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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6779
    작성자 : gerrard
    추천 : 11
    조회수 : 2322
    IP : 219.255.***.203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6/03/15 12:12:38
    http://todayhumor.com/?panic_86779 모바일
    재업]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11,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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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안녕하세요. 29女입니다.
     
    음.. 저는 제가 판에 글쓸 때 말고는 거의 들어오지 않아요.
     
    달아주시는 댓글들도 거의 한 번에 몰아서 보는 편이구요.
     
    바로 앞에 썼던 글에 달아주는 댓글 중에
     
    ' 이런저런 사연으로 할머니를 뵙고 싶어하는 분이 많다. 언제까지 묵묵부답일 꺼냐? '
     
    라는 댓글 달아주신 분이 계시더라구요.
     
    저는 지금까지 제 얘기를 거의 하지 않고 살았어요.
     
    가족외에 정말 극소수의 몇 명 정도에게만, 가슴이 너무 답답할 때만 가끔씩 얘기하는 정도.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이 툭툭 터져나오는 때가 있었고, 그 말이 들어맞을 때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똑같았거든요.
     
    ' 쟤 이상해.. ' ' 나한테는 보이는 거 없어? 한 번만 봐줘 '
     
    이런 반응이 힘들어서 거의 입을 닫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판에 글을 쓰는 것도 익명성이라는 것 뒤에 숨어 속 얘기를 풀어놓고 싶었던 것 뿐이에요.
     
    사정이 너무 힘들어서 저희 할머니를 뵙고 싶다고 했던 분들.
     
    할머니 앞에 찾아가 얼굴만 보면 할머니가 가야 할 길을 알려주시는 건 아니에요.
     
    설사 안 좋은 상황이라 굿을 한다 해도 당사자는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는 것도 아니구요.
     
    얻고자 하는 것. 바라는 것에 대한 간절한 기도, 집념에 가까운 기도가 있어야만 이루어지니까요.
     
    무속인을 찾아가는 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한 뒤에 해도 늦지 않다는 거예요.
     
    진인사대천명. 이라는 말처럼요.
     
    무속인을 찾아가 앞일을 물어보는 건 최후의 방법이어야하지 우선의 선택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무속인들이 항상 자리만 깔고 앉아 사람 얼굴만 들여다보고 있지는 않답니다.
     
    그 외의 더많은 시간을 기도, 업을 풀고 신을 모시기 위한 기도로 보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정신적 육체적 피로감은 말로 다 할 수 없다고 해요.
     
    연로하신 저희 할머니가 느끼실 피로감은 더하겠지요.
     
    그게 제 주위의 힘든 사람들을 보고도 같이 할머니 앞에 찾아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해요.
     
    일전에 썼던 글 중에. 아이 상태가 좋지 않다고 데려오는 부모를 대처하시던 할머니의 일들을 써놓은 글이 있어요.
     
    그냥 생활의 지혜 정도로 읽어주십사 했지만 사실 그건 할머니가 누누히 강조하셨던 진리 중에 하나랍니다.
     
    ' 이미 죽은 사람이 산사람을 어떻게 당해내나? 겁먹지마라. 무시하고 그냥 할일해. '
     
    할머니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 너무 허기가져서 눈에 헛것이 다보이네.. ' 라는 말 들어보셨죠?
     
    사실 너무 간단한 얘기라 이런 데 쓰기도 민망한 말이지만..
     
    정말 말그대로에요. 허기가 져서, 배가 고파서 기가 허해졌다는 말이거든요.
     
    몸 안 좋으면 밥굶고, 굶어서 힘없으니 드러누워 있고, 온종일 드러누워 있으니 밤에는 잠 안 오고,
     
    잠이 안 오니 이생각 저생각 잡생각만 들고, 그렇게 밤새 잡생각하면 그 다음 날 또 입맛 없고,
     
    그렇게 먹는둥 마는둥 하며 며칠지나면 얼굴 상하고, 상한 얼굴보면 주변 사람들이 괜찮냐고 물어보고, 그 소리 들으면 정말 심각하게 느껴지고.. 악순환의 반복일 뿐이에요.
     
    몇 번 댓글 달아주셨던 학생. 지금 보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몸이 안 좋아 다니던 학교 휴학하고 온종일 누워서 제 답글만 기다린다고 하셨죠?
     
    학생이 달아놓은 댓글 물론 봤어요.
     
    그중에서 눈에 박히는 건 '누워서' 라는 말.
     
    병원 다니고 약도 꾸준하게 먹고 있다는 사람이 뭐가 무서워서 누워만 있어요?
     
    다리 아픈 게 아니라는 거 알아요.
     
    털고 일어나 좀 움직여봐요. 갈 데 없으면 공원에라도 가고 나가서 할 거 없으면 동네 도서관에가서 책이라도 들춰봐요.
     
    학생 몸이 안 좋은 게 혹시 안 좋은 게 들러붙어서 그런가.. 생각하는 거 같은데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 안전한 곳은 없어요.
     
    누워 있는 집에는 귀신 없을 거 같애요? 절대 아니거든요.
     
    최소 10살 이상 차이나는 언니로서.. 얘기하자면.
     
    학생이 만약 내동생이였으면 그냥 그렇게 두진 않았을 거예요.
     
    동생들 위에 군림하는 누나의 자세로, 진정한 스파르타가 뭔지 보여줬을 거예요.
     
    기죽어서.. 기죽는다.. 라는 말.
     
    이것 또한 문자 그대로에요. 사람이 지니고 있는 일정한 기가 쪼그라든다는 말이잖아요?
     
    그 기가 작거나 약해지면 그 빈자리는 어떤 것이 차지할지 생각해봐요.
     
    틈을 주지마세요.
     
    그리고 저희 할머니는 의지가 약한 사람은 절대 봐주지 않으십니다.
     
    힘든 상황이여도 의지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행동은 정반대로 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예를들어 가위가 눌렸을 때.
     
    기가 허한 사람은 자신이 가장 두려워 하는 걸 본다고 하죠.
     
    하지만 두려울 게 없는사람(혹은 생각이 없거나ㅋㅋ)은 다른 걸 본다고 해요.
     
    둥둥 떠다니는 햄버거, 갖고 싶었던 신발 등등.
     
    똑같은 상황에 놓여 있어도 본인의 생각에 따라 귀신보고 기절하거나 햄버거 보면서 침흘리거나.
     
    굿을 해도 마찬가지에요.
     
    굿이라는 건. 위에도 썼듯이 최후의 방법이어야 하니까요.
     
    레떼오빠의 말을 인용하자면.. 만랩?정도 되는 어떤 것들이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을 때.
     
    혹은 먼저 떠난 가족 중에 아픈 사연이 있어 남아 있는 가족을 괴롭게 할 때..
     
    무속인이 칼춤 추고 작두 위에서 훨훨 날아다니며 신에게 빌고 신을 달랜다고 해도 그 당사자의 간절함이 거기에 닿지 않으면 신의 비웃음만 사는 거니까요.
     
    무속인은 해결사가 아닙니다.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존재. 신과 가장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소원하는 바를 조금 더 빨리 전해드릴 수 있는 존재 정도로만 생각해주세요.
     
