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그것은 갑자기 찾아왔고</p> <p>너무도 강렬했으며 내 인생에서</p> <p>두 번은 없어야 할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다.</p> <p> <br></p> <p>3년 전 잊혀지지 않는 그 비오는 날 나는</p> <p>친구들과 대낮에 칼국수집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p> <p> <br></p> <p>그 날의 메뉴는 바지락칼국수였는데,</p> <p>내가 친구들에게 말했다.</p> <p> <br></p> <p>"야. 조개껍질이 강할까? 내 어금니가 강할까?"</p> <p> <br></p> <p> <br></p> <p>"니 면상이 제일 강하지"</p> <p> <br></p> <p>"그건 인정이다"</p> <p> <br></p> <p>"잘봐 미친새끼들아 외모비하하지말고</p> <p>오늘 내가 인간대표로써 패총류를 이기는 날이다."</p> <p> <br></p> <p>나는 오다닥 하며 어금니로 조개껍질을 씹었고</p> <p>나도모르게 악!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잠시</p> <p>세상이 꺼졌다. 그게 모든 일의 시작이였다.</p> <p> <br></p> <p>이건 좆됐다. 아무래도 좆됐다. 이에서 느껴지는 고통은</p> <p>내가 살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고통이였다.</p> <p>이 앞전에 맨홀에서 떨어져서(..?) 다리가 다 찢어졌을</p> <p>때도 이정도로 아프진 않았다. 나는 젓가락을 놓고</p> <p>중얼거렸다.</p> <p> <br></p> <p>"가야해. 가야해... 어어어억..."</p> <p> <br></p> <p>"야 너 왜그래? 괜찮아?"</p> <p> <br></p> <p>"아니야아아... 가야해... 나... 간다..."</p> <p> <br></p> <p>아무래도 좆됐음을 감지한 나는 평소 그렇게</p> <p>무서워하던 치과에 가기 위해 문을 나섰다.</p> <p>그 순간만큼은 알 수 있었다. 치과에 가지않으면</p> <p>나는 개좆된다는걸.</p> <p> <br></p> <p>마침 바로 뒤가 명지병원이였고, 나는 으엀어어 하며</p> <p>병원문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코로나 검사를 해야</p> <p>한다고 하길래, "저긼... 제갌... 이가 부러진거같하혍..."</p> <p>하면서 눈물로 읍소했더니 대낮에 응급실을 알려주며</p> <p>그와중에 코로나검사를 하고 기다렸다.</p> <p> <br></p> <p>한시간 반 동안 죽음의 고통에 몸부림치며</p> <p>'선생님... 나 죽어요 제발...' 하며 울부짖으니</p> <p>의사가 이새낀 또 뭐지 하는 표정으로 "자 입 안을</p> <p>볼게요" 하더니 의사다운 진단을 내렸다.</p> <p> <br></p> <p>"이가 부러지셨네요."</p> <p> <br></p> <p>...암 부러진거겠지 ㅋㅋㅋㅋㅋㅋ</p> <p> <br></p> <p>그거아니면 설명이 안되는 고통이지...ㅋㅋㅋㅋㅋ</p> <p> <br></p> <p> <br></p> <p>나도모르게 비장한 물음이 나왔다.</p> <p> <br></p> <p>"저는 이제 어떻게 될까요."</p> <p> <br></p> <p>흡사 불치병 환자마냥 물어보니 의사가 일단은</p> <p>2층 치과로 가라길래 이럴거면 바로 치과로 보내주지</p> <p>그랬냐 퉤 하며 치과에 올라갔더니 의외의 진단을</p> <p>내렸다.</p> <p> <br></p> <p>"이가 부러지셨어요."</p> <p> <br></p> <p> <br></p> <p>그렇군. 이가 부러진거였어. 그건 몰랐는걸?</p> <p> <br></p> <p>어쩌다 이렇게 됐냐는 질문에 나는, 의사의</p> <p>정확한 처방을 위해 사건을 가감없이 설명했다.</p> <p>조개껍질 씹기 챌린지 하다가 그렇게 되었다고.</p> <p> <br></p> <p>하지만 의사는 흠. 하더니 그게 원인은 아닐거라</p> <p>하면서, 내가 나도 모르고 살았던 사랑니에 대해</p> <p>보여주었다.</p> <p> <br></p> <p>"보통은 사랑니가 누워있는 경우가 많아요.</p> <p>근데 환자분은 사랑니 두 개가 같이 누워있어요.</p> <p>이게 점점 밀고 나오면서 오늘 어금니 여기...</p> <p>뿌리를 완전히 부러뜨린거에요. 그런데 그동안</p> <p>안아프셨어요?"</p> <p> <br></p> <p>"아프긴 했는데 무서워서 못왔는데요..."</p> <p> <br></p> <p> <br></p> <p>의사는 아이고 이새끼야 하는 표정을 지으며</p> <p>일단 오늘은 응급조치를 하고 2주뒤에 찾아오라</p> <p>했다.</p> <p> <br></p> <p> <br></p> <p>"그 땐 어떻게 되나요?"</p> <p> <br></p> <p>"뽑아야죠."</p> <p> <br></p> <p>"히익 그러면 제 어금니는요?"