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ED src=http://pds24.egloos.com/pds/201206/23/71/06_My_Machine.swf wmode="transparent"> <P><BR><BR><BR>"소녀, 한번은 집안 대들보에 목을 매단 일이 있었습니다."<BR><BR>아낙이 손에 묻은 강물을 툴툴 털더니 머리 매무새를 다잡는 듯 머리를 쓸어 넘겼다.<BR><BR>"소녀는 동아줄에 매달리고 버티면, 이 년의 비굴한 인생이 구원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답니다."<BR><BR>"스스로 목을 맸단 말이외까?"<BR><BR>아낙이 고개를 끄덕였다.<BR><BR>"소녀의 낭군님은 사실 이 강물에서 사라지셨다오.<BR>사람들은 물귀신소동을 벌이고 풍문을 만들어 재미진 듯 떠들었지요."<BR><BR>"낭군님은 그럼 이 세상 분이 아니란 말씀이구려?"<BR><BR>"이 강길 어딘가에 잠들어 계시겠지요."<BR><BR>아낙의 멍한 표정을 보며 연민을 느끼는 자신을 책망했다.<BR>얼마든지 꾸며댈 수 있는 이야기, 수백 번 들어본들 무슨 증명이 된단 말인가.<BR><BR>"소녀는 목을 매달 곳이 마땅치 않아 이 강을 찾아들었습니다."<BR><BR>아낙을 자리에서 슬슬 일어나 균형을 잡더니 저고리를 풀어 웃옷을 벗기 시작했다.<BR>달빛 아래 아낙의 몸이 드러나며 하얀 속살이 도드라지게 빛을 반사했다.<BR><BR>"낭자 무엇을 하는 게요?"<BR><BR>민망해진 내가 아낙을 추궁하자 아낙이 이를 태연히 받아쳤다.<BR><BR>"소녀, 도깨비가 아니란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어차피 무사님에게 욕보일 몸,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랍니다."<BR><BR>속곳까지 훌렁 벗어버린 아낙이 조심스럽게 배 끝으로 가 섰다.<BR><BR>"소녀는 이 강에 몸을 던지려고 밤 배를 탔지요. 물귀신이 나타나 제 발목을 채가도 좋았을 법했답니다."<BR><BR>아낙이 나를 돌아보더니 물었다.<BR><BR>"무사님은 낮에 이곳을 들러 본 적이 있으신지요?"<BR><BR>내가 고개를 가로로 젓자 아낙이 소리없이 웃었다.<BR><BR>"이 근처는 소녀를 물 맥여 죽일 수 있을 만큼 깊은 곳이 없답니다."<BR><BR>아낙이 발 하나를 배 밖으로 스윽 내밀더니 주저하지 않으며 강물로 몸을 던졌다.<BR>물 밑으로 주르륵 미끄러진 아낙의 몸뚱이가 머리까지 잠기자 첨벙하는 소리와 함께 물방울을 퉁겼다.<BR><BR>이내 아낙은 머리를 물 밖으로 빼꼼히 내밀며 배 가생이를 쥔 채 매달렸다.<BR><BR>"소녀는 물장구를 칠 줄 모른답니다. 하지만 보시는 것 처럼, 이 강에는 몸을 던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지요."<BR><BR>"사람의 몸은 원래부터 물장구를 칠 줄 몰라도 물에 떠오른다오."<BR><BR>"하지만 보시다시피 소녀는 뱃물결을 따라 걷고 있는 것을요?"<BR><BR>말마따나 아낙의 몸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물을 가르는 모습이 정년 물 위를 걷는 것처럼 보였다.<BR>아낙은 이제 어찌되도 좋다는 듯 앞을 바라보며 유유히 걷기만 하였다.<BR><BR>"이 강물이 낭자의 말대로 정말 얕은지는 내일동이 터야지만 알 수 있겠구려."<BR><BR>"어찌하여 선가요? 지금 강물에 몸을 담가보시면 알 수 있답니다."<BR><BR>"물귀신은 사람을 유인하여 물깊은 곳으로 끌고 간다지 않소?"<BR><BR>"소녀가 물귀신이라면 진즉에 배를 흔들어 뒤집진 않았겠나이까?"