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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81328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23
    조회수 : 10776
    IP : 119.195.***.230
    댓글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5/22 07:57:25
    원글작성시간 : 2013/05/21 19:58:26
    http://todayhumor.com/?humorbest_681328 모바일
    [단편] 성심 정신병원의 방문객들 (BGM)




    찬바람이 등 뒤로 한 바가지. 머리칼이 바람에 딸려 쓸린다.
    딸리는 머리칼 따라 냉정한 달빛이 부서지며 반짝인다.

    등 뒤의 어른거리는 묵직한 존재감에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다.
    앞장 서 걷는 그가 분위기를 잡듯 말했다.

    “절대로, 뒤를 돌아봐선 안 돼요.”

    이미 돌아봤다, 허풍선이. 당신은 가짜야. 내가 밝혀낼 거야.

    성심 정신병원의 복도는 말이 없다. 또 어떤 것이 말이 없을 것 같아? 바로 죽은 사람들이야.
    귀신? 내가 당신네 귀신 팔이에 휩쓸리는 아둔한 여자로 보여?

    그는 단순한 구조의 복도와 병실을 미로처럼 배회했다.
    딱히 걸음이 빠른 탓은 아니나, 운 좋게 카메라 스텝들을 따돌렸다.

    그에겐 어떤 의미로 성공이겠지. 나를 겁주기 위해 애쓰는 게 딱해서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당신 같은 사람 흔해요. 나 겁줄 생각 말고, 어서 귀신이 보인다는 증명이나 해봐요.”

    그는 대답이 없다. 3류. 내가 만나본 귀신 장사꾼 들 중 가장 형편없는 놈이다.
    지금까지 차례차례 무너트린 엉터리들은 그래도 이따위 외진 산 속까지 날 이끌진 않았다.

    한 밤에, 폐 정신병원? 기지를 발휘한 점수는 높게 사마.

    뒤에서 찰박찰박 맨발이 시멘트 복도를 내딛는 소리가 들렸다.
    의심반구도 없이 뒤를 돌아봤다. 역시 아무도 없다. 어스름한 달빛이 비추는 건 적막 뿐.

    그를 쓰러트린 다면, 이번이 정확히 열 명 째. 심령술이란 사기, 영접이란 사기,
    엑토플라즘? 지박령? 원령, 자신을 무당이라 칭하는 사기꾼, 자신이 퇴마사라 말하는 사기꾼.
    어리석고 순진한 아줌마, 할머니들 주머니 쌈짓돈 빼먹는 더러운 사기꾼.

    그도 똑같다. 그도 그 사기꾼들과 똑같은 소리를 짓거리는 것에 거리낌 없다는 듯,

    질리지도 않는다는 듯 말했었다.

    “세상엔 영혼들이 가득해요. 당신들이 파헤치고 싶은 진실은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이렇게 영혼들이 가득한데, 왜 저에게만 귀신이 보이느냐 묻진 말아주세요.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일반인들이 귀신을 접하기 어려운 건, 간단한 이유에섭니다.
    귀신들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가 아니에요. 아주, 아주… 간혹 있는 위험한 귀신들은요.
    사람과 같습니다. 미쳐있는 귀신들만이 사람에게 위해를 가합니다.
    사람을 공격하고, 사람을 증오하고. 자아조차 없는 영혼들,
    그들만이 우리가 쉽게 상상하는 기존의 귀신이란 거짓 된 틀입니다.
    애초부터 당신들은 오해로 가득한 사람들이에요. 당신이 만일 귀신이 된다면,
    이유도 없이 사람들에게 무슨 영문으로 가해를 하겠습니까?
    왜 귀신이란 이유로 사람을 겁주고 죽이겠어요? 미치지 않고서야.”

    그래서 정신병원? 그것도 70년대 세상을 들썩이게 만든 폐 병원? 논리가 안 맞지 않아?
    정신병자들이라서 사람에게 위해를 가한다, 말하고 싶은 거야?
    성심 정신병원은 자폐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이 군집해 있었기에 그렇게 화재를 불러일으킨 거야.

    손발 써보지 못한 채, 의사들의 실험대상, 마루타가 되었으니까.
    오히려 그들이야말로 귀신이 되어서도 아무짝에 쓸모없는 허수가비가 되지 않았겠어?
    당신의 논리라면? 그는 내 말을 받아치기 위해 말한다.

