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font size="2">반갑습니다. 펨코 여러분.</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항상 눈팅만 하던 사람인데 미갤 글을 보다가 불현듯 예전 일이 떠올라 글을 끄적여 봅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실제로 겪은 일이고 모바일로 작성해서 편의상 반말로 하겠습니다. ㅎㅎ</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때는 2011년 여름. 모처럼 여름방학 기간에 원치 않는(?) 휴가가 생기는 바람에 자취방에서 뒹굴뒹굴 거리고 있었고, 항상 켜두었던 티비에서는 곧 태풍이 올 거라는 뉴스앵커의 멘트가 들렸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창밖으로는 앵커의 멘트와는 다르게 눈부신 태양와 맑은 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당시 대학생활에 찌들려 있던 나에겐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고, 나는 문득 무작정 배낭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한창 두려울 것 없던 청춘인 나는 그 길로 간단한 짐을 챙긴 뒤 버스비만 챙긴 후 무전인 상태로 터미널로 향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터미널에는 휴가철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붐볐고 목적지도 정하지 못한 나는 그저 버스 운행표만 멍하니 바라보며 서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러다 왠지 모르게 눈에 띄인 '구례' 라는 글자에 꽂혀버린 나는 매표소에 들러 표를 사고 출발시각을 알아봤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20분 남았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아무런 계획도 없이 즉흥적으로 나온 터라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터미널 밖으로 나와 주머니에 든 담배를 한 개피 꺼내물며 불을 붙였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터미널 창문으로 비친 내 모습이 그 당시에는 왜그리 우스꽝스러웠는지 모르겠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버스 시각이 다 돼서 버스에 타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휴대폰으로 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창밖으로 지나는 경치를 보는데 왠지 혼자서 떠난 여행으로 어른이 된 거 같아 우쭐해지기도 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도착했다. 해는 어느덧 어둑어둑해지려고 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내가 간 구례라는 곳은 전라남도에 있는 시골마을이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뒤로는 지리산이 보이고 앞으로는 넓은 평야가 있었고 옆으로는 섬진강이 흐르고 있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터미널에서 나와 무작정 걸었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한시간 쯤 걸었으려나? 강의 상류쪽인 거 같았고 거기엔 강을 끼고 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나는 자연스레 그 마을로 들어가 마을회관으로 향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회관에는 어르신들께서 모여 찌는 더위를 피하고 계셨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아무런 돈도 들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숙식할 곳이 필요했고, 내 사정을 안 어르신들이 오늘 회관에서 쉬라고 하셨다.</font></div> <div><font size="2"> </font></div> <div><font size="2">나는 여독이 채 풀리지 않은 당일은 쉬고 다음 날부터 일손을 돕고 잡일들을 하며 버스비만이라도 받아가려고 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6시만 돼도 시골이라 그런가 깜깜했고 나는 밥을 먹은 뒤 그대로 잤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다음 날. 계획이 모두 어긋나버렸다. 밤새 폭우가 왔고 오후가 되도록 비는 그치지 않았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결국 ㅠㅠㅠ 하루를 더 신세지게 되었고 어르신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하루를 더 보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비는 다음 날 새벽이 돼서야 그쳤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이제 일을 도와 버스비만 찾아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동네가 시끄러워서 나가보니 한 할머니께서 강가에 감아둔 멱을 가지러 가다 그대로 물에 휩쓸려 떠내려 갔단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119 구조대원들이 있었지만 시골이라 그런가 인원도 몇 명 없었다.</font></div> <div><font size="2">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한 간부급으로 보이는 구조대원님께서 나를 보더니 도와달라고 하셨는데, 당시 나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약간의 수고비를 주겠다는 말에 흔쾌히 수락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리고 당시에 라이프 가드 자격증을 딴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자신감에 넘쳐 있었던 거 같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당시에 강의 상류 쪽이엇던 터라 유량과 유속 등등을 체크하고, (시간이 많이 흐른지라 대부분이 할머님은 익사했을 것이라 추정하더라..)