    아.. 오늘은 나의 돌쇠를 처음 만났던, 웃기고도 신기한 얘기를 풀어놓으려 했는데..
     
    재미없는 말만 늘어놔서 죄송하게 됐어요.
     
    그리고! 답을 기다리며 이메일 주소 남겨주신 분들!
     
    이렇게 오픈된 공간에 그런거 남겨놓으시면 어떡합니까 -_-
     
    보잘 것 없는 본인이지만.. 절 사칭해서 헛소리 늘어놓는 사람이 생길까봐 드리는 말씀이에요.
     
    (실제로 전에 썼던 글에 본인 사칭해서 답글다는 X가 있었다오)
     
    말이 길어졌네요.
     
    곧 박군이랑 만났던 얘기들고 돌아올게요 (기다리는 사람은 없겠지만ㅠㅠ)
     
    뿅.
     




    12.

    어제 말씀드렸던 것처럼 오늘은 박군과의 얘기를 써보려고 해요.
     
    자랑스런 대한의 건아. CEO나부랭이ㅋㅋ. 울엄마아빠의 비공식 큰아들ㅋㅋ
     
    제가 박군을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때.
     
    저희 동네는 주택단지에요.
     
    저희 옆집에는 할머니 한 분이 혼자 사시구요.(그 큰 집에.. 혼자 계심ㅠㅠ)
     
    평소 ' 어른 공경하는 건 도리가 아니라 몸에 밴 생활이어야 한다!! ' 라는 할머님의 말씀에, 울엄마는 자주 옆집 할머니를 찾아뵈며 지냈더랬지요.
     
    엄마가 전복죽을 한솥! 끓였던 어느 날.
     
    전복죽이 담긴 냄비를 주시며 ' 옆집 할머니 드리고 와라 ' 라는 엄마의 명령에 본인은 촐랑촐랑 냄비를 들고 옆집으로 갔어요.
     
    ' 할머니~ 전복죽 배달왔어요~ ' 라고 대문앞에서 소리를 질러도 조용.
     
    대문을 슬쩍 건드려보니 문이 열려 있더라구요.
     
    마당을 지나 현관문 앞에서 할머니를 불러도 역시 조용.
     
    현관문 역시 열려 있더라구요.
     
    ' 할머니~ 안 계세요? 저 희야에요~ ' 라고 말하며 집안을 둘러봐도 인기척이 없었어요.
     
    ' 그냥 부엌에 냄비만 놔드리고 가야겠다.. ' 라고 생각할 때, 안쪽방에서 소리가 들렸어요.
     
    냄비를 손에 든 채 소리가 나는 방쪽으로 걸어가 보니 더 가까이 들리는 소리.
     
    괜히 무서운 마음에 방문을 살짝 열어보니..
     
    밤새 고열에 시달리신 듯 편찮아 보이는 할머니가 누워 계셨어요.
     
    헐! 하며 할머니 이마에 손을 얹어보니.. 이것은 불덩이.
     
    부리나케 집으로 뛰어들어가 엄마를 모시고 왔어요.
     
    할머니 얼굴을 보신 엄마는 119에 전화를 하셨고, 사람들이 몰려와서 할머니를 들것에 싣고 병원으로 갔어요.
     
    자식분들이 전부 외국에 계셔서 혼자되신 할머니였기에 엄마도 같이 병원으로 따라갔구요.
     
    엄마가 며칠동안 병원을 들락거리며 간호를 하고 퇴원해도 된다는 의사의 말에 며칠은 저희 집에서 몸좀 추스리시자고.. 설득을 하여 집으로 모시고 왔어요.
     
    주사도 맞고 많이 회복되신 할머니가 하신 말씀은.
     
    ' 집에 혼자 있는 게 너무 적적해서 동네 노인정에 갔었어.
     근데 난방이 하나도 안 되더라구.. (그 때는 한겨울. 겨울방학 때였음)
     국수라도 사다 끓여먹을래도 가스도 안 들어오구..
     그래도 집에서 티비만 쳐다보는 것보단 나으니까.. 옷뒤집어 쓰고 할매들이랑 수다떨었지.
     그리고 집에 왔는데 그다음부터 생각이 안 나. 눈뜨니까 병원이더라구.
     희야엄마, 놀래켜서 미안해.. '
     
    엄마는.. 성격이 불 같은 울엄마는ㅋㅋㅋ 그 말씀을 듣자마자 동네 노인정으로 달려가셨어요.
     
    거기서 엄마가 본 건. 냉골과 다름없는 방바닥,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찬바람, 모포 뒤집어쓰고 모여 앉아계시는 할머니 몇 분.
     
    이를 갈며 집으로 들어오신 엄마는 동사무소와 구청의 담당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귀청을 찢어놓으셨어요.
     
    ' 당신네 부모들 갈 데가 거기밖에 없대도 그냥 그렇게 둘 수 있어요?????????????????????????? '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나.. 예산부족&시정하겠다.
     
    전화기를 던지듯 내려놓은 엄마는 한참동안 입에서 불을 뿜으며 앉아 계셨어요.
     
    그러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1층에 있는 방 중 하나를 청소하기 시작하셨어요.
     
    (물론 엄마는 지시만 내렸지.. 난 그냥 따를 뿐이고..)
     
    후다닥 청소를 마치고나자 엄마는 저를 데리고 노인정으로 가셨어요.
     
    ' 할머니~ 저쪽 빨간 벽돌집(우리 옆집) 할머니 아시죠?
     편찮으셔서 지금 저희집에 잠깐 모시고 있거든요.
     적적해하시는 것도 같고, 그리고 여기 너무 추우니까 괜찮으시면 저희집으로 같이 가세요~ '
     
    노인정에 계시던 할머니 네 분은 엄마의 말에 잠깐 어리둥절? 하시는 것같았지만 이내 몸을 일으켜 따라오셨어요.
     
    청소해둔 방으로 할머니들을 안내해서 모시고, 엄마는 팥죽을 끓이기 시작하셨어요.
     
    본인과 세라ㅋㅋ까지 동원되어 열심히 팥죽을 만드는 사이.
     
    엄마는 남동생1, 2를 소환하여 ' 할머니들 다리랑 어깨 아프시니까 돌아가면서 주물러드려라. ' 라는 명령을 내리셨고 동생들은 방에 들어가 엄마의 명령을 수행했어요.
     
    수다들 떠시고, 팥죽도 드시고. 그렇게 날이 저물 때쯤 옆집 할머니를 제외한 다른 할머니들은 슬슬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며 인사를 하고 일어서셨어요.
     
    ' 따뜻한 데서 좋은 음식 받아먹었네.. 고마워서 어쩌나.. '
     
    할머니들이 돌아가신 후. 엄마는 식탁 앞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어요.
     
    그리고 엄마가 내린 결론은.
     
