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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3330
    작성자 : gerrard
    추천 : 7
    조회수 : 1254
    IP : 219.255.***.203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5/09/22 08:22:06
    http://todayhumor.com/?panic_83330 모바일
    단편]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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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내리쬐는 햇볕속에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거친 숨을 쉬어가며 벽돌을 나르고 있던 나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 앉아 허겁지겁 물을 마셔댄다.

    "이봐~! 자네~! 거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다들 일 하는 거 안 보여?"

    "하아... 하아... 네..... 알겠습니다....."

    "아무튼 요즘 젊은 사람들은 덩치만 컸지 영~ 실속이 없어~"

    "죄송합니다..."

    온몸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벽돌을 등에 짊어진다.

    "읏차..."

    죽을 것 같이 힘들지만 이 일 마저도 하지 않는다면 지금도 집에서 누워계실 엄마와 나는 생계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눈 앞에 초점은 흐려져가고, 귀에서는 윙윙거리는 이명마저 들리고 있지만, 이대로 쉬었다가는 저 작업반장이 득달같이 달려들게 뻔했기에 죽을 힘을 다해 버티고 또 버틴다.

    '앞으로 두 시간만 더...'

    "하아... 하아..."

    너무 힘들어서 혹시 나 혼자 이 건물을 짓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버티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오늘 작업 이걸로 종료하겠습니다!"

    "하아....하아....하악....."

    나는 그대로 등에 지고 있던 벽돌을 바닥에 내려놓고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정신줄을 붙잡기 위해 자리에 앉아 물을 들이키고 또 들이킨다.



    ".... 김씨... 어이 김씨..."

    "....."

    "이봐! 김씨 일어나!"

    "헉!"

    "뭐하는 거야? 일 끝났으면 집에 가야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잠깐 기절을 했었나...?'

    "아 죄송합니다... 잠깐... 정신을..."

    "수고했고~ 얼른 가 봐~ 어머니 맛난거라도 챙겨드려야지~"

    "네...?"

    "뭐?"

    "저..."

    "왜 뭔데?"

    "저 일당 안 받았는데요..."

    쭈뼜쭈뼜대며 얘기를 꺼내는 내 모습에 반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날 째려보고 있었다.

    "일당을 내가 안 줬다고?"

    "...네..."

    "하... 이새끼 봐라!"

    "네?"

    "내가 너 같은 어린놈의 새끼 일당을 삥땅이라도 쳤다는 거야 지금?"

    "아니... 그게 아니라... 혹시 착오가 있나 싶어서..."

    "착오? 야 이새끼야 너같은 새끼가 이 세상에 나온 게 착오야! 어디서 어린놈의 새끼가 따박따박! 디질려고! 내일부터 일 하기 싫어?"

    불필요하게 심한 욕을 해대며 화를 내는 녀석은 나를 충분히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다른 아저씨들이 우스운 구경거리라도 난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내가 바보 같은 녀석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뭘 두리번 거리고 있어? 얼른 가보라고!"

    "내일 부터 일 안해도 좋으니깐 오늘 일한 건 돈 달라구요"

    "뭐?"

    나는 바보가 아니다...

    "돈 달라구요... 씨발 니가 언제 나한테 돈을 줬어!"

    "뭐? 씨발? 이 호로새끼가!"

    - 퍽!

    녀석은 그대로 나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고, 단 한 방에 힘없이 나가 떨어진 나를 보고도 분이 안 풀리는지 바닥에 쓰러진 나를 계속해서 밟기 시작했다.

    "씨발? 씨발? 씨발!!!"

    이성을 잃은 녀석은 집에 가려고 준비하는 아저씨들이 단체로 들러붙어서 뜯어 말린 후에야 멈출 수 있었다.

    "아따 박반장 왜 이러는가~ 그냥 똥 밟았다 생각하고 막걸리나 한 잔 하러 가자고~"

    "저러다 저 학생 죽겠어~~~ 그만해~~~"

    "아휴... 저 새끼를 진짜... 죽여버렸어야 하는 건데! 너 내일부터 눈에 띄면 죽여버릴 줄 알아!"

    녀석은 옷에 먼지를 유난스럽게 털어재끼더니 인부들과 같이 현장에서 사라져갔다.

    방금전까지 시끌벅적하던 공사장에는 어느새 정적만이 가득했다.

    "........."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술한잔 간절하게 생각나는 날이었지만 나에겐 그럴 여유로운 돈,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환한 얼굴로 맞아주시는 엄마의 얼굴을 보면 이 고통쯤은 씻은듯이 사라지고 나는 다시 행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녀왔습니다~ "

    "콜록! 콜록!"

    방 안에서는 나를 반겨주시는 엄마의 목소리가 아닌 깊이 잠겨버린 목에서 연신 쏟아져 나오는 기침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저 왔다구요..."

    "콜록... 콜록! 그... 그래... 세영이 왔어...?"

    뭐가 그리 힘드신 건지 방안은 휴지와 쓰레기들이 널부러져 있었고, 엄마는 당장이라도 죽을 듯한 표정임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웃음을 지어 날 바라보고 있었다.

