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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6748
    작성자 : gerrard
    추천 : 16
    조회수 : 2279
    IP : 219.255.***.203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6/03/13 14:26:49
    http://todayhumor.com/?panic_86748 모바일
    재업]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8,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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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안녕하세요. 29女입니다.

    달아주신 댓글들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 마님 왜 안 오시나요. 돌쇠랑 데이트 하시나요? '

    저 이거 보고 육성으로 ' 헐! ' 이라고 외쳤어요..

    저 남자친구랑 놀러갔다온 거 어떻게 아신거죠?ㅋㅋㅋㅋㅋ

    제남자친구 별명은 어떻게 아셨구요?ㅋㅋㅋ

    혹시 절 아시는 분인가요?ㅋㅋㅋㅋㅋ

    쨌든, 남자친구(이하 박군)와 여행 다녀온 후 또다시 댓글보며 껄껄 웃어댔습니다.

    그리고 달아주시는 악플들도 잘 읽어 봤어요.

    전.. 그냥 무시하겠습니다. 이건 제가 쿨한 여성이여서가 아니라.. 그냥 바쁘고 단순해서인 걸로..
     
     
     
    위에도 썼든 저에게는 남자친구(이하 박군)라는 생명체(!)가 있어요.
     
    20살 때부터 사귄, 길게도 사귄, 징그럽게 싸우면서 사귄. 그런 존재.
     
    제 친구들이 지어준 ' 돌쇠 ' 라는 별명이 이름보다 더 잘 어울리는 대한민국 30대 남성.
     
    박군. 지금은 어엿한 CEOㅋㅋㅋ지만 박군에게도 회사직원이였던 시절이 있었어요.
     
    제가 대학 4학년이였을 때, 박군은 이미 졸업을 해서 (나보다 연상) 취업을 했어요.
     
    사무실에만 앉아있는 사무직이 아니였던지라 수습기간이 끝난 직후 회사차량 지원.
     
    그때만해도 저랑 박군 둘다 차가없는 뚜벅이였거든요.
     
    업무시간에만 차량을 지원해 주는 게 아닌, 그냥 자차처럼 출퇴근 때나 주말에도 편하게 쓰시라던 前박군네 사장님의 아량에ㅋㅋㅋ 박군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저희 학교 앞으로 차를 몰고 왔어요.
     
    드라마에서처럼 멋있게. 운전석문을 반쯤 열고 비스듬히 기대서서.
     
    ' 왔어? ' 라고 댄디하게 말하고 싶었겠지만.. 다시 한 번 현실은 시궁창ㅋㅋ
     
    박군아.. 니가 차한테 기대어 서 있으니까 내가 괜히 차한테 미안해지는구나.. 라는 말을 삼키며 박군을 얼른 차안에 쑤셔넣었어요.
     
    ' 오~ 회사 업무차량이래서 똥차 상상했는데 꽤 괜찮네? '
     
    ' 희야, 사장님이 드디어 나를 인정해 주시나 봐ㅋㅋㅋ '
     
    이런 쓰잘데기 없는 대화를 나누며 차가생기면 꼭 가보고 싶었던 자동차 극장ㅋㅋㅋ으로 직행.
     
    학교 주변에는 자동차 극장이 없었으므로 서울 시내를 달리고 있는데.
     
    가끔씩 차가 방지턱을 지날 때처럼 덜컹, 덜컹.
     
    스스로 베스트 드라이버를 자처하던 박군이였지만 아직은 미숙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요.
     
    ' 방지턱 지나갈 때 브레이크 살짝 안 밟을 거야? 뭔운전이 이딴 개매너야? '
     
    ' 아.. 그랬나? 미안미안ㅋㅋㅋ 잘모실게ㅋㅋㅋ '
     
    넉살좋게 웃는 박군에게 더이상 짜증은 무리인지라 그냥 별말없이 자동차 극장으로 향했어요.
     
    티켓을 사고 먹을 것도 사고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놓고 스크린을 주시.
     
    어? 이거 뭐지? 뭔가 어색한데.. 라며 앞유리를 쳐다봤는데..
     
    차가 박군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었어요. (박군과 본인의 몸무게 차이는 30kg 넘게 차이남;;)
     
    ' 오빠, 살좀 빼야겠다. 키만 믿고 관리 안 하니까 차가 힘들어하잖아ㅋㅋㅋ '
     
    ' 뭔소리래? '
     
    ' 차가 오빠 쪽으로 기울었잖아. 타이어 펑크나는 거 아니야?ㅋㅋㅋ '
     
    '괜찮아. 난 돌쇠니까ㅋㅋㅋ' 라는 주접을 쌍으로 떨어가며 일단 영화에 집중.
     
    영화를 다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도 잊을만하면 덜컹, 덜컹...
     
    그 날은 그냥 그렇게 집으로 들어갔어요.
     
    샤워를 하고 집에 도착한 박군이랑 짧게 통화하고 잠자리에 들었네요.
     
    눈을 감자.. 꿈에 보이는 건 어떤 처음보는 도로와 그 옆의 인도.
     
    어떤 화가 난 남자가 절 죽일 듯이 쳐다보고 있었어요.
     
    이어지는 말싸움, 몸싸움. 그리고 앞은 깜깜하고, 온몸이 불에 댄듯 뜨겁고 아프고.
     
    그러다 잠에서 깼어요.
     
    새벽 3시쯤이였을까. 다시 잠을 청했는데 또 같은 장소 같은 상황.
     
    좀전의 꿈과 달라진 게 있다면 좀더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달까..
     
    도로의 일부와 인도의 일부만 보였던 게 꿈이 반복될수록 점점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옆에 지나가던 자동차, 지나가며 수근대는 사람들까지 전부 보일 정도로요.
     
    며칠을 같은 꿈을 반복하며 드디어 꿈에서 보인 건 흰색 자동차.
     
    남자친구 회사차였어요.
     
    잠에서 깬 후 정신을 가다듬고,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 오빠 일어났어? ' (그 날은 일요일이였음. 박군이 꼴에ㅋㅋ 나 운전 가르쳐 준다고 했던 날.)
     
    ' 응~ 쫌만 기달려~ 오빠 씻고 금방 갈게. '
     
    집앞으로 픽업하러 온 박군의 차에 올라타서, 차가 없는 공터로 향했어요.
     
    제가 운전석으로 박군은 조수석으로.
     
    옆에서 쉴새없이 쫑알대며 강한 리액션을 뿜어내고 있는 박군.. 조용히 좀 해봐..
     
    역시나.. 차는 또 운전석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어요.
     
    ' 오빠, 타이어 공기압 같은 거 다 체크하고 타는 거지? '
     
    ' 응. 이거 세워둔지 좀 된차라 사장님이 키주시기 전에 같이 카센터가서 한 번 싹 손봤지. 왜? '
     
    ' 눈은 왜 달고 다녀? 정면 좀 쳐다 봐. 차가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 '
     
    ' ...............................아. '
     
    박군은 잠시 입을 벌리고 앞유리만 쳐다보고 있었어요.
     
