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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455243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17
    조회수 : 8470
    IP : 119.195.***.65
    댓글 : 1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3/23 15:36:51
    원글작성시간 : 2012/03/21 22:39:17
    http://todayhumor.com/?humorbest_455243 모바일
    BGM) [자작소설] 가출소녀



    (정현)-----------------------------------------------------------------------

    이른 아침. 한대앞역.

    지하철역에서 자주 보는 소녀를 바라보고 있다.

    계단 앞 의자에 앉아 바닥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푹 수그린체 앉아있는 소녀...
    매일 같은 옷, 매일 같은 신발, 언제 손질했는지 도무지 모를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

    ...

    "지금 당고개, 당고개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안전선 밖으로 한걸음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Please behind the yellow line... ..."

    지하철이 도착하는지 마는지는 신경도 안쓰이는 것 같다.
    애초에 지하철을 타려고 온걸까... 아니면 내리고 그냥 앉아있는 걸까...

    열차에 사람이 붐비는 것을 헤집으며 들어가 자리를 잡아섰다.
    문밖으로 소녀가 아직 벤치에 앉아있는게 보인다.

    '뭐하는 여자야?...'


    ... ... ...

    ... ... ...


    "이번역은 한대앞, 한대앞역 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 입니다. This stop is... ..."

    오후 6시 55분...

    '아... 늦었나?... 씨...'

    서둘러 역을 빠저 나오려는데 건너편 승강장에 매일보는 소녀가 서있다.

    '어?'

    얼핏보았지만 느껴지는 이질감... 두걸음을 더 뛰다가 발을 멈추고 다시 소녀를 돌아보았다.
    안전선 밖으로 나와 난간에 등을 대고 가만히 철로를 내려다 보고있다.

    '위험하게... 역무원들은 뭐해... CCTV는 폼인가...'

    PC방 아르바이트가 7시부터 시작이다.
    뛰어가면 5,6분 정도 밖에 지각하지 않겠지.

    계단을 2칸씩 건너뛰어 올라가며 지갑을 미리 손에 쥐었다.


    "띠리리리리리리링 지금 당고개, 당고개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들... ... ..."

    선로에 위태롭게 서있던 소녀가 거슬린다.

    '오늘 하루 종일 여기있었나...?... ... ... ... 병신... 뭔 상관이래... 아... 뛰자...'

    교통카드를 찍으며 역 밖으로 나가는 길.
    지하철 복도창으로 밑의 소녀가 보인다.

    이번 열차도 타지 않은 모양이다. 이젠 난간에 기대지도 안고 더 위태하게 선로끝으로
    붙어 서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위태한 모습에 전혀 관심이 없나보다.

    '말리지 않으면...'

    발이 앞으로 나가질 않는다. 괜한 생각을 하는걸까...

    '괜히 여자한테 찝쩍거리는 한심한 놈으로 보는거 아니야...?'

    쓸대없는 짓이다. 괜히 오해만 산다. 오지랍 넓게 이럴 필요없다.
    아르바이트에 이미 지각했다. 저기가면 괜히 병신취급 받는다.

    '그냥 가던길 가자. 가던길 가자...' 하는 마음과 다르게 뒤돌아 선로끝에 서있는 소녀에게 달려갔다.

    말을 걸기전, 괜히 가슴이 뛴다.

    '뭐라고 말걸지...?'

    내가 소녀에게 다가서자 주변의 시선이 조금 내게로 몰리는게 느껴졌다...
    그래도 아주 신경 안썼던건 아닌가보다...

    "..."
    "..."
    "저기요."
    "..."

    싸늘한 눈으로 나를 흘겨보던 소녀는 이내 다시 땅으로 시선을 돌렸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내 말문을 막고 서있는 것처럼 압박감이 느껴진다.
    말이 잘 안나온다... 역시 괜히 온 것 같다... 괜히 왔다.

    "저기요."

    두번째... 소녀를 부르니 돌아보지도 안는다.

    '아 찌질한 새끼... 아 찌질한 새끼... 그냥 말해... 그리고 가던 길 가면 되잖아...'

    침을 한번 삼켰다. 나에게 몰리던 시선들도 "치..."하는 소리와 함께 조금 줄어 든 것이 느껴진다.

    "저... 여기, 여기 서계시면 위... 그... 위험... 하거든요?"
    "..."
    "저기요!"

    소녀가 나를 찌르는 듯한 눈빛으로 째려보더니
    안전선 안으로 들어오며 말없이 벤치에 앉았다.

    주변 사람들이 책망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아무도 아무것도 어떤말도 하는 이는 없다만,
    마음속에서 "뭐야 저 새끼...", "재 뭐냐? 뭐했냐 방금?" 이라는 메아리가 울린다.

    딱히 잘 못한 것도 없는데 쪽팔린다...

    소녀가 어떻던지 말던지, 창피하기도 하고 계단을
    다시 뛰어 올라갔다. 괜히 아르바이트만 더 늦었다.

    '사장이 지랄하겠네...'


    ... ... ... ...


    (소녀)-----------------------------------------------------------------------

    소녀는 바닥을 바라보는 척하다가 급하게 다시 계단을 오르는 청년을 슬그머니 바라보았다.

    오늘 거의 하루를 이 곳에서 서있다가... 앉아있다가를 반복했다.
    선로앞에 서있는 나에게 역무원이 다가와 "거기 서계시면 안되요. 뒤쪽으로 나오세요."
    라고 한번 말건 적은 있지만... 그 이후로는 누구도,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청년이 계단을 오르며 시야에서 사라질 즈음
    옆에서 어떤 중년의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학생! 그렇게 선로 밖에 서있는거 아니야.
    나도 저 청년이 와서 말 안했으면, 내가가서 말릴려고 그랬어."

