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ED src=http://pds24.egloos.com/pds/201206/23/71/06_My_Machine.swf wmode="transparent"> <P><BR><BR><BR>어머니가 아내의 등단지를 기분좋게 철썩하고 치시더니 껄껄 웃으시며 말씀하셨다.<BR><BR>"더 이뻐젔네! 더 이뻐젔어~!, 기냥~ 이? 몰라보겠네. 너무 이뻐저서, 잉?!"<BR><BR>아내가 칭찬소리를 어색해하는 듯 뺨을 붉히며 수줍어했다.<BR><BR>평소에도 자주 듣는 칭찬이데 어째서인지 입꼬리가 귓가에<BR>닿을들 환한 미소를 보였다. 다 똑같은 칭찬인데, 괜히 수긍이 안들었다.<BR><BR>편부가정에서 자란 아내였던지라. 어머니는 평소에도 조금은 유난스럽게 아내에게 신경을 쓰셨다.<BR>아내는 그런 어머니의 애정이 조금을 낯선듯 어색함을 들어내는 부분이 있었지만, 아직 어머니의<BR>직설적인 애정표현에 적응이 덜되 소화가 버거울 뿐, 나와 단 둘인 곳에서 어머니 이야기가<BR>나올때면 자주 눈물을 흘리곤 했다.<BR><BR>'딸처럼 굴고 싶다...'는 아내의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기는 아직 조금 시기가 일렀는지 모른다.<BR>허나 어머니는 그런 아내의 모습이 보기가 좋은듯, 낯간지러운 표현도 서슴치 않으셨다.<BR><BR>"머리도 노오~랗게 해가지고 인형같네 그냥!"<BR><BR>"엄마, 아들은?" 하고 농담조를 던지자 모두가 깊은 미소를 지어줬다.<BR><BR>그 전에 비해 부모님 앞에서 한결 어깨에 힘을 뺀듯 아내의 모습이 자연스러워보였다.<BR>나 몰래 준비해둔 선물을 부모님께 건내며 "엄마!"하고 애교부리는 아내의 모습은<BR>타고난 교태꾼처럼 앙증맞고, 사랑스러웠다.<BR><BR>부모님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 나와 아내는는 차를 역 앞에 주차한체 십오분여 거리를 걸어서 돌아왔다.<BR><BR>부모님께 다가가려 애쓰는 아내가 조금씩 애절하게 느껴지며 처음 만났던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다.<BR>처음부터 한사람이었던 두여인의 얼굴이 시간앞에 슬슬 무뎌지며 닮아감을 느꼈다.<BR><BR>아내가 사랑스러워 질수록, 아내에게 죄책감이 들었다.<BR><BR><BR>결혼 2년차에 접어들고, 한번은 직장 동료들과 부부동반 회식모임을 갖었다.<BR>출근전부터 옷매무새를 단단히 하는 아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BR><BR>"어때?" 하고 몇번이고 되묻는 아내가 싫지 않았다.<BR><BR>사람들 앞에 아내와 함께 나서는 것은 여간 드문일이 아니었다.<BR>아내와 함께 회식자리를 찾는 다는 것은 연애기간을 모두 포함하여 처음이었다.<BR>그 반동 때문이었을까. 회식자리의 온 이목이 아내에게 집중되었다.<BR><BR>과연 남들이 말하듯 조금은 새침때기처럼 눈에 날이 서있는 모습을 보니<BR>나도모르게 헛움음이 자꾸만 들었다. 묘하게 기분이 좋아지며 술잔이 진도 좋게 넘어갔다.<BR><BR>"진짜 가까이서 보이까. 장난 아니시네요." 하고 후배놈이 호들갑을 떨자<BR>사람들은 득세같이 달려들며 후배놈의 모가지라도 물어뜯을 듯 나무랐다.<BR><BR>동기가 아내에게 실눈을 뜨며 조용히 물었다.<BR><BR>"솔직히, 왜 쟤랑 결혼했어요?"<BR><BR>한참동안 냉랭하던 아내의 표정이 난감함을 표하며 내 주변에 눈동자를 굴렸다.<BR><BR>"뭘, 왜 결혼해. 대충 얘기해줬잖아?"<BR><BR>내가 대신 대답하듯 나서자 동기가 고개를 휘저으며 다시 물었다.<BR><BR>"재수씨 솔직히요. 예?"<BR><BR>나와 눈이 마주친 아내는 슬슬 입모양을 둥글게 말더니 깊은 눈웃음을 첬다.