    ' 타이어에 문제가 있는 거겠지.. 아니면 다른 문제라도.. ' 라고 어색하게 말을 마치던 박군.
     
    (이때는 이미 박군과 꽤 오랜 시간 연애했기 때문에 박군도 나란 인간에 대해 대충은 알고 있었음.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상남자 박군은 항상 그런 현상을 외면하려는 제스쳐를 취해 왔었음)
     
    ' 그래. 타이어든 뭐든 문제가 있는 거면 손을 봐야지. 그리고 나 할말 있어. '
     
    라고 말을 시작하여.. 저는 며칠간 꿨던 꿈이야기를 박군에게 털어놨어요.
     
    묵묵히 듣고있던 박군. 그리고 말을 마친 본인.
     
    일전에 박군이 제 얘기를 무시하다 크게 다친 적이 있는지라.. 박군도 심각해지는 것 같았어요.
     
    그냥 그렇게 별말없이 앉아 있다가 또다시 집으로 출발.
     
    어김없이 덜컹, 덜컹.. 집앞 골목도 아니고 학교 앞도 아닌데 계속 덜컹, 덜컹..
     
    ' 오빠, 방지턱 지나갈 때 브레이크 좀 밟으라니까. 차가 너무 흔들리잖아. '
     
    ' 지금 방지턱 안 지났거든? 난 덜컹거리는거 모르겠는데 넌 왜 예민하게 구냐? '
     
    ..... 꿈얘기와 차문제로 얘민해져 있던 본인과 박군은ㅋㅋ 그 날도 어김없이 파이팅.
     
    그렇게 인사도 안 한 채ㅋㅋ 박군과 저는 각자 집으로 귀가.
     
    며칠을 핸드폰만 쳐다보며 한숨 쉬며.. (이때도 꿈은 계속되었음)
     
    자존심에ㅋㅋ 절대 먼저 연락하지 않겠다고 이를 갈며ㅋㅋ
     
    지내던 며칠 후, 박군에게 전화가 왔어요.
     
    ' 희야, 나 할말 있는데. 오늘 집앞으로 갈까? ' 며칠 쌩까고 인사도 없이 본론부터 쏟아놓은 너란남자.
     
    ' 나 오늘 바빠. ' 연락와서 뛸 듯이 기쁘면서도 도도한척 하는 나란여자.
     
    ' 꼭 니가 들어줘야하는 말이야. 너한테밖에 이런 말 못해. '
     
    아.. 무슨일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에 자존심은 곱게 접어두고.. 박군과 저녁 때 집앞에서 만났어요.
     
    그리고 박군이 털어놓는 얘기는.
     
    그 주 월요일부터 거래처 담당자들과 다이렉트로 업무를 분담하게 되어,
     
    거래처 사람들과 인사도 시켜줄겸 하여 조수석에 과장님을 모시고 일을 하러 다녔대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인사도 하고. 하루종일 운전하느라 허리가 뻐근해질 때쯤.
     
    ' ㅇㅇ씨(남친), 운전 너무 와일드하게 하는 거 아니야? ' 라고 옆에 타셨던 과장님이 얘기하더래요.
     
    박군은.. 상사를 옆에 태우고 운전한다는 중압감ㅋㅋ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운전했다고 해요.
     
    방지턱 브레이크로 짜증내던 본인의 얼굴을 떠올리며ㅋㅋ 정말 조심스럽게요.
     
    ' 아.. 불편하셨어요? 최대한 주의한다고 했는데.. ^^;; 죄송합니다~ 부드럽게 몰게요~ ' 라고 박군은 과장님께 말씀을 드렸대요.
     
    그리고 그 다음 날도.. 역시 과장님은 운전지적.
     
    오전부터 시작된 운전지적에 짜증이 치밀어오른 과장님은 박군에게 자리를 바꾸자고 하셨고 그렇게 박군은 조수석으로 쫓겨나 과장님이 운전하시는 옆자리를 지켰대요.
     
    근데 이게 뭔가.. 분명 전방엔 흠 없이 잘 닦여있는 아스팔트만 뻗어 있는데..
     
    잠시 딴 생각할라치면 덜컹.. 또 잊을만 하면 덜컹..
     
    박군은 그 때 느꼈대요. 차가 뭔가 밟고 지나가는 느낌이라는 걸.
     
    그리고 정비소에 부탁드려 다시 살펴본 차임에도.. 어김없이 운전석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차.
     
    박군은 그때서야 본인의 말과 꿈을 떠올렸다고 하네요.
     
    한심하게 바라보는 제 눈길을 외면하며 ' 희야.. 너 눈 좀 그렇게 뜨지마.. 눈알 튀어나올 거 같애;;'
     
    제가 정색하며 입을 다물어버리자..
     
    ' 금요일에 우리회사 회식한대. 사장님이랑 부장님이 빈말 아니라 여자친구 꼭!꼭! 데려오랬어.
     참치 먹으러 간대. 너 참치 좋아하잖아. 그날 데릴러올테니까 기분좀 풀어~ '
     
    라고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애교를 피워대는 박군에게 그냥 웃어보이고 집으로 돌려보냈어요.
     
    그리고 금요일.
     
    집앞으로 데릴러온 박군의.. 그 문제의 차에 올라타서 회식 장소로 이동.
     
    사장님 이하 여러 직원들이 환호하며ㅋㅋㅋ 반겨주시는 자리틈에 끼어앉아 참치를 바라봤어요.
     
    대학 졸업반이라고 말씀을 들으신 건지, 앞으로의 계획을 심각하게 물어보시던ㅋㅋ
     
    사장님과 이사님의 물음에 성실히(?) 대답하며, 참치와 술과 직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갈 때.
     
    박군을 운전치라고 구박하던 과장님이 얼큰하게 취한 얼굴로 말을 시작했어요.
     
    ' ㅇㅇ씨 다좋은데 운전은 다시 배워야겠어~ 젊은 혈기도 좋지만 운전 그렇게 하면 여자친구 도망갈 껄? 그쵸? 여자친구분~ '
     
    다른 직원분들은 ' 왜? 운전할 때 어떻게 했는데? ' 라며 다들 웃으며 다음 얘기를 기다리는 분위기.
     
    이미 취하신 과장님은 ' ㅇㅇ씨가 운전할때 옆에서 절대 잠 못 잘 껄 ? 차가 얼마나 흔들거리는데.. 바퀴 밑에 짱돌이라도 박고 다니는 건지 원;;'
     
    라고 뒷말을 이어가셨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몇몇 직원들은 입을 다물어버렸어요.
     
    황급히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리시는 사장님,
     
    그리고 술을 퍼부어주시며 목소리를 높이던 이사님.
     
    술이 확깨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박군도 느꼈을까? 하고 옆을 보니 그대는 이미 불타는 고구마;
     
    그렇게 어영부영 회식자리가 끝나고 고주망태가 돼버린 박군을 집에 던져주고 저도 귀가.
     
    더욱 또렷해진.. 같은 꿈을 꾼 후 아침에 박군을 깨워 불러내 이것저것 물어봤어요.
     