    '귀찮다...'

    "네..." 하고 대답하니 아저씨가 뭐라고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오르며 아저씨의 계속되는 말을 피해 도망쳤다.

    '귀찮은 새끼...'

    "학생?... 학생... 어이 학생! 으~른이 말을 하면... 참!..."

    '어른이 말을 하면...'

    새어머니의 웃음이 떠오른다. 눈을 부라리며...
    한번을 꿈쩍안던 눈...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찢어지는 입...


    ... ... ...


    ... ... ...

    집안에 앉아 소녀와 새어머니가 앉아있다.
    새어머니의 쏘아보는 눈이 소녀를 쪼아 잡아먹으려는 듯 하다.

    "넌 니 애미, 그 재수없는 년 쏙 빼다 박았어... ... ... ... 이 싸가지 없는년이 근데, 어른이 말을 하는데!"

    짝!!!!

    "눈을 흘기고... 이! 썅년이 어디서... 쯧!..."


    '어른... 같은 소리...'


    "애비가 미안하다...... 애비가 못나서... 그래도 나는 니편이야... 응? 난 니편이야..."

    내 몸을 더듬는 아버지의 손...
    담배냄새에 쩌든, 언제 닦았는지 알 수 없는 입...

    매일 밤... 매일 낮... 매일...

    시간이 지날수록 당연시 여기는 듯 행동하며 질투가 깊어지는 새어머니...
    도저히 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 소름끼치는 눈... 똑바로 나를 응시하는 눈...


    PC방에 앉아 익명게시판에 글을 올려보니
    <경찰에 신고하세요.>, <미친새끼 지 딸을... 아... 이거 자작아님? 자작나무 타는 냄새...>
    <같은 여성으로 참을 수 없네요... 제발 자작이길 빕니다. 진짜라면 경찰에 신고하세요.>
    <지도 좋으니까 참는거 아니야?> 등등의 댓글들...

    경찰에 신고... 신고하고나면... 신고해서 아버지, 새어머니가 끌려가고나면...
    나는?... 나는 어디에서, 어떻게 하고 살면되?... 모니터앞에 내가 바보처럼 느껴진다.


    잠들어있는 아버지 지갑에서 채크카드를 훔쳐 달아났다.


    ...


    집을 나오고 몇일이나 지났을까... PC방, 찜질방도 지겹고...

    아직 한겨울날 밤의 찬바람... 계속해서 걸었다.
    새벽이 늦은 시간... 알 수 없는 남자의 목소리가 나를 향했다.

    "저기요?"

    선한인상... 잘생겼다. 말끔히 웃는 얼굴...
    낮선 남자의 말에 조금 당황했지만, 알 수 없는 설레임을 느꼈다.

    "지금 들어가시는 길이세요?... 그냥 들어가기 아쉽죠? 한잔 더 하실래요?"
    "한... 잔이요?"

    '술?'

    "저 아직 열여덟이에요... 술 아직..."
    "에헤~이... 다 알아요. 술 드시면서..."
    "아니에요... 정말 술 못해요..."
    "그럼 이시간까지 뭐하셨는데요?"

    '술... 할것도 없는데...'

    "어디서 마시는데요?"
    "좋은데 있어요."

    짧은 길을 걸으며 남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재미있고, 친절한 태도에 금방 친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여기에요."

    불이 전부다 꺼진 알 수 없는 건물...

    "여... 여기요?..."

    갑자기 겁이 덜컥났다. 따라오면 안될 사람을 따라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자의 웃음빛이 이상하다. 갑자기 뒤에서 남자들 두명이 나오며 내 어깨를 감쌌다.

    "자~. 들어 갑시다~"

    저항도 못해보고 몇층을 오르다. 남자들을 뿌리치고
    밑으로 내려가 건물 화장실에 들어서서 철문의 문을 돌려잠궜다.

    남자들이 가만히 철문을 노크했다.

    "아... 이러지 말고 나오세요~..."

    비명이 터져나올 듯한 불안감... 칸막이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구고 가만히 소리죽여 밖의 남자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귀를 기울였다....

    '제발 그냥 가... 제발 그냥 가...'

    똑똑똑... 똑똑똑...

    "크흐흐흐흐흐"
    "낄낄낄낄낄... 낄낄... 낄낄낄낄낄...."

    화장실 철문이 힘없이 끼이이익 하며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 화장실 문 안잠겨요~ 아... 나와요~..."
    "히히 히히힛..."
    "아 빨리 나와요~... 크흐흐흐흐흐... 아~~ 웃겨..."

    눈앞이 캄캄해짐을 느꼈다.
    온몸에 힘이 빠지는 듯 했다.

    조용해진 화장실 안... 남자들의 나가는 발소리도...
    문을 부수고 들어오려는 발소리도... 안들린다...

    귓잔등이 시큰거려 위를 올려다보니 남자 둘이서 옆칸 변기에 올라서
    눈만 빼꼼히 내밀고 나를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었다.

    눈 한가득 담겨있던 웃음이 잊혀지질 않는다.

    ...

    한참을 철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엔... 이번엔 뛰어 내리자... 이번엔 뛰어 내리자... 뛰어 내리자...'

    "띠리리리리리리링 지금 당고개, 당고개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 ..."

    몇일을 뛰어내리려고 하지만 도저히... 안된다.
    몇대째인지 모르는 열차를 또 보내고 다시 난간에 기대어 생각에 잠겼다.

    '죽고싶지 않아...'

