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해준 이야기입니다. <div><br></div> <div>-</div> <div><br></div> <div>한창 혈기왕성하던 20살 새내기.</div> <div><br></div> <div>나는 캠퍼스 안에 있던 의자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div> <div>고백했다가 차인지 얼마 안 되어서 뭐 딱히 하고싶은 것도 없고.</div> <div>그냥 저냥 누워있는데 머리맡으로 그림자 하나가 스윽 들어왔다.</div> <div><br></div> <div>'저, 혹시 시간 좀 있으신가요?'</div> <div><br></div> <div>눈을 떠보니 어떤 여자가 A4 용지를 한아름 끌어안고 수줍게 말을 걸고 있었다.</div> <div>심리학과 학생인데 레포트 때문에 그러니 설문조사좀 해달라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우리 학교에 심리학과가 있던가?</div> <div>갸웃갸웃 하고 있는 와중에 핸드폰도 슬쩍 내민다.</div> <div><br></div> <div>'혹시... 혹시 나중에 뭐 여쭤볼 게 생길지도 모르니까 번호도 좀...'</div> <div><br></div> <div>와, 내가 살다보니 이런 날이 다있구나.</div> <div>나는 헤실헤실 처웃으며 번호를 찍어주었다.</div> <div>설문조사에는 중간중간 예수님이라든가 하나님이라든가 하는 단어가 있었지만,</div> <div>뭐 종교 관련 수업이겠지 하면서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성실하게 설문에 응해주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후 며칠, 나는 그 누나와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div> <div>생각보다 엄청나게 착하고 잘 맞춰주던 그녀는 단 한 가지 단점이 있었는데,</div> <div>그건 주말에는 교회에 가느라 만날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교회를 이틀 연속으로 가나?</div> <div><br></div> <div>아무리 교회에 대해 물어봐도 고개만 저을 뿐 안된다는 답만 돌아왔다.</div> <div>이쯤 되니 뭔가 오기가 생긴다.</div> <div>나랑 노는 게 더 재밌을텐데 그깟 교회따위.</div> <div><br></div> <div>그래서 그 교회 같이 가보자고, 이참에 같은 종교 한 번 가져보자고, 당장 이번주에 가보자고 했다.</div> <div>누나는 뭔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굉장히 기뻐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교회는 생각보다 평범했다.</div> <div>평범하게 작은 건물이었다.</div> <div><br></div> <div>입구에 긴 나무판에 뭔가 굉장히 길고 복잡한 교회이름이 써있었다.</div> <div>아주 나중에, 누군가가 그 지역에서 유명한 이단 교회중 하나였다고 말해주었다.</div> <div><br></div> <div>아무튼 그땐 몰랐으니까.</div> <div>토요일 오전이었는데 무슨 예배를 드린다고 2시간 정도 있었던 것 같다.</div> <div>점심 먹기도 전에 끝이 났는데 생각보다 쉽다고 생각하던 순간, 누나가 내쪽을 바라보며 슬쩍 말했다.</div> <div><br></div> <div>'진짜는 지금부터 시작이야. 사람들한테 너 소개해주고 싶은데 따라올래?'</div> <div><br></div> <div>별거 있겠어? 하고 나는 삼삼오오 흩어지는 무리들 중에 한 무리를 따라가는 누나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작은 빌라로 들어갔다.</div> <div><br></div> <div>10평 조금 안 될 것 같은 그 빌라 안에 나와 비슷한 또래 열댓 명이 원을 그리고 앉았다.</div> <div>나를 보던 사람들은 저마다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div> <div><br></div> <div>청년부 같은 건가?</div> <div>하고 생각하고 있는데<span style="font-size:9pt;"> 수염을 잔뜩 기른 깡 마른 남자 하나가 웃통을 벗더니 그 원 가운데에 앉았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러고는 스윽 둘러보다가 앉아있던 여자 한 명을 가르키며 지난주의 죄를 말해보라고 시켰다.</span></div> <div><br></div> <div>응? 지난주의 죄?</div> <div><br></div> <div>그러자 그 여자가 울면서 자기 친구가 담배를 피우는데 말리지 못했다며 흐느끼다가 점점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div> <div>저게 그렇게 서럽게 울 일인가.</div> <div>뭐 경우에 따라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끄덕끄덕 하는데 남자가 말을 이었다.</div> <div><br></div> <div>'담배, 담배뿐인가요? 뭔가 더 다른 죄가 있지 않을까요?'</div> <div>여자는 울다말고 잠깐 생각해보더니 '술! 술도 한 잔 마셨어요!' 하고는 통곡을 이어갔다.</div> <div>저게 무슨... 죄인가? 나는 곰곰히 생각해보며 뭐 상대적인 거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납득하려 했다.</div> <div><br></div> <div>남자는 고개를 끄떡끄떡하더니 그만하면 충분한 죄라며 고생햐셧다고 다독였다. 그리고,</div> <div>'오늘 새 식구도 왔고 고백도 들었으니 그 죄 많은 친구를 위해 노래합시다.'</div> <div>하고 기타를 잡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지옥이 시작된 시간은 약 12시부터 였다.</div> <div><br></div> <div>노래 하나를 5시간 정도 불렀다.</div> <div>진짜, 한 곡.</div> <div>미친, 노래방에서도 이정도면 사장님이 서비스 시간 안 넣어주시겠다.</div> <div><br></div> <div>정말 무서워지던 사실은 <span style="font-size:9pt;">기타를 치며 점점 갈 수록 큰 목소리로 불렀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시간이 더 지나자 사람들은 울부짖으며 노래가 아닌 고함과 비명을 뱉어냈다.