    ' 위험한 차 타고 다니느니 차라리 사장님께 면담을 요청해서 터놓고 물어 봐.
     나 계속 꿈꾼단 말이야. 월요일에 출근해서 사장님 스케쥴대충 파악한 다음에 여쭤보라구. '
     
    박군에게 딱잘라서 말했어요.
     
    ' 근데.. 단순히 꿈얘기라고 하면서 말하면 나 미친놈 되는 거 아니야? '
     
    ' 오빠는 지금도 미친놈이야. 헛소리한다고 짤리면 내가 얼른 취업해서 벌어먹일테니까 걱정마. '
     
    그리고 월요일에 박군은 사장님께 잠시 시간을 내어주십사, 요청했고 사장님은 승낙하셨어요.
     
    사장실에 마주앉아, 박군은 차를 처음 탔을때부터 여자친구의 꿈, 느낌, 과장님의 말씀 등 하나도 빼놓지않고 전부다 말씀을 드렸대요.
     
    미친놈이라 비웃으실 사장님의 말씀을 기다리던 찰나, 사장님이 박군을 똑바로 쳐다보더래요.
     
    ' 그 차, 사고났던 차야. '
     
    박군이 입사하기 전. 그 차를 몰고 출장을 갔던 직원이 있었대요.
     
    어느 인도 옆 도로를 지날 때쯤 갑자기 인도에서 젊은여자가 뛰어들었다고 해요.
     
    직원이 손을 떨며 차에서 내렸을 때.
     
    단순히 부딪힌 게 아니라 여자의 몸이 차 밑에 깔려 있었다고 해요.
     
    정신줄을 억지로 챙겨잡으며 경찰과 보험회사등을 불러 수습을 하고..
     
    직원이 운전할 당시 규정속도, 앞차와의 간격, 주변 CCTV, 주변사람들의 목격까지.
     
    사람이 다친 건 너무나 큰일이지만 법률상 그 직원의 과실은 거의 없는걸로 결론지어졌대요.
     
    사고 후에 경찰서에서 들은 얘기는.
     
    인도에서 크게 싸우던 그 여자와 어떤 남자.
     
    그 남자가 여자를 차도 쪽으로 밀친 건지, 아니면 여자가 홧김에 차도로 뛰어든 건지..
     
    그 남자는 경찰서에서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있다는 얘기.
     
    직원은 다친 여자분께 너무나 죄송한 마음에 병원으로 찾아갔지만 면회가 안 된다는 말 뿐.
     
    가족이라도 만나봐야겠다고 병원에도 경찰 쪽에도 울며 사정했지만 이상하게도 여자의 가족을 찾을 수도, 가족이라고 나타나는 사람도 없다는 말 뿐.
     
    회사일하다 사고가 난 거라 사장님도 편치않은 마음에 여자분이 입원했던 병원으로 몇 번씩 찾아가도 항상 면회는 안 되고 보호자도 없다는말만 듣고 돌아왔었다네요.
     
    그리고 그 직원은 끝내 퇴사를 했고 그 차는.. 폐차시켜버리기엔 너무나 멀쩡했기에 그냥 회사 차고에 넣어두는 걸로 일단락지어졌다고 하네요.
     
    여자분이 잘 회복을 했는지, 아니면 먼곳으로 가신 건지에 대해서는 말씀하지 않으셨대요.
     
    그리고 다른 차 리스해줄테니까 차키 반납하고, 말 안 나오게 조심해달라는 당부만 하셨구요.
     
    퇴근하고 집으로 찾아온 박군의 말을 듣고.
     
    전 막연히 여자분이 돌아가셨다고 생각했어요.
     
    스무살이 지나고 나서 눈에 들어오는 것들 중 가장 마음이 안 좋았던 건 괴롭게 다치거나 죽을 위기에 처해졌던 그 상황을 끝없이 반복하는 영혼들이었으니까요.
     
    수명을 다하여 돌아가시는 분들과는 달리 어떤 특정 행동을 끝도 없이 반복하는 모습이란..
     
    꿈에서 제가 느꼈던 깜깜함 후의 고통은 어쩌면 그 여자분이 사고 당시에 느꼈던 거겠죠.
     
    그리고 끊임없이 덜컹거리던,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자동차도 마찬가지구요.
     
    새차를 들여온 후 사장님은 박군에게 ' 사장이랑 1:1로 술 한 잔 하자 ' 라고 청하셨대요.
     
    박군은 그 자리를 빌어 ' 황당무계한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라고 말씀드렸고
     
    사장님은 ' 너무 일에만 치중하다보니 딴거엔 신경을 못 썼네. 내 불찰이야. ' 라고 대답하셨대요.
     
    그후 기독교셨던 사장님은 교회목사님을 사무실로 모셔서 기도 후 차고에도 같이 내려가 한참을 보내다가 목사님을 배웅해드렸다고 해요. 사장님 나름의 믿음으로 행동하신거겠죠.
     
    그리고 박군은 사장님의 노예로 또 본인의 노예로 거듭나 회사생활을 열심히 하다가 사장님의 도움으로 지금의 회사를 차리게 되었구요.
     
    어느순간부턴가 제 번호는 어떻게 알아내신 건지.. 자꾸 저한테 꿈해몽을 부탁하시는 사장님.
     
    전 항상 ' 그냥 교회가서 기도하세요. ' 라고만 말씀드리지만ㅋㅋ
     
    지금까지 사장님께서 저에게 물어보셨던 것 중에 제촉이 발동된 일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렇게 짧게만 대답했던 걸.. 어쩌면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일면식 없는 분이 돌아가셨다고 들었을 때 혹은 생각될 때.
     
    큰 정성이 아닌. 그냥 잠깐 자기 전에 ' 좋은 곳으로 가세요. ' 라고 혼자 중얼거리듯 인사를 하는 것도 외롭게 돌아가셨을지도 모르는 어떤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들 다 신기하다고 쳐다보는 내 눈 예쁘다고 말해주는 박군.
     
    내 지랄맞은 성격 받아줘서 고마워. 사................. 사................................ 사발면사줘 -_-
     
    뿅.





    9.

    안녕하세요. 29女입니다.

    전 지금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서 마음으로 보내주신 사발면에 깔려 있습니다.ㅋㅋㅋㅋㅋ

    아.. 박군이랑 놀러가서 분위기낸답시고 양식만 주구장창 먹었더니; 오로지 생각나는 건 김치, 비빔밥, 해장국 등등ㅋㅋㅋ

    역시 한국사람 입맛에는 한식이 최고! 라는 뜬금포를 날리며. 글 시작하겠습니다.

    ( 박군과 놀러갔다오는 길에 외가에 들렀더니 아직도 할머니 얼굴이 눈앞에 생생하네요.
     오늘 쓰는 글은 그다지 무섭거나 신기한 얘기가 아닌, 그냥 어릴 때 기억을 끄적이는 정도로만.. )
     
     
     
    앞에서도 언급했듯 본인의 외할머니는 무속인이세요.
     