    죽고싶지 않다... 죽고 싶은게 아니야...

    '죽고싶지 않아... 살고싶어... 살고싶어... 이렇게... 이렇게 말고... 이런 인생말고... 나도...'


    "저기요."

    '?!!?!.... 모르는 남자...? 안되... 안되... 쓰레기 같은 새끼...'

    "저... 여기, 여기 서계시면 위... 그... 위험... 하거든요?"
    "..."
    "저기요!"

    '저리가... 저리가... 저리가... 저리가... 신경쓰지마... 저리가... 너희 같은 새끼들...'

    남자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길래 가만히 안전선 넘어 벤치에 가 앉았다.
    내가 벤치에 앉자, 남자는 쏜살같이 계단을 오르며 사라졌다...

    '뭐야...? 나보고 걱정되서 온거야?...'


    ... ... ...


    ... ... ...


    ... ... ...



    (정현)-----------------------------------------------------------------------

    이른 아침. 한대앞역 앞...

    아침끼니로 삼각김밥을 뜯으며 계단을 오르려는데
    계단옆에 서있는 소녀가 보였다.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어?"
    "?"

    김밥을 들고 뻘쭘히 눈을 마주치고 있는 내게 뭔가 말을 걸려고 하는 것 같았다.

    '어라? 뭐...? 어? 내가 아닌가?'

    양옆을 두리번 거리다 뒤를 돌아봤다.
    왠 말끔하게 생긴 남자가 한명 씨익 웃음을 지으며 서있다.

    '뭐야...'

    소녀가 내게 말걸려는 줄 알았던 착각에서 깨며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려 발을 옮기는데 말끔한 남자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또 보네요? 잘 있었어요?"

    '아는 사이구나...'

    탁탁 탁탁탁...

    '응?'

    소녀가 뛰기 시작한다. 역 왼켠으로 돌며 정신없이 뛰는 모습이 보인다.
    그것을 잠깐동안 바라보던 말끔한 남자도 갑자기 속력을 내며 소녀를 뒤를 쫒았다.

    '뭐야!'

    나도 모르게 에스컬레이터를 역주행하며 다시 내려왔다.
    소녀가 뛰어간 방향을 향해 뛰었는데 금새 둘의 모습이 시야에 없었다.

    '터널... 왼쪽으로 터널...'

    역 다리밑으로 보행용 터널을 향해 눈을 돌렸다.
    그곳에 소녀의 옷자락을 부여잡은 남자와 바닥에 주저앉은 소녀가 보였다.

    "허억... 허억... 아... 씨발... 왜 뛰는거에요... 아침부터... 허억... 허억..."

    말끔한 남자의 목소리가 터널안으로 미약하게 울려퍼졌다.
    나는 침을 한번 삼키곤 천천히 그 둘에게 다가섰다.

    너무 떨려왔다... 싸움도 잘 못하는데 잘못 말려들면 위험했다...

    '뭐야 울어?'

    가까이 다가서자 소녀가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잘못됐어... 이상해... 아 씨발... 잘못 역이는거 아니야?'

    괜한 영웅심이 들어 뻘짓이나 하는 바보처럼 굴기 싫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야... 뭔가 잘못된 상황이 눈에 선했다.

    내가 있었는지도 모르는 용기를 가슴부터 뱉어내며 소리쳤다.

    "뭐하는 거에요!"
    "응?"
    "지금 거기 뭐하냐구요!"
    "뭐야~... 아...씨발... 아저씨? 그냥 에? 가... 가... 그냥 가..."
    "그냥 가긴! 지금 그 손 못놔요!?"
    "아... 우리 사귀는 사이에요... 얘 내 여자친구니까~ 남에 일에 신경쓰고 가던길 가요~오! 아저씨~!!"

    '여자친구?... 씨발 또 뻘짓거리...'

    "남자친구 아니에요!!!"
    "?!?!?"
    "?!!?!"

    소녀가 목소리가 찢어질 듯 절규하며 소리쳤다.

    "남자친구 아니에요!!! 아저씨!! 아저씨 저 살려주세요!!! 아저씨!!"
    "이~씨!!"

    내가 놀라 눈을 크게뜨며 말끔한 남자를 노려보자
    남자는 급하게 여자를 부여잡던 손을 놓고는 터널 반대편을 향해 달려갔다.

    소녀가 일어나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은체 오열하기 시작했다.

    "흑...흐응... 흑..."
    "..."
    "흑.... 흐윽.... .... .... ... ..."
    "저기요...? 갔어요... 저사람..."
    "흑... 흐윽..."
    "저기요..."

    내가 소녀에 어깨에 손을 집으며 말을 걸자 소녀가 어깨의 손을 뿌리치며
    나를 돌아보았다. 눈 한가득에서 쏟아지는 눈물... 당황스러웠다.

    "만지지마!!..."

    소녀의 두가 두 눈에 잔뜩 힘을 주며 나를 노려보았다.
    난 소녀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궈 바닥을 보았다.

    ... ...

    역 앞의 벤치에 소녀와 앉아 소녀의 울분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근 한시간이 지나자 소녀가 조용해졌다. 소녀는 도로위로 지나다니는
    말없는 차들을 바라보며 가만히... 아무말도 하지 않은체 하염없이 앉아있었다.

    안정이 된듯 보이는 소녀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저..."
    "..."
    "밥은 먹었어요?"
    "?!"

    소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응시했다.


    ...


    역 근처의 김밥천국... 조그만 입으로 하나하나
    꼭꼭씹어가며 계속해서 밥을 먹는 소녀...

    '부족...한가?...'