    ' 니부모 내부모 따질 거 없는 거지. 따질 상황도 아니야. 
     노인네들 추운데서 웅크리고있으면 금방 돌아가신다. 폐렴이라도 걸리면 어쩌려구.. 
     내가 지금 직장 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집에서 애들 키우며 살림만 하고 있는데..
     그냥 남아도는 방 중에 하나 내드리는 거고 우리 먹는 밥에 조금 더 많이 해서 대접하면 되지.
     희야너는 아침마다 할매들 노실 방 청소 깨끗하게 해라. 넌 그것만 하면 된다. '
     
    행동파이신 울엄마는.. 빛의 속도로 결론을 내리셨어요.
    (울엄마의 저런 모습이 세라를 우리집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함)
     
    저녁에 집에 들어오신 아빠께도 쿨하게 통보, 아빠는 무조건 오케이.(아빠는 애처가이심♡)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할머니들은 저희집으로 마실ㅋㅋ을 오셨어요.
     
    처음보다 두 분 늘어나서 일곱분ㅋㅋㅋ
     
    본인은 철없던 생각으로.. ' 엄마는 왜 고생을 사서 하나 ' 라고 잠깐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엄마는 생각없이 질러버리는 분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그냥 엄마를 도와드리려 노력했던 거 같아요.
     
    하지만. 본래도 적지 않은 식구에.. 할머니들 점심 한 끼 대접하는 거라고는 하지만 엄마도 힘이 드셨을 거라 생각했어요.
     
    애처가ㅋㅋ이신 울아빠도 같은 생각이셨는지
     
    ' 우리 가끔 아침은 빵으로 먹을까? 간단하고 좋잖아~ 아메리칸 스타일ㅋㅋㅋ '
     
    이라며 엄마의 짐을 덜어주려 노력하셨고 (아빠는 제과점 빵에 대한 로망이 있으심ㅋㅋㅋ)
     
    그날부터 본인의 빵셔틀도 시작됐어요.
     
    며칠에 한 번씩 동네 빵집에 가서 빵을 사오곤 했었는데.
     
    그 날도 어김없이 식빵 한 줄이랑 크림빵 몇 개들 주워담고 카운터 앞에 섰어요.
     
    ' 얼마에요? ' 하고 물으며 카운터를 쳐다보니.. 아니 이건 웬 산도적이란 말인가..
     
    빵. 부드럽고 따뜻한 이미지의 빵. 이랑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 남성이 앞치마를 두르고 절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 잠시만요.. ' 라고 하며 카운터를 돌아 나와 이것저것 빵을 챙기던 산도적.
     
    본인이 계산해달라며 들이밀었던 빵봉지에 본인이 챙긴 빵들을 쑤셔ㅋㅋㅋ넣었어요.
     
    ' 어.. 저 이거 안 살건데요.. ' 

    ' 서비스에요. '
     
    아니ㅋㅋㅋ 무슨ㅋ 식빵이랑 크림빵 몇 개 샀는데 서비스로 맘모스빵이랑 피자빵을 주냐고ㅋㅋㅋ
     
    ' 서비스요? 너무 많.. ' 

    ' 서비스라구요. ' 

    무뚝뚝한 산도적.
     
    ' 아..네.. 고맙습니다. ' 계산을 하고 빵봉지를 휘두르며 집으로 갔어요.
     
    집에 도착해 식탁 위에 빵들을 쏟아부으니 ' 희야! 먹을만큼씩 사야지! 이게 뭐야! ' 엄마의 짜증ㅋㅋ
     
    ' 다 돈주고 산 거 아니야. 빵집 아저씨ㅋㅋ가 서비스로 준 거야. ' 라는 멍청돋는 본인의 대답.
     
    ' 그 빵집 어디야? 거기 인심 좋다ㅋㅋㅋ ' 울아빠의 말씀ㅋ
     
    그렇게 하루하루 방학보충수업을 하고 빵셔틀을 하고 청소노예로 지내던 날.
     
    겨울이라 길바닥이 미끄러웠고 할머니들이 우리집에 모여서 논다는 말을 들은 자식며느리분들이 저녁 때쯤되면 할머니들을 모시러 올겸, 엄마랑 친분도 쌓을겸.. 점점 왕래가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 할머니들은 매일 공짜밥 얻어먹는 건 염치없다는 말씀과 함께 간간히 김치와 장종류들을 날라다주셨고, 
     넘쳐나는 김치통에 울아빠는 김치냉장고를 하나 더 구입했음ㅋㅋ )
     
    그전까지는 뭐.. 그냥 서울 한복판의 회색 주택단지일 뿐이었고;
     
    그 날도 집에서 담소하며 시간을 보내던 할머니들은 저녁 때쯤되자 한 분씩 돌아가셨어요.
     
    인사를 하러 현관 앞에 섰는데. 갑자기 우리집 고냥이님이 어디선가 날라ㅋㅋ와서는..
     
    할머니 중 한 분의 어깨에 올라탔어요. (꽃할매라 칭하겠음)
     
    ' 야! 너 이리 안 와! ' 하며 고냥이를 떼어드리려는데..
     
    이놈의 고냥이가 할머니 품에 안겨 안 떨어지려고 발악을 했어요.
     
    ( 저 고냥이님은 주인을 주인으로 보지 않고 모든 사람의 스킨십을 경멸하는 생물임)
     
    ' 하이고~ 늙으면 냄새난다고 짐승들도 싫어한다는데~ 난 오히려 좋다~
     희야~ 이놈 이거 매달리려고 발톱까지 세웠다. 오늘은 내가 데리고 가서 잘까? '
     
    너그럽게 웃으시던 할머니의 품에 안겨.. 고냥이님은 외박을 감행했어요.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 가려고 세라랑 같이 인사를 할때, 아빠엄마는 빵을 뜯고 계셨어요.
     
    ' 다녀오겠습니다~ '
     
    ' ....빵에 자꾸 뭐가 묻은 거 같애. ' 엄마의 말씀.
     
    ' 희야, 아직도 니가 가면 서비스 왕창 주나? ' 아빠의 말씀. (공짜빵이라 더 맛난다고 감탄하셨음ㅋ)
     
    ' 응. 갈 때마다 이것저것 주던데. '
     
    빵에 뭔가 묻은 거 같다는 엄마의 말씀은 아빠의 빵예찬에 묻혀버리고..
     
    보충수업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세라랑 만화책을ㅋㅋ 보고 있을 때. 인터폰이 울리는 소리에 쳐다보니 처음보는 여자가 서 있었어요.
     
    ' 저~ 할머니 모시러 왔는데요~ '
     
    문을 열어드리자 여자분이 들어왔어요.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하는 찰나, 확 풍겨오는 향냄새.
     
    뭐지? 하며 할머니들이 계신 방으로 안내해드렸어요.
     
    꽃할매의 손녀되신다고 하더라구요.
     
    여자분은 저희 엄마께 너무 수고가 많으시다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린 후 할머니를 모시고 현관쪽으로 걸어갔어요.
     
    근데 또. 우리집 고냥이님이 득달 같이 달려와서는.. 이번에는 손녀분의 품에 파고들었어요.
     
    ' 어제 하루 봤다고 아는 척 하는 거야? 어제도 그렇게 재롱을 부리더니~ㅋㅋㅋ '
     
    재롱이라니.. 재롱이라니!
     
    하지만. 고냥이는 보란 듯이 손녀분의 발 밑에 누워 배를 보이며 가르랑거렸어요.
     
    다시 손녀분의 품에 안긴 고냥이는; 떨어지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했고;
     
    그렇게 손녀분의 품에 안겨 두 번째 외박을 감행했어요.
     