    무속인. 이라고 하면 대부분 이런 모습을 떠올리시더라구요.
     
    짙은 아이라인(?), 허연 화장, 매서운 눈매, 알록달록 한복(?), 툭터지는 반말 등등
     
    제평생을 사랑하는 할머니와 같이 보내며 느낀 점은.
     
    어떤 신을 모시느냐에 따라 그 신을 모시는 무속인의 외형도 달라진다는 점.
     
    살아있는 사람도 어린아이, 젊은여자, 나이드신 할아버지 등등 어떤 특정범주에 넣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죠.
     
    무속인들이 모시는 신 또한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무속인은 신을 ' 모시는 '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이 모시는 신이 ' 원하는 것 ' 을 인간으로서 구현해내야하므로, 무속인들의 모습도 천차만별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일반적인 시각으로 볼 때 평소 저희 할머니는 무속인이랑은 거리가 멀답니다.
     
    그냥 평범한 한복, 쪽진 머리, 화장은 평소에는 거의 생략(한 듯 안 한 듯? 요즘 대세)..
     
    제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저는 아주 많은 시간을 경상도에 있는 외가에서 보냈어요.
     
    좀 더 자라기 전에 할머니 곁에 많은 시간 두고싶다던 말씀에 엄마와 아빠는 절 외가에 풀어놓고 방목하신 거죠 ^^;;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외가는 집이 두 채에요.
     
    한 채는 식구들이 거주하는 집, 한 채는 할머니가 신을 모시는 집.
     
    신을 모시는 집은 거주하는 집이랑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그 집 대문을 연다거나 얼쩡거리기라도 하는 날엔 혼쭐이 났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식구들이 거주하는 집.
     
    두 채 다 전형적인 한옥(기와집?)이긴 하지만 역시 거주하는 집이 훨씬 컸어요.
     
    울엄마가 어렸던 시절에는 식구가 20명이 넘었다고 하니.. 집 크기가 짐작이 되시겠지요.
     
    전형적인 옛날집인지라 안채, 바깥채, 행랑채 등등 공간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고 행랑채에는 저희 할머니와 연배가 비슷하신 할머니가 한 분 계셨어요.
     
    ' 행랑어멈 ' 이라고 불리우시던 그 할머니는 울엄마가 어린시절부터 집에서 함께 사셨대요.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 이상으로 가까운 관계랄까.
     
    저희 할머니는 집안일을 전혀 하지 않으셨다고 해요.
     
    물론 외할아버지 이하 다른 식구들은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셨구요.
     
    같이 사시던 행랑할머니(본인은 그렇게 불렀음)는 집안의 모든 살림을 관리(관장?)하셨대요.
     
    본래 같은 동네분이였던 건 아니였고. 울엄마는 기억도 못할만큼 어렸던 시절에..
     
    남편과 자식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고 여기저기 떠돌던 행랑할머니가 저희 외가 대문을 두드리셨대요.
     
    밥 한 끼만 얻어먹을 수 없냐.. 라는 행랑할머니의 말씀에 문을 열어드린 울엄마의 큰고모는 비어있던 행랑으로 모시고 밥상을 차려드렸다고 하네요.
     
    밥을 다드신 행랑할머니가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서려던 때, 신집에 계시던 저희 할머니가 대문을 열고 들어오시더니 밑도끝도없이 ' 가지마시게. ' 라고 한 마디 한 것이 인연이 된 거죠.
     
    어린시절 외가에 가면 대문앞에 항상 행랑할머니가 기다리고 계셨어요.
     
    외할머니의 사랑과는 다른 사랑이랄까..
     
    물론 외할머니도 더없이 사랑해주시는 게 느껴졌지만 그 사랑은 엄격하고 권위적인 사랑이랄까.
     
    반면 행랑할머니가 보여주신 사랑은.. 울고 떼써도 다 받아주시겠거니.. 라는 믿음직한 사랑.
     
    제가 외가에서 방목되며 동네개처럼 뛰어놀고 있던 어느 날.
     
    외할머니가 계시는 안채를 들여다보니 할머니가 바느질을 하고 계셨어요.
     
    아.. 평소에 할머니가 바느질을 한다거나 부엌일을 하는 걸 본 게 그 때가 처음이였어요.
     
    무거운 표정을 하고 한땀한땀 바느질을 하시던 할머니는 하던 바느질을 내려놓고 부엌으로 들어가셨어요. (이것 역시 어린 마음에 놀라웠을 뿐)
     
    아직도 있는 아궁이에 커다란 솥을 걸고 이것저것 열심히 음식을 준비하시던 할머니.
     
    평소에 음식준비가 되면 외할아버지상부터 차리는 게 순서였지만 그 날은 그러지 않았어요.
     
    상위에 하나하나 그릇들이 놓이는 걸 보고
     
    ' 할머니~ 할아버지 진지드실 준비 되셨나고 여쭤볼까? ' 라고 물었지만
     
    ' 아니다. 오늘은 할미랑 행랑할멈부터 먹는 날이야. ' 라고 말씀하셨어요.
     
    나도 배고픈데... 라는 말을 억지로 삼키고 부엌가에서 서성거리는데도..
     
    할머니는 다 차린 상을 들고 행랑으로 가버리셨어요.
     
    두 분이서 식사를 하신 후 할머니는 다시 안채에서 바느질에 열중.
     
    저는 행랑채로 뛰어들어가 행랑할머니 무릎을 베고누워 놀았던 것 같아요.
     
    ( 본인은 기억이 안 나지만.. 나중에 들은 외할아버지말씀으로는 행랑채에서 잘 놀던 본인이 경기를 하며 울어제꼈다고 함. 

     외할아버지가 어르고달래서 겨우 눕히고 재웠다고 하심. )
     
    그리고 잠에서 깼을 때.. 하늘은 깜깜한게 분명 밤이였는데 집안에 사람이 많이 있는 것 같았어요.
     
    옆에는 아무도 없고 무서운 마음에 문을 열어보니 마당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었구요.
     
    얼른 방문 닫고 들어가라. 라는 외할머니의 한 마디에 깨갱한 본인은.. 그냥 그렇게 날을 새버렸어요.
     
    날이 밝아오자 엄마, 이모들, 외삼촌들이 속속 집으로 모이시더라구요.
     
    어른들의 말씀으로 들었어요.
     
    행랑할머니가 지난밤에 돌아가셨다고.
     
    울엄마, 이모들, 삼촌들 학교 다닐 때 교복 다려주신 것도. 도시락 챙겨주신 것도.
     
    시집, 장가 갈 때 외할머니대신 펑펑 울어주신 것도.. 전부 행랑할머니셨거든요.
     
    엄마와 이모들이 마당에 주저앉아서 곡을 하며 울었어요.
     
    집에서 장례를 치르고.. 염을 한 후 마지막 인사를 할 때.
    (원래 어린아이는 허락하지 않는다고 함. 외할머니의 말씀으로 행랑할머니께 인사할 수 있었음)
     
    외할머니가 손에서 놓지 않았던 바느질 거리가 뭔지 알게됐어요.
     