</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시신을 찾으러 갔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휩쓸려간 곳에서 한 3~4km 지점에 유속이 약해지며 수심이 깊어지는 곳이 있었고 거기서 수색작업을 하기로 했다.</font></div> <div><font size="2">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당시 구조대원 세 분이랑 나만 있었기 때문에 다른 구조대원들을 지원시킨 상태였고, 워낙 시골인지라 스쿠버 장비라든가 보트라든가.. 하는 게 없었다. 40분 쯤 지나서 지원이 왔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건장한 소방대원들과 이 곳 강의 길 (강에도 길이라는 게 있다. 예를들면 이 강 밑에 돌이 많다거나 일명 홀이라고 불리는 소용돌이 같은... 것이 어느 위치에 있다는.) 을 잘 아는 분, 그리고 익사체를 전문적으로 건져내는 악어? 라고 불리는 분이 왔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원래 잔잔한 물에 빠진 사체는 하루 일일쯤 지나야 수면으로 뜬다고 하더라.</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근데 태풍소식이 있었던지라 오늘이 아니면 시신을 수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물 속 깊이 가라앉아 있는 시신을 찾기로 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당시 거기의 수심이 한 7미터 정도 됐을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친 짓이다. 구명조끼를 입고 보트에 탔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러더니 무작정 대략 4~5m 정도 되는 대나무 같은 작대기를 주고는 보트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강바닥을 휘저으며 뒤지라는 거였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물론 전문 스쿠버 장비를 낀 구조대원들이 잠수해서 수색했지만 워낙 시야가 좋지 않았던 상황이라 쩔쩔매고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수면은 잔잔했는데 강 속은 마치 누가 잡아당기듯이 막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수영장 수영에 익숙했던 나로서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작대기를 강물에 넣고 휘젓은지 한 시간이 넘었을 거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아 씨발.... 갑자기 손끝으로 뭔가 툭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지금 생각해도 그 손가락 끝의 떨림을 잊을 수가 없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미친 듯이 놀라 소리를 지르며 구조대원을 불렀고, 그 구간에 잠수해서 수색을 해 마침내 발견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가라앉아 있던 할머니의 시신은 바위와 바위 사이, 홀이라고 불리는 구간에 있어 수면으로 금방 떠오르지 않았었고,</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구조대원과 악어라고 불리는 그 사람에게서 수면으로 건져 올려져 지면에 안착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무슨 용기였을까? 아니면 그저 호기심이었을까. 건져낸 사체를 보았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얼굴이 물에 불어져 물에 적신 호떡처럼 커보였고, 눈은 주먹만 했고.. 코는 흘러내려 없었고 입술은 부르터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리고 할머니로 보이지 않게 주름 자체가 없었고 마치 밀가루를 바른 것처럼 하얗다 못해 투명한 아기를 보는 것 같았다.... </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러다가 내 시선이 문득 목쪽으로 갔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하 시발... 상상하기도 싫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왜.. 물 먹은 지점토 같은 데에 손가락으로 누르면 구멍이 나지 않는가. 그것처럼 목에 구멍이 나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게 내가 휘젓다가 막대기로 쑤신 거였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아.. 그 때 그 소름은...</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걸 보고 기겁하고 도망치듯 빠져나와 담배를 얼마나 폈는지 모른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무사히 구조가 끝나고 밥을 먹는데 도저히 못 먹겠더라..</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구조대원분께서 수고했다며 돈을 쥐어주셨고, 난 바로 짐을 부랴부랴 챙겨 구조대차를 타고 터미널로 올 수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리고 집으로 다시 왔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미친 듯한 노곤함에 하루종일 잠만 잤던 거 같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전화소리에 깨서 받았는데 구조대원님이셨고, 사고 났었던 할머님의 시신을 안치한다고 하더라. 그리고 악어라고 불렀던 그 분을 바꿔주셔서 통화를 했는데, 이 분이 그러더라. 혹시 어디가 아프고 하면 용한 무당한테 찾아가라고...</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다행히 기가 세서 그런가 아픈 곳은 없었고..</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무사히 방학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그리고 지금 아직까지 그 때 그 기억을 잊지 못해서인가.</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트라우마가 생겨서인가..</font></div> <div><font size="2"><br></font></div> <div><font size="2">물을 무서워하기 시작했다...</font></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