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ED src=http://pds24.egloos.com/pds/201206/23/71/06_My_Machine.swf wmode="transparent"> <P><BR><BR><BR><BR>오랜시간 냉장고 문을 열어두자 소녀의 콧잔등으로 송골송골 물방울이 맺혀갔다.<BR>수여분을 침묵으로 일관하던 아저씨는 딸아이의 몸이 상할까 냉장고 문을 조심스럽게 닫더니 거실로 돌아섰다.<BR><BR>"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이 돈의 절반을 드리겠습니다."<BR><BR>아저씨는 서류가방을 거꾸로 털어내며 돈을 거실바닦에 전부 쏟아냈다.<BR>수억원의 돈다발이 툭툭 소리를 내며 맥아리 없이 떨어지곤 거실 이곳저곳에 흩어졌다.<BR><BR>아저씨의 힘들어간 눈에는 간곡하다며 애원하듯 눈물방울이 맺혀가고 있었다.<BR><BR>"내 이야기만 들... 들어주면."<BR><BR>나는 뒤돌아 냉장고를 바라보았다. 아직 어린 소녀의 차가워진 시체.<BR>살해됐다고 하기엔 너무나 말끔한 모습이었다.<BR><BR>"자살인가요?"<BR><BR>내가 아저씨에게 묻자 아저씨는 맺혀있던 눈물을 떨구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BR>아저씨는 바닥에 주저 앉아 주섬주섬 돈다발을 모아 깔끔히 탑을 쌓으며 내 앞으로 스윽하고 밀었다.<BR><BR>"들어 보시겠습니까?"<BR><BR>나는 가만히 제자리에 양반다리를 하며 주저 앉았다.<BR>아저씨는 없는 머리칼을 한번 쓸어 넘기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BR><BR><BR>"저 아이는 올해 스물 한살입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이제 이년이 조금 안됐어요. 중학교 때부터 공부하는게 남들과<BR>달라서 수재소리를 듣고 자랐답니다. 이 근처에서 고등학교를 나올때까진 전교에서 항상 1등만 했었죠. 멍청한<BR>부모 밑에서 유별나게 머리가 영석한 아이가 태어난 겁니다. 사장님은 아이를 키우시는지요? 사장님께서 보시다<BR>싶이 집안 형편이 이모양 이꼴이라, 아이가 공부를 잘한다는 것도 저에겐 부담이............ 부담이 되더군요."<BR><BR>아저씨가 가슴팍에 주먹을 가져가며 쿵쿵 소리내어 찧었다.<BR><BR>"사장님 혹시 A걸스라는 가수 아십니까?"<BR><BR>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BR><BR>"이제 막 유명해지려던 신인그룹입니다. 딸아이는 집안에 대학등록금이 부족하던 것을 미리부터 알고 있었어요.<BR>오래전부터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며 작은 돈을 모으고 있었죠. 고등학교 삼학년 무렵 아르바이트를 하다가<BR>그 신인그룹에서 스카웃제의를 받았습니다. 저도 저희 딸아이도 비교적 등록금을 쉽게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BR>상당히 기뻐했었습니다. 최근에는 방송에서 얼굴을 보는일도 허다했었죠. 혹시 다시 잘 보신다면 기억이 나실<BR>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BR><BR>아저씨는 거실에 내동댕이 쳤던 외투를 주워 올리더니 속주머니에서 하얀 봉투하나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BR><BR>"유서입니다."<BR><BR>"지금 읽어보는게 좋을까요?"<BR><BR>"사장님이 편하신데로 하세요."<BR><BR>내가 봉투에서 편지를 꺼내들자 아저씨는 주머니에서 담배각과 라이터를 집어들곤 불을 붙였다.<BR>총 넉장의 유서, 첫장을 읽고 나서 나도 아저씨에게 담배를 한까지 얻어 피우며 마저 읽어내려갔다.<BR><BR>'악마들', '비디오', '협박', '매일같이', '노리개', '임신'<BR><BR>내가 유서를 다 읽고나서 고개를 들자 아저씨가 이야기했다.<BR><BR>"저는 배운것은 없지만 그렇다고해서 세상 이치를 아주 모르고 살진 않습니다. 전에도 우리아이와 같은 꼴을 맞은<BR>연예인이 있었다고 보도되는 뉴스를 수차례 접했었죠. 그 사람들은 지금 어떻습니까? 죽은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BR>속죄는 하면서 살고 있다고들은 합니까? 