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ED src=http://pds24.egloos.com/pds/201206/23/71/06_My_Machine.swf wmode="transparent"> <P><BR><BR><BR>"2,700원입니다."<BR><BR>3,000원을 내밀며 담배 각을 받아 들었다.<BR><BR>잔돈을 돌려받으려 손바닥을 위로 올린체 손을 내밀자.<BR>그녀의 손이 내 손바닥 위에서 300원을 오므려 쥔 체 멈춰 섰다.<BR><BR>나는 잠깐 동전이 내 손 위로 떨어져 내리는 것을 기다리다 그녀를 올려 보았다.<BR>그녀는 "왜요?" 라며 내게 되려 물었다. 전까지는 본 적 없는 선명한 눈빛을 한<BR>그녀의 눈빛이 날 투명한 사람 보듯 투영하는 것 같았다.<BR><BR>며칠 전 그녀와 그녀의 집 앞 복도에서 마주친 일이 있었다.<BR><BR>그녀의 방은 편의점에서 20분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BR>때문에 나는 그녀가 퇴근하기 30분 전에 알람을 미리 설정해 두곤 했는데,<BR>그날은 무슨 일인지 그녀가 일찍 퇴근을 한 것 같았다.<BR><BR>뛰어오기라도 한 것이었을까.<BR><BR>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계단을 오르던 그녀와 스쳐 지나갈 때는<BR>심장이 멈춰버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혹시나 방 안에 있을 나를<BR>잡아채고 싶어하는 것만 같았다.<BR><BR>정신없이 계단을 오르던 그녀가 갑작스레 계단을 뛰어 내려왔었다.<BR>툭탁거리는 발소리가 요란하게 내게 다가올 때의 긴장감은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BR><BR>"아저씨, 여기 사세요?"<BR><BR>느닷없이 내 팔을 움켜쥔 그녀의 감촉은 놀라웠다.<BR><BR>이렇게 생기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처음이거니와,<BR>내가 스토커라는 감을 잡았다는 것도 놀라웠다.<BR><BR>"아니요."<BR><BR>"네, 저도 아저씨 본적 없는 것 같아요."<BR><BR>"그래서요?"<BR><BR>"여기 왜 오셨어요?"<BR><BR>그때의 확고한 눈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대충 그곳에 친구가 살고 있다며 둘러대자<BR>여자는 순순히 나를 돌려보냈다. 그곳에 누가 살고 있는지 누가 누구와 친구인지 캐물을 수 없으니<BR>그녀도 그 정도에서 납득할 수 있는 변명을 들었다는 눈치였다.<BR><BR>'봐줬다.' 라고 생각하는 것은 도둑이 제 발을 저린 다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BR><BR>그리고 지금 이런 행동을 보인다.<BR>잔돈을 움켜쥔 손을 아직 풀 생각조차 안 하는 그녀였다.<BR><BR>"잔돈, 주세요."<BR><BR>그녀는 웃는 것도 인상을 짓는 것도 아닌<BR>이상한 표정을 하며 내 손위에 동전을 떨궈줬다.<BR><BR><BR><BR>때때로 시간이 생겨 그녀의 방에 찾아가면 현관 앞에는 '열쇠는 바꾸지 않았어요.' 라는<BR>메시지가 적혀있던가 '혹시 생각 있으시면 드세요.' 라며 냉장고에 음식이 준비되어 있곤 했다.<BR><BR>컴퓨터를 켜보면 안에는 드라마 파일명에 드라마가 재미있는지<BR>별반 재미가 없는지에 대한 간략한 평점을 별표 표시를 해서 달아 두었다.<BR><BR>책장에는 새로운 책들이 꼽혀있었다. 새로 구입한 책에는 <BR>'이걸 제일 먼저 읽어보세요.' 라는 포스트잇 메시지가 있었다.<BR><BR>평일은 일이 바빠서 그녀가 방을 비우는 시간과 내가 갈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BR>내가 일이 끝나고 나면 그녀는 최소 일이 끝나고도 두세 시간은 지난 후였다.<BR><BR>때로는 그녀가 집에 있는 동안 들어갈볼까 라는 망상을 하며 가슴이 설레였지만,<BR>그렇게 된다면 이 애매한 상황은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것만 같았다.<BR><BR>나는 지금 이 상태가 마음에 들었다.<BR><BR>최근 회사에 사람이 부족했기 때문에 집에<BR>다가올 즘이면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BR><BR>그리고 오늘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히 다리가 풀려버렸다.<BR><BR>'죄송해요. 다녀갑니다.'<BR><BR>나의 방 현관 앞에 붙어있는 메시지가 그날 편의점에서<BR>보여준 그녀의 태도 의미를 알려주었다.<BR><BR>'찾았다.'<BR><BR><BR><BR><BR><BR>-2부 끝-<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