    손녀분이 꽃할매를 모시고 나가자 싹 사라진 향냄새.
     
    왠지 모를 기분에 방으로 올라가 집으로 돌아가는 두분의 뒷모습을 쳐다봤어요.
     
    두통. 허리랑 배가 끊어질 듯 아팠어요.(여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힘든 그 고통과 비슷?)
     
    평소 향냄새에 거부감이 없었던 본인이였지만..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어요.
     
    찬물이라도 한잔 마셔야 겠다는 생각에 주방으로 내려가보니 식탁 앞에 엄마가 앉아 계셨어요.
     
    ' 너 얼굴 왜그래? ' 

    ' 몰라.. 엄마 나 머리 아퍼. 배랑 허리도 끊어질 거 같애.. '
     
    딸이 아프다는데ㅋㅋㅋ 엄마는 일어나지도 않은 채 본인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셨어요.
     
    ' 난.. 아까 그 손녀 얼굴 보는데 눈앞이 깜깜하더라. 누가 손으로 내 눈 가리고 있는 줄 알았어. '
     
    엄마도 뭔가 느끼신 거겠죠.
     
    엄마와 본인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고 그 날 잠자리에 들어서.
     
    꿈에 웬 여자가 절에서 불공을 드리는 게 보였어요.
     
    핏빛 식은땀을 흘리며 무아지경으로 절을 하던 여자. 손녀분이였어요.
     
    꿈에서 깨어 엄마께 말씀드리자, 엄마는 쯧쯧..하며 혀를 찼어요.
     
    저녁 때쯤. 역시나 손녀분이 꽃할매를 모시러 집으로 오셨더라구요.
     
    손녀분을 보고 발광ㅋㅋ하는 고냥이를 방에 감금시켜 놓은 후 엄마가 말을 꺼냈어요.
     
    ' 할머니 집에 모셔다 드리고 다시 우리집으로 와요. 차 한 잔 끓여줄게. '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이였지만 손녀분은 엄마의 말씀대로 했어요.
     
    식탁 앞에 마주앉은 엄마와 손녀분.
     
    ' 희야, 너도 일루와서 앉아라. '
     
    엄마 옆에 앉고 나니.. 엄마가 입을 여셨어요.
     
    ' 결혼하셨죠? '
     
    ' 네.. '
     
    ' 아이 가지려고 노력하는구나? '
     
    ' 네? 네.. 그게 뜻대로 안 되네요. 집안 어른들 곁에서 마음편히 지내면 아이가 생긴다고 해서..
     그래서 지금은 친정에 와서 지내고 있어요. '
     
    ' ...절에 가서 불공드리라고 누가 알려줍디까? '
     
    ' ?? '
     
    ' 절에 가서 불공드리라고 말한 무당집이 어디에요? 당장 쫓아가서 불질러버릴테니까. '
     
    ' !! '
     

    ' 이봐요, 내가 그쪽보다 나이가 한참 많으니까 편하게 말할게요.

     아이 갖고 싶은 건 여자들이라면 다 이해되는 마음이지.

     그래서.. 스트레스 줄이려고 병원가는 것도 마다했어요?

     병원가는 거.. 의사들 하는말 그거 무시 못합디다.

     아이가 뱃속에 들어서면 뭘하나. 아이가 클 수 있는 자리를 잘 잡아줘야 엄마되는 거지.

     지금뱃속에 아이 들어있어요.

     아이가 자리 잡을라 하면 절에 쫓아가서 앉았다 섰다, 굽혔다 폈다를 반복해대니..
     
     아이가 클래야 클 수가 없겠구만.
     
     급한 마음에 무당집 가서 불공드리라는 말 들으니까 그게 법으로 들렸어요?
     
     거기가 어디에요? 그런 상것들은 씨를 말려야 해.
     
     내일 아침에 눈뜨면 바로 병원부터 가봐요. 절간 쫓아가서 아이 고생시키지 말고. '
     

    손녀분은.. 아무말없이 듣고만 있더니 차 잘 마셨다는 인사만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다음 날.
     
    평소보다 일찍 집으로 오신 꽃할매가 하신 말씀은.

     
    ' 우리 손녀가 본래 몸이 약했어. 아이 가지려고 별노력을 다해도 안 됐어.

     아침댓바람부터 지엄마랑 병원가더니 엄마만 금방 돌아왔더라구.

     임신초기에 무리를 해서 병원에 입원해 안정해야 한대.

     띄엄띄엄 달걸이 하는 건줄만 알았는데.. 큰일날 뻔했어.

     희야엄마, 고마워요. 고마워. '

     
    꽃할매는 엄마의 손을 잡으며 연신 고맙다고 말씀하셨어요.
     
    증손주 보게 됐다며 기뻐하는 기색을 감추지 않던 꽃할매, 축하해주시던 할머니들.
     
    그리고 그 날 저녁쯤 되자 또 인터폰이 울렸어요.
     
    화면을 쳐다보니.. 응? 넌 산도적이잖아!
     
    빵집에 있어야 할 산도적이 우리집 대문앞에 서 있었어요.
     
    ' 무슨 일이세요?'
     
    ' 할머니 모시러 왔는데요. '
     
    문을 열어주자 산도적이 집안으로 들어왔어요.(병원에 있는 누나 대신)
     
    꽃할매가 반가워하며 ' 우리 손주야~ 장군감이지?ㅋㅋㅋ ' 하며 자랑남발ㅋㅋㅋ
     
    놀란 본인과는 달리 산도적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어요.
     
    산도적은 울엄마에게 ' 항상 감사합니다. ' 라고 인사를 드렸고
     
    ' 아니에요. 별말씀을. ' 이라고 대답하신 엄마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셨어요.
     
    또!! 산도적을 향해 날아가던 고냥이님을 어이없게 쳐다보던 중..
     
    ' 고냥이가 오늘도 할미네 집에 가고싶나 보다~ ' 라는 꽃할매의 말씀에..
     
    고냥이를 한 손에ㅋㅋ 들고 한손으론 꽃할매의 손을 잡은 산도적은 집으로 돌아갔어요.
     
    ' 쟤가 빵이지? ' 라며 무심히 묻던 엄마의 말씀에.. 그냥 묵묵부답 방으로 올라갔던 것 같아요.
     
    다음 날 이어진 빵셔틀.
     
    어김없이 식빵과 크림빵을 주워 담아 카운터에 올려두니.. 역시나 산도적의 서비스 정신 발휘.
    (이때쯤 산도적의 서비스는 엄청나게 진화하여 식빵 하나를 사도 롤케잌을 서비스로 주곤 했음;;)
     
    ' 맨날 이렇게 많이 주셔도 돼요? '
     
    ' 괜찮으니까 집에 가져가 드세요.
     제가 아침에 고양이사료 사다가 먹였어요. 할머니가 고양이 데리고 댁으로 가셨을 거예요. '
     
    ' 아.. 고맙.. ' 

    ' 맛있게 드세요. ' 내말짤라먹지마 이산도적아!
     
    그리고 그 날 저녁에도 꽃할매를 모시러 온 산도적.
     