저는, 저는 바보지만 알고 있습니다. 세상의 이치는..."<BR><BR><BR><BR>새벽 3시경 소녀의 시신을 정육점 작업 테이블위에 올렸다. 아직 고등학생인 줄로만 알았다.<BR>시신이라서 인지 하얗게 세버린 피부가 마치 눈처럼 차갑게 느껴졌다.<BR><BR>아저씨에게 물었다.<BR><BR>"지켜 보시겠습니까?"<BR><BR>"내가 사장님에게 큰짐을 지웁니다."<BR><BR>아저씨는 고개를 흔들며 한마디를 남기곤 뒤돌아 정육점 소파에 다가가 털썩하고 소리내어 앉았다.<BR>사람들은 나를 미쳤다고 할까? 유서의 마지막 글을 되세기며 나는 소녀의 배를 가르기 시작했다.<BR><BR><BR>'아빠, 저는 이제 죽음이 아니면 씻을 수 없는 병에 걸렸어요. 죄송합니다.'<BR><BR><BR>1주일 후 A걸스 긴급 기자회견이 전국에 생방송 중계되었다.<BR>공중파 3사 모두가 긴급 기자회견에 모습을 나타낸 아저씨의 모습을 내보내고 있었다.<BR><BR>아저씨가 첫입을 때면서부터 타다닥 거리며 플래쉬가 터지는 소리가 부산히 들려왔다.<BR><BR>"제 딸아이는, 제 딸아이는 지난 9월 2일날 자살을 했습니다."<BR><BR>아저씨의 고백을 담는 것에 필사적인 기자들의 아우성이 빗발치는 소리가 들린다.<BR>아저씨는 기자들이 요란스럽게 질문을 퍼붓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BR><BR>"그 이유는, 이유는... 소속사 대표의 상습적인 성상납 강요와 성폭행,<BR>그리고 그 모습을 비디오로 담으며 저희 아이를 희롱하고, 창녀취급한 것 이었습니다."<BR><BR>아저씨는 가슴춤에서 몇장의 종이를 꺼내들더니 종이에 담긴 내용을 읽어내려갔다.<BR><BR>"SBK의 윤덕정PD님과 KBY의 박이명PD님 코왁스 엔터테이먼트의 김광성 대표님, 새동네당의 나지사 의원님<BR>이 사람들은 악마다. 매일밤 나를 번갈아가며..."<BR><BR>아저씨가 유서를 읽어내려가는 중 기자석 방향에서 고함소리와 함께 기자회견을 중지하라는 항의가 빗발쳤다.<BR>아저씨는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다 유저를 고이접으며 다시 가슴춤으로 집어 넣고는 이야기를 계속했다.<BR><BR>"내가 이 자리에서 실명을 거론하고 무슨 지랄을 해도 어차피 당신들은 내일부터 다시 웃고, 다시 새로운<BR>젊은 아이들을 가슴팍에 끼고 놀꺼야. 나는 알 수 있어."<BR><BR>생방송임에도 불구하고 기자석에서 날라오는 욕설이 마이크에 잡히며 그대로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고 있었다.<BR><BR>"윤덕정이 박이명이 김광성이 나지사, 너희들이 우리 딸을 너무 이뻐해줘서. 내가 너무 고마웠어.<BR>내가 그냥 말로만 고맙다고 하기,하기가 미안스러워서 내 사비들여서 당신들한테 선물도 보냈는데, 고기세트 잘 받았어?<BR>당신들 이 방송 보고있어? 당신들이 맛나게 처 드신 고기세트, 그거 우리 딸아이야. 우리 딸 뱃가죽, 다릿고기,<BR>가슴!! 갈비!!! 너희들에게 보내 준 그 고기, 너희 아들, 딸, 마누라, 부모들이 냠냠쩝쩝 씹어먹은 그 고기!!!<BR>그 고기, 우리 딸아이야!!!! 덕정이!!!!!!!!!!!!!!!!! 이명이랑 광성이!!!!!!!!!!!!! 지사 너희 이 개새끼들 우리 딸래미<BR>고기가 맛이 좋았더냐고!!!!!!!! 어차피 이따위 허접한 기자회견으로 너희들한테 아무런 위협 안되는거 나 잘알아.<BR>이런걸론 너희를 벌할 수 없어. 하지만 알아둬. 너의 씻을 수 없는 죄가 너와 너희 부모, 너희 자식들, 너희 배우자로<BR>하여금 사람고기를 씹게 만들고 그 사실을 지금 전국의 국민들이 알아버렸다는 걸. 너희들 알아둬!!!! 알아둬!!!!!!!! 너희!"<BR><BR>기자회견의 영상이 급하게 바뀌며 화면에 아나운서가 멘트를 하고 있었다.<BR>셔터가 내려간 정육점 안 소파 위로 커다만한 철제 서류가방이 덩그러니 누워있었다.<BR><BR>한 소녀가 짙밟히며 받은 돈 수억원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어하는 듯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숨죽이고 있다.<BR><BR><BR><BR><BR>-완결-</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