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몰래 카메라야. 몰래 카메라인거야. 그래서 이렇게 기를 쓰고 겁을 주는거야.
날 흔드는 손을 향해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다.
그가 멀리서 뭐라 뭐라 소리친다.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가 여기 오기 전에 뭐라고 했더라.
내가 물어 봤었다.
왜 뒤를 돌아보면 안 돼요? 그러면 제가 겁먹을 것 같아요? 하고.
“그런 게 아니에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귀신은 사람의 틈을 파고들기 때문에 주의를 준거에요.
등 뒤에서 인기척이 있거나,
소음이 생기면 겁이 나든 무의식에서든 뒤를 돌아보기 마련 아니겠어요?
귀신들은 그런 틈을 노리기 때문에 말하는 겁니다.
갑자기 나타나 놀래 키건,
아니면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그로인해 불안한 마음을 더 크게 증폭시키건.
그것이 이들의 수법이에요.
오늘 만나는 귀신은 당신이 지금까지 만나온 귀신과는 전혀 달라요.
정말로 위험합니다.”
지금까지 만나온 귀신과는 전혀 달라요? 나는 귀신을 만나 본 적이 없어.
본적도 느낀 적도, 들은 적도 없어. 귀신은 없어. 세상엔 그런 게 없다고.
죽으면 그저 그걸로 끝이야. 암흑으로 돌아가서, 그리곤 아무것도 없는 거라고.
전원이 내려간 컴퓨터와 같다고. 형광등이 내려간 컴컴한 방과 같다고.
그가 계속해 지껄인다.
“당신이 만나온 분들은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세요.
흔히 말하는, 악귀들과 직접적으로 대면하시고 그들과 교감 소통하죠.
그들을 달래는데 도가 트신 분들입니다. 저도 당신의 방송을 많이 봤어요.
당신은 귀신의 성깔을 돋우는데 도가 튼 사람이더군요.
당신은 여러 번 위험에 처했었어요. 귀신이 당신에게 위해를 끼치려 불같이 화를 내자,
그분들은 당황하면서도 얼른 위기를 모면하더군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으로요. 혀를 내둘렀어요.
자신의 평판도 물리치면서 당신을 지키기 위해 진땀 빼는 모습을 봤을 땐.
사실 저는 그분들에 비하면 실력이 한참 아래입니다.
귀신과 소통한다거나 컨트롤 하는 건 제게는 도저히 무리에요.”
귀신이 폭주하기 시작하면 나는 그걸 막을 자신이 없어요. 하던 말이었나?
아무도 없는 복도 길에 서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여기는 복도가 얼마나 긴 거야?”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등 뒤로 다시 누군가가 나를 밀쳤다. 또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 다시 등 뒤로 소리가 들려온다.
“그 이상 걷지 말라고!”
이상하다. 그의 목소리는 앞에서 들려와야 하는데 등 뒤에서 들리는 것만 같다. 등 뒤에서 다시 나를 밀치는 힘을 느꼈다.
“감독님이에요?”
대답이 없다. 또 툭 하고 나를 밀친다. 또 한 발자국. 사기꾼이 소리친다. 그만 가, 이제 그만해! 하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