    겨우 두 번째 우리집에 온 거면서ㅋㅋ
     
    ' 저 마실 것 좀 주시면 안 돼요? ' 라고 넉살좋게 말하던 산도적.
     
    쥬스를 큰컵에 가득따라 건네주던 울엄마는 산도적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본 후
     
    ' 자주 놀러와요. 맛있는 거 많이 해줄게. '
     
    ' 감사합니다! ' (예의상이라도 괜찮다고 사양하는 시늉도 안 함ㅋㅋ)
     
    며칠 후. 꽃할매의 며느리되시는 아줌마(산도적 어머니)가 집으로 찾아와 딸의 이야기를 하며 고맙다고..고맙다고.. 인사하셨어요.
     
    그렇게 산도적어머니와 울엄마는 커피를 마셔가며 친분을 쌓으셨고(지금은 베프ㅋㅋ)
     
    (현재는 산도적의 어머니도 동네 노인분들 대접하는데 앞장서고 계심! 엄마의 전염성이랄까ㅋ)
     
    고마움의 인사를 술 한 잔으로 전하시겠단 산도적의 아버지는..
     
    지금은 울아빠의 술친구 1순위로ㅋㅋ
     
    그리고 산도적과 본인은.. 오고가는 서비스 속에.. 스리슬쩍 핸드폰 번호도 오고 갔고.
     
    달달했던 썸기간이 끝나고 본인의 대학 입학과 동시에 정식으로 만나게 되어.
     
    지금 이 나이가 되도록! 열심히 파이팅 하며! 만나고 있습니다. 
     
    ' 저놈 저거.. 빵집 알바 때 서비스 챙겨줄 때부터 알아봤어! ' 아빠의 말씀
     
    ' 당신이 알긴 뭘 알어? 공짜빵이라고 신나서 먹어놓고선.
     빵에 수컷냄새 잔뜩 묻어있던 것도 몰랐으면서.' 엄마의 말씀.
     
    ' ...그래도 저놈 저거 희야눈 예쁘다는 말 입에 달고 사는 거 보니까 취향은 나랑 비슷한가 봐. ' ㅋㅋㅋ
     
    흠..ㅋㅋㅋ 이렇게 된 거죠 뭐ㅋ
     
    그 후. 알바주제에 서비스를 남발했던 산도적은.. 알바비의 절반만 받고 쫓겨ㅋㅋ나서 다른알바를 찾으러 열심히 뛰어다녔다는 후문도.. (사적인 감정에 공적인 일을 소홀히 하면 안 돼!)
     
    음.. 전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하곤 해요.
     
    엄마는 엄마의 신념으로 어르신들을 봉양하신 거였지만.
     
    엄마가 발벗고 나서서 할매들을 보살펴 드리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산도적과의 만남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이런 마음으로.. 아침댓바람부터 등짝스파이크를 선사하신 엄마에 대한 화!를 삭혀보려 합니다ㅋ
     
    쓰다보니 힘드네요ㅋㅋ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뿅ㅋ





    13.

    안녕하세요. 29女입니다.

    저의 하우스 메이트이자 베프인ㅋㅋ 세라가 갑자기 말을 꺼냈어요.

    ' 난 니가 한 짓을 알고 있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망한 것. 지금까지 제가 판에 글 올리는 걸 하나하나 보고 있었다네요?ㅋㅋㅋㅋㅋ

    ' 악플마다 반대 달린 것중에 하나는 나다ㅋㅋㅋ'  귀여운 것.

    ' 쓸 거 없을 때 내얘기도 써봐. 읽어주는 사람 없어도.. '

    그래서 한 번 써볼까 해요. (세라야 초미녀로 미화해달라는 너의 부탁은 못 들은 걸로 할게♡)
     
     
     
    앞글에 나와있듯이. 세라는 고등학교 때부터 저희집에서 같이 살았어요.
     
    행동파 엄마ㅋㅋ의 밀어붙이기식 권유로 인해.. 강제 소환된 1人ㅋㅋㅋ
     
    앞에 썼던 글에서는.. 그냥 간단하게 ' 잘 웃는 소녀로 업그레이드 했다 ' 라고만 썼었지만.
     
    그게 사실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았어요.
     
    세라가 어렸던 시절(동생이 태어나기 전)에는 정말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했어요.
     
    부유했던 집안, 사이 좋으셨던 부모님, 친지들의 귀여움 독차지.
     
    근데.. 세라의 할머니께서는 세라 하나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셨대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남아선호 사상의 1인자셨음)
     
    본래 종교가 없었던 세라의 어머니를 억지로 끌다시피 하여 점집, 절, 교회를 찾아다니며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기도하셨다고 했어요.
     
    세라는 어릴 때 힘들어 하는 엄마를 보며 많이 슬펐대요.
     
    그리고 할머니와 엄마의 정성이 통했던 건지, 엄마가 임신을 하셨대요.
     
    원래 세라 하나만 잘 키우겠다고 생각하셨던 세라의 부모님이셨지만 엄마의 임신소식은 집안에 큰 기쁨이 되었다고 해요.
     
    그렇게 엄마가 임신을 하신 후.
     
    세라의 할머니는.. 용하다는 점집을 찾아다니며 온갖 부적과 말도 안 되는 미신들을 끌어들여 세라네 집안을 부적으로 도배하다시피 하셨다고 했어요.
     
    (부적을 잘써야 뱃속에 아이가 남자로 태어날 꺼라는 허황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음)
     
    그래서였을까요.
     
    아이를 가지면 잘먹고 잘자고 좋은 마음만 가져야 하는 건데.
     
    세라의 엄마는 배가 불러올수록 많이 힘들어 하셨대요.
     
    본래부터 종교도 없고 미신도 믿지 않던 세라의 엄마는..
     
    어두운 걸 참지 못하셨고 세라의 아빠한테 울며 ' 제발 저 부적좀 떼어줘요.. ' 라고 우셨다고 했어요.
     
    세라의 아빠가 불같이 화를 내며 부적, 달마도 등을 떼어버려도 할머니는 다음 날이면 어디선가 새부적과 그림을 들고와서 집안을 새로 도배하셨대요.
     
    부적. 종이 위에 쓰인 붉은 글씨와 그림, 날 쳐다보는 듯한 달마도 외 그림들.
     
    그건 어린 세라한테도 거의 공포에 가깝게 다가왔다고 해요.
     
    세라의 엄마가 헛것을 보고 잠을 못 이뤄도.. 할머니는 꿋꿋하게 미신의 힘에 의지하셨대요.
    (배가 불러오는 임산부를 무당집에 끌고 가 몇 시간씩 무릎 꿇려놓는 등.. 그건 그냥 만행일 뿐.)
     
    세라의 엄마도 아빠도 세라도. 점점 지쳐갈 때쯤.
     
    세라의 집앞에 승복을 입은 스님이 찾아왔었대요.
     
    스님을 보자 경기를 하듯 방으로 뛰어들어가신 엄마를 대신해 문을 열어드린 아빠.
     
    ' 저희는 종교가 없는 집입니다. 그냥 돌아가주세요. ' 라고 정중하게 말씀드셨대요.
     
