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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531150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19
    조회수 : 2706
    IP : 119.195.***.230
    댓글 : 1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9/20 21:32:31
    원글작성시간 : 2012/09/20 20:08:41
    http://todayhumor.com/?humorbest_531150 모바일
    배경음) 독신녀의 방에 어서오세요. -3부-
    <EMBED src=http://pds24.egloos.com/pds/201206/23/71/06_My_Machine.swf wmode="transparent"> <P><BR><BR><BR>서둘러 집에 들어가 보니 집안에서 딱히 이상한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았다.<BR>방을 둘러보며 혹시나 그녀가 어딘가에 남아 기다렸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BR>그녀는 소소한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다.<BR><BR>혼자 사는 남자 집이라는 것이 대부분 그렇듯 내 방도 지저분했다.<BR>대충 던져놓은 휴지 조가리, 담배 껍데기, 생수병, 컴퓨터 앞 담배꽁초가 산을 이룬 재떨이.<BR><BR>사라진 물건 따윈 보이지 않았지만, 주변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었다.<BR>텅텅 빈 재떨이 밑에 '다른 물건은 건드리지 않았어요.' 하는 메시지가 있었다.<BR><BR>거짓말 같지는 않았다.<BR><BR>손에 쥐고 있던 검정 비닐봉투 안에서 맥주가 식어가는 것이 떠올라 냉장고에 다가가니<BR>'맥주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라는 메시지가 있었다.<BR><BR>냉장고를 열어보니 안에는 열댓 개의 맥주 캔과 과일이 몇 가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BR><BR>냉장고 가장자리에 사온 맥주를 대충 욱여넣으며 살살 기분이 들뜨는 것을 느꼈다.<BR>뒤돌아 대충 옷가지를 벗어 던지며 땅바닥에 널브러트렸다.<BR><BR>욕실 앞에는 '샴푸가 다 떨어졌어요.' 라는 메시지가 있었다.<BR><BR>욕실에서 따뜻한 물로 씻으며 몸을 헹구는 동안 거울에 슬슬 김이 서렸다.<BR>서린 김 사이로 무언가 어렴풋이 글자들이 보이는 것 같은데 잘 읽을 수가 없었다.<BR><BR>"뭐, 잘... 뭐지?"<BR><BR>물을 뚝뚝 떨구며 옷을 말려두는 건조대로 다가가자 옷가지가 전부 차곡차곡 개어져 있었다.<BR>수건으로 물기를 털어내며 개인 빨래들을 주어 서랍장에 담으려는데 양말 더미에서 쪽지가 하나 툭<BR>하며 떨어졌다. '이 양말 구멍 났어요.'<BR><BR>빨래 더미를 내려놓고 개인 양말을 펼쳐보니 정말로 뒤꿈치가 다 헤져서 구멍이나 있었다.<BR>양말을 움켜쥐고 휴지통에 대충 던져 넣었다. 휴지통 가득하던 쓰레기들도 모두 사라졌다.<BR><BR>육포를 담을 접시를 씻으러 싱크대에 다가서니 그릇들이 전부 설거지 되어있었다.<BR><BR>'너무 오래 안 하시면 냄새나요. 오늘만 제가 할게요.'<BR>그릇수납장에 쓰여있는 글을 읽으며 접시를 하나 집어 들었다.<BR><BR>육포를 조금 구워서 먹으려고 하는데 '과일 안주로 드시면 안 돼요?' 라는 글이 가스렌지 위에 붙어있었다.<BR><BR>냉장고에서 사과 하나와 맥주를 한 캔 집어들고 방에 들어가 TV 리모컨을 집어들었다.<BR><BR>'저희 집에서 보시던 드라마, 다운 받아놨어요.' 라는 TV 화면 위의 글자.<BR><BR>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 여자는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BR>컴퓨터 책상에 앉아 컴퓨터에 전원을 넣었다.<BR><BR>전원이 켜지는 동안 책상에 붙어있는 책장을 슬쩍 들여다보자<BR>내가 읽던 책에 '이 책 재미있네요.' 하는 글이 붙어있었다.<BR><BR>책을 꺼내 들고 펼쳐 보자, 확실히 내가 읽던 부분이 아닌 곳에 책갈피가 꽂혀 있었다.<BR><BR>'걱정 마세요. 혹시나 해서 원래 부분에도 책갈피 끼워 놓았어요.'<BR><BR>문득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는 어디에서 이 책을 읽었을까?<BR>이 의자에 앉아서였을까? 내 침대 위에 편히 누워서 봤을까?<BR><BR>주위를 둘러보니 이곳 말고도 곳곳에 메시지들이 많이 붙어있었다.<BR><BR>창문틀 위엔 '환기 좀 시킬게요.', 선풍기 위엔 '이거 안 시원하네요.'<BR>침대 머리맡에는 '베개 높은 거 쓰시네요.' 하는 글들이 있었다.<BR><BR>컴퓨터 안 혹시나 하며 야한 동영상을 담아둔 폴더를 찾아보니<BR>'남자는 남자네요.' 라는 폴더가 새로 생성되어 있었다.<BR><BR>정지영. 그녀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BR>지금 그녀에게 다가가서 무엇이든 함께 시작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물어보고 싶어졌다.<BR><BR>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매만졌다.<BR>거울 앞에 서서 옷매무새를 확인하고 신발을 꺼내 드는데<BR>또 현관 앞에 생각지도 못했던 메시지가 붙어있었다.<BR><BR>'걱정마세요. 이 이상은 다가서려고 하지 않을게요.'<BR><BR><BR><BR><BR><BR>-3부 끝-</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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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2/09/20 20:21:03  211.246.***.179  난다고  275746
    [3] 2012/09/20 20:53:18  112.18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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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12/09/20 20:56:30  121.18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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