    행랑할머니가 마지막으로 입고 가실 수의였네요.
     
    돌아가셨다.. 라는 게 실감이 나질 않아 옆에서서 행랑할머니 얼굴만 쳐다보고 있을 때.
     
    외할머니가 행랑할머니 가슴에 손을 얹고 말씀하셨어요.
     

    ' 먼저간 자식들이 부르고 있으니 어서 가시게..
     
     다음 생에 또 만나게 될테니.. 그 때는 내가 자네에게 맛난 거 좋은 거 많이 해드리고 싶네.. '
     

    그렇게 행랑할머니는 꽃상여 타고 눈물배웅 받으며 멀리 가셨어요.
     
    장례 치르는 며칠동안 식음전폐하며 울던 엄마와 이모들은 행랑할머니를 묻어드리고도 계속 울었어요.
     

    ' 다시 만나게 될텐데 뭘그렇게 울어대냐? 희야, 너 나중에 나죽고나면 잘봐둬라.
     
     니엄마랑 이모들이 지금처럼 우는지 안 우는지 잘보고 바로 할미한테 일러다오.
     
     울거면 저쪽 별당에 가서 울어라. 묻힌 사람이 다시 뛰어나오겠구먼..
     
     그리고 니들 계속 울꺼면 밥이나 먹고 울어라! '

     
    할머니의 말씀에 엄마와 이모들은 밥을 먹으며 우셨던.. 기억이.. ^^;;
     
    박군이랑 놀러갔다 오는 길에 외가에 들러 여기저기 살펴보다가 행랑채를 보니 친손녀처럼 예뻐해주셨던 행랑할머니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더라구요.
     
    좋은 곳으로 가서 자손분들과 잘지내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음.. 며칠 전에 외가에 갔을 때도.. 어김없이 찾아온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보고 계시던 할머니.
     
    어릴적부터 외가에는 사람들 발길이 끊이질 않았어요.
     
    할머니가 친히 신집문을 열어주시며 같이 들어가는 사람도 있었고,
     
    소금세례를 퍼부으시며 쫓아냈던 사람 (예를 들어 정치인) 도 있었고,
     
    말 한 마디 없이 밥먹이고 하루 재운 후 돌려보내는 사람도 있었네요.
     
    저희 외가 부엌 아궁이에 제일 큰 솥에는 사골(곰국)이 떨어지는 날이 없었답니다.(지금도)
     
    특히 아이손을 잡고 ' 아이가 뭐에 씌인 것 같아요ㅠㅠ ' ' 아이가 밤에 헛 것을 보고 잠을 못 자요ㅠㅠ '
     
    라며 찾아오는 아이엄마들도 많았구요.
     
    할머니는 아이 얼굴을 대충 본 후 신집이 아닌 거주하는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 상을 차리셨구요.
     
    상위에는 항상 뽀얀 곰국 한 대접, 고봉밥 한 그릇, 소금, 백김치.
     
    아이엄마와 아이 것 두 그릇 씩을 올려두고 마루에서 밥을 먹이곤 하셨어요.
     
    묻지 말고 주는 밥이나 먹어라. 라는 할머니의 말씀에 대부분 말없이 그릇을 비워내셨던 것 같아요.
     
    밥 다 먹었으면 아이랑 바람이나 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라고 말씀하셨던 할머니.
     
    아이엄마에게 집뒷편 산을 가리키며
     
    ' 야트막한 동산이니 아이 데리고 한 바퀴 도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 라고 일러주시곤 하셨죠.
     
    하지만ㅋㅋ 집 뒷산은ㅋㅋ 보기와는 달리 만만한 산이 아니였어요.
     
    점심 먹고 올라간 사람들이 저녁 때가 가까워져야 다리를 달달 떨며 내려오곤 했으니까요.
     
    겨우 산에서 내려온 아이엄마 중에 눈을 부릅뜨며 할머니에게 항의하는 분도 계셨어요.
     
    ' 야트막한 뒷동산이라더니! 봐달라는 점은 안 봐주고 사람 쌩고생시키네! ' 등등..
     
    차마 대놓고 그런 말을 못해도.. 얼굴에는 ' 힘들다 or 어이없다 ' 라고 뚜렷하게 써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 저녁상도 봐줄테니까 저녁도 먹어라. 저녁 먹고 나서는 아이 손잡고 앞에 나가서 좀 걷고 들어와.
     앞에는 딱 보이지? 저긴 산도 아니고 평지라 걷는 데는 무리없어. '
     
    그러면 아이엄마들은ㅋㅋ 또 아무말도 못하고 주는 밥먹고 아이 손잡고 동네 한 바퀴ㅋ
     
    그렇게 또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할머니는 빈방에 이부자리를 깔아주고 방으로 들였어요.
     
    ' 왜 점은 안 봐줘요? ' 라는 항의성 질문을 쏟아놓으면
     
    ' 니자식 밤에 잠 못 자고 헛소리하고 헛 것 본댔지? 오늘밤에도 잠설치면 내일 봐줄테니까 일단 자. '
     
    라고 일소에 붙이고 방문을 닫곤 하셨어요.
     
    다음날이 되면 정말 신기하게도ㅋㅋㅋ
     
    아이엄마는 일찍 일어나 마당을 서성이거나 얼쩡거려도.. 문제가 있다고 했던 아이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깊은 잠에 빠져 할머니가 주시는 아침상도 못 받기 일쑤였어요.
     
    간밤의 항의(!)는 온데 간데 없이 할머니 치마자락을 붙들고
     
    ' 할머니.. 어떻게 하신 거예요? 부적쓰신 거예요? 혹시 밤에 방문 앞에서 기도하셨어요? '
     
    라는 얼토달토 않은 질문들을 쏟아놓던 아줌마들..
     

    ' 무당이라고 다 칼춤 출 줄 알았냐? 내가 낳아서 장성한 자식이 여섯이야.
     
     아이가 몸이 시원치 않아 밥 좀 적게 먹고 잠깐 누울라치면 호들갑 떨면서 이불 밑에 감춰뒀지?
     
     넌 분명 여기 데리고 오기 전에 병원에도 갔다 왔을 거고.
     
     병원에서 이상없다고 하니 이리로 데리고 왔겠지.
     
     아이가 크면서 한 번쯤 잠 설칠 수도 있다. 그럴수록 햇빛도 많이 받고 뛰게 해 줘야지.
     
     별거 아닌 걸로 애미가 벌벌 떨 때 벌써 그 애미는 자식한테 책잡힌 거야.
     
     니자식 지금 세상 모르고 늘어져라 자고있는 거 보면서 무슨 생각드냐?
     
     내 눈으로 봤을 때 니자식한테 들러붙은 거 없어. 있으면 두들겨패서라도 떼줬을 거야.
     
     방정 떠는 엄마 덕에 어제 아이가 산타고 걷느라 고생 좀 했겠구먼.
     