    스님은 아빠를 향해 절을 한 후 ' 뭘 얻으려고 온 게 아닙니다. ' 라고 말씀하신 후, 아빠가 서 계신 뒤쪽(집안)을 주의깊게 살펴보셨대요.
     
    두려워하는 엄마와 예민해지신 아빠.
     
    ' 저희는 종교가 없다니까요! 안 그래도 힘든 집에 찾아와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
     
    라고 아빠는 끝내 역정을 내셨대요.
     
    스님은.. ' 부인되시는 분 뱃속의 아이가 잘못된 징조가 보일 겁니다. 미련을 갖지 마세요.
               아이가 스스로 놓으려고 할 때 놓아주셔야지..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힘들어 집니다. '
     
    이런 악담 아닌 악담을 늘어놓으셨대요.
     
    광분하신 세라의 아빠는 스님을 끌어내다시피해서 집밖으로 쫓아버리셨대요.
     
    아빠와 할머니의 불화, 엄마와 할머니의 불화..
     
    세라의 엄마는 참 명랑하고 밝은 분이셨대요.
     
    엄마의 배가 불러올수록 말없이 우울한 모습만 보이셨다 고해요. 정신이 피폐해지신 거겠죠.
     
    그리고 정말로.. 스님의 말씀처럼 엄마는 하혈을 하여 병원으로 실려가셨다고 해요.
     
    ' 위험하다 ' 라는 의사의 말에.. 세라의 아빠는 스님의 말씀을 떠올리셨겠죠.
     
    세라의 엄마와 뱃속에 있는 동생.
     
    얼굴도 못 본 자식보다는 집사람의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결정을 내리셨대요.
     
    하지만.. 역시나 할머니는 결사반대를 하셨더랬죠.
     
    패악 아닌 패악을 부리시던 할머니. 몸과 마음이 상해버린 며느리에게 온갖 모진 말을 하셨대요.
     
    포기를 해버리셨던 걸까요.
     
    보호자의 의중보다는 산모 본인의 생각을 존중한다는 의사의 말에.
     
    세라의 엄마는 위험을 무릅쓰고 동생을 낳기로 결정하셨대요.
     
    그렇게 엄마는 동생을 낳는 날까지 병원에 계셨다고 했어요.
     
    원래 동생이 태어날 날짜보다 훨씬 이른 때였지만.. 엄마의 건강을 생각하여 수술로 동생을 낳으셨다고 했어요.
     
    할머니가 그토록 원하시던 남자아이. 손자.
     
    세라의 동생 또한 뱃속에서 편히 지내지 못했던 탓인지 건강이 좋지 않았구요.
     
    설상가상으로 수술 중 자궁감염이 되었던 게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져, 세라의 엄마는 동생이 태어난 후에도 꽤 오랫동안 병원에 계셨었대요.
     
    동생을 가진 후 변해버린 엄마. 거실 바닥에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실려갔던 엄마.
     
    엄마에게 욕을 퍼붓던 할머니. 다시는 세라를 안아주지 않으시던 엄마와 아빠.
     
    세라에게 힘든 시간이였을 거예요.
     
    가까이 사시던 고모집에 머물면서 매일같이 고모를 졸라 엄마가 계신 병원에 찾아갔지만
     
    세라의 엄마는 침대에 누워 세라에게 눈길도 주지 않으셨다고 했어요.
     
    원래는 다인실에 계셨지만.. 밤마다 잠못 이루고 경기를 하며 소리를 지르시는통에 1인실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 했어요.
     
    (몸간수 못해서 아들돈 깨먹는 년이라며 할머니의 욕은 더 심해졌다고 함)
     
    엄마의 몸이 어느정도 나아진 후..
     
    엄마는 인큐베이터에 있던 동생을 데리고 집에 가길 원하셨지만 병원에서 허락하지 않았다고 해요.
     
    동생을 병원 유리관속에 두고 집으로 돌아온 세라와 엄마, 아빠.
     
    동생을 보러 병원에 갈 때마다 마주하는 건 어두운 표정의 의사 얼굴.
     
    동생의 건강은 생각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고 해요.
     
    태어나자마자 이런저런 수술을 하고.. 항상 엄마는 눈물을 흘리셨대요.
     
    그때마다 이어지는 할머니의 미신 신봉.
     
    ' 어디 무당집 가서 물어보니까 굿을 크게 하면 아이가 씻은 듯이 낫는다고 하더라.. '
     
    세라의 할머니는 엄마를 들들 볶아대다시피 하셨고..
     
    결국은 큰돈을 들여 몇 차례씩 굿판을 벌였대요.
     
    굿판 중앙에 죽은 사람같은 얼굴을 한 채 무릎 꿇고 있던 엄마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어요.
     
    어린 세라까지 굿판에 밀어넣어 영문도 모른채 무당 앞에 무릎 꿇게하 셨다니.. 참;;
     
    그런 할머니의 고집에도 불구하고.. 세라의 동생은 차도가 없었다고 해요.
     
    사업을 하셨던 세라의 아빠는.. 일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인지 힘들어지셨고.
     
    세라의 엄마는.. 하면 안 될 행동까지 하시기 시작하게 됐대요.
     
    눈에 자꾸 이상한게 보인다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며.. 평소의 엄마 같으면 상상도 못할 기행을 저지르셨다고 했어요.
     

    ( 본인은.. 그 때 엄마의 모습을 자세히 설명해준 세라의 말을 들으니..
     
     그 당시 세라 어머니에게 정말 안 좋은 게 씌였었다는 확신이 들었음)
     

    상태가 조금 나아져 집으로 데리고 온 어린 동생을 보살펴주지 못할만큼 엄마가 힘들어 하시자..
     
    할머니는 이제 굿의 타깃을 엄마에게 돌리셨다고 해요.
     
    ' 애미가 저모양이니 어린 것도 맥을 못 추지.. 굿 한 번 더하자.. 이번이 마지막이야.. ' 라며 세라의 아빠를 힘들게 하셨댔어요.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세라의 집에서 마지막으로 벌였던 굿판.
     
    평소와는 다르게 무표정이 아닌.. 세라의 엄마는 그 날 허리가 꺾어지도록 웃기만 하셨대요.
     
    무당과 할머니한테 욕만 왕창먹고.. 돈은 돈대로 날리고 끝나버린 굿판.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은 다시 병원에 입원하게 됐대요.
     
    그리고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천사가 되었구요.
     
    동생을 떠나보낸 후 아빠도 엄마도 세라도 견딜 수 없게 힘들었겠죠.
     
    산부인과 수술중 감염으로 인해 많이 아프셨던 세라의 엄마는..
     
    다시는 세라 동생을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절망적인 의사의 말도 들으셔야 했대요.
     
    ' 첩이라도 붙여서 꼭 아들손자를 보고말꺼다. ' 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셨던 할머니.
     
    세라의 엄마는.. 세라의 아빠에게 제발 이혼해달라고 우는 날이 계속됐대요.
     
    절대 이혼만은 안 된다며.. 노인네 미친소리에 이끌려 다닌 나 같은 병신이 할소린 아니지만 당신한테 미안해서라도 이혼은 절대로 안 된다며.. 애원하셨다던 세라의 아빠.
     
    결국 두 분은 호적상 부부관계만 유지한 채 실제로는 떨어져 사는 생활을 하게 되셨다고 해요.
     