    "더... 시킬까요?"

    소녀가 또 눈을 동그랗게 뜬다. 괜히 웃음이 나왔다.
    내가 "김밥?"이라며 묻자 대꾸도 안고 눈만 깜빡인다.

    "아줌마 여기 김밥 한줄 더 주세요."
    "어휴~ 총각 밤에 얼마나 그래 그냥... 어쿠크크크크
    얼마나 그랬으면 그냥! 애인이 배가 고파서 그냥! 그래~~!! 어쿠크크크"
    "예?!"

    말없는 소녀의 두뺨이 눈에 띄게 붉은 빛으로 달아올랐다.

    "아~!! 아줌마... 아~ 그거 아니에요~"
    "아! 됐어... 여기 김밥... 총각 그렇게 안봤더니... 호호호호호"
    "하..."

    '아... 뻘쭘하게... 아줌마 참... 섹드립은...'

    밥을 다먹었는지 소녀가 김밥을 조금 남기고 식탁만 처다본다.

    "다 드신거에요?"
    "... 저..."
    "네... 왜요?"
    "저... 오빤... 왜 안드세요?"
    "아~ 저 먹었어요. 좀전에."
    "아..."
    "부족하시면..."
    "아니에요! 아니에요... 배불러요..."

    또 괜히 웃음이 나왔다.

    "학교 안가요?"
    "네?"
    "여고생 쯤으로 보이는데...? 아니에요?"
    "아... 아... 저 그... 스무살이에요. 학교 안다녀요...."
    "아... 그렇구나..."

    가게를 나서며 내가 물었다.

    "아까 그 남자는... 그..."
    "..."
    "괜찮겠어요?"
    "..."
    "하... 집으로 바래다 드릴까요?"
    "..."
    "왜 그래요?"
    "괜찮아요... 그냥 가셔도 되요... 저... ... 감사했습니다..."

    눈가에 눈물이 베이는것 같다. 낌새가 이상하다...

    "아가씨 스무살 아니죠?"
    "?!"
    "몇살이에요...? 집 나왔어요? 집 어디에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저..."
    "..."

    무슨 사정이 있겠지... 그래도 집으로 돌려보내는게 최우선인 것 같다.
    거리에 두기엔... 아까 그 남자도 그렇고 너무 위험해보였다.

    "무슨 일이에요...? 뭐 부모님한테 잘못했어요?"
    "아니요..."
    "부모님하고 싸웠어요?"
    "아니에요..."
    "아까 그 친구는 뭐..."

    내가 캐묻자 갑자기 소녀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뚝... 하고 떨어졌다.

    "갈곳은 있어요?..."
    "..."
    "갈데 어디 없어요?"

    소녀가 절래절래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하... 나 왜이러냐...'

    "따라오세요. 그럼."
    "?!"

    소녀의 눈이 순식간에 커지더니 겁에 질린듯
    소녀의 소매를 잡아끄는 나를 뚤어져라 처다보았다.

    그 눈빛에 나도 놀라 소매를 급하게 놓으며 소녀를 안심시켜야했다.

    "미안해요. 함부러 어디 안잡을게요..."
    "..."

    소녀의 매섭던 눈빛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저를 못믿으시면 어쩔 수 없지만... 제 집이 여기서 걸어서 10분이에요.
    전 이제 학교가봐야 하니까... 저희 집에 혼자 계실 수 있으시면 계시고... 정 못믿으시겠으면..."
    "못믿겠어요"

    고분고분하고 차분하던 소녀의 태도가 급작스럽게 돌변했다.

    "..."
    "..."

    "여기 열쇠에요"
    "?!"
    "여기에서 이 길로 쭉 따라서 큰 횡단보도 하나 건너서 걸으시면 교회가 하나 있어요.
    제일교회라고 길건너 맞은편에... 그 길 옆에는 새마을 금고가 있구요... 거기에 도착하면
    더이상 길 건너지 말고 왼쪽으로 걸으세요. 그러면 커피숖이 하나 있어요. 이름은 XXX에요...
    그 건물 4층에 올라가서 403호... 이 열쇠로 여시면 되요. 열쇠는 이거 하나뿐이니까... 걱정마시구요.
    저를 못믿으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정말 갈곳이 없으면 열쇠... 받으세요..."
    "..."
    "..."
    "..."

    소녀는 열쇠를 가만히 받아들었다.

    "저는 가봐야되요. 잘 찾아갈 수 있겠어요?"
    "..."

    소녀가 끄덕인다...

    '나는... 언제부터 이런 오지랍을 키웠을까... 저 여자가 누군지 알고...... 아... 방... 안치웠....'


    ... ... ...

    ... ... ...

    ... ... ...


    (소녀)-----------------------------------------------------------------------

    '4층 403호... 403호... ... 여기...'

    열쇠를 문에 집어 넣고 가만히 돌렸다.
    열쇠가 사뿐히 돌아가며 철커덕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진짜 열렸어...'

    난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재빨리 집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궜다.
    알수없는 안도감... 따뜻한 방 공기... 누군지 모르는 남자에게...

    갑자기 다리가 풀려 현관에 주저 앉았다.

    ...

    조금 후 정신을 가다듬고 방으로 몸을 돌렸다.

    '담배냄새...'

    피자각, 음료수 패트병, 빈 담배각... 쓰레기들...
    다 말랐지만 그대로 건조대에 걸린 빨래...

    "후..."

    뭔가 해야할 것 같았다. 이유없는 선행을 받았다...
    이해할 수 없는 선행앞에... 그냥 방안에 앉아있을 순 없는 기분이 들었다.