    "..... 저녁은요..."

    "콜록! 콜록! 저녁... 너 오면 같이 먹을려고... 콜록! 콜록!"

    엄마는 미안한 웃음을 지어보이시며 날 바라보셨다.

    순간 내 행복의 전부인 엄마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쌓이고 쌓였던 모든것이 엄마에게 폭발해버렸다.

    "아직까지 저녁도 안 챙겨 먹고 뭐하는 거예요!!! 지금까지 뼈빠지게 일하고 온 아들한테 저녁밥상까지 차려달라는 거예요?"

    "세... 세영아..."

    엄마는 뜻밖의 내 행동에 당황하셨는지 그저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계실 뿐이었다.

    "다 지긋지긋해!"

    "세... 세영아... 엄마가 미안해... 콜록... 엄마가 생각이 짧았어... 콜록... 콜록... 엄마는 너랑 같이 밥 먹고 싶은 마음에... 콜록! 콜록! 미안해... 엄마가 밥 차려줄께... 그만 화 풀고 밥 먹자..."

    엄마는 아픈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쉽게 몸을 일으켜 세우기 힘드신 표정이었다.

    "...... 진짜 지긋지긋해..."

    "세... 세영아..."

    "씨발 진짜 지긋지긋하다고~ 이렇게 아들 인생에 짐만 될꺼면 그냥 다 죽어버리자고!!!"

    나는 도저히 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막말을 내지른 후에 밖으로 뛰쳐 나갔다.

    "세영아!!! 콜록... 콜록... 세... 세영아!"

    엄마가 온 힘을 다해 애타게 나를 부르셨지만 나는 뒤돌아 보지 않고 뛰고 또 뛰었다.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이 세상에서 행복을 주는 하나뿐인 엄마에게 순간적으로 그런 말을 하게 된 내 자신이 너무 미웠고, 엄마에게 이런 소리를 하게 만든 세상이 미웠다.

    - 쾅!

    애꿎은 벽을 치는 것만이 이 더러운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 쾅! 쾅!

    손에서 피가 흘려내렸고, 알 수 없는 경련이 일어났지만 고통 따윈 없었다.

    아들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엄마의 그 고통을 생각한다면... 이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였다.

    "엄마... 미안해... 흑흑흑... 내가 왜 그런 말을... 미안해 엄마... 흑흑흑"

    후회해봐야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얼른 돌아가서 용서를 빌고 다시 힘을 내서 내일부터 엄마와 함께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살아가면 되는 것... 그 뿐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울고 난 후에 집으로 돌아가는데 길거리에서 팔고 있는 포장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예전부터 엄마는 순대를 참 좋아하셨다.

    "요즘에 사다드린 기억도 없는데 순대라도 좀 사가야겠네... 저녁도 아직 안 드셨을텐데... 얼른 용서를 빌고 드시게 해야겠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천원짜리 두 장이 전부였다.

    "순대 1인분이 얼마죠?"

    "3천원이에요~"

    "저기... 제가 지금 저녁을 먹은 후라서 그런데... 2천원 어치만 좀 주시면 안 될까요...?"

    순대 1인분도 살 형편이 안 되는 내가 가여운건지 짜증나는건지 한참을 날 노려보시던 아줌마는 콧방귀를 뀌면서 말 없이 순대를 자르기 시작했다.

    "저... 간하고... 허파좀..."

    "학생... 원래 2천원 어치 안 파는거에요..."

    "네... 죄송합니다..."

    역시 세상은 더러웠다.

    하지만 엄마가 순대를 드실 생각을 하니 기분이 뿌듯하고 행복해졌다.

    "식기전에 가서 얼른 드시게 해야 겠네~!"

    나는 숨도 쉬지 않고 뛰어가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엄마~! 엄마~!"

    일부러 애써 밝은 척 엄마를 큰소리로 불러댔다.

    "......."

    방 안이 이상하게 조용했다.

    설마 뛰쳐나간 나를 찾으러 나가신건 아닐테고...

    "엄마 뭐해~! 벌써 자? 아들이 엄마 드시라고 순........ 대....."

    방문을 열고 들여다 본 순간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왜 우리 엄마 몸이... 몸을 거동하기도 힘든 우리 엄마 몸이... 왜 줄 하나에 매달린 채 공중에 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 엄마...?"

    "엄마?"

    "....."

    "어... 엄마!!! 엄마!!!"

    "엄마!!! 왜이래!!! 왜 그랬어!!! 왜 그랬냐고!!! 으하하하앙! 엄마!!! 왜!!! 왜!!! 엄마 먹으라고 순대 사왔단 말이야!!! 사과하고 싶었단 말이야!!!"

    "일어나!!! 일어나봐!!! 제발!!! 눈떠!!! 제발!!! 으하아아아앙~!!!! 나 사과해야 하잖아!!! 날 용서해 줘야 하잖아!!! 엄마!!! 일어나서 순대 먹어!!! 엄마!!! 엄마!!!!!"