    그 사이에서 힘들었을 세라를 생각하면 아직도 참.. 마음이 좋지 않아요.
     
    이런저런 사건을 겪으며 홀로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게 됐던 세라.
     
    울엄마의 권유로 우리집에 들어와서 살게 됐지만.. 처음부터 편하진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세라는 어릴 적 기억 때문인지 무당, 무속인을 혐오하는 수준이였거든요.
     
    세라를 집으로 데려오기 전 날, 엄마가 세라를 앉혀두고 하신 말씀은 무속인의 그것과 다를바 없이 보였을 거예요.
     
    ' 세라~ 너 옛날엔 점보는 사람 그렇게 싫어했다면서,
     어떻게 우리 엄마가 한 마디 하니까 바로 우리집으로 들어올 생각했어? 내가 그렇게 좋아?ㅋㅋ '
     
    ' -_- 당장 안 들어오면 아줌마가 나 물어뜯을 거 같앴어ㅋㅋㅋㅋㅋ
     그냥.. 아줌마는 너무 확신있게 말씀하셨던 거? 안 믿으면 몽둥이찜질당할 거 같앴어ㅋㅋㅋ '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 세라는 항상 방에만 있으려고 했어요.
     
    밥먹을 때만 잠깐 주방으로 내려가고 나머지 시간은 거의 방콕.
     
    그리고 밤에 잠을 잘 때면 항상 들려오던 울음소리.(세라방은 본인방 바로 옆임)
     
    그런 세라를 한동안 잠자코 지켜보시던 울엄마는.. 할머니께 전수(?)받은 전매특허의 방법으로ㅋ
     
    1단계 : 밥 많이 먹이기
     
    2단계 : 운동 시키기
    (헬스클럽 강제등록. 학교에 말해서 가끔 야자 빼줄테니까 운동이나 하라며 헬스장으로 몰아내기)
     
    3단계 : 혼자 있을 시간 없애기
     
    를 실행하셨어요.
     
    방에만 있으려던 세라를 주방으로 불러서
     
    ' 아줌마 마늘 까야 되는데 희야랑 같이 내려와서 좀 도와줘라. ' (엄마 이건 노동착취야ㅠㅠ)
     
    엄마 앞에 앉아 말없이 마늘만 까던 세라에게 항상 이것저것 말을 붙이곤 하셨어요.
     
    처음에는 그냥 일상적인 말을.. 조금 지나선 세라의 부모님에 대한 얘기를.
     
    부모님 얘기 하는 걸 꺼려하던 세라에게 울엄마는
     

    ' 니엄마랑 통화하면서 아줌마 가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사막에 왜 선인장만 사는 줄 아냐? 하도 메마른 데라서 그렇게 가시들을 세우고 있는 거야.
     
     부모는 자식의 밑거름인데.. 그렇게 마음이 말라버리신 엄마 밑에서 니가 컸으니 지금처럼 가시만 뾰족하게 세우고 있는 거지.
     
     걱정할 거 아무것도 없다. 니엄마랑 통화할 때마다 좋아지고 계셔. 아줌마 믿어라.
     
     흉한 꿈꾸면 나나 내딸한테 팔아치워. 우린 괜찮다.
     
     젊은것이 물 통통하게 올라 꽃이 펴야지.. 너 그렇게 가시 세우고 입 앙 다물고 있으면 너좋다는 남자도 도망가버릴껄? 

     독거노인돼서 생활보조금 받아먹기 싫으면 내말대로 해라. '
     

    엄마.. 고등학생한테 독거노인이라니 -_-
     
    이런 막말 아닌 막말을 던지는ㅋㅋ 엄마를 향해 웃어보이던 세라는 조금씩 말수가 늘어갔어요.
     
    세라를 우리집에 데리고 있겠다는 통화를 시작으로 세라의 엄마와도 자주 통화하셨구요.
     
    (이때쯤 세라의 부모님은 집을 다시 합치기 위해 서로 노력하고 계셨음)
     
    ' 우리 딸 덥석 거기다 맡겨놓고.. 얼굴 찾아 뵙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죄송해서 어쩌죠.
     여기 하는 일 마무리 되는대로 금방 올라가 인사드릴게요. 고맙습니다. ' 세라 아버지의 말씀.
     
    세라의 부모님은 정말 며칠내로 저희집으로 찾아오셨어요.
     
    세라의 어머니. 세라와 정말 많이 닮은 모습.
     
    하지만. 엄마와 저를 쳐다보는 아줌마의 눈은 불신, 적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세라 아버지가 억지로 모시고 온 듯, 거의 말씀을 안 하시던 세라 어머니.
     
    뭐.. 우리모녀 그렇게 쳐다보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였지만.. 세라의 어머니는 사연이 사연인지라 더더욱 말을 아끼셨어요.
     
    너무나 감사하다고.. 하나밖에 없는 딸자식 혼자 서울로 보내놓고 너무 미안했다고.. 염치없지만 부탁드려도 되겠냐고 말씀하시던 세라 아버지.
     
    울엄마아빠는 세라의 부모님께 식사를 대접한 후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말씀을 나누기 시작하셨어요.
     
    울엄마는.. 세라의 어머니께 ' 오랜만에 딸얼굴 보셨으니 오늘은 같이 주무시는게 어때요? '
     
    라고 말씀하셨고 세라의 어머니는 ' 그렇게까지 신세지는 건 민폐에요.. ' 라며 사양하셨지만 울엄마아빠의 합동(?)설득에 그 날 밤은 저희집에서 주무셨어요.
     
    세라의 아버지는 다른 빈방에. 어머니와 세라는 세라방에.
     
    밤이 깊어지자 어김없이 들리던 울음소리.
     
    방문밖에 울엄마가 계시다는 게 느껴졌지만.. 그냥 멍하니 울음소리만 듣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침식사를 대접해 드린 후 엄마는 세라 어머니의 손을 이끌고 세라방으로 올라가셨어요.
     
    ' 세라랑 희야도 올라와라. '
     
    방에 여자넷이 들어앉으니.. 엄마가 꺼내시는 말씀은.
     

    ' 세라엄마, 무당 싫어하고 증오하는 거 잘 알아요.
     
     나 같아도 싫지. 징그럽고 싫지.
     
     남들 자는 방문 앞에 얼씬거리는 거.. 그거참 실례인 거 알지만. 이해해줘요.
     
     울음소리가 너무 마음 아프게 들려서.. 실례 무릅쓰고 좀 들어봤어요.
     
     먼저 보낸 자식이 꿈에 자꾸 보이는 거 같은데..
     
     모녀가 똑같이 그런 꿈을 반복하니 이렇게들 말라있지.
     
     들으셨겠지만.. 우리 친정 어머니가 그런 걸 보시는 분이에요.
     
     복채, 굿값 이런 거 달란 말 절대 안 해요. 그런 거 안 받아도 우리집 3대는 먹고 살고도 남아.
     
     그 엄마에 그 딸이라고.. 나도 느꼈으니 내 딸도 어느정도 감은 잡고 있었겠지.
     
     당장 친정 어머니한테 가자고 손붙잡고 끌고 갈 생각은 없어요.
     