    “자폐증은 발작과도 같아요. 그들 스스로도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게 폭발적인 괴성이 되어 표출되든, 이유 없는 폭력으로 표출되든.
    그들을 제어해줄 사람 없는 이곳에선, 이런 곳에선 만날 수 있어요.”

    무엇을? 우리가 원하는 귀신을? 내가 원하는 것은 귀신과의 애틋한 만남이 아니야.
    당신의 텅 빈 밑바닥이 드러나는 그 순간이야. 복도만 한 참 걷는다고 뭐가 달라지진 않아.
    그는 쇼를 마칠 생각인 듯, 자리에 멈춰 섰다.

    웃음을 참았다.

    “왜 멈춰요? 가던 길을 계속 가야, 귀신을 만나건, 증명을 하건 할 것 아닌가요?”

    그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자신만의 룰을 철저히 지켜야, 나를 속일 수 있다 생각해서겠지.
    그가 몇 번이고 혀에 침을 바르는 듯, 쩝쩝하고 입소리가 난다. 그가 뜸을 드리는 것 또한,
    싸구려 사기술의 일종으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그가 말했다.

    “길을 잃어 버렸어요.”
    “길을 왜 잃어요. 그냥 병원 복도 길에서.”

    소리 내 비웃어야 정신을 차릴까. 당신은 연기력도 없는 사기꾼이야.
    뒤돌아보면 안 된다는 이유로 얼굴을 가리고. 표정도 가리고. 혹시 스스로가 무서워 진거 아니야? 이 컴컴한 병원이.

    “복도길? 우리는 지금 복도에 있지 않아요. 우리는 한 병실 안을 계속해서 뱅글뱅글 돌았을 뿐이에요.”

    헛소리 그만해. 나는 그런 소리에 겁먹지 않아.

    “잡혔어요. 그들이 우리를 눈 치 챈 거예요. 우리가 거슬린 겁니다. 위험해요. 돌아가야 합니다. 돌아가야 하는데 길을 찾을 수가 없어요.”
    “길이라면, 제가 안내를 할게요. 병원 정문까지.”

    내가 말하자, 그가 앞을 본 채 손을 허덕여 내 팔을 찾았다. 허둥대는 손이 슬쩍 가슴에 닿았다.
    귀신보다 당신의 어설픈 연기가 더 소름끼쳐.

    “절대로. 절대로 뒤돌아 봐선 안돼요. 여기에서 기다려요. 무슨 일이 있어도, 걸대 뒤돌아 봐선 안돼요.”

    기다려요? 그는 말하더니 복도를 가로질러 달려갔다. 복도로 그의 뜀박질 소리가 가득히 울린다.
    그런 식으로 도망칠 필요 없잖아. 뻔뻔한 놈. 카메라맨들과 만나서 이만 자리를 떠야했다.

    그를 상대하는 것은 시간낭비였다. 이번 촬영이 내 평생, 사상 최악으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다.

    남들에게 뭐라 설명하면 좋을까.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도대체 카메라맨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거야.
    액정 불빛이 밝은 탓에 복도를 다 비출 것만 같다. 눈이 찡그려진다.

    슬슬 전화번호부 스크롤을 내려, 카메라 감독에게 전화를 건다.

    뚜…뚜…뚜… 하고 전화가 그냥 끊겨버렸다.

    액정을 다시 내려다보니 안테나가 하나 밖에 서있지 않다.
    스마트폰을 하늘로 들었다. 앞으로 한 발짝, 두 발짝 하며 안테나 수신율을 확인했다.
    안테나는 늘어나긴 커녕, 오히려 수신불능 지역이라며 X자를 그린다.

    전화가 불통이자, 을씨년스러운 병원 복도 길이 눈에 찬다.

    “시팔 새끼. 그렇다고 여자를 혼자 두고 도망쳐?”

    귀신을 믿지 않는다 한들, 한 밤의 폐 병원에서 홀로 남아 있는 건 께름칙하다.
    이따금 병원밖에 나무들이 사르르 하고 가지를 흔든다. 그 외엔 벌레 한 마리 울지 않는다.

    ‘절대 뒤돌아 봐선 안돼요.’

    나를 혼자 버려두고, 그런 소리 지껄이면, 내가 겁낼 줄 알지. 난 겁 안나. 겁 안 낼 거야.
    등 뒤로 또 맨발이 찰박찰박 시멘트 복도 길을 내딛는다.