    욕실앞 걸레를 빨아 거실에 던져놓고 쓰레기를 주워 모았다.
    찬장을 조금 뒤저보니 종량제 봉투가 보였다.

    한시간쯤...

    작은 거실에 작은 방 두개... 집이 별로 크지 않아서인지
    신경써 꼼꼼히 청소를 해도 별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방이 따뜻해서인지 청소를 해서 몸이 더워진 탓인지
    창문으로 들어오는 겨울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보일러를 세게 틀었나?...'

    보일러 컨트롤박스 앞에 서자 <목욕>이라는 버튼이 눈에 들어왔다.

    '목욕...'

    채크카드를 훔쳐간 것을 알고 통장의 잔금을 전부 빼버린 후로
    소녀의 주머니엔 미리 뽑아놓은 현금 20만원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돈도 얼마전 길거리의 양아치들에게...

    '씻은지 오래됐는데... 써도... 괜찮나...'

    소녀는 보일러 컨트롤박스 앞에서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목욕버튼을 눌렀다...

    '따뜻해...'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던 소녀는 입었던 속옷과 양말등을 손빨래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막상 입을 옷이 없었다...

    입었던 옷을 손끝 가장자리로 쥐고 냄새를 맞아보니... 별로 좋은 냄새는 나지 않았다...

    '아...'

    그 자리에서 입었던 티를 욕실에 가져가 바로 또 손빨래했다.

    '바지는... 괜찮네...'

    젖은 속옷과 양말, 티셔츠를 건조대 남자의 빨래를 피해서 한켠에
    아슬아슬하게 걸고선 남자의 방으로 보이는 곳에 들어와 한바퀴를 둘러보았다.

    청소할때 대충 옷걸이에 걸어두었던 허름한 박스티셔츠...
    가만히 냄새를 맞아 보았다...

    '담배냄새... 옷 마를때까지만...'

    티셔츠를 입어보니 반팔임에도 소매가 팔꿈치 밑으로 내려왔다.

    '크다... 그렇게 안 커보였는데...'

    따뜻한 방... 왼켠으로 좀전에 정리한 침대가 보였다.

    '... 잠깐만 잘까...'

    몇일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긴장이 풀렸는지 졸음이 쏟아졌다.

    침대위로 잠시 주저 앉더니 푹신한 느낌이 들었다.
    멍~하니 잠시 허공을 바라보다가 이불을 끌어와 침대에 똑바로 누웠다.

    '자도되나?...'라는 생각을 한 것 같았는데 잠이 들었다.
    반은 기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깊게 잠이 빠져들어갔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알 수 없었다.


    ... ... ...


    ... ... ...


    (정현)-----------------------------------------------------------------------

    "뭐? 미쳤어? 모르는 여자한테 집키를 줘? 이거 미친새끼... 돌았구만?"
    "아... 나도 모르겠다..."

    중학교때부터 붙어다니던 친구가 나를 나무란다.

    '아... 욕먹을 정돈가...'

    "야! 씨발... 호의를 가지고 다가간 사람들 등골빼먹는게 이새끼야 요즘 애들 수법이야 병신새끼야!
    빨리 집에가봐... 뭘...봐? 콱! 씨발 지금 강의가 중요해? 개새끼야 뛰어.... 아... 저 호구새끼..."

    정신이 번쩍들었다.

    '아... 씨발 나 뭐하냐... 뭐하냐...'

    서둘러 지하철역으로 달려갔다. 마음이 급해져
    나도모르게 다리를 불안하게 계속하여 떨었다.

    집앞 역에서 내린 후 발걸음이 빨라지다가
    횡단보도의 파란불이 들어온 이후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 씨발... 씨... 어?....'

    생각해보니 집에 뭐 딱히 훔쳐갈 물건 따위는 없었다.
    장정들이 싸그리 집을 털어간다고해도 냄비 몇가지... 옷... 컴퓨터... 라면박스?...

    집으로 뛰어가던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의미도 목적도 알 수가 없게되었다.

    '아... 모르겠다... 일단 집으로 가자...'


    ...


    초인종을 한번 눌렀다.

    '인기척이 없네... 안들어왔나?...'

    키를 괜히 줬다는 생각을 하면서 초인종을 한번 더 눌렀다.

    척척척... 철컥...

    "아! 누구세요?!"

    물을 열려다가 급작스래 당황하는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저에요... 집주인..."
    "아... 네...."

    현관문이 열리자 소녀가 서있었다.

    "..."
    "..."
    "옷..."
    "네? 허?!"

    소녀가 현관문을 닫더니 뛰어가는 소리가 났다.

    '아... 깜짝이야...'

    "죄송해요..."

    소녀가 현관을 열며 말했다.

    "아니요..."

    현관으로 들어서자 거실이 깔끔해진게 눈에 들어왔다.

    '청소...해놨네... 아....씨...'

    "지금 몇시나..."
    "네? 아... 지금요? 2시 조금... 넘었네요."
    "아..."
    "..."

    뻘쭘한 공기가 돈다.

    "흠! 아... 그 밥은? 먹었어요?"
    "아니요..."
    "하하... 그... 방도 청소해주셨는데... 제가 살게요."
    "아.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됐어요."
    "정말 괜찮겠어요?"
    "네... 괜찮아요..."

    친구놈이 설레발치지 않았다면 괜한 의심은 안해도 됐을텐데...

    '요즘 집터는 애들은 예의가 좋아서 청소부터 해놓고 터냐...?'


    ... ... ...


    TV에서 나오는 별 쓰잘때기없는 방송을 같이 보고있다...
    소녀도 나도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앞으로는... 그... 가실데... 있으세요?..."
    "..."