     세라엄마 본인이랑 세라 위해서. 마음 좀 다잡히고 나면 연락줘요.
     
     우리 친정 공기가 얼마나 좋은데. 밥은 또 얼마나 맛있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고 우리 나이도 비슷하니까 앞으로 자주 연락하고 만나며 지내요. '
     

    세라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으셨어요.
     
    그렇게 세라의 부모님이 고향으로 돌아가신 후.
     
    세라가 조용히 저에게 물어봤어요.
     
    ' 희야.. 너 내가 동생꿈꾸는 거 알고 있었어? '
     
    ' 응? 응.. '
     
    ' 그걸 어떻게 알아? (불신 게이지 300%증가)
     
    ' 글쎄.. 그냥 보여. 들리기도 하고.. ' 
     
    ' 동생이 자꾸 보이는 게 안 좋은 거야? '
     
    ' 가끔 꿈에 나타나는 건 오히려 반가운 일이지. 근데 자꾸 나타나서 울잖아.. '
     
    ' 맞아. 내동생 꿈에 나타나면 항상 울어. 미치겠어. 엄마도 같은꿈 꾸는 줄은 몰랐어. '
     
    ' 먼저 간 식구가 자꾸 꿈에 나타나는 건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건지도 모르지. '
     
    ' 아... '
     
    그리고 얼마 후.
     
    마침내 결정을 내리신 세라의 부모님이 다시 집으로 찾아오셨어요.
     
    엄마는 세라의 부모님과 세라, 본인을 데리고 외가로 향하셨어요.
     
    활짝 열어놓은 신집으로 안내하시던 할머니.
     
    세라 어머니의 손을 꼭 잡으신 채 한참을 눈만감고 앉아 계셨어요.
     
    ' 힘든 결정했구나. '
     
    ' .......네. '
     

    ' 불신이라는 게 쌓이기 시작을 하면 끝을 보는 놈이지.
     
     반대로, 맹신이라는 것 역시 끝장을 보고야마는 놈이고.
     
     맹신과 반대로 가려다 불신을 쌓았구나.. 불쌍한 것.
     
     귀신이라는 것들은 사람이 가장 약해져 있을 때 그 틈을 파고든단다.
     
     그것들한테는 인정, 자비 같은 거 안 통해.
     
     붙어먹은 사람이 나자빠질 때까지 들러붙어 빨아대곤 하지.
     
     니몸에 붙어있던 건 니가 너를 포기하는 순간에 쓸모를 다해서 제풀에 떨어져 나갔다.
     
     채찍으로 맞은 자리에 소금을 뿌린 격이야.
     
     생채기가 났으면 약바르고 쉬어야지. 그건 니가 했어야 할 니몫이였어.
     
     먼저 간 니자식도 그거 걱정돼서 꿈을 파고들었다.
     
     애미걱정, 누부걱정.
     
     그 어린 것이 태중에서 얼마나 눈치를 봤으면 그렇게나 철이 들었을까.
     
     이제 걱정할 거 아무것도 없다.
     
     그냥 너는 너대로, 니딸은 니딸대로.. 서로 마음 상한 거 풀면서 지내면 되는 거야.
     
     그래야 먼저간 니자식도 갈길 찾아간단다.
     
     기도는 내가 할테니 너네는 온김에 밥이나 실컷 퍼먹고 가라. '
     

    그렇게 할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을 받고. 
     
    세라 어머니의 요청으로 반나절동안 신집에 세라의 식구들이 모여앉아 기도를 했어요.
     
    신을 믿든, 안 믿든. 그냥 맹목적으로 하는 기도였을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가 집으로 돌아올 때.. 할머니는 항상 하시던 배웅도 마다하신 채 기도에 열중하셨어요.
     
    비웃고 넘어갔을 수도 있던 울엄마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신 세라 어머니께 감사했어요.
     
    세라도.. 어릴 때부터 봐온 걸 생각하면 할머니 앞에 찾아가는 게 마냥 내키지는 않았겠죠.
     
    세라 잘 부탁한다는 말을 거듭거듭 남기신 세라의 부모님이 다시 고향으로 가시고.
     
    세라도.. 천천히 밝아지려 노렸했어요.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룬 거라 더 확실한 거겠죠.
     
    본인의 남동생1, 2(발광쟁이들;)와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엄마가 주는 밥 안 남기고 싹싹 비워내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대학입학 때 자취하겠다고 말씀드렸다가 울엄마한테 등짝스파이크맞고 1차로 실패.
     
    대학졸업 후 취직한 후 자취하겠다고 말씀드린 후 스파이크+2차실패..
     
    거듭된 실패 후ㅋㅋㅋ 세라가 꺼내놓은 마지막 카드는 결혼.
     
    내년봄 결혼을 앞둔.. 이제는 사이가 거의 회복되신 부모님의 격려와 응원속에서 세라밖에 모르는 세라바보인 남성을 만나서.. 지금은 본인의 얼굴만 봐도 빵터지는 여성으로 완벽하게 진화했습니다.
     
    세라 본인의 얘기를 본인의 기억만으로가 아닌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말했던 적이 있어요.
     
    (옛다. 이건 빼도박도 못하는 기록이다.)
     
    참..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_-
     
     
     
     
    세라야, 옛날에 울엄마가 이런 말 한 적 있다.
    넌 창호지 같은 기를 가진 사람이라고.
    창호지 한 장은 손가락으로 쉽게 뚫리지. 그래서 상처 받기도 쉬울테고.
    근데 상처 안 받을라고 자꾸만 스스로 창호지 여러장으로 꽁꽁 감싸버리면..
    그건 정말 필요할 때 속을 들여다볼 수 없을만큼 단단해지지.
    여러겹 겹쳐진 창호지를 사람 얼굴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물을 부으면..
    그 사람은 꼼짝 못하고 숨이 막혀 죽는댄다.
    스스로 포기하고 물끼얹어서 상처주고 상처받고나면 창호지가 본연의 기능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그냥 낭창낭창해도 좋으니까 억지로 감싸지는 말어.
    넌.. 딴사람이 손가락으로 뚫지 못하게 항상 지켜봐주는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한대.
    지금까지는 너희 부모님, 우리 가족이 두눈 부릅뜨고 지켜봤으니까
    내년부터는 니짝믿고 한번 맡겨봐. 엄마랑 내가 장담하는데, 좋은사람이니까.
    나보다 연애는 짧게 해놓고.. 시집은 먼저 가버리는.. 나쁜..년..
    너 결혼한다는 소리 듣고 울아빠 뒷마당가서 개끌어안고 몰래 울었다ㅋㅋㅋ(비밀이야!)
    우리 지금처럼, 자매처럼 평생 지내자.
    다시 한 번 결혼 축하한다.
    그리고.. 난 대외적인 글에서 거짓을 고할 수는 없으므로..
    초미녀로 묘사해달라는 너의 부탁은 가벼운 마음으로 무시했어. 미안ㅋㅋㅋ
    항상 행복해야해. 사랑한다 친구야.♡
    (이글은 딱 한 번만 읽고 다시는 읽지마라.)
     
     
     
    뿅!
    출처 판 흠냐 님

    http://pann.nate.com/b319751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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