     식기 전에 아침상 비우고 얼른 집에나 가라. '

     
    쓸데없는 일로 신을 귀찮게 하지 말아라. 라는 말을 저렇게 몸소 실천하신 할머니ㅋㅋ
     
    정말 어릴 때부터 셀 수 없이 찾아왔던.. 아이를 대동한 엄마들은ㅋㅋ
     
    할머니의 마지막 레파토리가 끝나면 허무하고 어이없고 웃긴ㅋㅋ다는 표정으로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곤했어요.
     
    ( 위의 얘기는 할머니의 어떤 능력과는 관련없는 그냥 생활의 지혜? 정도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오)
     
    물론.. 안타깝게도 찾아오는 분들 중에 엄한 거(할머니 표현)달고 오시는 분들도 많았더랬지요.
     
    그런 분들이 대문간에 들어서면 할머니는 가장 할머니다운 액션을 취하셨구요.
     
    뭐.. 이 얘기까지 하면 스크롤바가 먼지가 되어 사라질 것 같기에..
     
    궁금해 하는 분이 계시면 다음 기회에 풀어놓도록 하겠습니다.
     
    쓰다보니 주절주절 길어져버렸네요.
     
    돌쇠한테 사발면 얻어 먹으러 나가봐야겠습니다ㅋ
     
    뿅.





    10.

    안녕하세요. 29女입니다.

    날씨가 엄청 쌀쌀해졌어요.

    감기+일폭탄에 정신못차리다가 며칠만에 판에 들어왔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이거 아주 독합디다 -_-

    오늘 풀어놓을 얘기는.. 엄마와 이모들이 술 한 잔씩 하면 항상 나오는.. 끝내는 네 자매가 부둥켜안고 울음바다가 되는;; 얘기네요.
     
     
     
    앞글에 썼듯이 저희 외가에는 항상 사람들이 찾아오곤 했어요.
     
    그건 지금 뿐만 아니라 울엄마가 어렸던 시절에도 그랬었대요.
     
    이유없이 몸이 아픈 사람, 앞일이 궁금한 사람, 꿈자리가 계속 사나운 사람 등등
     
    그리고 잊을만하면 한 번씩 찾아오는 사람들은 결혼을 하기 전에 궁합을 보러 찾아오는 사람들.
     
    결혼하는 당사자보다는 그 부모님들이 많이 찾아오셨대요.
     
    울엄마가 꼬꼬마였던 어느날.
     
    옆마을 정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아저씨 한 분이 할머니를 찾아왔대요.
     
    사주가 적힌 종이를 보여주며 ' 제 딸이 결혼을 하려 하는데 사윗감이랑 궁합좀 봐주십시요. '
     
    할머니는 그 아저씨를 신집으로 들이지도 않고 길바닥에 선 채로 종이를 펼쳐보셨대요.
     
    잠깐 종이를 보는 듯 하더니 ' 절대 결혼시키지 마십시요. 그리고 다시는 찾아오지 마십시요. '
     
    라고 말씀하신 후 신집으로 가버리셨대요.
     
    그렇게 며칠 후, 그 아저씨는 또 할머니를 찾아와서 ' 다시 한 번만 봐주십시요. ' 라고 하셨대요.
     
    역시나 할머니의 대답은 ' 이 결혼 반댈세 '... ' 그리고 다시는 이 집에 오지마십시요. ' ...
     
    또 며칠 후;; 뚝심있는 옆마을 아저씨는 또!! 할머니를 찾아와서!! ' 제발 다시 봐주십시요. ' ...
     
    신집이 아닌 식구들이 거주하는 집 마당에 퍼져앉아서 땡깡 아닌 땡깡을 피웠다고 해요.
     
    엄마를 비롯 엄마형제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 광경을 지켜봤대요. (할머니 성깔내기 일보직전)
     
    평소 같으면 버럭 역정을 내시고도 남았을테지만.
     
    할머니는 그 아저씨에게 말씀하셨대요.

     
    ' 당신 딸, 그 남자한테 시집가면 얼마 못 가 다시 친정으로 오게 될 거요.
     
     그것도 억울한 채로 오게될텐데 그런 결혼을 왜 시키려고 안달인가?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는 말. 잘 기억하고 돌아가세요. 다신 내 집에 찾아오지 말고. '
     

    할머니는.. 화는 내지 않으셨지만 조용하게. 차가운 말투로 말씀하셨고,
    (본인은 저럴 때의 할머니가 가장 무서움. 차라리 호랭이 성질을 내주시는 게 마음이 편함;;)
     
    옆동네 아저씨는 민망함과 울분을 감추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셨대요.
     
    그리고 얼마 안 지나 옆동네 처녀가 시집을 간다는 소문이 들려왔구요.
     
    집에서 구식혼례를 치른다는 동네 사람들의 말에 엄마와 이모들은 구경하러 가고 싶어 했지만 (구경은 핑계임. 오로지 목적은 잔치음식ㅋㅋ) 할머니의 반대로 집에만 있어야 했대요.
     
    그렇게 옆동네 처녀가 시집을 가고 기억에서 조금씩 잊혀져 갈쯤.
     
    역시나 소문은 무서운지라, 또 그 처녀에 대한 소문이 돌았대요.
     
    ' 시집간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소박맞고 쫓겨나나;; '
     
    그랬던 거죠. 할머니의 말씀처럼 그 처녀는 다시 친정으로 돌아오게 됐네요.
     
    그 당시 할머니는 먼곳으로 기도 (가끔 집이 아닌 먼 산에서 오랫동안 기도와 정성을 보이셨음) 를 하러 가실 준비가 한창이였고, 늘 그랬듯 떠나기 전 할머니는 삼촌들과 이모들 울엄마를 한자리에 불러앉히고 여러가지 말씀을 하셨대요. (신에게 노여움 살만한 행동 금지, 집안 어른들 그리고 동네 어른들에게 깍듯해야 한다 등등)
     
    그렇게 할머니는 기도를 위해 먼곳으로 떠나셨고.
     
    일은 그 날 밤에 생기고 말았대요.
     
    옆동네 처녀의 아버지. 즉 할머니께 궁합을 물어보러 왔던 옆동네 아저씨가 식구들이 잠들었을만한 밤중에 저희 외가에 불을.. 질렀어요.
     
    그 날 밤 잠자리에 들었던 엄마는 영문모를 꿈을 꾸고 깨어나셨다 해요.
     
    키가 작은 할머니가 자는 엄마와 이모의 얼굴을 막 때리는 꿈을.
     
    잠결에 부스스 일어나 방문을 열어보니, 분명 낮에는 보이지 않았던 짚더미들이 마당 여기저기에 놓여 불길에 휩싸이고 있었대요.
     
    엄마는 벼락 같이 일어나 이모들의 뺨을 때리며 흔들어 깨웠고, 이모들도 비몽사몽간에 일어나 앉았다가 불을 보곤 깜짝놀라 다른 식구들을 깨우러 달려갔대요.
     
    ( 울엄마의 형제는 지금은 6남매지만 원래는 7남매였다고 함.
     
     엄마 바로 밑에 남동생이 하나 있었음. 태어날 때부터 기관지가 약해 천식으로 고생했다고 함.
     
