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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527260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16
    조회수 : 1290
    IP : 119.195.***.230
    댓글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9/14 13:59:33
    원글작성시간 : 2012/09/14 08:20:55
    http://todayhumor.com/?humorbest_527260 모바일
    배경음) 뱃놀이 -2부-
    <EMBED src=http://pds24.egloos.com/pds/201206/23/71/06_My_Machine.swf wmode="transparent"> <P><BR><BR><BR>자리를 잡고 앉아 아낙을 바라보았다. 조금씩이었지만 배가 물결에 부딪히며<BR>흔들리고 있음에도 아낙은 태연히 배 귀퉁이에 서서 먼 곳만을 주시했다.<BR><BR>"그렇게 너무 빤히 들여다보시면, 제가 무안스럽습니다."<BR><BR>아낙이 나를 내려다보며 웃음을 지었다.<BR><BR>돗하나 세우지 않은 배가 물살을 못 이기며 슬금슬금 강길을 떠내려가고 있었다.<BR>아낙은 내가 무슨 말을 하기라도 바라는 듯 입술을 앙다문 체 나를 내려다보았다.<BR><BR>"낭자는 이 시간에 이런 곳에서 무엇을 하고 계셨답니까?"<BR><BR>"함께 뱃놀이를 떠나 줄 낭군님을 기다리고 있었지요?"<BR><BR>"그분께선 어찌 이 시간까지 자리에 오시지 못 하셨답니까?"<BR><BR>"글쎄요. 저 강바닥 밑에서 밤잠을 이루시는지, 저 나무 위에서 달구경을 하고 계신지, 저도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BR><BR>아낙이 스르륵 하고 치맛자락을 끄는 소리를 내며 내 앞에 다가와 자리를 잡았다.<BR>아낙은 고개를 슬그머니 내민 체 게슴츠레 눈을 뜨며 교태를 부리듯 내 얼굴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BR><BR>"무사님께서는 왜 이 야심한 시각에 잠을 못 이루시는 지요?"<BR><BR>"최근 들어 바람이 차갑다 보니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지 않고선 잘 잠에 못 들곤 합니다."<BR><BR>아낙이 내 눈을 응시한체 깊은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다.<BR><BR>"허리에 칼자루까지 매시고 말씀이십니까?"<BR><BR>아낙이 손을 입가에 가져가며 소리내어 웃었다.<BR>아낙의 웃음소리에 내 마음을 들킨 듯 뜨끔한 기분이 일었다.<BR><BR>"무인으로서 밤길을 나설 때에는 불안한 마음이 들다보니,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BR><BR>"괜찮습니다. 무사님께서 저를 희롱하시려 검을 빼드시지만 않으신다면야 그깟 철덩어리 무슨 소용이 있겠답니까?"<BR><BR>이런 시각 모르는 아낙과 단둘이서 강에 배를 띄운다니, 연인 사이가 아니고서야<BR>돌팔매를 맞아 죽을 행동이었지만, 나는 아낙이 사람이 아닐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BR><BR>밤이 깊었음에도 아낙의 머리칼은 다부지게 정돈되어 말끔했고<BR>허연 옷가지를 둘러 입었음에도 어디 한 곳 얼룩이 진 행색이 없었다.<BR><BR>"왜요. 제가 도깨비가 되어 무사님을 덮칠까 겁이 나십니까?"<BR><BR>아낙이 웃으며 말하자, 그 웃음소리가 비웃음처럼 기분 나빴다.<BR>아낙은 내가 기분 언짢은 얼굴을 하고 있음에도 기죽지 않으며 말을 이어나갔다.<BR><BR>"사내대장부께서 도깨비 하나에 이리도 긴장을 하셔서 어찌합니까?"<BR><BR>"이곳의 도깨비들은 사람을 홀려 목의 피를 취한다지요?"<BR><BR>"풍문은 항상 살을 찌우며 떠다니는 법이랍니다."<BR><BR>아낙이 손을 뻗어 배 밑에서 흐르는 물살을 갈랐다.<BR>물살이 아낙의 손에서 양갈래로 흩어지며 유유히 퍼져나갔다.<BR><BR>"무사님."<BR><BR>"예, 말씀 하시지요."<BR><BR>"풍문이 사실이라면, 이 강 밑에는 죽은 사람들의 주검이 쌓여 있겠지요?"<BR><BR>"풍문이 사실이라면 분명 그렇겠지요."<BR><BR>아낙이 물에 담갔던 손을 슬며시 꺼내며 나를 바라보았다.<BR><BR>"그럼, 무사님은 소녀가 이 강 밑에 그 사람들은 밀어 넣었다고 생각하십니까?"