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font size="2"><span style="line-height:19.5px;">저희 할머니께서 해주신 일제 강점기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span></font></div> <div><font size="2"><span style="line-height:19.5px;"><br></span></font></div> <div><font size="2"><span style="line-height:19.5px;">저는 친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자랐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 ‘야인시대’ 라는 남성성을 자극하는 드라마가 방영했었죠. </span></font><span style="line-height:19.5px;font-size:small;">드라마의 배경인 일제 강점기에 대해서도 간략하게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때 어떻게 사셨을까?’ 라는 호기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설거지를 하고 계시던 할머니께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 때 뭐했어?’ 라는 질문을 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line-height:19.5px;font-size:small;"><br></span></div> <div><font size="2"><span style="line-height:19.5px;">“할머니는 사실 일제 강점기에 어렸기 때문에 많은 기억을 갖고 있지는 않단다. 가장 기억나는 일이 있다만 너무 무서운 기억이란다.”</span></font></div> <div><font size="2"><span style="line-height:19.5px;"><br></span></font></div> <div><font size="2"><span style="line-height:19.5px;">항상 왕성한 호기심을 갖고 있던 저는 계속된 질문 공세를 했습니다. 쉽게 말해 할머니께 매달려서 이야기를 해달라고 엄청 졸랐습니다.</span></font></div> <div><font size="2"><span style="line-height:19.5px;"><br></span></font></div> <div><font size="2"><span style="line-height:19.5px;">“할머니가 살았던 동네에는 할머니와 친한 언니가 있었단다. 항상 즐겁게 놀았던 좋은 추억 속의 언니였지. 그러던 어느 날, 여느 </span></font><span style="line-height:19.5px;font-size:small;">때처럼 같이 놀던 우리한테 아버지께서 다급하게 빨리 숨으라는 말씀을 하셨어. 이유를 몰랐지만 일단 몸을 구겨 넣듯이 장독대 안으로 들어갔고 지푸라기를 뒤집어썼지. 그 순간은 꼭 숨바꼭질을 하는 것 같아서 마냥 재미있었단다. 순간 마당에서 남자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고 뭐라고 하는지는 정확히 못 들었지만 굉장히 무서운 목소리였단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남자들은 일본 순사들이었단다. 지금은 10대, 20대 여자들을 위안부로 데리고 갔다고들 말하지만 실제로는 나이를 불문하고 여자다 싶으면 모두 데려갔단다. 이 집에는 여자가 없다는 아버지를 무시한 채 온 집안을 뒤졌단다. 하도 깨지는 소리가 많이 들려서 순간순간 너무 놀랐고 어렸지만 그 분위기가 무서워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단다. 점점 순사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고 우리가 있었던 장독대로 왔단다.”</span></div> <div><span style="line-height:19.5px;font-size:small;"><br></span></div> <div><font size="2"><span style="line-height:19.5px;">할머니께서는 말씀하시는 중에도 계속해서 한숨과 눈물을 쏟으셨습니다.</span></font></div> <div><font size="2"><span style="line-height:19.5px;"><br></span></font></div> <div><font size="2"><span style="line-height:19.5px;">“열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장독대를 무언가로 계속 두들기고 찔렀단다. 그러다 옆 장독대에 있었던 언니가 소리를 질렀어. 너무나도 기괴한 비명소리여서 아직도 그 소리가 기억이 나는구나. 몇 시간이 지나고 나는 장독대에서 나왔고 그 언니를 볼 수 없었단다. 나중에 할머니의 어머니한테 들었던 내용은 너무 충격적이었단다. 순사들은 죽창으로 장독대 안을 찔렀고 그 언니가 있었던 장독대를 찔렀을 때 새빨간 창자가 나왔다고 한다. 그 언니는 끌려갔던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다 죽었더구나. 할머니는 너무 무서워서 3개월 뒤에 너희 할아버지와 중매결혼을 했단다. 결혼한 여자는 끌려가지 않기 때문에 살기 위해 결혼을 했단다.”</span></font></div> <div><font size="2"><span style="line-height:19.5px;"><br></span></font></div> <div><font size="2"><span style="line-height:19.5px;">이 이야기는 제가 별 기억도 갖고 있지 않은 나이에 들었지만 아직도 이야기를 해주셨던 장소와 할머니의 표정이 기억이 날 정도로 충격적이고 무섭습니다.</span></font></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