    그가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해서 뒤를 안 돌아보는 건 아니다.

    그저 병원을 빠져나가야겠기에.
    습한 밤공기와 끝도 없이 내리는 이 정적이 기분 나쁘기에.
    그래서 앞으로만 걸었다.

    소리쳐 불러보았다.

    “감독님! 어디에 있어요!”

    대답은 없다. 내 외침이 복도를 울린다.
    앞으로 내 지른 목소리가 메아리쳐, 내 등 뒤로 다시 돌아왔다.

    “감독님! 어디에 있어요!…감독님! 어디에 있어요…감독님 어디에…있…어……….”

    정문으로 가려면, 뒤로 돌아가는 게 빠르다. 내가 뒤로 돌아가지 않는 건.
    그가 뒤를 돌아보지 말라며 겁을 줬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뒤를 돌아보지 않는 이유는. 이유는.

    “찾았어요! 출구에요!”

    등 뒤로 빽 하는 고함이 들렸다. 사기꾼의 목소리다. 눈을 옆으로 째렸다.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자, 4시 39분.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편이 좋겠다, 생각했다.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저 그가 내게 찾아오는 것이 빠르겠다는 생각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
    나는 겁나지 않으니까. 나는 겁먹지 않았으니까.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 느껴 액정을 다시 켰을 때는 4시 42분.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 등 뒤에 존재감이 아까보다 명확했다.

    계속해서 들려오던 무색의 적막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점차 묵직해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목 오른편으로 가벼운 바람이 느껴진다.

    아주 차가운 바람이 반복적으로. 마치 누가 등 뒤에서,
    내 뺨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숨을 쉬고 있는 것만 같은 바람이다.
    목을 길게 빼고, 내 스마트폰 액정을 구경이라도 하는 듯이, 그렇게 가까이에서.

    하지만 난 무섭지 않아. 겁도 나지 않아. 뒤를 돌아보았다.
    목으로 날아오던 바람은 사라졌다. 뒤에는 역시 아무도 없다. 다시 돌아섰다.

    신경질이 나서 소리쳤다.

    “언제 올 거예요! 빨리 와요!”

    대답이 없다. 머리로 화가 치밀어 오른다.

    “겁주려고 쑈 하지마! 당신 싸구려 연출에 겁먹을 내가 아니야!”

    대답이 없다. 등 뒤로 내 말이 메아리쳐 돌아온다. 그는 포기하고 혼자서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대여섯 걸음 쯤 옮겼을까. 뒤에서 그가 또 소리친다.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말아요! 위험해요!”

    그를 무시하고 계속해 걸었다. 이번엔 열 걸음 쯤 옮겼을 때였다.
    뒤에서 그가 내 등을 살살 두 번 건드렸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가 아니면 또 누가 내 등을 건드렸으랴. 그가 아니면 카메라 감독님 정도겠지.

    굳이 뒤돌아 볼 필요가 있을까. 나는 자리에 섰다. 굳이 돌아볼 필요 없어.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뻔해. 돌아보지 않아도 돼. 돌아보지 않아도 돼.

    톡톡. 또 두 번 등을 두드린다. “그냥 말해요.” 하고 신경질 내자, 등 뒤에서 내 어깨를 툭 밀쳤다.

    “그냥 말하라고요.”

    이번에는 좀 과한 힘으로 어깨를 밀었다. 은근히 뻐근해 오는 어깨를 부여잡았다. 돌아보지는 않았다.

    “왜 그러는 거예요.”

    그 혹은 감독님이 내 어깨를 잡았다.

    기분 나쁜 감촉이 어깨부터 허리로 허리에서 척추를 타고 다시 뒷목까지 전기처럼 흘렀다.
    티셔츠 위의 손에서 온기도 그렇다고 냉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손이 다가오면 일으켰을 미미한 공기의 움직임도 없었고,
    팔이 움직이며 들렸을 옷의 부비적 거림도 들리지 않았다.

    “그냥 말하라고요.”

    어깨를 부여잡은 손이 나를 흔들었다. 밀치듯. 어깨가 밀릴 때마다 뒷목이 꺾였지만, 뒤를 돌아보진 않았다.
    흔들흔들 몸의 흔들리는 만큼 점차 분노의 수위가 차올랐다. “그만해.” 하고 말했다. 대답이 없다.