</span></div> <div><br></div> <div>아니... 담배랑 술 한 잔 마셨다고 이러는 건 너무 수지가 안 맞잖아.</div> <div><br></div> <div>게다가 노래를 부르면 부를 수록 사람들이 점점 한국어가 아닌 동물 본연의 소리를 내며 눈물과 함께 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div> <div>나는 놀라서 이 사람들이 대체 왜 이러나 하며 두리번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가운데 있던 남자가 갑자기 기타를 멈추고 눈을 감고 고개를 들었다.</div> <div><br></div> <div>'오... 들어온다... 들어온다... 들어온다앗!!'</div> <div><br></div> <div>기타를 내던지더니 일어나 눈을 까뒤집고 팔을 위아래로 파닥파닥 흔들며 뒷꿈치를 들었다 놨다 했다.</div> <div>나는 그 대혼란 가운데서 혼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척하고 있었는데,</div> <div>이때부터 아마 기도에 진심이 들어갔던 것 같다.</div> <div><br></div> <div>그 형은 정글고의 불사조가 추던 구애의 춤을 재현하는듯 했다.</div> <div>나는 그 광경을 보며 입을 벌리고 앉아있었고 그 형은 한 바퀴를 비잉 돌다가 내쪽을 바라보았다.</div> <div><br></div> <div>눈이 마주쳤다.</div> <div><br></div> <div>나를 한 번 보더니 다시 눈을 까뒤집고 내쪽으로 오면서 기이한 소리를 질러댔다.</div> <div>'우워어어우웡어너어ㅜ러ㅓㅇ뤄러러워뤄어'</div> <div><br></div> <div>나는 바로 턱을 가슴팍에 붙이고 허리를 숙여 몸을 둥글게 말았다.</div> <div>'오 하나님, 제가 오늘부터 신앙을 가져볼게요. 저새기가 오지 못하게 제발 좀 막아주세요.'</div> <div>그러나 그런 하찮은 방어자세와 오늘부터 1일인 내 신앙심으로는 그 형의 진격을 막을 수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불사조 형은 내 손을 빼서 붙잡고 팔을 위아래로 흔들었다.</div> <div>'우오오! 우오오웡오? 우ㅜ너뤄어러어어!'</div> <div><br></div> <div>여전히 흔들면서 옆에서 80정도 먹은 할아버지가 팝핀을 갓 배운 것 같은 몸짓을 하던 남자를 이상한 소리로 불렀다.</div> <div>그러곤 턱으로 내 남은 한쪽 팔을 가르켰다.</div> <div>80팝핀 형은 팝핀을 멈추지 않으면서 다가와 내 다른 팔을 붙잡았다.</div> <div><br></div> <div>'그냥... 말로 하시지 왜...'</div> <div><br></div> <div>한국어로 말하려던 내 얼굴을 보며 불사조 형이 팔다리를 격하게 흔들면서 외쳤다.</div> <div><br></div> <div>'우오오?!?'</div> <div><br></div> <div>나는 본능적으로 이게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알고 있었다.</div> <div>하지만 차마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div> <div><br></div> <div>그러자 아까보다 더 크게 <span style="font-size:9pt;">'우워어어오어로오오????!?' 하고 면상에 침을 튀기며 소리지르는 바람에 본능이 드디어 이성을 이기기 시작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우.....우..오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나는 마지못해 하면서 따라했고 불사조형은 그제야 크게 만족한 얼굴로 내 팔을 놔주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것은 마치 둥지를 떠나 보내는 어미새와 같았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날개짓 한 번 해보거라, 한 번 너 스스로 날아보거라 하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나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서비스 해주자 싶었고,</span></div> <div>알아서 팔을 휘두르며 크고 우렁차게 우어어어어어어! 하면서 한 번 펄쩍 뛰었다.</div> <div><br></div> <div>그때 잠깐 내 옆에서 팝핀을 추던 형의 몸짓이 멈췄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시간은 점심 끼니도 거르고 해가 다 진 밤이 되어서야 끝이났다.</div> <div>모두들 만족한 얼굴로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div> <div>나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앉아있었고,불사조형은 내 핸드폰을 가져가 거기있던 사람들에게 한 번씩 손에 쥐어주었다.</div> <div><br></div> <div>'그럼 너도 이제 매주 나오는 거지?'</div> <div><br></div> <div>와씨, 너같으면 매주 나오겠냐. 아 넌 매주 나오지.</div> <div><br></div> <div>대답을 안 하자 핸드폰을 돌려주지 않았다.</div> <div>나는 시간나면 올게요, 라고 하며 핸드폰을 낚아챘다.</div> <div>누나와 함께 아무렇지 않은 척 빌라를 나와 큰길까지 걸어갔고, 정말 평범하게 인사를 나눈 후 <span style="font-size:9pt;">재빨리 택시를 잡아 타고 집으로 달렸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긴장이 풀리자 그대로 뒷자석에 녹아내렸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직도 오늘 일이 믿기지 않았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내가 꿈을 꾼 걸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진짜 꿈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div> <div><br></div> <div>스타렉스에 반납치 당해 산속으로 끌려가기 전 까지는.</div>