    막상 들어오라고 말은 했지만...
    나중들어 나가란 말을 또 하기가 애매해질 수 있다는걸 이제야 알았다...

    "저...기요... 오빠."
    "네?"
    "여기 혼자 살아요?"
    "아... 네..."
    "왜요?"
    "왜... 라기보단... 하... 옛날엔 어머니랑 살았는데... 그... 흠!.... 그... 돌아가셨어요..."
    "?!... 죄송해요."
    "아니에요... 옛날 일이에요 벌써... 신경쓰지 마세요."
    "..."
    "흠!... 그... 이제 아... 이름이?..."
    "유진이요... 한유진..."
    "아... 유진씨... 일은 어떻게 된건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

    '왜 뭐 좀 물어보려고 하면 울어...'

    "저기요..."
    "네..."
    "그게요..."


    ...


    ...



    '이거 무슨 그것이 알고싶다... 그런 얘기랑 다를게 없네...'

    소녀의 이야기를 들은 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들었다.

    "..."
    "..."
    "아! 나가 필게요."
    "아! 아니에요. 그냥 피셔도 되요. 그냥 피세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니에요!!! 그냥 피시라구요!!!"
    "..."
    "..."

    소녀가 방에서 담배를 피라며... 화를... 냈다...

    "불안하니까... 그냥 여기서 피우세요..."
    "뭐가 불안해요...?"
    "이유없이 이렇게... 이렇게..."
    "..."

    '하... 안되겠다.'

    난 그자리에서 파카를 집어들며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저씨~ 계세요?"
    "네. 무슨일로 오셨어요?"
    "네. 아저씨... 이거 키좀 파주세요."
    "네. 1분만 기다리세요."
    "1분요?"
    "아하하... 키 안파보셨죠? 요즘은 키 금방파요."
    "아..."

    무슨 기계에 내 키를 가저가더니 금방 키를 복사한다.
    복사키를 주머니에 넣고 가게를 나서며 다시 담배를 피웠다.

    '후... 이상한가...'

    집에 들어서자 소녀가 울고있다.

    "..."
    "..."

    방에 들어서는 나를 빤히 올려다 본다.

    "여기요."
    "?...?!"
    "옆에 빈방 쓰세요..."
    "네?"
    "저도 지금 뭐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저 나쁜사람 아니니까 옆에 빈방 쓰시라구요..."
    "..."
    "..."


    ... ... ...


    ... ... ...


    ... ... ...



    시간이 덧없다. 잠시만... 잠시만 하던사이
    유진이와는 어느덧 가족처럼 지내게 되었다.

    유진이는 역 근처의 김밥천국에서 서빙을 보며 조금씩 조금씩 돈을 모으고있다.
    생활비를 보태겠네 어쩌겠네 하는 소리들을 모두 무시했지만 언젠가부터
    집안에서 유진이가 만든 밥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 ... ...


    ... ... ...


    ... ... ...


    (유진)-----------------------------------------------------------------------

    오빠는 그 이후 아무것도 내게 물으려,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미안한 마음에 언젠가부터 내가 밥을 하기 시작했는데...

    "맛있네? 보기랑 다른데?"라고 해줬다.

    밥이라도 맛있게 먹어주니... 마음이 놓이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식당의 아주머니들의 농담은 짓궂지만
    사정따위는 묻지 않고 나를 써주셨다.

    "내가 총각봐서 써주는거야... 이쁘게 살어..."
    "아.. 그..."

    아주머니들은 영락없는 부부로 우리를 알고있다.


    ...


    그 일이 있은 후로 2달이 조금 넘었다.
    오빠와 저녁밥을 먹던 중 갑작스런 구토끼가 오르기 시작했다.

    "아..."
    "응? 왜그래?"
    "아니... 잠깐만... 웁!"
    "어? 뭐야 어디 아퍼?!"

    화장실로 달려가 헛구역질을 미친듯이했다.
    방안에 진득하게 퍼진 담배냄새가 신경질날만큼 독하게 느껴진다.

    ...

    다음날 오빠는 학교를 쉬고 나와 병원을 찾았다.
    접수처에서 간호사가 우리의 관계를 묻자 오빠가 잽싸게 대답했다.

    "아... 학교 선후배에요."

    내과진료를 마치고 의사에게 돌아가니 심각한 표정으로 의사가 입을 열었다.

    "임신... 이신데요... 지금 학생이시죠?"
    "네?"
    "..."

    오빠가 말이 없다...

    "아버지는 누군지... 알고 있으신거죠? 옆에분이 아버지세요?"

    '이 아이 아버지?'

    세명의 얼굴도 어렴풋한 양아치가 떠올랐다.
    양아치 얼굴이 흐려지고 집에있을 아버지의 얼굴도 스쳐지나갔다.

    "..."
    "..."
    "..."
    "이런 경우는 보호자를..."
    "제가 아버지에요."
    "?!"
    "이런 경우에는... 그..."
    "걱정마세요. 이 아이 부모님도 저희 결혼할거 다 알고 계시니까요."
    "아! 아... 그런거였나요? 아하하... 여자분이 아직 나이도 어린데..."
    "하하하 제가 능력이 좀 되거든요... 하하하"
    "참! 그래도 너무 어릴때 그러시네요!! 음... 축하드립니다. 그럼 집으로 따로 연락은 안드려도 되는건가요?"
    "네... 괜찮아요."