    “그만해 개새끼야.”

    대답이 없다. 뒤에서 사기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주 멀리서 소리치듯 먼 곳에서.

    “그만 걸어가요! 이제 그만 걸어가!”

    어깨를 쥔 손이 나를 흔들 때마다 몸이 한 발씩 앞으로 내딛어지고 있었다.
    뒷목이 꺾이며 뒤를 돌아보고픈 충동이 들었다. 뇌리를 스치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복수.

    폐 병원으로 모두를 불러들이고, 카메라맨들까지 매수해서, 내게 복수를 하고 싶은 것일지 몰라.
    모두가 짜고, 지금까지 내게 밥그릇을 빼앗겨온 사람들이 합심해서, 나를 무너트리려고 하는 거야.

    지금까지 내가 해온 것과는 반대로.

    귀신을 증명하는 대신에 나를 겁줘서 울음이라도 터트리려고 작정을 한 거야.
    나를 겁주는 거야. 일부러 겁주는 거야.

     

    그래! 몰래 카메라야. 몰래 카메라인거야. 그래서 이렇게 기를 쓰고 겁을 주는거야.

    날 흔드는 손을 향해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다.

     

    그가 멀리서 뭐라 뭐라 소리친다.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가 여기 오기 전에 뭐라고 했더라.

    내가 물어 봤었다.
    왜 뒤를 돌아보면 안 돼요? 그러면 제가 겁먹을 것 같아요? 하고.

    “그런 게 아니에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귀신은 사람의 틈을 파고들기 때문에 주의를 준거에요.
    등 뒤에서 인기척이 있거나,
    소음이 생기면 겁이 나든 무의식에서든 뒤를 돌아보기 마련 아니겠어요?
    귀신들은 그런 틈을 노리기 때문에 말하는 겁니다.
    갑자기 나타나 놀래 키건,
    아니면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그로인해 불안한 마음을 더 크게 증폭시키건.
    그것이 이들의 수법이에요.
    오늘 만나는 귀신은 당신이 지금까지 만나온 귀신과는 전혀 달라요.
    정말로 위험합니다.”

    지금까지 만나온 귀신과는 전혀 달라요? 나는 귀신을 만나 본 적이 없어.
    본적도 느낀 적도, 들은 적도 없어. 귀신은 없어. 세상엔 그런 게 없다고.
    죽으면 그저 그걸로 끝이야. 암흑으로 돌아가서, 그리곤 아무것도 없는 거라고.

    전원이 내려간 컴퓨터와 같다고. 형광등이 내려간 컴컴한 방과 같다고.

    그가 계속해 지껄인다.

    “당신이 만나온 분들은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세요.
    흔히 말하는, 악귀들과 직접적으로 대면하시고 그들과 교감 소통하죠.
    그들을 달래는데 도가 트신 분들입니다. 저도 당신의 방송을 많이 봤어요.
    당신은 귀신의 성깔을 돋우는데 도가 튼 사람이더군요.
    당신은 여러 번 위험에 처했었어요. 귀신이 당신에게 위해를 끼치려 불같이 화를 내자,
    그분들은 당황하면서도 얼른 위기를 모면하더군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으로요. 혀를 내둘렀어요.
    자신의 평판도 물리치면서 당신을 지키기 위해 진땀 빼는 모습을 봤을 땐.
    사실 저는 그분들에 비하면 실력이 한참 아래입니다.
    귀신과 소통한다거나 컨트롤 하는 건 제게는 도저히 무리에요.”

    귀신이 폭주하기 시작하면 나는 그걸 막을 자신이 없어요. 하던 말이었나?
    아무도 없는 복도 길에 서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여기는 복도가 얼마나 긴 거야?”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등 뒤로 다시 누군가가 나를 밀쳤다. 또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 다시 등 뒤로 소리가 들려온다.

    “그 이상 걷지 말라고!”

    이상하다. 그의 목소리는 앞에서 들려와야 하는데 등 뒤에서 들리는 것만 같다. 등 뒤에서 다시 나를 밀치는 힘을 느꼈다.

    “감독님이에요?”

    대답이 없다. 또 툭 하고 나를 밀친다. 또 한 발자국. 사기꾼이 소리친다. 그만 가, 이제 그만해! 하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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