     할머니는 아픈 자식을 위해 곱절로 울며 기도하셨다고 함. )
     
    주무시던 외할아버지, 행랑할머니, 엄마의 고모들, 삼촌들..
     
    방마다 문을 열어제끼고 소리를 질러가며 식구들을 깨우고 마당 우물에서 물을 길어 여기저기 뿌리고..
     
    집에서 가장 많이 타들어갔던 곳은 행랑채였대요.
     
    엄마 밑의 남동생(작은 외삼촌)은 어릴 때부터 행랑 할머니 곁에서 떨어지질 않아 항상 행랑 할머니가 옆에 끼고 주무셨다고 했는데, 그 날도 마찬가지였대요.
     
    한옥집이라.. 한번 불이 붙으면 겉잡을 수 없이 번지기 때문에 행랑채에 불이 번지기 시작하자 외할아버지가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들어가 행랑 할머니와 작은 외삼촌을 들쳐업고 나오셨대요.
     
    둘 다 정신을 잃고 마당에 쓰러져 있는 걸 큰이모가 물을 가져와 얼굴에 붓고 난리였다고 하네요.
     
    그때쯤은 이미 동네 사람들도 전부 깨서 집집마다 물을 담을 수 있는 통에 물을 길어와 여기저기 뿌리며 불길잡기에 여념이 없었대요.
     
    불길이 어느정도 잡히고 행랑 할머니와 작은 외삼촌도 정신을 차린 후.
     
    그제서야 다리가 풀려 훌쩍거리고 있는 이모들과 엄마를 동네 사람들이 달래줬대요.
     
    그렇게 정신이 없던 와중에 마당으로 울며 뛰어들어오신 건 우리 할머니.
     
    머리는 산발에, 옷은 여기저기 흙묻은 소복에, 고무신 한 짝은 어딜 간 건지..
     
    할머니는 엉망이 된 모습으로 망연자실 마당에 서 계셨대요.
     
    다른 식구들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바닥에 누워 콜록이던 작은 외삼촌을 꼭 끌어안고 오랫동안 마당에 앉아 계셨다고 했어요.
     
    그렇게 날이 밝고 여기저기 손볼 곳이 많아져, 집에는 목수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몰려왔대요.
     
    엄마와 이모들도 불에 탄 세간살이 등을 정리하느라 바쁠 때 할머니는 작은 외삼촌을 신집으로 데리고 들어가 밖에 나오지 않으셨대요.
     
    행랑 할머니가 끼니를 걱정하며 한 번씩 갔다오실 때마다 한숨에 눈물이 끊이질 않았구요.
     
    결국 할아버지가 신집으로 가서 할머니와 작은 외삼촌을 데리고 시내에 있는 병원으로 가셨대요.
     
    거기서 들은 의사의 말은..
     
    본래 기관지가 약한 아이가 독한 연기를 많이 마셔서 이미 가망이 없다는 말.
     
    작은 외삼촌을 등에 업은 할아버지와 산송장처럼 변해버린 할머니가 대문간에 들어섰을 때,
     
    엄마는 영문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어요.
     
    가망없다는 의사의 말은 전해듣지도 못했던 엄마였지만 아버지 등에 업힌 남동생의 발을 붙잡고 곡을 하듯 펑펑 우셨대요.
     
    ' 영아, 그만 울어라. 조금만 아껴둬라. ' 라고 말씀하신 할머니는 작은 외삼촌을 안채에 눕히셨대요.
     
    그리고 그 날 밤. 작은 외삼촌은 할아버지, 할머니, 행랑 할머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돌아가셨어요.
     
    집안 식구들이 곡을 하고.. 
     
    집안의 남자들은 ' 누군지 몰라도 집에 불낸 놈 가만 안 둬! ' 라고 이를 악물며 눈물을 흘리셨대요.
     
    (이때까지는 옆동네 아저씨가 불지른 걸 할머니만 아셨던 상황)
     
    부모보다 앞서 가는 자식은 불효자다. 라는 의미로, 부모 앞서 떠난 자식은 정식 무덤이 아닌 돌무덤을 만들었으므로 (우리 외가만 그런 건지 전부 그런 건지는 모르겠음;) 최소한의 격식만을 갖추고 작은 외삼촌은 돌무덤에 묻히셨대요.
     
    집안의 여자들은 남겨두고 남자들만 산으로 올라가 돌무덤을 만들고 내려왔다고 하네요.
     
    무덤이 어딘지 알려주면 할머니를 비롯한 식구들이 밤낮 거기 가서 울어댈 게 뻔했기 때문에 산에 올라갔던 남자들만 무덤 위치를 알고 식구들에겐 절대 알려주지 않았대요.
     
    하지만. 귀신은 속여도 우리 할머니는 속일 수 없지.
     
    항상 단정하고 깨끗하게 한복 입고 쪽진 머리에 비녀 꽂고 입술물 들이셨던 우리 할머니는..
     
    작은 외삼촌이 돌아가신 후 한동안 마음을 잡지 못하셨대요.
     
    풀어해친 머리에 지저분한 소복차림에 신집에 틀어박혀 우는날이 계속됐다고 해요.
     
    그렇게 몇날 며칠을 울기만 하던 할머니는.. 어느날부턴가 신도 안 신은 맨발로 작은 외삼촌의 돌무덤에 찾아가기 시작하셨대요. 할머니 걱정에 잠 못 이루시던 할아버지가 밤에 본 건..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신도 안 신고 산으로 향하던 할머니의 모습.
     
    너무나 자연스럽게 돌무덤 앞에 서신 할머니는 밤이 새도록 무덤 옆에서 통곡하다가 날이 새기 전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시곤 했대요.
     
    그런 날들이 계속되자 할아버지께서는
     
    ' 죽은 자식 맘아픈 거야 나랑 똑같겠지. 그래도 다른 자식이 여섯이나 있는데 이렇게 정신줄 놓아버릴거요? 이사람아 정신차리게.. 
     이러면 ㅇㅇ(죽은외삼촌)이도 마음 편하게 못 가! 알만한 사람이 왜이러나! ' 

    하고 할머니를 설득하셨대요.
     
    작은 외삼촌의 물건, 옷들, 몇 장 없는 사진까지 전부 불태워 보내주고.. 힘들게 지나가던 어느 날.
     
    할머니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단정하고 고운 모습으로 안채에서 나오셨대요.
     
    삼촌들, 이모들, 엄마를 불러세워서 ' 가자 ' 라고 말씀하신 후 데려가신 곳은 신집.
     
    평소 신집 주변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셨지만 그 날은 할머니가 직접 문을 열어주셨대요.
     
    집안까지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집안 모든 문을 활짝 열어두신 할머니는
     
    ' ㅇㅇ이 좋은 곳으로 가게 기도나 한 번 실컷해보자. ' 라고 씩씩하게 말씀하셨대요.
     
    엄마는.. 그 날은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질 않았대요.
     
    그저 형제들과 마당에 앉아서 ' 좋은 곳으로 가라 ' 라고 마음속으로 비셨다고 해요.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집으로 찾아온 옆동네 처녀.
     