    진료실을 나오는 길 의사가 오빠를 째려보는 것은 나밖에 보지 못했다...
    집으로 향하는 내내 오빠의 표정이 굳어있었다. 불안한 공기가 어깨를 누르는 것 같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집에 도착해 외투를 벗어 정리하는데 오빠가 나를 불렀다.
    오빠와 나는 거실에 가만히 앉아 잠시동안 침묵했다.

    "유진아..."
    "응?... 응.... 흑..."

    오빠의 한마디를 들었을 뿐인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병원에서도 버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실감이 안났었나보다...

    "낳고싶어?"
    "...흑......"
    "..."
    "모르겠어...흑... 훌쩍... 흑..."
    "나는..."
    "... 흑... 훌쩍..."
    "나는 이 아이랑 관계 없는 사람이지만..."
    "...훌쩍..."
    "혹시 니가 낳고 싶으면... 우리가 키우자... 너 혼자 말고 우리가..."
    "...훌쩍...이 아이... 아빠도... 누군지.."
    "그런말!!... 그런말은 이제 이후로 하지말자... 우리가 키우는거야... 우리아이야..."

    ...

    ...

    ...


    (정현)-----------------------------------------------------------------------

    이후 난 대학을 휴학하고 실내 인테리어 회사로 취직했다.
    산업기사 자격증을 미리 따놓고 있다보니 생각보다 취직은 수월했다...

    "야 너 나이가 어떻게 되냐?"
    "저요? 스물...~ 스물일곱이요."
    "일곱? 결혼은?"
    "결혼은 무슨요... 하하 아직 여자친구도 없어요."
    "야 씨발... 허우대 멀쩡한게 왜 여자친구가 없어?"
    "아... 아저씨 오늘은 왜 또 그런 스트레스를 안겨주시는거에요 또... 참..."
    "크큿크크크... 야 결혼 빨리해 임마... 결혼도 다 때가 있는거야."
    "아... 참... 아저씨도... 여자친구 하나 만들어 주시고 그런 말씀을 하셔야죠!"
    "하... 참 이새끼봐라?"
    "낄낄낄낄낄."
    "하 참! 웃기는 새끼 이거. 낄낄낄낄낄."


    ...


    ...


    ...



    (유진)-----------------------------------------------------------------------

    봄이 다가오고 있는 3월이었다.
    어느세 내 배가 조금 불룩해진게 겉으로 확연히 들어났다.

    오빠와 난 정기적으로 다니는 병원에 검사차 길을 나섰다.

    "어?"
    "?!"
    "뭐야?"

    오빠가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 앞으로 그때의 양아치 새끼들이 서있다.
    나도 모르게 몸이 떨려온다. 오빠가 그런나를 보채며 묻는다... "뭐야... 무슨일이야" 하며...

    "걸레같은게 그래도 사귀는 사람은 있었나보네?"
    "?!"
    "야 씨발 너 임신했냐? 크크크 야 그거 누구애냐?"

    오빠의 눈이 한없이 커지더니 다짜고짜 양아치들에게 뛰어들었다.

    "꺅!!!!!!"

    역부족이란 것이 눈에 선했다. 양아치들은 셋이서 오빠를 둘러싸고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오빠를 땅에 눕히고 짓밟으며 오빠와 나를 비웃었다.

    양아치들은 한참동안 오빠를 짓밟은 후에야 분이 풀리는지 나를 비웃으며 길을 떠났다.
    주위사람들은 재미있는 구경을 한 탓인지 주변을 크게 동그랗게 둘러싸고있다가
    양아치들이 떠나는 길 앞을 조용히 터주며 길을 내주었다.

    "개새끼들... 씨발..."
    "오빠 가만히 있어봐... 오빠 난 괜찮으니까... 오빠 피봐... 오빠!..."

    입원을 해야할 만큼의 상처는 아니었지만 얼굴이 부어오르고 찢어진 곳을 꾀메야했다.

    "오빠..."
    "미안해 유진아..."
    "뭐가 미안해... 오빠가 왜 걔네들한테 덤벼들어..."
    "우리 아이보고 비웃잖아... 미안해... 내가 아직 이것밖에는 안되네..."
    "뭐가 미안해... 자꾸!! 흑..."


    ...


    ...


    ...


    이 후 몇주가 지나서였다. 오빠 핸드폰으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인근의 종합병원 응급실이었다.

    "뭐에요? 어떻게 된거에요?"
    "네... 이분 보호자시죠?"
    "네!! 어떻게 된거에요!"
    "아... 길가시다가 양아치한테 시비가 붙었나봐요..."
    "네?!"

    오빠는 혼수상태로 입에 호스를 연결한체 가만히 잠들어있었다.
    얼마후 경찰이 찾아와 오빠의 보호자로써 경찰서로의 동행을 원했다.

    쇠창살 안으로 양아치새끼들이 나를 째려본다.

    "김정현씨... 부인되시는 거죠?"
    "아니요... 아직 결혼은..."
    "아..."
    "무슨 일이에요? 어떻게 된거에요? 도대체... 예?"

    양아치들이 오빠를 길에서 마주쳤는데 목격자의 말로는 오빠가 먼저
    양아치들에게 시비를 걸은 것 같지만 자세히는 모르겠다고 증언한 것 같다.

    이후에 양아치들이 또 오빠를 둘러싸고 폭행하려는데
    오빠가 주변 현수막의 쇠몽둥이를 뽑아서 휘둘렀다고한다.

    그 쇠몽둥이를 맞고 양아치 한명이 머리가 조금 찢어졌는데
    이에 양아치들이 광분하여 미친듯이 오빠에게 달려들었다고 한다.

