하는 스승처럼 서로를 여기며 살아가는 우리.</div> <div><br></div> <div>우리는 참 많이 사랑했고</div> <div>사랑하는 만큼 자신에게 너무나 중요한 존재기에 때로는 갈등도 겪고</div> <div>서로가 완벽하게만 보이던 연애시절을 지나</div> <div>당신 또한 나와 같은 부족한 사람이었음을 깨달아가며</div> <div>그러면서 그때마다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가고 사랑하며 살아왔어요.</div> <div>인생이라는 여정에서 혼자 모든 걸 견뎌야 한다면 그 또한 얼마나 쓸쓸할까요.</div> <div>당신의 적은 또한 나의 적이 되고</div> <div>나의 기쁨이 또한 여보의 자랑이 되면서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어요.</div> <div><br></div> <div>우리 앞에는 또 어떤 나날들이 놓여 있을까요.</div> <div>무엇이든 다 견딜 것만 같은 무모함으로 배짱 좋게 행복했던 연애와 신혼 시절을 지나</div> <div>이제는 고통마저도 결국은 지나갈 것이라는 깊은 지혜를 가지고</div> <div>여보와 함께 온전히 살아가려 해요.</div> <div>제 인생에서 여보는 정말 크고 중요하고 또 사랑스러운 존재에요.</div> <div>늘 건강하고 행복해요, 우리.</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br></div> <div>신랑이 자고 있는 동안 추억에 젖어 사진을 보다가 쓴 글이에요.</div> <div>(내일 아침에 읽으라고 보내줘야겠어요)</div> <div>확실히 그냥 남편과 아내로 살아가는 것보다 <span style="font-size:9pt;">아기를 가지고-낳고-키우는 여정이 더해지면 스펙타클해지더군요.</span></div> <div>우리끼리 '고난의 행군'으로 불렀던 육아가 이제 점점 수월해지고</div> <div>멀리서 보기만 해도 설레던 그 남자가 어느새 전투를 함께 한 동지로 느껴지며</div> <div>이 전쟁 속에 설렘과 사랑이 사라진 건 아닐까? 했지만 </div> <div>다행히도 마음속에는 이런 애틋함이 생생하게 살아있었네요.</div> <div><br></div> <div>사랑해서 한 결혼, 사랑해서 가진 아기, 사랑해서 매일 함께 맞는 아침.</div> <div>부부에게 사랑보다 더한 자산은 없겠지요.</div> <div>내일이 된다고 해서 뭐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div> <div>지나고 보면 똑같이 반복되던 평범한 하루가, </div> <div>때로는 냉전을 하기도 하고 서로를 물어뜯던 (!) 시간들이</div> <div>결국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모두가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div> <div><br></div> <div>새 봄에 피어나는 꽃들은 너무나 찬란하고, 두근거리도록 아름답지만</div> <div>여름 더위가 물러가고 가만히 물이 드는 단풍의 아름다움이 </div> <div>어느날 갑자기 눈물이 나게 하듯</div> <div>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흘러가는 이 시간을 행복하게 채우고 싶어집니다.</div> <div><br></div> <div>그렇게, 착실하게.. </div> <div><span style="font-size:9pt;">사랑해야겠어요.</span></div> <div>다시는 오지 않을 오늘 하루를...</div> <div>내일이 없는 것처럼....</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