</p> <p> <br></p> <p>"임플란트를 하셔야 겠습니다."</p> <p> </p> <p>"아이고 Tlqkf"</p> <p> </p> <p>어쨌든 그 날은 응급조치를 받고 2주를 기다려</p> <p>다시 명지병원으로 돌아왔다. 신기하게도 2주간 치아가</p> <p>불편할 뿐 아프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p> <p>(변진섭 - 그대 내게 다시)</p> <p> </p> <p>대형병원 치과라니, 역시 2주를 기다린 보람이 있었구만,</p> <p>이제 이 고통을 잊고 새 삶을 사는거야. 나는 그렇게 누워있는데</p> <p>의사가 '흠' 하더니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p> <p> </p> <p>"아프시면 꼭 이야기 하셔야 합니다."</p> <p> </p> <p>난 거기서도 드립욕심을 참지 못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p> <p> </p> <p>"하하. 보통 아프면 말하세요 라고 해 놓고 참으세요 라고 한다면서요?"</p> <p> </p> <p>의사는 들고 있던 기구를 가글대에 내려놓으며 정색했다.</p> <p> </p> <p>"아프면 이야기 하셔야 해요. 꼭이요."</p> <p> </p> <p>난 거기서 느꼈다. 이건 장난이 아니다. 나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p> <p>그렇게 시작된 치료. 마취는 언제나 아프다. 무슨 그라인더 같은게</p> <p>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아프지는 않지만 드드득 드드득 하고 뭘</p> <p>뽑는 소리가 들리는데 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p> <p> </p> <p>"와 이게 이렇게 깔끔하게 쪼개졌네. 이것좀 봐요."</p> <p> </p> <p>?! 뭐가 쪼개졌는데? 님들?!</p> <p> </p> <p>으드득 으드득 하는 소리가 몇 번 들리고 나는 으어으 아으아 하면서</p> <p>치료의 고통을 감내중이길 반복하고 드디어 치료가 끝났다.</p> <p> </p> <p>놀랍게도 이를 뽑는데 걸린 시간이 세 시간이 넘었다.</p> <p> </p> <p>나는 삼십 분 남짓이라고 생각했는데...</p> <p> </p> <p>의사는 일단 사랑니를 모두 뽑고 쪼개진 어금니도 뽑았으니</p> <p>이틀정도는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쉬라고 권유했다.</p> <p>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읈넰넴'하며 집으로 돌아오자마자</p> <p>거짓말같이 침대에서 잠이 들었고</p> <p> </p> <p>정확히 이틀동안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p> <p> </p> <p>이틀이 지나 잠에서 깨니 배게에는 약간의 피가 묻어있고</p> <p>나는 극심한 고통에 으악 으악 하며 머리를 감싸쥐었다.</p> <p>말 그대로 골이 울릴 정도로 아픈 통증이였다.</p> <p> </p> <p>놀랍게도 한시간도 안되어 통증은 사라졌고 나는 배고픔에</p> <p>냉장고에 있는 최대한 부드러운 음식들을 마구 주워먹기 시작했다.</p> <p>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뽑은 자리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p> <p> </p> <p>며칠 뒤 병원에 찾아갔는데 이제 통증이 모두 멎은 것 같으니</p> <p>본격적으로 임플란트 시술을 하자고 했고, 그렇게 내 왼쪽 아래</p> <p>어금니는 지금도 사이버펑크마냥 임플란트가 되어 있는 상태이다.</p> <p> </p> <p>그런데, 지금 내가 뜬금없이 이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p> <p>최근 그것과 비스무리한 통증을 느끼고 병원에 갔더니 병원에서</p> <p>이렇게 진단을 내렸기 때문이다.</p> <p> </p> <p>"매복사랑니가 있네요. 여기부터 여기까지... 날짜를 한번 잡아봅시다."</p> <p> </p> <p>나는 두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하다.</p> <p>나에게는 매복된 사랑니가 대체 몇 개가 있는걸까?</p> <p>그것들은 나에게 어떤 원한이 있어 자리했을까?</p> <p>그보다 그것들은 어디서 왔을까?</p> <p>내가 자는 사이에 어렸을 적 나에게 이빨을 전해주지 못한</p> <p>까치들이 이제와서 미안한 마음에 몰래 몇 개를 심어주고 간 걸까?</p> <p>나는 오늘도 시시각각 다가오는 고통, 그것에 대한 공포에 몸부림치며</p> <p>이 글을 조심스럽게 마무리한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