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ED src=http://pds24.egloos.com/pds/201206/23/71/06_My_Machine.swf wmode="transparent"> <P><BR><BR><BR>결혼하고 반년이 조금 안됐을 무렵.<BR><BR>점심시간, 팀의 선후배들과 회사 앞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BR>내가 김치찌개를 주문하자 옆에 앉은 선배가 어깨로 나를 뚝하며 밀쳤다.<BR><BR>"새끼, 요즘 살맛나지?"<BR><BR>그 소리를 듣자 입사동기 녀석이 거들듯 입을 열었다.<BR><BR>"와, 넌 진짜 좋겠다. 재수씨가 완전히~"<BR><BR>"경리과에 그분이죠? 그분?"<BR><BR>입사 신입인 후배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약간 흥분조로 야단을 떨었다.<BR>나는 사람들의 질문세례에 되려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어 사람들에게 물었다.<BR><BR>"왜? 뭐가?"<BR><BR>동기가 내 목덜미를 손날로 슬쩍치더니 말했다.<BR><BR>"임마, 회사에서 제일 이쁜여자를 낚아갔으면 죄송한 표정을 지어야지. 왜?! 뭐가?! 이지랄은! 이 새끼!!"<BR><BR>"저도 입사해서 사람들한테 듣고 깜짝 놀랐어요. 저보다 어린줄 알았는데 결혼했다고해서."<BR><BR>선배가 한심한듯 신입을 처다보며 말했다.<BR><BR>"너는 마, 일이나 열심히 해, 마 자식아. 어딜! 쯧..."<BR><BR>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BR>나는 사람들이 아내의 칭찬을 뱉을 때마다 머리에 쇠망치를 얻어 맞는 기분이 들었다.<BR><BR>"우리 집사람이 정말, 그렇게 예뻐? 다들 그렇게 생각했었어?"<BR><BR>나의 사뭇 진지해진 표정에 사람들이 일순 조용해 졌다가<BR>무슨 헛소리냐며 사람 염장을 지른다는 투로 나를 나무랐다. <BR><BR>점심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는길 경리팀과 같이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아내를 멀찌감치에서 바라보았다.<BR>어느새 머리칼이 저렇게 길어졌을까? 선들선들 부는 바람에 부딪히며 걸음을 옮길때마다 허리춤까지 오는<BR>머릿결이 들썩였다.<BR><BR>선배가 내 옆구리를 쿡찌르면서 "왜? 그렇게 예뻐 죽겠냐?" 하고 묻는데<BR>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 정신이 몽롱해져 왔다.<BR><BR>멀찌감치에서도 우리쪽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경리팀원들이 아내에게 무엇인가 호들갑을 떨며 이야기했다.<BR>그러자 이내 아내는 고개를 돌려 내가 있는 곳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BR><BR>결혼을 한지 반년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부러워하며 푸념을 늘어놓는 것을<BR>들으며 나는 이상하게 가슴속에 불안감이 점점 커져감을 느껴야만 했다.<BR><BR><BR>'난 저 여인에게 지금까지처럼 스스럼없는 농담을 할 수 있을까?'<BR><BR><BR>그 이후부터 아내가 나를 향한 어떤 행동들 이라면 어떤 것이든 거부감이 일었다.<BR>출근길 조수석에 앉은 아내가 껌을 손에 집어 내 입앞에 들이 밀었다.<BR><BR>"껌!"<BR><BR>나는 아내의 애교섞인 행동들이 신경질 나면서도 겉으로는<BR>태연한척 웃음을 지으며 껌을 넙죽 받아 질겅질겅 씹었다.<BR><BR>아내는 부쩍 웃음이 늘어, 별것 아닌 일에도 슬며시 미소를 짓고는 했다.<BR><BR>처음 아내는 이십대 후반이나 삼십대 초반 여성들의 이미지처럼 조용한 편이었고<BR>웃음이 헤프단 느낌이 없었다. 