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정상 출근해 재판장 안 맡는 '사법연구' 보직으로…정운호 게이트 수사기밀 유출 의혹]
'드루킹'의 포털사이트 댓글 추천수 조작 의혹에 가담한 혐의로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 구속한 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47·사법연수원 25기)가 재판 직무에서 배제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선 재판의 절차와 과정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이 8일 재판업무에서 배제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현직 판사 6명을 재판장을 맡지 않는'사법연구' 보직으로 발령냈다. 기한은 3월15일부터 8월31일까지다.
이날 재판 업무에서 배제된 법관들은 성 전 부장판사를 포함해 임성근·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의연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 등 6명이다. 기소된 현직 법관 8명 중 2명은 정직 상태로 이미 재판에 들어가지 않는 상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원장을 지난 1월 기소한 데 이어 지난 5일 전·현직 법관 10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66명의 판사 비위 명단을 대법원에 통보했다. 여기 포함된 성 부장판사는 지난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로 재직하던 도중 상급자인 신광렬 당시 형사수석부장판사(54·19기)의 지시에 따라 검찰 수사기밀을 빼내 법원행정처에 전달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 부장판사는 '드루킹' 사건과 관련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며 그를 법정구속시켜 파장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당시 성 부장판사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에 대한 보복으로 김 지사를 법정 구속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여당은 성 부장판사가 지난 2012년부터 수원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하며 2년간 양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 판사를 겸임한 이력을 두고 '양승태 키즈'라며 맹렬히 비난했다.
성 판사는 드루킹 재판 이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을 담당해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성 판사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김경숙 전 이대 학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또 성 판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사건과 공천개입 사건 1심을 맡아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특활비 수수 등 뇌물 수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년을, 공천개입 혐의에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법조계에선 성 전 판사가 영장전담판사로 근무하면서 감찰 수사기밀을 법원행정처에 유출해 사안이 중대한데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입증이 가능한 만큼 기소나 재판배제조치가 무리한 건 아니라는 반응이 상당수다. 다만 성 부장판사와 유사하게 수사기밀 유출 혐의를 받은 서부지법 판사가 기소 대상에서 빠진 것은 논란으로 남아 있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58·17기)은 지난 2016년 박선숙·김수민 등 당시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해 재판부의 유·무죄 심증을 파악해 유무죄 심증, 보석허가 여부 등 내용을 파악하도록 나상훈 당시 서울서부지법 기획법관에게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나 판사는 검찰 기소 대상에서 빠졌고, 성 부장판사는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를 두고 "적극적으로 수사기밀을 빼내 여러 번 복사까지 해서 유출한 경우에는 기소했지만 자발적이지 않고 수동적으로 유출했으며 횟수가 적은 경우는 기소하지 않았다"며 "빼낸 것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는지 아닌지, 재판에 대한 독립성을 침해했는지 아닌지 등도 다르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사법농단 피고인' 판사들 재판 배제…"우려 무겁게 인식"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현직 판사들이 재판 업무에서 배제됐다.
8일 대법원에 따르면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5일 기소된 현직 법관 8명 가운데 정직 상태인 2명을 제외한 나머지 6명에 대해 3월 15일부터 8월 31일까지 '사법연구'를 명했다.
대법원은 이들의 사법연구 장소를 서울법원종합청사가 아닌 사법연수원 등으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직 법관이 자신들의 재판을 맡은 재판부와 한 청사에서 근무하는 데 대한 공정성 우려 등을 고려한 조치다.
대법원은 "유례없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으로 형사 재판을 받게 될 법관이 계속 재판업무를 맡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사법부와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각계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별도로 기소되거나 비위사실이 통보된 법관들에 대해 징계 청구, 재판업무 배제 여부 등을 신속히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