<BR><BR>아낙의 논리에 말이 막이며 가슴이 뜨끔했지만 나는 그래도 믿음이 서질 않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BR>아낙은 나의 궁색해짐을 비웃는다는냥 미소가 점점 깊어져 갔다. 아낙은 대뜸 손을 내밀어 내게 청했다.<BR><BR>"그럼, 소녀에게 칼자루를 빌려주시어요. 소녀 발밑에 밟히는 바위를 튕궈 소리를 들려드리리다."<BR><BR>칼자루를 내놓으라는 말해 당황하자, 소녀는 점점 더 나를 골리는 투로 삐죽 웃어댔다.<BR><BR>"왜 그러시나이까? 칼자루를 잃으면 소녀 같은 도깨비도 못 당하십니까?"<BR><BR>"무인은 자신의 칼을 함부러 내려놓지 않소."<BR><BR>내 말이 내 귀에 울리며 변명처럼 치졸하게 들렸다.<BR><BR>"소녀가 무사님의 칼을 받으면 실수인 척 물속에 칼을 내 버릴까 겁이 나십니까? 아니면 칼을<BR>건내 받자마자, 소녀 혈귀로 변하여 무사님의 칼자루를 씹어 삼킬까 그것이 두려우신 겁니까?"<BR><BR>"나를 조롱하지 마시오."<BR><BR>"하하하."<BR><BR>아낙의 웃음소리에 내가 성난 눈을 하며 눈을 부라렸다. 허나 아낙은 아랑곳 안으며 내게 손을 뻗어왔다.<BR><BR>"소녀 이제 몸이 식은 듯 합니다. 고뿔에 걸리지 않게 이만 강물에서 건저주시어요."<BR><BR>아낙이 내민 손을 선뜻 잡을 수가 없었다.<BR>아닌게 아니라 정말 아낙이 나를 잡아 이끌까 겁이 들었다.<BR><BR>"무사님은 일당백은 되실지 모르겠으나, 대두령은 못 될 그릇이외다."<BR><BR>아낙이 나의 도움 없이 배 위로 몸을 휙 하고 얹어 들었다.<BR>배 한켠에 걸린 아낙의 몸이 불안정하여 금방 떨어질 듯 아슬아슬했다.<BR><BR>아낙은 잠시 배 귀퉁이에 걸려 아둥바둥하더니 몸을 성큼 내밀며 배 안으로 올라탔다.<BR><BR>"무사님."<BR><BR>"..."<BR><BR>내가 마음이 상해 대답을 안 하는 것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아낙을 말을 이어갔다.<BR><BR>"이 곳에 정녕 도깨비가 나타난다면, 무사님께 떼로 덤벼들 것이란 생각은 안 드시더이까?"<BR><BR>"도깨비는 사람을 골리는 것이 재미져서 하룻밤 세 가지고 논다 들었소."<BR><BR>"무사님은 그런 풍문을 정녕 굳게 믿으시는군요. 소녀의 진실엔 미동조차 없으시고."<BR><BR>"내 눈으로 보기 전엔 믿을 수가 없소."<BR><BR>"그럼 살아생전 도깨비를 만난 일이 있으시외까?"<BR><BR>좀 전부터 아낙의 말에 일일이 말문이 막혔다. 사실 도깨비란 것은 항상 풍문으로만 접해온 나였다.<BR>내가 뱉은 말의 모순을 꿰뚫는 듯한 아낙의 질문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BR><BR>"도깨비 따위 모두가 거짓부렁 입니다. 아이들을 골려주려는 어른들의 말장난 따위<BR>사내대장부이신 무사님께서 동하여 흔들리지 않는 게 정녕 장군감이라 불리지 않겠나이까?"<BR><BR>아낙에게 더이상 대꾸할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BR><BR>"소녀 옷을 걸쳐도 되겠나이까?"<BR><BR>"왜 그런 것을 물으시오?"<BR><BR>"아직도 소녀가 도깨비라 생각되신다면 이대로 소녀를 품어주시어요. 저는 옷가지가 상할까 두렵습니다."<BR><BR>아낙이 확답을 내리라는 재촉을 빙 돌려 말하는 듯 했다.<BR>외통수에 당한 것처럼 눈앞이 컴컴해 짐을 느끼며 갈등이 일었다.<BR><BR>"소녀를 품으시겠습니까?"<BR><BR><BR><BR><BR>-4부 끝-<BR><BR><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