<BR><BR>"처음에 이이가요..."<BR><BR>"네, 네 저새끼가요. 네."<BR><BR>아내가 반줌을 쥔 손으로 조신이 입을 가린체 웃었다.<BR>조금은 술기운이 오른듯 뺨이 달아올라 선분홍색으로 번저있었다.<BR><BR>"저를 막대하는 줄 알았어요."<BR><BR>"어떻게요?"<BR><BR>"그 왜, 남의 팀실에 찾아와서는 보통 안그러잖아요. 남에 자리에 앉아서 거드름 피우고."<BR><BR>"쟤가 그랬다구요? 저 놈이? 재수씨한테? 진짜로?"<BR><BR>"네. 근대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너무 편하고 좋더라구요."<BR><BR>"예? 꼴랑 그게 이유에요?"<BR><BR>"그러게요. 꼴랑 그게 이유네요. 저한텐 저를 그렇게 편하게 봐주는 사람이 드물었어요.<BR>살쩠다고 팔뚝살 막 잡고 농담하고, 이상하게 자존심 상하다가도 좋더라구요. 이이가."<BR><BR>동기가 반만 수긍한다는 듯 두어번 고개를 끄덕였다.<BR><BR>"근데, 요즘은 잘 안그래요..."<BR><BR>"예?!??"<BR><BR>아내가 서운한 듯 표정을 어둡게 흐리며 고개를 떨궜다. 사람들이 일제히 나를 노려보았다.<BR>나는 오랜 죄가 밝혀진듯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다른 한켠으론 뜨끔한 느낌이 들어 가슴한켠이 아렸다.<BR><BR><BR>아내의 표정이 흐리다. 아내가, 서운해한다.<BR><BR><BR>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술기운이 온몸으로 퍼진듯 몸이 나른하고 무거웠다.<BR>웃옷을 대충 벗어 팽기치고 침대에 쓰러지자 아내도 냉큼 옆에 쓰러지듯 누웠다.<BR><BR>고개를 들어 아내를 잠시바라보다 "취했어?" 하고 물으니 대답이 없었다.<BR><BR>다음날 아침, 쌀쌀한 기운에 눈을 떴다. 아내와 난 이불도 덮지 않은체 그대로 잠이 들었다.<BR>아내가 내 품 깊숙히 머리를 끼워맞춘체 안겨있었다. 단발머리가 좋다는 말에 이후로 아내는<BR>머리를 기른적이 없었다. 흘러내린 머리칼을 옆으로 살살 쓸어 넘기자 곤히 잠든 아내의 얼굴이 보였다.<BR><BR>내가 기억하던 얼굴보다 더 오랜기간 봐온 얼굴. 이젠 흐릿해져가는 예전의 얼굴을 떠올리며<BR>무덤덤한 마음이 이는 것을 느꼈다. 그 무덤덤함 마저 무덤덤하다는 생각이 들다가 문득<BR>기억속의 아내가 '못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가랑비에 젖어드는 것 처럼 천천히 스미는 충격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BR>흔들어 봤지만 한번 떠올라버린 생각은 머리속을 이리저리 헤집으며 잡히지 않았다.<BR><BR>언제 잠이 깨었는지 알 수없는 아내가 옆으로 흐른 내 눈물을 훔치며 물었다.<BR><BR>"왜 울어 자기?"<BR><BR>내가 변명할 말을 찾지 못하고 머뭇거리자.<BR>아내가 쌩긋 웃으며 물어왔다.<BR><BR>"꿈꿨어?"<BR><BR>"아니."<BR><BR>"그럼 왜 그래?"<BR><BR>"나도 니가 편해서 좋았어."<BR><BR>"음?"<BR><BR>"그러니까, 서운해 하지마."<BR><BR>"자기 어제밤 일 다 기억하는구나?"<BR><BR>아내가 내게 입을 맞추곤 자세를 가다듬어 더 가슴 깊히 안겨왔다.<BR>아내를 처음 가슴에 안았던 것 처럼 마음이 평안했다.<BR><BR>이제 두번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게되며<BR>머리속이 검게 물들어가듯 아무런 생각도 들지가 안았다.<BR><BR>흐리멍텅하던 아내의 옛 얼굴이 다신 떠오르지 않을 것처럼 아련함하게 느껴젔다.<BR><BR><BR><BR><BR><BR>-4부 끝-</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