조수석에 아낼 태우고 드라이브 할때면 내 옆에 앉은 여인이<BR>내 평생의 짝이라는 것에 자부심마저 느꼈것만, 지금 내 옆에서 괜히 기분이 들떠 있는 이 사람은<BR>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어디 대학교의 새내기학생처럼, 달라보였고 이질감이 들어 미안하면서도 싫었다.<BR><BR>나는 아내의 존재 자체를 참으며 살아야했다.<BR>가끔이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으며 인생에 회의감이 생기기 시작했다.<BR><BR>이후로 잘 못느꼈을지 모르나. 나는 아내에게 필요한 것 외의 대화를 걸지 않게되었다.<BR><BR><BR>이후 결혼 일년이 조금 안됐을 무렵.<BR><BR>경리팀 팀장님과 잠시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던 때였다. 경리팀장님은 30후반의 유부녀로<BR>깐깐한 성격은 물론이고 원래부터 성질이 사나운편이라 후배사원들에게는 말한번 붙여보기 힘든 선배였다.<BR><BR>경리팀장님이 흡연실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곤 얼른 꼬았던 다리를 고처 앉은체 스스로 최대한 자연스러운척<BR>창 밖을 응시했다. 그런 내 행동이 가소로웠는지 귀여웠는지 경리부장님은 "하" 하고 헛웃음을 치시곤<BR>내 앞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은체 담배에 불을 붙였다.<BR><BR>"너 대단하더라?"<BR><BR>"네?"<BR><BR>경리팀장님이 한손에 든 커피를 홀짝하고 넘기더니 말을 이어갔다.<BR><BR>"대, 단, 하, 다, 고."<BR><BR>"뭐가요?"<BR><BR>팀장님의 입꼬리가 슬쩍 들리며 미소가 새겨지자, 기묘한 정적이 느껴젔다.<BR><BR>"경리팀의 얼음공주를 그래, 일년만에 저렇게 녹여놨어? 어떻게?"<BR><BR>"저희 집사람 말씀이세요?"<BR><BR>"그래~, 너네 마누라. 요즘 아주 흐물흐물해 그냥. 입사하고 내가 걔 한번 웃는걸 못봤는데, 요즘 보기좋아. 아주."<BR><BR>"아니에요. 원래 집사람 잘 웃어요."<BR><BR>팀장님이 코웃음을 치며 가소롭다는 듯 얼굴한껏 일그러트리며 웃었다.<BR><BR>"너한테만 그런거겠지."<BR><BR>"아, 아하, 하하."<BR><BR>"아니면 그 전부터 그렇게 남자들이 못살게 구는데, 너한테만 그렇게 들러 붙었을라구?"<BR><BR>난 얼굴을 굳히며 팀장님을 바라보았다. 팀장님은 내 표정따위엔 개의치 않는듯 말을 이어갔다.<BR><BR>"홍보팀에 김대리, 개발부의 차차장, 영업팀 박팀장. 우리회사 날고 긴다는 애들<BR>다 얼음공주한테 나가 떨어졌잖아. 하긴 그렇게 이쁘면 나같았어봐. 그냥 부자집에 시집가서..."<BR><BR>귓속에 싱~하는 백색소음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후배가 어떤심경인지 헤아리지도 안고<BR>실컨 떠드는 팀장의 뺨을 후려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체 이를 악물고 인내심을 발휘해야했다.<BR><BR>"아무튼 너 진짜 대단해."<BR><BR>팀장은 기특하다는 듯, 칭찬이라는 듯 내 등을 툭툭 두르리며 흡연실을 빠져 나갔다.<BR>얼마 안있어 다가올 결혼 일주년을 생각하면서 눈앞이 흐려젔다.<BR><BR>내가 사랑한 여인이 나 때문에 행복에 겹다는 사실을 알았지만,<BR>내가 사랑하던 여인은 지금 영영 먼곳으로 떠난 것 같은 이별감을 느꼈다.<BR><BR>눈물이 확칵 쏟아질 것만 같았지만 누구하나 붙잡고 하소연 할 곳이 없었다.<BR><BR><BR>"제 아내 좀 돌려놔 주세요. 결혼 전의 평범했던 제 아내 좀 찾아주세요."<BR><BR><BR><BR>-2부 끝-</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