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ED src=http://pds24.egloos.com/pds/201206/23/71/06_My_Machine.swf wmode="transparent"> <P><BR><BR><BR>아낙은 나를 설득할 자신이 있다는 듯 의기양양했다.<BR>아낙이 눈을 슬쩍 흘기며 옆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BR><BR>"도깨비란 본디 피가 냉수처럼 차갑다지요. 그 살껍데기는 얼음장 같아,<BR>사람이 그 살가죽에 닿으면 소름이 돋고 정기를 빨려 힘이 빠진다 합니다."<BR><BR>아낙이 불쑥 손을 내밀었다.<BR><BR>"소녀가 넘어질까 배려하시며 좀 전 배에 오를 때에도 무사님은 소녀의 살깟을 닿으셨지요.<BR>그때 저의 몸뚱아리가 차가운 얼음장 같았습니까? 기억이 애매하시다면 다시 제 손을 잡아보셔도 좋습니다."<BR><BR>아낙이 해답을 낸 듯 당당하게 굴었다. 아낙의 허연 손바닥이<BR>내 확인은 재촉하며 위, 아래로 두어 차례 꿈틀꿈틀 움직였다.<BR><BR>아낙이 뻗은 손을 가만히 잡자 과연 사람과 같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BR>내가 손을 잡은 체 한참 동안 입을 다물자 아낙이 스르륵 손을 빼며 뒤로 가져갔다.<BR><BR>"이제 수긍이 가십니까? 소녀가 아직도 도깨비로 보이십니까?"<BR><BR>"도깨비라면 요술을 부릴지도 모르는 것이지요?"<BR><BR>"반대 손까지 내어 드려야겠습니까?"<BR><BR>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BR><BR>"소녀의 온몸을 더듬어 보셔야 믿으시겠답니까?"<BR><BR>"낭자가 정녕 도깨비라면 이런 요술을 부려 사람을 홀렸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료."<BR><BR>"소녀가 색을 드러내고 무사님게 추파라도 던진단 말씀이십니까?"<BR><BR>"처음 본 남정네에게 손을 잡아보라 부추기는 아낙은 드물지 않겠습니까?"<BR><BR>아낙이 턱을 괴며 못마땅한 듯 눈을 찡그렸다.<BR><BR>"무사님은 용맹한 대장부인냥 행색을 하시더니, 순 난봉꾼이시군요?"<BR><BR>"제가 말씀이십니까?"<BR><BR>"그렇지 않사옵니까? 제가 도깨비라면 저를 겁탈하시겠다며 엄포를 놓으시곤, 제가 사람인 증거를<BR>내밀어도 믿어주시질 않으니. 무사님은 그저 처음보는 아낙을 품고싶어 밤길을 나서신 것이지요?"<BR><BR>아낙의 말은 이치가 맞았다. 과연 도깨비들이 재치가 뛰어나다 하더니 나로 하여금 혼란이 들게하는<BR>완벽한 한 수를 둔 것처럼 느껴졌다. 눈앞의 여인이 도깨비라면 정녕 소문 속의 도깨비들 묘사가<BR>정확하고 탁월했다는 것의 증명이 되는 것이다.<BR><BR>아낙은 마치 자신이 도깨비가 아닌, 사람이라는 걸 호소하며 나를 홀렸다.<BR>처음보는 남정네에게 맨살을 만지게 허락했는 것이 가장 유력하게 생각되는 이유였다.<BR><BR>그리고 그 와중에 은근슬쩍 자신이 겁탈당할까 두렵다는 듯 어린 사슴과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BR><BR>아낙이 사람일 경우, 내가 아낙에게 보였을 무례함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BR>이것이 도깨비의 농간이라면 정말 탁월한 연기와 재치에 박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 예리하고 절묘했다.<BR><BR>"낭자의 손에서 온기가 느껴진다고 하여 낭자를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BR><BR>"어찌하여섭니까? 무사님은 소녀의 몸을 더듬기 위해서 궁색한 변명을 하고계신 거지요?"<BR><BR>아낙이 나의 주장하는 바를 근본부터 부정하며 도발을 했다.<BR>순간 내가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또한 도깨비의 농간처럼 생각이 들었다.<BR><BR>"무사님은 저에게 욕정이 드신것 아닙니까?"<BR><BR>아낙이 나를 난봉꾼 취급하자 내가 그녀를 도깨비로 몰던 행동들이 무색하고 민망스러워졌다.<BR>나는 다른 곳에서부터 다시, 이 이야기에 접근하지 않는다면 아낙과의 기싸움에서 패배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BR><BR>"저는 이 깊은 밤, 나루터에서 낭군님을 기다렸다는 낭자의 말씀을 신용할 수 없습니다."<BR><BR>아낙이 서운한 느낌의 미소를 보였다. 그리곤 말을 잇지 못하며 이내 눈물을 쏟을 듯 서글픈 표정을 하였다.<BR>나는 또한번 아낙이 도깨비라는 생각이 들며 절묘한 표정변화에 감탄을 아니 할 수 없었다.<BR><BR>"예, 소녀는 낭군님을 기다렸던 것이 아닙니다."<BR><BR>"옛?"<BR><BR>나도 모르게 천박한 생목소리가 터졌다. 아낙이 순순히 자신의 모순을 인정하자,<BR>나는 오히려 깊은 당혹감을 느꼈다. 내 눈앞에 보이던 승기가 저만치 도망가는 듯 아찔한 마음이 들었다.<BR><BR>"소녀는 그저 강물을 내려다보며 시간을 때우려 거닐었을 뿐입니다."<BR><BR>아낙이 이치를 따질 수 없는 말을 내뱉자 머릿속이 텅텅 빈 것처럼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BR>나는 아낙의 또 다른 허점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의식을 깨워 흔들었다.<BR><BR>"그럼, 낭자는 어찌하여 온통 허연 옷으로만 치장하였소?"<BR><BR>아낙이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나를 쏘아보았다.<BR><BR>"허연 옷가지를 입은 것이 소녀가 도깨비가 되는 이유라는 말씀입니까?"<BR><BR>"통상적으론 받아들여지지 않는게 순리인 듯싶소만?"<BR><BR>"그렇다면 무사님은 틀에 박힌 생각뿐이 할 줄 모르시는 분 이시군요."<BR><BR>아낙이 내 말문을 하나씩 닫아가며 나의 입지를 좁혀왔다.<BR>다음에 무슨 말을 이어가야 할지 먹먹해져 왔다.<BR><BR>아낙이 배 밑으로 다시 손을 가져가며 손가락으로<BR>물을 쓸어내며 부드러운 곡선모양으로 물결을 만들었다.<BR><BR>"그럼, 소녀가 사람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해 드리지요. 이 이야기가 못 미더우시다면<BR>무사님은 저를 품으시고 욕된 저의 정절을 위해 최소한의 예의로 저의 목을 베어주세요."<BR><BR>아낙의 굳은 표정에서 진정성과 알 수 없는 패기가 느껴졌다.<BR><BR><BR><BR><BR><BR><BR>-3부 끝-<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