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ED src=http://pds24.egloos.com/pds/201206/23/71/06_My_Machine.swf wmode="transparent"> <P><BR><BR><BR>결혼 3년차.<BR><BR>다리를 모아 틀어 앉은체 TV를 보고있는 아내.<BR>드라마에 열중인 얼굴속에 아직 남아있는 예전의 모습이 얼핏 스치는 듯 하다.<BR><BR>나는 아내의 옆켠으로 다가가 슬쩍 어깨동무를 하며 자리를 잡았다.<BR>아내는 그런 내 입가에 말없이 사과 한조각을 집어들곤 먹으라는둥 가만히 멈춰섰다.<BR><BR>내가 사과를 받아 입을 우물거리며 아삭아삭 씹는 소리를 내자 아내가 빙그레 웃으며 날 바라보았다.<BR><BR>"사과 잘 샀지? 응?"<BR><BR>틀림없이 내 아내다.<BR><BR>아내는 빈 사과접시를 보고는 "하나 더 깎을까?" 하고 물었지만 나는 별로 생각이 들지 않아 고개를 흔들었다.<BR>내가 고개를 흔드는 모습에 아내는 다시 TV로 시선을 가져가며 드라마에 몰두했다.<BR><BR>가볍게 어깨에 기대오는 아내의 머리에서 진한 샴푸향이 어려있었다.<BR>위, 아래 입술을 번갈아 삐죽삐죽 내밀며 눈을 가만히 찌푸리는 아내.<BR><BR><BR>나는 너무도 내 아내를 사랑하지만, 어깨에 기댄 이 여자는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아닌 것만 같다.<BR><BR><BR>입사 2년차 시절, 경리실에 있는 아내를 알게되었다.<BR><BR>내 스스로 아내를 평가하기에 이런식의 표현은 조금 얄궂을지 모르지만,<BR>내 아내는 평범했다. 정말 말 그대로 평범한 여자. 평범함, 그 자체.<BR><BR>언뜻 보기에 느껴지는 첫인상, 말투, 목소리, 걸음걸이, 손짓 발짓.<BR><BR>어깨춤을 간지를 듯 말 듯한 약간은 푸석한 느낌의 검은 머리칼,<BR>화장기가 보이지만 그닥 노력의 성과가 없어보이는 전체적인 모양세.<BR>조금 살이 붙었는지 짧은 소매의 블라우스를 입으면 약간 늘어지며 도드라져 보이는 팔뚝 살까지도.<BR><BR>난 그 모든 것을 포함해서 그녀가 좋았다.<BR><BR>어릴적부터 연애에는 젬뱅이였던 나는 여성들에게 자신이 없었다.<BR>그렇다고해서 내 아내를 얕보거나 쉽게 생각했다는 말은 아니다.<BR><BR>다만 난 아내와 있을때 자연스러울 수 있었다.<BR><BR>그런 아내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즐거웠고<BR>나의 푸념에 맞장구를 치거나 나의 농담에 큰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녀가 너무 좋았다.<BR><BR>친구들이 이야기 했었다.<BR><BR>내 스스로가 여자에게 인기가 없는 것이 아닌 여자에게 인기가 없을 것 같은<BR>자신 스스로에 대한 비굴함이 날 인기없는 남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BR><BR>그들의 개똥철학을 귀담아 들어보려 노력했다만, 나는 나였다.<BR>나는 자신이 없다. 없는 자신감을 돈주고 대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BR>그들이 말하는 자신감이란 것은 내겐 너무 어렵고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BR><BR>하지만 아내에게 만큼은 달랐다.<BR><BR>아내는 내가 함께하기에 너무 안락했다. 내가 편해질 수 있는 이성을 만난 것에 대한<BR>환희감에 몇날, 몇일, 몇달을 행복감에 젖어있었다. 그녀를 내 운명이라고 굳게 믿었고<BR>그 믿음은 시간이 지나며 돌덩처럼 굳어만 갈뿐 단 한치의 흔들림도 생기지 않았다.<BR><BR>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결혼반지를 건냈을때,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결혼을 승낙해 주었다.<BR><BR>그녀가 내 것이 되어준 이후로, 세상도 내 것이 되었다.<BR>출근길 막힌 도롯가에 정신없이 울리는 경적소리도 정겨웠다.<BR>길막고 어정어정 걷는 비둘기새끼들 마저도 사랑스러웠다.<BR><BR>나는 그녀에게 새로운 세상을 받은 것이다. 그 모든 행복들을.<BR><BR><BR>결혼 전까지만...<BR><BR><BR>결혼 후 처음으로 아내와 장을 보러 나갔을 때였다.<BR>대형마트에서 카트를 끄는 내 옆에서 아내가 팔장을 건체 느릿느릿 따라 걷고 있었다.<BR><BR>별 쓸데없는 과자 몇상자와 샴푸 한묶음, 페어 머그컵등을 카트에 싣고<BR>매장을 이리저리 도는데 아내가 생각이 번뜬 든 것 처럼 내게 말했다.<BR><BR>"자기! 오랜만에 갈비찜 해 먹을까?"<BR><BR>"갈비찜?"<BR><BR>아내가 싱글벙글하며 손끝으로 매장 한 구석을 가리켰다.<BR>손끝을 가리킨 곳에는 <특별 할인행사 돼지고기 전 상품 25% 세일>이라고 적혀있었다.<BR><BR>아내는 세일중인 갈비 한 상자를 카트에 실으며 신이 난다는듯 기뻐했다.<BR>그 모습이 흐뭇한지 옆에서 장을 보던 아주머니께서 아내에게 말을 건냈다.<BR><BR>"신혼인가봐요? 참~ 좋겠네."<BR><BR>아내와 난 인상 좋아뵈는 아주머니에게 예의상 고개를 꾸벅하며 웃어보였다.<BR>내가 카트를 밀며 앞으로 나아가자 아내가 금방 다시 내 팔춤에 팔을 엮으며 따라 걸었다.<BR><BR>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아주머니의 말씀.<BR><BR>"색시가 참~ 곱네. 좋겠어~."<BR><BR>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난 그날 아내의 칭찬소리에 작은 소름이 돋았다.<BR>뒤돌아 다시 아주머니에게 꾸벅 고개를 조아리며 슬쩍슬쩍 웃는 아내의 모습.<BR><BR>확실히 아내는 결혼하기 전에 비해 객관적인 측면에서 예뻐보였다.<BR><BR>피부가 밝아지고 어딘지 모르게 머리결에 탄력이 보였다. 슬쩍 입술에 바른 립글로즈가<BR>환한 매장의 조명에 부딪히며 반짝반짝 윤이 흘렀다. 아주머니의 칭찬이 기분 좋은지<BR>아내가 나를 응시했다. 내 눈을 바라보는 아내의 똘망똘망한 두눈이 작은 반달모양으로<BR>매끄럽게 처진 모습이 이상하게 원래에 비해 어려보였다.<BR><BR>아내가 예뻐젔다.<BR><BR>알 수 없는 아내의 이질감이 조금씩 가슴에 피어나기 시작했다.<BR><BR><BR><BR><BR>-1부 끝-<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