<BR><BR>아낙의 낯에 언뜻 억울한 기색이 보였으나 이내 표정을 밝히며 다시 입을 열었다.<BR><BR>"소녀가 도깨비라면 어쩌실 셈이시랍니까?"<BR><BR>달이 높게 떴는지 강을 훤히 비추었다. 해맑은 아낙의 얼굴이 마음을 녹이는 듯<BR>혹여 아낙이 정녕 보통의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BR><BR>"그 허리춤의 칼을 빼들어 소녀의 목을 내치시겠습니까?"<BR><BR>"낭자가 도깨비라면 난 이 자리에서 낭자의 입술을 빼앗고 낭자를 품을 것이오."<BR><BR>아낙은 순식간에 얼굴을 굳히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BR>동그랗게 커진 두 눈에 불안함이 비추듯 눈동자가 흔들렸다.<BR><BR>"무사님, 농이 지나치시군요."<BR><BR>아낙은 화가 난 듯 이를 악문체 나를 노려보았다. 아낙의 화난 기색에도 이상하게 미안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BR>미안한 기분은커녕 오히려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난 굳이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미소를 지었다.<BR><BR>아낙은 내게 큰 실망감을 느낀 듯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바닥으로 시선을 깔았다.<BR><BR>"만일 낭자가."<BR><BR>아낙이 내 말소리에 슬쩍 눈을 치켜떴다.<BR><BR>"만일 낭자가 사람이라면, 내 약조를 하리다."<BR><BR>아낙은 금방 기분이 풀린 듯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되물었다.<BR><BR>"소녀에게 무슨 약조를 하시겠습니까?"<BR><BR>"낭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 드리지요."<BR><BR>"무엇이든 말씀입니까?"<BR><BR>아낙이 눈을 번쩍 뜨며 미소를 보였다.<BR><BR>"백두산 이무기의 혓바닥을 가져다 달라신다면 머리통을 잘라오고,<BR>백년을 묵은 산삼을 캐오라신다면 낭자의 허벅지만한 천년삼을 캐오도록 하지요."<BR><BR>"소녀와 함께 이 강 밑으로 들어가자 하며는요?"<BR><BR>"어려울 것 없지요. 이런 좁은 강물이 아니라 저 먼 곳에 있는 바닷물에라도 들어가겠습니다."<BR><BR>"별을 따다 달라고 하며는요?"<BR><BR>"달을 따다 드리지요."<BR><BR>아낙이 신이난다는 듯 환히 웃다가 금방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곤 고개를 뉘이며 불만인 표정을 했다.<BR><BR>"무사님은 제가 천상 도깨비인 줄로 아시는 군요."<BR><BR>내가 끄덕이자 아낙은 잠시 침묵했다.<BR><BR>"그럼 무사님은 제 입술을 빼앗을 셈이시랍니까?"<BR><BR>자신을 겁탈할 마음이냐는 직설적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BR>나는 아낙에서 시선을 피하며 꿀꺽하고 마른침을 한번 삼켰다.<BR><BR>"제가 도깨비라면 왜 저를 품으시겠다는 겁니까?"<BR><BR>내가 아낙을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자, 아낙은 내 대답을 기다리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BR><BR>"낭자가 도깨비라면 저는 낭자를 품고 낭자를 제 것으로 만들고 싶습니다."<BR><BR>"제가 무사님에 것이 되는 것에 무슨 이로움이 있답니까?"<BR><BR>"천하 어느 곳에서도 도깨비와 혼례까지 치룬 용감한 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BR>낭자처럼 고운 도깨비라면 마다할 바도 아니지만, 저는 도깨비와 백년가약을 맺음으로써 저의 진실 된<BR>용맹함을 세상에 알리고 싶습니다."<BR><BR>"흠~, 그럼 어찌하면 제가 도깨비가 아니라는 것을 믿어주시려는 겁니까?"<BR><BR>"그것은 아직까지 잘 모르겠습니다."<BR><BR>아낙이 알 수 없는 기묘한 웃음을 흘렸다.<BR><BR>"제가 도깨비가 아니란 것을 증명해 보이지요."<BR><BR><BR><BR><BR><BR>-2부 끝-<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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