    "저새끼들 순... 양아치 새끼들이에요."
    "..."
    "정황이나 저새끼들 기록으로보나 지금 김정현씨가 훨씬 유리한 상황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오빠는 지금... 병원에서 일어나지도..."
    "..."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해도...
    양아치들에게 조롱을 당해도...
    이름 모르는 사람이 나를 도와줘도...

    이렇게 울음을 터트린 적은 없었다.

    누구도 듣고있지 않은 것 처럼 크게 소리내어 울었다.

    "저새끼들... 저새끼들!!... 형사님 저새끼들... 꼭... 아!!!! 아악!!! 아~!!! 아악!!!!!"

    형사라는 사람이 나를 진정시키려 애쓰는데 뒤에 아버지와 새어머니가 와있었다.

    "유진아!"

    아버지가 나를 부른다. 그 옆으로 내 배를 본 새어머니가 혀를 차며 쓴웃음을 짓는다.

    "그 어머니의 그 딸년이지... 어서 또 쓰레기 같은 새끼 애는 배가지고... 쯧쯧쯔..."
    "말..."
    "뭐?!"
    "말 함부로 하지마..."
    "뭐라는 거야 엄마한테 저년이..."
    "우리 애기한테 말 함부로 하지마... 우리 애기야..."
    "이 썅년이 근데 뭘 잘했다고!! 야 이년...!"
    "사과해!!! 니가 무슨 내 엄마야!!! 사과해!!! 우리 애기한테 사과해!!! 사과해!!!!!!!"

    경찰서 내로 정적이 찾아들었다.

    "저 이사람들 몰라요. 저 부모님 없어요. 전 저희 남편이랑 있을꺼니까...
    더 필요한거 있으시면 병원으로 찾아오세요."

    '울지말자... 저새끼들 앞에선 울면 지는거야...'

    버스 손잡이를 잡은 손이 파르르 떨렸다.



    ... ... ...


    ... ... ...


    ... ... ...


    ... ... ...


    (언제인지 모를 산중턱 묘자리 앞)--------------------------------------------------

    "아뿌...아뿌...빠? 아... 압...빠?"
    "어쿠! 수진이 어쿠! 아빠? 아빠할 수 있어? 아빠? 또 해봐 아빠"

    이제 걸을마를 좀 땐 듯한 아기와 유진이가 묘 앞에 앉아 이야기 하고 있었다.

    "아뿌.... 아... 뿝... 헤히힛 키힛.... 아... 뿌..."
    "어쿠! 어쿠 잘하네... 우리 수진이 잘하네..."

    ..


    "아빠가 아니고 할머니지 할머니 해야지..."

    산 밑자락에서 여섯 일곱살 난 듯한 남자아이와 손을 잡고 정현이 올라왔다.

    "자기야 봐! 아빠라잖아 하하..."
    "야... 묘앞에서 애가 아빠라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봐... 너 과분줄 알꺼 아니야?"
    "무슨... 이렇게 이뿐 과부가 어디있어. 바로 딴놈들이 채갈라고 아우성이지!"
    "아빠 여기서 할머니 코자? 여기서?"
    "어... 너 나중에 아빠랑 엄마도 여기서 코 자면 그때 니가 아빠처럼 니 동생이랑 찾아와야되는거야."
    "진짜? 그럼 나도 차막 운전할 수 있어?"
    "허?! 그럼~ 그때는 차타지 말고 비행기 타고와! 비행기!"
    "우~와!! 비행기? 진짜?"
    "자기! 애한테 바람 넣지마!"
    "하하 뭐 어때... 여기... 포랑 사과"
    "어? 어..."


    산자락 작은 묘 앞 한 가족들의 성묘...


    "오빠..."
    "어?"
    "..."
    "..."
    "..."
    "하... 왜~ 말해?"
    "하하 그냥!"
    "뭐야... 참... 추워?"
    "춥긴 완전 봄이구만"
    "그러게... 날씨 좋네... 야! 풀그거 입에 넣는거 아니야!! 야!!!"
    "하하하하"


    ... ... ...

    ... ... ...


    (유진)-----------------------------------------------------------------------


    "오빠... 세상에 행복이 정말 존재하고 있다고 가르쳐줘서요... 오빠... 고마워요..."
    "..."
    "오빠 눈 좀 떠주세요... 네?"
    "..."
    "오빠... 오빠... 죽으면 안되요... 오빠... 우리 애기는요... 우리가 키울꺼잖아요..."
    "..."
    "..."
    "..."


    ...


    ...


    ...


    ...


    ...


    ...


    ...


    ...


    ...


    "어? 유진씨 오셨어요? 하하"
    "아. 하하 안녕하세요 선생님."
    "요즘은 좀 어때요. 괜찮아요?"
    "하하 그럼요."

    만삭의 배가 터질듯 불러서 허리가 끊어지게 아플때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 아기니까...'

    "유진아"
    "어?"


    유진이는 환한 웃음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 ... ...


    ... ... ...


    ... ... ...

    숏다리코뿔소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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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21 23:28:34  180.69.***.37  
    [2] 2012/03/21 23:44:29  68.49.***.66  김실장
    [3] 2012/03/21 23:51:26  115.137.***.101  한맥의상징
    [4] 2012/03/22 05:57:47  211.246.***.117  미니♥
    [5] 2012/03/22 12:33:40  221.139.***.98  혈루성군
    [6] 2012/03/22 19:30:42  1.241.***.97  굶
    [7] 2012/03/22 22:51:20  194.154.***.53  Nomadix
    [8] 2012/03/23 13:12:11  112.216.***.210  
    [9] 2012/03/23 15:35:35  119.194.***.86  원숭이의P
    [10] 2012/03/23 15:36:51  121.15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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