    할머니를 뵈러왔다며 눈물을 흘리는 처녀를 본 가족들은 그 때 짐작을 했대요.
     
    불이 나던 밤, 그 동네에서 얼쩡거리던 술취한 옆동네 아저씨를 봤다던 동네 사람들의 말도 소문으로 떠돌아다녔다고 하더라구요.
     
    할머니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소리도 못 내고 우는 처녀에게 집안 남자들은 욕을 퍼부었대요.
     
    할머니는 처녀의 손을 잡고
     

    ' 애비가 욕심이 많지..? 한 번만 가면 될 시집을 두 번이나 가게 됐으니 니마음도 좋진 않겠구나.
     
     니애비는 고양이 같은 모습이란다..
     
     넌 쥐와 같은 모습이고 니 전남편이라는 작자는 뱀의 모습인데.. 어떻게 같이 살 수가 있나?
     
     아이 못 가진다고 쫓겨났다지? 근데 넌 남편이라는 사람 속살 한 번 본 적 없을 거야.
     
     쥐가 뱀의 아이를 가지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나 되냐?
     
     그런 놈이 니몸 안 건드리고 딴년한테 빠져 있던 게 너한테는 천운이였어.
     
     여기 갇혀 살지말고 애비한테서 떨어져 멀리멀리 넓은 곳으로 가서 살아라. '
     

    너무나 담담하게.. 하지만 불을 낸 아저씨의 잘못은 입밖에도 내지않는 할머니의 모습에 식구들은 그냥 쳐다볼 수밖에 없었대요.
     
    처녀가 돌아간 후 다른 식구들이 할머니한테 따지 듯 물어봤다 고해요.
     
    ' 그 놈이 불만 안 냈어도 ㅇㅇ이는 멀쩡할텐데 어쩜 그렇게 아량이 넓소? 부처님이요? '
     
    ' ㅇㅇ이 좋은 곳으로 갔어. 입밖에 꺼내지 말아라. 아파서 힘들었던 아이야.
     우리가 자꾸 얘기하면 다시 돌아오고 싶어할지도 몰라. '
     
    그 얘기를 끝으로 할머니는 다시는 작은 외삼촌 얘기를 입에 담지 않으셨대요.
     
     
     
     
    그리고 본인의 이야기.
     
    전 정말 꿈을 자주꿔요. 그것도 리얼리티 200%인 꿈들을;
     
    꿈이 거의 들어맞는 편이다 보니.. 꿈에서 깨어나도 그 꿈을 되짚어 보느라 밤새기가 일쑤네요.
     
    그런 본인에게 하우스 메이트인 세라가 향초를 선물해준 적이 있어요.
     
    머리 맡에 피워두고 자면 숙면을 취한다는ㅋㅋㅋ
     
    바람만 불면 귀가 접히는 본인이기에ㅋ
     
    선물받은 그 날 바로 향초를 피워놓고 잠을 청했어요.
     
    잠속으로 빠져들어갈 때 쯤.. 꿈에 처음보는 남자가 보였어요.
     
    분명 처음 봤는데.. 정말 많이 본듯한 얼굴.
     
    제 얼굴이였네요. 얼굴형, 눈매, 입술까지.
     
    근데 분명 남자였어요.
     
    그 남자가 제게 등을 보이며 업히라는 신호를 보냈고, 전 말없이 그 등에 업혔어요.
     
    절 업은 그남자는 우리집 현관문을 지나 마당으로 갔어요.
     
    그리고 마당에 있는 작은 연못에 절 던져ㅋㅋㅋ 버렸어요.
     
    꿈에서도 꼬리뼈가 돌맹이에 부딪히는 아픔에ㅠㅠ
     
    눈을 부라리며 남자에게 대들려는 순간, 남자는 제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주곤 가버렸어요.
     
    꼬리뼈의 아픔에 눈을 떠보니..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건드린 듯.. 향초가 엎어져 옆에 있던 책에 불이 붙고 있었어요.
     
    헉!하며 책장에 붙기 시작한 불을 꺼버리고..
     
    꿈에서 봤던 남자의 얼굴을 떠올려봤어요.
     
    그건.. 지금 제 모습에 머리만 짧으면 싱크로율 100%를 자랑할.. 그런 모습.
     
    다시 향초를 켜긴 무서워ㅋㅋ서 그냥 이불을 뒤집어 쓰고 억지로 잠을 청한 후
     
    아침 일찍 일어나 엄마한테 꿈얘기를 해드렸어요.
     
    말 없이 듣던 엄마는 그냥 고개만 끄덕이시더라구요.
     
    며칠 후 할머니 뵈러 외가에 내려갔을 때 엄마가 그 꿈얘기를 다시 꺼냈어요.
     
    역시 말없이 듣고만 계시던 할머니.
     
    ' 잠깐만 앉아 있어라 ' 하시더니 밖으로 나가시더라구요.
     
    다시 들어오신 할머니의 손에 있는건 사진 한 장.
     
    지금까지 할아버지 몰래 할머니가 숨겨뒀던 사진이라고 하셨어요.
     
    전 처음에 봤을 때 울엄마 어릴 때 사진인 줄 알았어요.
     
    울엄마도ㅋㅋ ' 이거 내사진이네? ' 하실 정도로..
     
    ' 영이 니사진 아니다. 죽은 니 남동생 사진이잖아. 희야 외삼촌 말이다. '
     
    오래된 흑백사진이였지만 엄마가 어릴 때 그리고 제가 어릴 때랑 정말 똑같았어요.
     

    ' 니 외삼촌이 어려서 떠나서 그렇지.. 니나이쯤 컸다면 니꿈에서 본 그 모습이겠지?
     
     그 날.. 집에 불이 나던 날. 내가 만약 드리던 기도를 포기하지 않고 끝끝내 마쳤다면

     ㅇㅇ이가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 땐 나도 젊었으니까.. 눈앞에 훤히 보이는 걸 두고 기도에 열중할 수가 없었어.
     
     하던기도 내팽개치고 미친 듯이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깨달았다.
     
     신에 대한 불신을 이렇게 보여드리게 되는구나.. 하고.
     
     그래도 하늘이 도우셨는지 ㅇㅇ이는 좋은 곳으로 가서 잘 지내고 있지.
     
     ㅇㅇ이가 죽기 전에 불 나는 거 봤던 게 많이 무서웠나 보다.
     
     희야꿈에 나타나서 물속에 던져버렸다니.. '
     

    할머니말씀에 엄마랑 저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 난 외삼촌이 지켜주는 여성이다! ' 를 외치며 향초 넘어뜨려 불낼 뻔 했던 우리집 고양이님 엉덩이 한 대 때려주는 걸로 마음정리ㅋ  
     
    아.. 역시 길어졌네요.
     
    우리모두 감기조심 불조심(?) 하도록 해요.
     
    뿅.  
    출처 판 흠냐 님

    http://pann.nate.com/b319690707
    http://pann.nate.com/b319699362
    http://pann.nate.com/b31972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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