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 </div> <div>서울로 이사와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div> <div> </div> <div>한달만에 나는 아버지와 네 번을 싸웠고 네 번을 화해하고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다.</div> <div>그러니까, 북한과 미국의 관계다. 물론 김정은이 내 쪽이다.</div> <div> </div> <div>나는 집에 새 방을 얻었고 완벽한 삼촌방이 되었다.</div> <div>내 동생이 결혼을 했고 나는 이탈리아에서 동생이 사온 프라다 지갑을 선물받았고</div> <div>나는 또 화물차 운전을 하고 있다.</div> <div> </div> <div>퇴근하면 출근해 일하고 계신 어머니를 대신해 아버지 밥을 차려드리고, 밭에 나가 무를 뽑고</div> <div>시금치를 솎아내고 고구마 줄거리를 뽑아왔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와우를 한두시간 하고 잠들거나</div> <div>아니면 글을 쓰며 그렇게 지낸다.</div> <div> </div> <div>꿈에 그리던 RTX2070도 샀다. 살아생전 내가 i7을 쓰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다.</div> <div>예전에 쓰던 컴퓨터는 그냥 고철값도 안주고 죄 내다버렸다.</div> <div>비오는 날 밤 나는 컴퓨터 본체를 양산의 쓰레기장에 버리며 말했다.</div> <div> </div> <div>"가. 너도 가고 이 동네도 이제 잊었으면 좋겠어 너랑 이 동네 다 싫어."</div> <div> </div> <div>화물차 운전을 하고...</div> <div> </div> <div>아니 어쨌든 그게 아니고.</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오늘의 이야기는 병신. 말 그대로 병신.</div> <div> </div> <div>어제 저녁,</div> <div>약속이 있어서 종로3가에 나가게 되었다. 전철을 타고 깜지루 만화를 보며 낄낄대고 웃는데</div> <div>옆자리에서 쿠키런을 하던 아가씨가 이 병신은 뭐지 하는 눈으로 잠깐 쳐다보길래</div> <div>내가 병신처럼 웃는데 니가 휴대폰 데이터 한모금이라도 보태줬냐 라는 눈으로 쳐다봤다.</div> <div>데이터라도 보내놓고 깜지루 만화가 재밌냐 병신아 라고 했어도 아 예 전 이런게 취향이라서요 했겠지만</div> <div>(깜지루님 이 글 보고계시다면 전 진짜 님 팬입니다. 근데 솔직히 공공장소에서 보기엔 좀 그래요.)</div> <div>일면식도 없는 여자가 날 그렇게 쳐다보면 내가 아닌 누구라도 좀 빡칠것이다.</div> <div> </div> <div>이른 아침 양산 차막히는건 아무것도 아닌 서울의 지옥같은 교통에 지하철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속도는</div> <div>반토막이 났을 것이다. 지금도 이 지하철 위에서는 엄청난 교통대란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div> <div>안국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그 다음역인 종로3가 역에서 내리려는 순간 폰을 들고 있던 나는</div> <div> </div> <div>'아시발 잠깐만' 이라는 생각과 함께 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div> <div>단언컨대 내가 야동은 봐도 몰카를 찍고 그러는 인간은 아니다. 최소한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폰을 넣고 지퍼를 잠근</div> <div>후 '나는 그냥 왼쪽출구로 내리기 위해 가는 사람입니다' 라는 제스처를 한껏 취하며 양손을 높이 들고</div> <div>지나갈게요! 를 시전했다.</div> <div> </div> <div>물론 세상엔 정말 나쁜놈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지만</div> <div>나는 진짜 아니니까!! 그래서!! 오해를 피하기 위해!!</div> <div> </div> <div>그리고 경찰조사에서 생긴것만으로 징역 10년을 받을 것 같이 생기기도 했다.</div> <div> </div> <div>아무튼 그렇게 내리고 나서, 종로3가 1호선 12번 출구로 나가는 길에 보고야 말았다.</div> <div>마스크를 쓴 채 뽀뽀하고 있는 커플을.</div> <div>입에서 심한말이 나오는것을 부여잡고 나는 '하하 저인간들 마스크를 쓰고 뽀뽀를 하네 그럴거면</div> <div>뽀뽀를 왜한담?' 하는 생각을 하고 무지몽매한 저것들을 마음껏 욕했다.</div> <div> </div> <div>하하 바보같은 놈들 마스크를 썼는데 무슨 뽀뽀야 벗고하던가 마스크를 하하</div> <div> </div> <div>나는 약속장소에 모인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그놈들의 무지몽매함을 이야기했고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div> <div>형님은 고개를 끄덕이고 '한잔해' 라며 술을 따라주었다.</div> <div> </div> <div>인생이 쓰다.</div> <div>게시판에 쓰는 이 쓴 글을 나는 또 쓴다. 쓴줄 알면서 자학하면서 쓴다.</div> <div>거 있지말고 여기 와서 한잔 해요. 당신도 애인 없는데 아닌척 하고 있는거 아니까.</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