    "내가 개자식이야!!! 엄마!!! 미안해!!! 정말 미안해!!! 으하아앙!!! 엄마~!!!!"

    "내 잘못 용서해줘야 하잖아!!!"

    "으아아아아!!! 일어나 제발 엄마!!!"

    엄마 앞에 무릎꿇고 울고 또 울며 부탁했지만 엄마는 깨지 않으셨다.

    나에게 세상에서 유일한 행복을 주는 사람이 이렇게 떠나버렸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을까... 

    나는 방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죽어버릴까... 이제는 아무런 행복도 없는데... 희망도 없는데..."

    '죽고 싶은가...'

    방 안에 아무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딘가에서 굵고 낮은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 누구?"

    '저승사자다...'

    "저... 승... 사자?"

    '그렇다...'

    "어... 어디 계신 거죠? 어디서 말씀하시는 거죠?"

    저승사자는 그제서야 내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내가 평상시에 생각해왔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죽고 싶은 게냐...?'

    "네... 지금 제 심정으로는 살아 있어봐야 아무 행복도 없습니다"

    '넌 지금 죽으면 지옥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래도 죽고 싶은 게냐...?'

    ".........."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날 설득이라도 하려는 듯, 저승사자는 나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잘 보거라... 이게 지옥이다... 이것을 보고 그 어리석은 생각을 바꾸도록 해라...'

    저승사자가 나의 눈을 감싸 안았고, 잠시 후 손을 떼자 마자 내 눈 앞에는 사방이 불로 덮여 있는 곳이 나타났다.

    "이... 이곳이!!!"

    '그렇다... 이곳이 지옥이다...'

    내가 상상했던 지옥의 모습보다 훨씬 더 끔찍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너나 할것없이 온통 몸에 불이 붙어 있었고, 그 고통 속에서도 입은 녹아내려 아무 신음소리를 내지 못한 채 발버둥을 쳐대고 있었다.

    "....."

    '보았느냐... 지옥이란 곳을... 하지만 이 곳은 지옥 중에서도 상당히 가벼운 형을 내려지는 곳이지...'

    "처참하군요... 지옥이란 곳은 정말..."

    지옥의 모습을 보니 죽어버릴까 했던 생각따위는 전혀 들지 않았다.

    이곳 저곳 둘러보고 있을 그때였다.

    "!!!!!!!!!!!!!!!!!!!!!!!!!!"

    저 멀리 불에 타서 형태는 잘 남아있지 않았지만 엄마의 모습처럼 보이는 누군가가 있었다. 굉장히 괴로워 하며 바닥에 쓰러져있는... 분명 엄마였다.

    "어... 엄마...? 엄마!!!"

    '소용없다... 지금 니가 보는 모습은 그냥 보이는 것 뿐... 너는 어머니를 만질 수도 부를 수도 없다...'

    나를 가로막는 저승사자를 원망하고 절규하며 그에게 물었다.

    "저승사자님!!! 왜 우리 엄마가!!! 왜 우리 엄마가!!!"

    '.....'

    "우리 엄마 착한 사람이란 말이에요!!! 왜 우리 엄마가! 저기서 저런 고통을 왜!!!"

    '착한 일을 했건 안 했건 상관은 없다... 자살을 하게 되면 모두가 지옥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제 알겠나...? 정신 차리고 살아있는 것에 감사드리며 살거라... 언젠가 때가 되면 널 데리러 올테니... 그 때는 널 천국으로 인도하마...'

    "저승사자님! 우리 엄마좀!!! 제발!!!"

    "제발요~! 제발!!! 우리 엄마좀!!!!!!!!!"

    "제발!!!!!"




    "헉!!!!!"

    꿈이었나...?

    아니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한...

    엄마가...

    엄마가 지옥에 계시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언젠가 때가 되면 널 데리러 올테니... 그 때는 널 천국으로 인도하마...'



    "!!!!!"

    "날 나중에 먼 훗날 천국으로 인도한다고? 천국으로...?"





    "젠장... 그럼 안 되잖아!!!"










    나는 아무 지체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와 밧줄을 준비한다.

    그리고는 엄마가 매달렸던 그곳에 밧줄을 매달기 시작한다.

    나는 이 밧줄에 아무 미련 없이 매달릴 것이다...





    용서를 빌기 위해...



    그리고



    나의 유일한 행복을 찾기 위해...



    출처 웃대 몰라ing 님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st=subject&sk=%B4%DC%C6%ED&searchday=all&pg=9&number=70442
    gerrard의 꼬릿말입니다
    추적당하고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다고 해서 희생자는 아니다. 
    정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사건에 놓였을 때, 현실이 덫이 되었을 때, 일상생활이 뒤집혀질 때에야 비로소 희생자가 되는 것이다. 진실을 찾아 나서지만 실패하기 때문에, 자신이 찾은 진실이 진정한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그 밖의 여러 이유 때문에,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더 혼란에 빠지기 때문에 그는 희생자가 되는 것이다.

    스릴러가 슬퍼지면 독자들은 빠져 나오기 어렵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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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내림 [5] 펌글 gerrard 15/09/03 16:32 351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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